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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얼마나 다른 종족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화성과 금성을 끌어들였던 책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비단 남녀 사이뿐이겠는가. <스타트랙>의 SF작가 데이비드 제럴드가 아이를 입양했던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화성에서 온 아이>는 서로 다른 행성에서 태어난 두 인간이, 서로를 존중하며 소통하는 기적을 다룬 소설이다. 이를 스크린으로 옮긴 동명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입양계획을 함께 세우던 아내를 잃은 뒤 입양을 포기하려던 소설가 고든(존 쿠색)은, 자신이 화성에서 왔다고 믿으면서 낮에는 상자 안에서 나오지 않고, 중력차이 때문에 하늘로 날아갈지 몰라서 늘 무거운 벨트를 차고 다니는 아이 데니스(바비 콜맨)에게 끌린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첫눈에 서로에게 적응할 리 없지만, 끝내 이 둘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리라는 예상 또한 어긋날 리 없으니 염려는 말 일이다.
시작한 지 10분 만에 결말을 알 수 있는 ‘착한’ 이야기는 두 가지 지점에서 소박하게 빛난
‘착한’ 이야기 <화성아이, 지구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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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오르가슴은 남성의 그것보다 훨씬 깊고 오묘하다. 현대의학으로도 아직 다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 그래서인지 남성들은 이 성적 엑스터시에 대해 몽정기적인 상상력을 동원하곤 하는데, “홍콩 로맨틱 섹시코미디의 결정판”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일렉트로닉 걸>은 그런 상상력을 시발점으로 탄생한 영화다.
성적 흥분을 하면 몸에서 고압의 전류가 발생하는 젠(안천문). 그녀와 잠자리를 함께하는 남자들은 통구이가 되기 일쑤다. 미드 <히어로즈>의 영웅들과 필적할 만한 능력이지만 남자와 오랫동안 진한 사랑을 나누고 싶은 그녀에게는 달갑지 않은 신체적 장애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남자와 잠자리를 할 때 여섯 자리의 로또 번호가 보이기 시작한 것. 하지만 그녀가 절정에 채 도달하기도 전에 통구이가 되는 남자들 때문에 고작 3~4개의 숫자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오르가슴의 절정에 도달하기만 하면 님도 보고 뽕도 따게 되는 셈
홍콩발 섹시판타지 <일렉트로닉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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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는 이탈리아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 <매뉴얼 오브 러브>는 DJ 풀비오(클라우디오 비시오)가 전하는 4개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펼쳐놓는다. 첫 번째 에피소드 ‘에로스’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니콜라(리카르도 스카마르시오)가 매혹적인 물리치료사 루시아(모니카 벨루치)와의 관계를 은밀하게 욕망하는 이야기이고, 두 번째 에피소드 ‘임신’은 불임부부 마뉴엘라(바보라 보불로바)와 프랑코(파비오 볼로)가 스페인으로 날아가 임신에 성공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그린다. 엄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게이 커플의 분투가 뒤를 잇고,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남자가 젊은 미혼모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마지막 에피소드를 구성한다. 시나리오작가 출신의 지오바니 베로네시 감독은 2005년 각본과 연출을 겸임한 <매뉴얼 오브 러브>가 이탈리아의 오스카 격인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여
사랑을 둘러싼 네 가지 사연 <매뉴얼 오브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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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할리우드의 새로운 돈줄로 자리잡게 된 장르는 판타지물이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확실하게 검증한 이 시장에 <나니아 연대기> <황금나침반> 등 일부 후발주자가 거대 예산의 시리즈물 모양을 비슷하게 잡고 뛰어들었다면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시리즈 욕심이 없고 이야기도 아기자기한, 소박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진 어린이판타지물이다.
자레드와 사이먼(프레디 하이모어 1인2역), 말로리(사라 볼거) 등 그레이스가의 삼 남매는 이모할머니가 살았던 오래된 시골 저택으로 이사한다. 책 읽기 좋아하는 얌전한 사이먼과 달리 자레드는 사고뭉치. 호기심도 많은 그는 낡은 집에서 <스파이더위크의 요정도감>이라는 책을 발견한다. 이 책은 그의 증조할아버지뻘인 아더 스파이더위크(데이비드 스트레이덤)가 생전에 집필한 것. 저택 주변 숲에 살고 있는 모든 요정들에 대해 (그들을 각각 죽일 수 있는 법까지) 세세히 기록
적절한 전체 관람가 판타지물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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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가는 사랑을 노래한다. 비틀스가 사랑 노래를 많이 했던 것도 당연히 사실이다. 다만 비틀스의 러브송들이 이른바 ‘통속적인 사랑 노래’였겠느냐에 대해선 물음표를 두자. 어쨌든 영국의 아름다운 포크송 뮤지션 피오나 애플이 나지막한 읊조림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비틀스의 대표 러브송 (중 하나) <Across The Universe>의 제목을 그대로 따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비틀스의 노래만으로 독특한 뮤지컬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줄리 태이머(<타이투스> <프리다>)의 정말 독특한 뮤지컬영화이며, 사랑 이야기다.
영화의 줄거리는 비틀스 노래 33곡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비틀스가 활동했던 1960년대. 반전의 기운 속에 로큰롤과 히피가 전 지구의 젊은이들을 매혹시켰던 격동기에 두 남녀 루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에반 레이첼 우드)와 주드(<Hey, Jude>, 짐
독특한 뮤지컬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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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차수연)은 아름다운 몸을 지녔다. 연예인이 아니냐며 괜히 말을 걸어오는 일도 다반사다. 아니라고 말해줘도 너무 아름다우니 사진을 찍고 싶다고 그들은 다시 청한다. 미용실 원장은 원하기만 하면 정말 연예인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며 호언장담하고 절친한 친구의 애인은 친구 몰래 은영에게 꼴사나운 구애를 한다. 그녀의 집 앞에는 연애를 호소하는 꽃다발이 떨어질 날이 없다. 성민이라는 스토커도 거기에 꽃을 놓는데, 결국 그가 일을 벌인다. 은영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를 강간한다. 그리고는 경찰에 자수한다. 사건을 접한 형사와 순경 은철(이천희)이 은영을 찾아온다. 은철은 상처받은 은영이 가여워 처음에는 보호하려 하지만 점점 성민처럼 그도 은영을 도착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때쯤 은영은 사건의 후유증으로 자기의 타고난 아름다움을 저주하게 되고 폭식증과 거식증을 오가며 고의적으로 몸을 망치려고 한다. 아름다운 몸 때문에 비운에 빠진 여자와 그 아름다움에 홀려 범죄와 죽음에 이르는 무모한 남자들
김기덕의 후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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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이(최성국)와 민국씨(공형진)는 정신적인 성장이 멈춘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만나 대한과 민국이란 이름을 나누고 평생의 우정을 다짐한 그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함께 세차일을 하며 살아간다.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자족하는 이들에게는 입신양명의 꿈 따위는 애초부터 없다. 대한이는 같이 고아원에서 자란 지은이(최정원)와 결혼하는 게 꿈이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인생의 목표로 받아들이는 민국씨는 택시기사, 비행기 조종사에 이어 권투선수가 되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일생일대의 꿈이 생긴다. 지은이가 군인 손님의 기를 세워주려 “군인이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한 말을 대한이가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것. 학력 미달로 군입대를 면제받았던 이들은 생애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대한이, 민국씨>의 원제는 <인생은 아름다워>였다. 그처럼 대한이와 민국씨에게는 세상의 온갖 말들이 선의로 들린다. 모자라서 순수한, 그래서 욕할 수 없는 이들이 세상과 부딪혀가
모자라지만 착한 어른들이 사는 법 <대한이, 민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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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실화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잠수종과 나비>를 보고 눈물 흘릴 준비가 된 관객도 있을 게다. 프랑스 패션지 <엘르>의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은 1995년 12월8일 금요일 오후였다. 20일 뒤 장 도미니크는 눈을 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왼쪽 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신체에서 움직이는 부위는 오직 왼쪽 눈꺼풀뿐이었다. 장 도미니크의 몸은 이미 무거운 잠수종에 갇힌 신세였다. 의식은 멀쩡하나 전신은 마비상태인 ‘록트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이 찾아온 것이다. 파리 상류사회의 빛나는 나비였던 장 도미니크는 절망으로 몸부림치고 싶었지만 몸부림이라는 행위 역시 타인의 사치일 따름이었다. 그는 (거의) 죽었다.
하지만 장 도미니크는 절망 앞에서 쓰러져내릴 만큼 나약한 인간은 아니었다. 아니, 넘겨짚어보건대 그는 나약한 척 울부짖기에는 에고가 지나치게 강한 남자였다. 하긴 프랑스판 <엘르>의 편
잠수종에 갇힌 남자 <잠수종과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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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어둠만이 아니라 고요한 햇빛도 무서울 때가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이 이따금 그림자를 만들었다가 지울 때면 뒤에서 누군가 어른거리는 듯하여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곤 했다. 빛과 정적과 짧은 흔들림이 만들어내던, 매우 고요한 공포. 스페인·멕시코 합작 공포영화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은 성장과 더불어 잊혀진 듯했으나 문득문득 자신의 존재를 환기시키곤 하는 그 두려움을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다. <헬보이>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의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제작자로 나선 이 영화로 주목받은 신예 후안 안토니오 바요다는 “이 영화에서 두려운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초자연적인 현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오퍼나지…>는 그처럼 현실과 환상의 흐릿한 경계에서 긴장을 찾아낸다.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입양된 로라(벨렌 루에다)는 의사인 남편 카를로스(페르난도 카요)와 어린
스페인산 호러판타지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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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메리’는 요코하마의 명물이자 유명 인사인 한 노파의 별명이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에 진한 눈 화장과 새빨간 립스틱을 칠하고 하이힐을 신은 노파의 그로테스크한 외모는 어디서나 눈에 띄었다. 메리는 과거 미군을 상대로 한 창부였는데 젊은 시절부터 독특한 화장법과 특이한 의상으로 유명했다. 그 시절 메리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거리의 창부로 일하면서 왕족 같은 모자에다 레이스 장갑을 끼고 장교들만 상대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1995년 당시 74살이었던 메리가 사라진 이유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사람들은 메리의 과거와 현재를 제멋대로 추측했고 갖가지 소문이 요코하마를 떠돌았으나 정확히 그녀가 누구이고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감독은 메리가 창부생활을 했던 도시들과 요코하마에서 이용했던 미용실, 세탁소 등 그녀와 관련된 모든 장소들을 탐방하고 그녀를 아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특히, 메리를 후원했던 게이 샹송 가수 나가토 간지로는 메리에 관한 가장 많은 추억과 정보
메리가 사라진 이유 추적 <요코하마 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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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소리만 듣고 눈빛만 봐도 모든 것이 통하는 출판기획자 다진(김하늘)과 홈쇼핑 PD 재영(윤계상)은 어느덧 6년째 연애 중인 커플이다. 테라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옆집에 살며 거의 동거하듯 지내는 그들은, 이제는 연애의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익숙한 부부나 마찬가지다. 그러던 어느 날, 재영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지은(차현정)과 깊은 사이로 발전하고, 다진 역시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던 북디자이너 진성(신성록)과 가까워진다. 그렇게 서른을 앞두고 점차 소원해지면서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던 두 사람은 종종 큰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럴수록 두 사람은 각각 지은과 진성에게 끌리게 된다.
두 사람은 6년째 연애를 했고, 막연히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커플이다. 영화는 자연스레 김하늘의 이전 출연작들인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청춘만화> 등 일련의 청춘 로맨틱코미디를 연상시키지만, 예상과 달리 ‘서른 즈
‘서른 즈음의 여자’라는 현실적 고민 <6년째 연애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