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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통’이었던 친구들이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다시 맞붙게 된다면? 영화 속 TV격투기 프로그램인 <전설의 주먹>은 누구나 한번쯤 해본 상상을 링 위로 옮긴다. 혼자서 딸(지우)을 키우며 살아가는 국숫집 사장 임덕규(황정민)는 잘나가던 복싱 유망주였다. 학교에서 사고를 친 딸의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그는 어쩔 수 없이 <전설의 주먹>에 출연하고, 링 위에서 어린 시절 어울려 다니던 신재석(윤제문)과 맞붙는다. ‘남서울고 독종 미친개’라 불릴 정도로 막무가내였던 재석은 삼류 건달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TV프로그램을 통해 덕규와 재석을 지켜보던 대기업 홍보팀 부장 이상훈(유준상)은 출세를 위해 접어뒀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링에 오른다.
영화 <전설의 주먹>은 40대 중년 남자들의 격투기 도전기다. 두손을 주로 사용하는 복싱 선수 출신 덕규, 다리를 시원하게 활용하는 상훈,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재석 등 캐릭터마다 다른 종류의 액션을 선보이
잊고 살았던 꿈 <전설의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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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이 풍부한 외톨이 소년과 엉뚱하고 매력적인 남매의 기묘한 삼각관계. 프랑스영화 <몽상가들>의 청소년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월플라워>의 이 ‘삼각 편대’는 영미권 청춘 배우들의 차지다. <케빈에 대하여>의 살인마 소년을 연기했던 이즈라 밀러를 논외로 하더라도,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과 <해리 포터>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아역 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로건 레먼과 에마 왓슨에게 이 영화는 한층 성숙해진 그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무도회에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여성. ‘월플라워’라는 단어의 의미와 같은 나날들을 찰리(로건 레먼)는 보내고 있다. 절친한 친구의 죽음으로 외톨이가 된 찰리의 고교 생활은 시련의 연속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풋볼 경기장에서 그는 같은 학교의 상급생 패트릭(이즈라 밀러)과 샘(에마 왓슨)을 만난다. 음악과 파티를 사랑하며 어딘가 엉뚱한 구석이 있는 이 이복남매를 통해
청춘의 아름다움과 불안정한 정서 <월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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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범죄조직이 관리하던 도박판이 정체불명의 도둑들에게 털린다. 세탁소 사장이 도박장의 불법적인 돈을 노리고 종업원과 그의 친구에게 강도짓을 주문한 것. 사장은 도박판의 돈을 빼돌리고 사기를 친 전적이 있는 중간 관리자 마키(레이 리오타)가 범인으로 의심받을 거라며 안심한다. 하지만 돈을 잃은 도박꾼들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 킬러를 고용하면서 분위기는 일변한다. 오직 돈과 자신밖에 믿지 않는 잔혹한 킬러 잭키 코건(브래드 피트)은 일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무심하고 깔끔하게 죽여나간다.
<킬링 소프틀리>는 1974년 출간된 조지 V. 히긴스의 소설 <코건의 거래>를 원작으로 한 하드보일드 갱스터영화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에 이어 다시 한번 앤드루 도미닉 감독과 호흡을 맞춘 브래드 피트가 주연뿐 아니라 제작까지 맡아 화제를 모았으며,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었다. 영화는 갱스터들의 세계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부드
오직 돈과 자신 뿐 <킬링 소프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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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차에 탄다. 여러 남자가 차에서 내린다. 그는 한 사람이다. 고급 리무진 홀리모터스를 타고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파리 곳곳을 누비는 이 남자의 이름은 오스카(드니 라방). 그는 차에서 내릴 때마다 유능한 사업가가 되고, 가정적인 아버지가 되고, 모션 캡처 배우가 되고, 광대가 되고, 거지가 되고, 암살자가 되고, 광인이 된다. 종국에는 영화라는 움직임으로 남는 아홉번의 삶. 아홉번의 동력. 홀리‘모터스’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폴라 X>(1999) 이후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못한 채 한때 세상에 부적응한 몰락한 천재의 전형으로 여겨졌다. 13년 만에 다시 우리 앞에 돌아온 그는 드디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았다. 세간의 관심과 찬사가 다시 모아졌고, <홀리모터스>는 각종 언론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2012년의 영화로 기록되었다. 오랜 고독 속에서 침묵을 깨고 돌아온 그의 목소리
영화에 대한 자기 반영적 결과물 <홀리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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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김민경 PD의 외할머니인 강상희씨의 개인사로 출발한다. 강상희의 남편 김봉수는 제주시 애월읍 납읍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4.3 사건의 희생양이 되어 총살당했다. 강상희는 딸과 함께 10년 만에 남편과 시어머니의 무덤을 찾고 이후 카메라는 제주를 돌며 4.3 당시 학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며 그 공간을 화면에 담는다. 돌과 나무, 물, 바람, 곤충 등 자연의 모습과 더불어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었다는 뉴스가 나오는 텔레비전, 자동차, 라틴댄스를 추는 사람들의 모습들도 카메라는 함께 보여준다. 영화는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4.3 사건 전후 제주도에서 이주해 정착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1949년 이덕구 부대가 토벌대와 맞서 최후의 항전을 벌인 이덕구 산전을 비롯해 주민들의 희생이 있었던 곳을 찾아가던 영화는 강정 마을까지 이른다. 학살이 일어났던 그곳에서 영화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여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강상
우리의 아픔이자 슬픔이었던 것 <비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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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니콜 감독의 전작 <인 타임>(2011)은 시간을 화폐로 설정한 아이디어만 인상적인 SF영화였다. 산으로 올라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가타카>(1997)에서 보여준, SF 장르를 능숙하게 다루는 재능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런 그가 이번에 내놓은 <호스트> 또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로맨스영화다. 폭력도, 굶주림도 사라진 평화로운 지구. 그러나 지구는 더이상 인간의 터전이 아니다. 인간의 뇌에 침투해 몸을 조종하며 살아가는 ‘소울’이라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정복했기 때문이다. 멜라니(시얼샤 로넌) 역시 거세게 저항하다가 결국 소울에 당한다. 소울은 멜라니의 몸에 ‘완다’를 집어넣는다. 사라졌어야 할 멜라니의 영혼이 되살아나면서 멜라니(혹은 완다)의 몸속에는 멜라니와 완다 두 인격체가 공존하게 된다. 멜라니는 자신의 육체를 지배한 완다에 맞서며 가족이 숨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헤어졌던 연인 제라드(맥스 아이언스)와 동생
하나의 신체에 두 개의 인격체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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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인(황정민)과 나루(김효진)가 서로의 몸을 채찍질하는 가학적인 정사장면으로 시작한다. 자동차 안에서 위험한 정사를 즐기던 그들은 결국 교통사고가 나고 재인이 죽게 된다. 충격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아내 정하(엄정화)에게 나루가 곁에만 있게 해달라며 찾아오고 둘은 결국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이야기 구조와 영화 속 시간과 공간을 비튼다. 영화의 서사는 크게 두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동창회에서 만난 재인과 정하는 정하의 집에서 술을 더 마시게 되고 재인은 정하에게 자신이 쓰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재인과 정하, 나루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흔히 봐왔던 이야기 속의 이야기 구조를 취하는 것 같지만 영화 속 재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5년 뒤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다. 각각의 인물이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 재인이 죽고 나루가 찾아오면서 끝인 줄 알았던 세 사람의 관계는 다시 시작된다. 죽
끊임없이 파생되는 인간의 욕망 <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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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차 부부인 케이(메릴 스트립)와 아놀드(토미 리 존스)의 열정은 식은 소갈비 요리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오랜 각방살이에 익숙해진 아놀드는 서로 마주보지 않고 대화하는 데 귀재이며, 아내 얼굴보다 신문이나 골프 채널을 응시하는 편이 편한 50대 남자다. 그와 “한방을 쓰는 것도 아닌 기숙사 룸메이트”처럼 살아가던 케이는 욕구불만이 한계에 달하자 결단을 내린다. 고이 모아뒀던 4천달러짜리 채권을 털어 버나드 펠드 박사(스티브 카렐)의 상담 프로그램에 딱 1주 동안만 자신들의 운명을 의탁해보자는 것이다.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위기의 중년 부부를 위한 자기 계발서를 단계별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들의 부부생활 구원 프로젝트가 설득력을 갖는다면 그것은 온전히 배우들의 덕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이어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과 다시 손을 잡은 메릴 스트립은 중년 여성의 현실과 환상 사이에 가교를 놓는 데 탁월하다. 그녀의 케이는 ‘마누라’와 ‘여자’의 중간쯤 서서 품
위기의 중년 부부를 위한 자기 계발서 <호프 스프링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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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TV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을 그대로 따온 <런닝맨>은, 사실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의 서울 시내 추격액션 버전이다. 카센터 직원이자 콜 전문 운전기사인 차종우(신하균)는 어린 나이에 ‘사고’를 쳐 얻게 된, 18살밖에 나이차가 나지 않는 아들 기혁(이민호)과의 관계가 소원한 철부지 아빠다. 하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 아들과 단둘이 살 만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유일한 꿈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차에 태운 손님이 죽자 살인 누명을 쓰게 된다. 다음날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지문과 CCTV로 인해 한순간 목격자에서 용의자로 전락하게 되고, 아무도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도주를 시작한다. 이미 그는 ‘별’ 4개의 전과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버지를 의심부터 하는 천재적인 두뇌의 아들 기혁, 사건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 기자 선영(조은지),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명예회복을 꿈꾸는 형사 반장 상
‘일반인의 도주극’ <런닝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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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모로 주목받던 여대생 아카펠라 그룹 벨라스는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와 식상한 안무로 점점 인기가 떨어지고 같은 학교 내 남학생들로 이루어진 아카펠라 그룹 트러블 메이커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기 시작한다. 아카펠라 대회에 참가해보지만 심하게 긴장한 탓에 무대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까지 저지르게 되고, 벨라스는 모두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찾는 신입생 하나 없는 비인기 동아리가 되어버린 벨라스 앞에 DJ가 꿈인 신입생 베카(안나 켄드릭)와 한 가지씩 장점을 가진(하지만 그만큼 단점이 눈에 띄는) 새로운 멤버들이 등장하고 우여곡절 끝에 벨라스에 합류하지만 팀 내 신구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간다. 물론 트러블 메이커와의 ‘트러블’도 빠지지 않는다.
<피치 퍼펙트>는 아카펠라라는 소재를 가진 ‘리얼리티 쇼’를 보는 것 같은 영화다. 그래선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특별한 서사구조 없이 에피소드의 나열처럼 조각조각 나 있다. 주인
아카펠라 ‘리얼리티 쇼’ <피치 퍼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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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공화국군(IRA) 소속으로 런던 지하철 테러를 감행하다 영국 정보부에 붙잡힌 콜레트(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해 IRA를 배신하고 정보부에 IRA의 내부 정보를 넘겨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졸지에 IRA로 활동하는 자신의 가족을 배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콜레트와 그녀를 감시하던 정보부 요원 맥(클라이브 오언) 앞에 서서히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다.
이렇게 정리된 줄거리만으로 <섀도우 댄서>를 기대한다면 실제로 영화를 접하는 순간, ‘IRA 소속 이중스파이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차분하고 느린 화면, 그리고 정적인 사운드에 당황할 수도 있다. 영화 속 카메라는 사건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커튼 뒤에서 흐릿하게 바라보거나 사건들을 종종 건너뛰어버린다. 대신 ‘사건들의 리버스 숏’에 해당하는 인물들에 가까이 다가선다.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내러티브는 영화를 진행시키는 동력
온전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 <섀도우 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