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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은 탈출 마술가로 명성을 떨친 해리 후디니의 말년을 가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후디니는 죽은 어머니의 영혼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영매에게 사기당한 뒤 심령술의 거짓을 폭로하는 것에 힘을 쏟았는데, 영화는 이러한 그의 궤적에 메리 맥가비라는 허구의 여인을 심어놓았다. 공동묘지 구석에 기거하며 끼니를 잇는 이류 심령술사 메리(캐서린 제타 존스)와 딸 벤지(시얼샤 로넌)는 어머니의 유언을 맞히는 이에게 1만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후디니에게 접근한다. 늘 짝을 이루어 사기 행각을 벌여온 모녀는 후디니의 비밀을 캐내려고 하지만, 메리와 후디니가 사랑에 빠지면서 계획은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프레스티지> <일루셔니스트> 등 최근 마술을 소재로 했던 일련의 영화들처럼 <데스 디파잉…> 또한 마술과 로맨스, 서스펜스를 적당히 뒤섞어 가공하려 하지만, 그 접착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호텔방을 몰래 엿보는 정도의 비밀 캐기
해리 후디니의 말년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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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거부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가졌다. 심장을 이식받아야 살 수 있는 그는 신뢰하는 주치의 잭(테렌스 하워드)의 조언에 따라, 홀어머니(레나 올린)의 반대를 거스르고 아름다운 샘(제시카 알바)과 결혼한다. 하객없이 약식으로 결혼한 저녁, 적합한 심장이 준비됐다는 소식에 클레이는 잭에게 집도를 맡기는데, 완전히 마취되는 데 실패해 의식이 생생한 그가 수술대 위에서 얻는 것은 건강한 심장이 아니라 추악한 진실이다. “마취 중 각성”은 한국영화 <리턴>이 다룬 소재로, 어린 시절 끔찍한 고통을 겪은 희생자가 돌아와 복수한다는 내용의 <리턴>과 달리 <어웨이크>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클레이의 비명과 식은땀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영화는 초반에 잭의 독백을 통해 클레이가 수술 뒤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시작하는데, 이는 관객의 긴장을 유발함과 동시에 클레이의 죽음이 과연 사고였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클레이의 죽음을 원하는
스릴있는 84분 <어웨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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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도망갔다. 젊은 스웨덴 여비서와 짐을 싸 줄행랑을 친 것이 분명하다며 테리(조앤 앨런)는 딸들이 둘러앉은 식사 자리에서 분통을 터뜨린다. 남편의 갑작스런 사라짐은 테리를 사사건건 무료해하고 시비 거는 중년의 여자로 만들어버린다. 딸들과의 잦은 불화와 화해도 끊이지 않는다. 네딸 중 첫째(알리시아 위트)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동시에 결혼과 임신의 소식을 폭탄선언하듯 알리고, 둘째(케리 러셀)는 테리의 만류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무용수 되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는다. 셋째(에리카 크리스텐슨)는 가라는 대학은 가지 않고 초라한 방송사에 덜컥 AD로 취직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뻘의 프로듀서 셰프(마이크 바인더)와 연애 중이다. 그리고 나이보다 성숙한 막내(에반 레이첼 우드)는 옆집 아저씨 데니가 아버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공상한다. 히스테릭해진 어머니 그리고 각양각색의 네 자매가 사는 이 집은 화목한 ‘초원의 집’이거나 자매애로 넘치는 ‘작은 아씨들’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옆
중년 부인의 인생 반환점에 관하여 <미스언더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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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현우(이준)는 새로 온 미술선생 선아(서린)를 친근하게 느낀다. 이미 중학교에서 한차례 학생과 교생으로 만났던 둘은 옛 기억을 되살리며 점점 친해진다. 미술실에서 편안하게 담배도 피우고 밖에선 함께 피자도 사먹으며 사제 관계 이상으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여기 현우의 사촌형이자 선아의 남자친구인 인준(강신철)이 등장한다. 어릴 때 부모를 잃어 큰집에서 자란 현우는 사촌형 인준을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의 스캔들>은 사제 관계에 형제간 사랑다툼을 끼워넣으며 파국으로 이를 수밖에 없는 삼각관계를 그린다.
<나의 스캔들>은 신상옥 감독의 아들이자 <삼양동 정육점> <스무살> 등을 연출했던 신정균 감독의 신작이다. 신정균 감독은 전작에서 그러했듯 <나의 스캔들>에서도 꼬이는 인간관계 속에 비극으로 끝나는 사랑의 마지막 모습을 처연하게 그린다. <삼양동 정육점>에서 감방 생활을 마치고 나온 남자가 전 담당
비극으로 끝나는 사랑의 마지막 모습 <나의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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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사랑하는 소녀가 주위의 편견을 이겨내고 축구팀에 들어가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빈다. <그레이시 스토리>와 축구선수를 꿈꾸는 소녀를 소재로 삼은 비슷한 유의 스포츠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의 교집합은 거기까지다. 극의 초반 그레이시에겐 <슈팅 라이크 베컴>의 주인공 제스를 독려하던, 같은 목표를 향해 어깨를 나란히 할 여성 동료나 가슴 두근거리는 젊은 남자 코치 같은 조력자가 없다. 게다가 그레이시의 장애물은, 인도계라는 장벽에도 축구를 못 견디게 하고 싶어하던 제스의 것과는 사뭇 다른 차원에 속한다. 그녀가 원하는 건 단순히 축구선수가 되는 게 아니라 죽은 오빠가 뛰었던 남자 축구팀에 입단해 그가 실축한 프리킥을 대신할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므로. 그리하여 무릎을 다치기 전까지 잘나가는 축구선수였고 조니의 열정적인 축구 스승이기도 했던 아버지 브라이언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므로.
논쟁적인 이슈일 남녀간 성대결을 가족 내 문제로 치환
진정한 축구선수로 거듭나기까지 <그레이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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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 프롬 허>는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의 단편소설인 <곰이 산을 넘어오다>를 원작으로 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내 피오나(줄리 크리스티)와 그녀를 떠나지 못하는 남편 그랜트(고든 핀센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79년생 배우 출신의 감독, 사라 폴리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고 사색적이며 여유롭다. 자신의 남은 삶이 점차 망각으로 뒤덮이게 될 것을 느끼며 남편을 떠나려는 아내와 그런 아내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고자 하는 남편의 시간은 아내가 요양원에 들어간 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엇갈린다. 면회가 금지된 첫 한달 동안 피오나는 남편 대신 자신과 거의 같은 처지인 다른 남자, 오브리를 자신의 삶에 들여놓는다. 아내의 남겨진 시간에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깨달은 남편은 오브리의 아내를 찾아간다. 영화는 그랜트와 오브리의 아내가 대면하는 현재와 요양원에 들어간 아내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랜트의 장면들을 오가며 진
잊혀진다는 것 혹은 잊는다는 것 <어웨이 프롬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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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동락>엔 멀쩡한 가정이 없다. 23살 유진(조윤희)은 아버지의 ‘커밍아웃’으로 엄마 정임(김청)과 단둘이 살고, 유진의 동갑내기 애인 병석(김동욱) 역시 부모의 별거로 엄마와 살고 있다. 그나마 유진과 유진 모의 관계는 친밀하지만 병석과 병석 모 경미(길해연)의 관계는 견원지간 같다. 이렇듯 관계들이 뒤틀어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임과 경미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존재했던 한 남자 때문이다. <동거, 동락>을 한줄로 요약한다면 ‘오래전 엇갈린 사랑을 바로잡으려는 중년들의 러브스토리’라고 할 법하다. 정임과 경미, 경미의 남편 승록(정승호) 사이의 해결되지 않은 사랑문제가 그들의 자식인 유진과 병석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엄마에게 딜도를 선물하는 딸, 딸과 딸의 남자친구의 섹스 관계를 인정하는 엄마, 호스트바에 아르바이트를 나가곤 하는 병석, 아들이 일하는 호스트바의 단골 손님인 엄마. 이렇듯 자기 욕망에 솔직하고 자유분방하기도 한 인물들
상식적인 가족 형태를 넘어선 공동체를 꾸리기 <동거, 동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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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의 주인공들은 깡패 세계라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각자의 목적지가 다른 존재들이다. 이들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 또한 다르기에 궁극에는 서로 맞부닥칠 수밖에 없다. 우민(송승헌)과 철중(권상우), 도완(김인권)은 보스인 강섭 아래서 함께 지내온 사이다. 이 어둠의 세계를 빠져나가고 싶어하는 우민의 새로운 삶을 위해 이들은 사설 카지노의 금고를 강탈하지만, 철중의 배신으로 또 다른 조직의 보스 두만에게 발각된다. 이 사건으로 우민은 감옥에 들어가고 도완은 마약에 찌든 생활을 하게 되며, 강섭은 숨겨둔 돈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숙명>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우민이 감옥에서 나오면서 시작된다. 우민은 암흑 속 삶을 정말로 끝내려 하지만 자신의 돈을 가진 강섭을 찾을 수 없는데다, 철중을 폐기처분하려는 두만의 호출을 받는다. 완전히 폐인이 돼버린 도완 곁을 떠난 우민은 두만의 계략을 역이용해 한때 사랑했던 여인 은영(박한별)과 멀리 떠나려 하고
서로의 등을 향하게 된 네 남자의 싸움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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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8세를 둘러싼 쉼없는 스캔들의 핵심은 앤 볼린이다. 첫 번째 부인과의 이혼을 종용하여 영국의 국교까지 바꿔버린 장본인이자, 왕의 짧은 애정이 끝난 뒤 버림받는 것으로도 모자라 참수형에 처해졌던 비운의 요부다. 우리로 친다면 장희빈쯤에 해당할 텐데, 연극과 소설, 영화, TV시리즈로 부활한 횟수 면에서는 섬나라는 물론 세계 최고의 칭호도 아깝지 않다. 필리파 그레고리의 가상 역사소설을 원작 삼는 <천일의 스캔들>의 원제는 ‘또 다른 볼린가(家) 여인’. 앤 볼린 이전에 헨리 8세의 관심을 끌었다고 전해지는 메리 볼린을 일컫는다. 메리는 탐욕에 눈이 멀어 일을 그르치는 자업자득형 팜므파탈인 앤과 대조되는 순수의 화신이다. ‘좋은 전쟁’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로 ‘진실된 스캔들’은 불가능하지만, 수컷의 집착과 암컷의 계산으로 가득한 추문의 진창에도 더럽혀지지 않은 ‘고귀한’ 인물은 있었다는 가정하에 빚어진 캐릭터다. 숱한 판본의 헨리 8세 이야기 속에서 <천일의 스캔
또 다른 볼린가(家) 여인 <천일의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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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성있는 아이”로 자란 타마코(야마다 마이코)에겐 사방이 위험투성이다. 머리에 쓴 헬멧도 모자라 언제나 우산을 들고 주위를 살피며 걷는 그녀는 지금껏 500m 반경의 마을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특별히 하는 일도, 할 줄 아는 일도 없고 표정도 거의 없는 그녀가 유일하게 웃는 순간은 동네 빵집에서 사온 꿀빵을 먹을 때다. 그렇게 별다른 분란없이 잘 살아온 그녀에게 어느 날 위기가 닥친다. 동네 빵집 할아버지가 앓아누워 꿀빵을 먹을 수 없게 됐고, 자신을 첫사랑이라며 쫓아다니던 소꿉친구는 어느 날 엄마와 눈이 맞아 나이를 넘어선 닭살행각을 일삼고, 아무런 꿈도 없을 것 같던 동생은 ‘버스가이드’란 직업을 찾아 나선다. 게다가 유일하게 타마코의 4차원적 정신세계를 이해해주던 아버지 헤이키치(다케나카 나오토)까지 새 인생을 찾아 뉴욕행을 결심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를” 바랐던 타마코는 난데없는 변화에 힘입어 태어나 처음으로 ‘결심’이란 걸 해본다. 내가 먹을 꿀빵은 내가 직접
그림으로만 채워진 건전동화 <달려라! 타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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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은 정치 스캔들로 떠들썩한데, 맨해튼의 레스토랑에서 1시간째 여배우를 기다리는 정치부 기자가 있다. 피에르(스티브 부세미)가 편집장에게 이 상황을 불평하는 동안 섹스 파트너들로 더 유명한 카티야(시에나 밀러)가 도착한다. 미안한 기색도 없는 카티야와 인터뷰 준비도 하지 않은 피에르의 만남이 순탄할 리 없다. 자존심 상한 여배우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파파라치가 기다리는 거리로 나서는데, 우연히 피에르를 태운 택시가 추돌사고를 일으키자 카티야는 피에르를 응급실 대신 집으로 데려간다.
영화는 2막으로 구성된다. 서로를 과소평가했던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은 적수를 알아본 둘의 진실게임이다. 카티야는 따분한 질문에 “내가 정치 거물이라면 그런 질문을 했겠냐”고 받아칠 만큼 영리하고, 피에르는 여배우의 유혹을 조절하는 베테랑이다. 남녀 사이에 오가는 이상기류도 두뇌플레이의 일부. 알코올과 담배, 코카인에 버무려져도 신경전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영화는 다소 연극적이다. 말꼬리를 무는 대사
‘진실 혹은 대담’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