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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치의 딸인 제니퍼 챔버스 린치의 네 번째 연출작 <체인드>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붙잡힌 아이의 이야기이다. 8살 꼬마인 팀(에먼 파렌)은 엄마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그대로 납치당하고 만다. 연쇄살인마인 택시기사 밥(빈센트 도노프리오)은 엄마를 죽인 뒤 팀을 사슬에 묶어놓고 키우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충분히 고통스럽지만 이건 도입부일 뿐이다. 진짜 사건은 살인마가 팀을 또 다른 살인마로 키우면서 벌어진다. 팀은 엄마가 죽은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살인마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시작하고, 그렇게 어딘가 뒤틀린 어른으로 성장한다.
애초에 살인마가 여자와 아이를 죽이는 영화이니 편하게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접는 편이 좋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여자들의 일그러진 얼굴과 흘러내리는 피, 그리고 이와 대조되는 남자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여주고, 여기에 정체불명의 시점숏까지 집어넣어 불쾌감을 증폭시킨다. 이런 유의 영화에 거부감을 가진 관
살인마를 키워낸 살인마 <체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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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생활을 하다 은퇴한 빌리(권혁수)는 염소 고든(이인성)과 함께 평화로운 하루를 보낸다. 그의 평화를 깬 것은 어린 비버 베시부(정현경)의 낭떠러지 추락사고다. 빌리와 고든은 베시부를 구하기 위해 육해공을 넘나드는 특급 작전을 펼친다. 한편, 5년 전부터 베시부를 추적해온 경찰 맥킨지(고성일)가 등장한 뒤로, 사건은 어떻게든 베시부를 잡아가려는 맥킨지와 베시부를 구하려는 빌리의 줄다리기로 번진다. 그사이 추락한 베시부는 급물살에 휘말려 댐 아래로 떠내려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일단 편집과 음악이 훌륭하다. 제작은 숀 코너리, 주제가는 ‘007’ 시리즈로 유명한 셜리 배시가 불렀고, <센스, 센서빌리티>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의 음악을 담당한 패트릭 도일이 음악작업을 맡았다. 샤샤 하트만 감독은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미스터 빌리: 하일랜드의 수호자>(이하 <빌리>)의 음악은 웅장하고 근사하다. 문제는 스토리다.
육해공을 넘나드는 특급 작전 <미스터 빌리: 하일랜드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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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것이 자기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프닝의 담담한 독백은 <아이 오브 더 스톰>이 얘기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자, 유한한 삶을 부여받은 모든 인간들의 회한일 것이다. 상류층 가문의 엘리자베스 헌터(샬롯 램플링)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늘 침대에만 누워 있다. 그의 곁에는 두명의 간호사와 가정부, 그리고 유언장을 책임질 변호사가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외로 추방됐던 양아들이자 배우 바질 헌터(제프리 러시)와 친딸인 도로시(주디 데이비스)가 찾아온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이, 그들은 갑작스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엘리자베스 헌터의 치매가 불현듯 오랜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미세한 균열이 감지된다. 엘리자베스의 값비싼 물건을 탐내는 간호사와 가정부,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서로 살가워 보이지 않는 바질과 도로시 등 이미 어긋난 것들은 다시 꿰맞추기 힘들어 보인다. 노년의 황혼기를 다루는 다른 영화들이 그러한 것들의 봉
노년의 황혼기 <아이 오브 더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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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영화의 미덕이란 보는 이의 입안에 절로 침이 고이게 만드는 시각적 자극일 것이다. 하나 <쉐프>는 눈을 홀리는 진수성찬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미니멀한 현대요리(분자미식학)의 장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특급 셰프인 알렉상드르(장 르노)는 “이런 건 요리가 아니”라며 혹평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관객이라면 맛보단 호기심에 분자요리를 즐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요리만을 고집하는 알렉상드르는 미슐랭 가이드에서도 인정한 전설적인 셰프.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그이지만,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버거워한다. 레스토랑의 젊은 사장 스타니실라는 고루한 알렉상드르의 요리를 못마땅해하고 레스토랑에서 그를 내쫓을 궁리에 여념이 없다. 한편, 요리 외길밖에 모르는 신인 요리사 자키(미카엘 윤)는 타협을 모르는 성격 탓에 번번이 식당에서 해고당한다. 자키의 재능과 센스를 알아본 알렉상드르는 자키를 조수 삼아 스타니실라의 위협에 맞서 레스토랑을 지킬 방도를 연구한다.
완고한 알렉상드
가볍게 즐길 만한 디저트 <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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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사내 존 해리슨(베네딕트 컴버배치)은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킨다. 모두가 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존은 더욱 과감한 테러를 감행해 대규모의 사상자를 낸 뒤 클링온 지역으로 몸을 숨긴다. 클링온과의 전쟁을 우려한 사령부는 비밀리에 범인을 암살하라는 임무를 엔터프라이즈호의 함장인 커크(크리스 파인)에게 맡기고, 엔터프라이즈호는 ‘특별 무기’를 장착한 채 클링온으로 향한다. 하지만 커크 일행은 베일에 싸인 사건의 충격적인 배후를 알고 혼란에 빠진다.
<스타트렉>이 처음 TV에 등장한 것이 1966년이다. 커크 함장이 이끄는 엔터프라이즈호는 거의 50년 동안 광활한 우주에서 다양한 모험을 펼치며 셀 수 없이 많은 임무를 해결해왔으며, 그만큼이나 많은 테마를 다루었다. 그리고 J. J. 에이브럼스가 연출한 두 번째 <스타트렉> 극장판인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테러’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끌어들여 <스타트렉
‘우리가 만든 적’ <스타트렉 다크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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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김주령)와 현수(김수현)는 결혼 2년차의 30대 부부다. 두 사람은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꾸리고 있다. 화면에 드러난 이들의 일상은 평범하고 소박하다. 함께 밥을 먹거나 산책을 하고, 각자 일터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저녁에는 맥주 한잔을 기울이는 식이다. 휴일에는 놀이터에서 함께 햇볕을 쬐기도 한다. 여느 신혼부부처럼 이들은 아기를 갖게 되었을 때 걸머져야 할 책임감과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날 변화가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그 고민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은 가깝고 또 서로를 아낀다.
<잠 못 드는 밤>은 주희와 현수 부부에게 일어난 며칠 동안의 일들을 에세이를 쓰듯이 담아낸 영화다. 두 사람이 보조를 맞추어 걷거나 잠든 배우자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보는 것과 같은 애틋한 순간들이 한신 한신 쌓이는데, 이 알콩달콩한 소우주를 지켜보는 일이 즐거워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된다. <잠 못 드는 밤>은 비교적 단순한 구성
알콩달콩한 소우주 <잠 못 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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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타이틀 로맨틱코미디’라는 표현에 현혹되어서는 곤란하다. 감독과 각본을 겸하며 <저스트 어 이어>로 장편 데뷔한 댄 메이저 감독이 영국 출신이긴 하지만 지금껏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2006), <브루노>(2009), <독재자>(2012) 등에서 래리 찰스 감독, 샤샤 바론 코언과 함께했던 시나리오작가이자 프로듀서였음을 먼저 기억해야 할 듯하다. 행여 <노팅힐>(1999)의 <She>나 <러브 액츄얼리>(2003)의 <All you need is love> 같은 사운드트랙의 정서를 떠올렸다가는 큰일이다. <저스트 어 이어>는 패럴리 형제나 주드 애파토우가 워킹 타이틀에 스카우트됐다면 만들었을 법한 영화다.
냇(로즈 번)과 조쉬(라프 스팰)는 첫만남으로부터 7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다. 하지만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게 되면서 채 1년도 되기 전에 문제점들이
사랑, 그 이후 <저스트 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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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타이핑 대회를 한다고 하면 시대착오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1958년, 타이피스트는 선망하는 직종 중 하나였다. 시골 출신 로즈(데보라 프랑수아)는 보험회사 비서 면접에 응시한다. 집에서는 빨리 약혼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로즈는 더 넓은 세상에 나가 자신의 재능을 펼치는 것이 꿈이다. 독수리타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즈는 비서로 채용된다. 사장 루이(로망 뒤리스)는 로즈가 타이핑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첫 번째 인물이다. 스포츠광인 사장은 로즈에게 타이핑 대회에 출전할 것을 권유하고 맹훈련을 시키지만 첫 대회에서 안타깝게도 고배를 마신다. 목표한 바를 끝까지 이루려는 사장은 로즈에게 자신의 집에 머물며 특별훈련을 하자고 제안한다. 로즈는 사장의 말을 불순한 의도로 받아들이고 화를 내지만 그의 진심을 알게 되자 제안에 응한다. 특별훈련이란 피아노 레슨과 체력단련이다. 피아노 레슨은 양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타이핑 챔피언이 되기 위해 <사랑은 타이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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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매단 자전거가 아이들을 따라 골목 구석구석을 누빈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별명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갑작스러운 마을 행사 초대부터 느닷없는 낮술 고백까지 주고받는 안부도 제각각이다. 앞집, 옆집, 뒷집 등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거나 관심조차 없는 서울. 이 거대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마을에는 아직도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 마을이다. 어느 날 평화로운 성미산 마을에 위기의 순간이 닥친다. 홍익재단이 성미산 남사면을 깎아 홍익 초/중/고등학교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마을 사람들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약 3년 동안 성미산 개발에 맞서 싸운다. 싸움이 계속되던 중, 마을 주민인 짱가(유창복)는 성미산 100인 합창단을 기획한다. 합창단에 합류한 마을 사람들은 “좋은 말로 할 때 마을을 내버려두라”라는 내용의 <냅둬유>를 한마음, 한뜻으로 부른다.
강석필 감독과 홍형숙 PD가
평화로운 성미산 마을 <춤추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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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4년 테러범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기묘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공안9과는 대규모 유괴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그 배후에 ‘꼭두각시 조정자’가 있음을 눈치챈다. 사건이 점점 미궁으로 빠질 때쯤, 독립적으로 사건을 조사하던 쿠사나기 소령이 솔리드 스테이트를 조심하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사라지자 나머지 요원들은 그녀가 꼭두각시 조정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빠진다.
1989년 시로 마사무네가 발표한 짧은 만화로 시작한 <공각기동대> 시리즈는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95)부터 개봉예정인 <공각기동대 ARISE>까지 4편의 극장판과 2개의 TV시리즈로 만들어졌다. <공각기동대 S.A.C Solid State Society 3D>(이하 <공각기동대 SSS>)는 가미야마 겐지 감독이 2006년에 만든 세 번째 극장판으로 2011년에 3D로 다시 개봉했다.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g
무의식 속 어둠의 존재 <공각기동대 S.A.C Solid State Society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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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즈 루어만의 영화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에 충실하다. 영화에서도 화자는 닉 캐러웨이(토비 맥과이어)다. 그가 회고할 비극은 다음과 같다. 막 뉴욕 롱아일랜드에 도착한 그는 옆집에 사는 제이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곧 그가 강 건너편에 사는 자신의 사촌 데이지 뷰캐넌(캐리 멀리건)을 톰 뷰캐넌(조엘 에저턴)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그곳에 정착했음을 알게 된다. 닉을 가교 삼아 개츠비와 데이지는 행복한 재회에 성공하지만, 그 둘과 톰의 삼각관계는 끔찍한 결말로 치닫는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만의 전략은 단연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화려한 비주얼이다. <물랑루즈>로 잘 알려져 있는 감독 바즈 루어만은 할리우드 최고 스탭들을 이끌고 1920년대 뉴욕을 풍미했던 건축, 패션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세공해 영화 속 세계를 장식한다. 음악 면에서도 래퍼 제이-지를 필두로 내로라할 뮤지션들이 참여한 곡들이 만찬처럼 이어진다. 그 모든
1920년대의 뉴욕 <위대한 개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