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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반 형사 경윤(김강우)의 일상은 여러모로 고단하다. 애인인 수진(이수경)은 난데없이 이별을 고하고, 어린 시절 동네친구인 윤서의 누나 혜서(김성령)는 실종된 동생을 찾아달라고 애원한다. 게다가 처참히 살해된 한 남자의 시체로 시작된 연쇄살인사건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경윤은 동료 형사인 은주(김민선)와 함께 수사를 시작하던 중 피해자의 부인인 정미숙(오지영)을 탐문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런 증거도, 살인동기도 없다. 한편 피해자의 동료이자 정미숙과 내연관계에 있던 남자까지 같은 방식으로 살해된다. 두 피해자의 과거에서 발견된 공통점은 동성애자이자, 10년 전 한 부대 한 내무반에서 군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들에게 강간당한 한 후임병이 자살을 기도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은 경윤은 수진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혜서의 부탁을 거절하며 안정을 찾아가지만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CSI>
동성애에 대한 지독한 혐오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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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보르히아. 마키아벨리는 그를 가장 이상적인 전제군주로 꼽았고, 혹자는 그 가문을 이탈리아 마피아의 전신이라고 한다. <보르히아>는 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황 알레한드로 6세 일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극으로, 이탈리아를 장악하려는 가문의 야심을 살인, 근친, 불륜 등 스캔들을 통해 보여준다. 15세기 말, 알레한드로 6세로 선출된 로드리고 보르히아(루이스 오마르)는 정부에게서 태어난 4명의 사생아를 바티칸으로 불러 가문의 권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영화는 장남 체사레(세르지오 페리스 멘체타)의 캐릭터에 무게를 싣는데, 승리를 열망하는 군인과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는 아들, 여동생을 향해 금지된 감정을 품은 오빠 등 다양한 모습을 조명해 유럽사 속 매력적인 인물을 스크린에 되살렸다. 동생 후안을 살해했다는 의혹 속에서 추기경의 옷을 벗고 속세로 돌아간 체사레는 ‘황제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Aut Caesar, Aut Nihil)는 문장이 새겨진 칼을 들고 공적을
로마를 가지려는 시저의 후예들 <보르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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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누군가에게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만, 돌이켜보면 뭐 그럴 게 있었나 싶다. 길어야 2년 남짓, 서너달에 한번씩은 만날 수 있고, 이 땅의 모든 젊음이 거치는 통과의례인데, 세상없는 이별처럼 서러워하고, 다시는 못 볼 듯 애달아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막상 ‘닥치면’ 예외가 없다는 게 문제다. “세상에서 가장 꼬이기 쉬운 사람이 군대간 남자. 다음은 애인 군대 보낸 여자”라는 영화 속 대사는 식상하지만 무시못할 진리다. 군대를 사이에 두고 이별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이 땅의 피끓는 청춘이 한번쯤 겪었을 법한 남녀상열지사에 새삼스레 관심을 기울인 영화 <기다리다 미쳐>의 미덕은, 그처럼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명명백백함을 차근차근 따져보는 성실함에 있다. 이를 위해 택한 방식은 정밀묘사가 아닌 점묘법이다. 유행을 반영하듯 연상연하 커플(손태영, 장근석)을 등장시켜 이들의 현실적인 오해를 살펴보고 홍대 앞 인디밴드의 군생활을 짝사랑 커플(장희진, 데니안)을 통해
통통 튀는 로맨틱코미디 <기다리다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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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스 포에버>는 1977년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홀로 칩거하던 그녀에게 일어났을 가상의 사건을 구성한 작품이다. ‘세기의 소프라노’로 불리던 마리아 칼라스(파니 아르당)는 옛 연인 선박왕 오나시스가 세상을 떠나자 공식적인 활동을 모두 접고 파리의 한 아파트에 은둔한 채 살아간다. 칼라스의 친구이자 공연기획자인 래리(제레미 아이언스)는 그녀를 찾아가 자신이 제작하는 오페라영화에 출연해줄 것을 제안한다. 지금 그녀의 모습을 촬영해 전성기 시절의 목소리를 입히자는 것. 일본에서의 참담했던 마지막 공연 실황에 젊은 시절 목소리를 입힌 편집본을 보고 전율에 사로잡힌 칼라스는 래리의 제안을 수락하고, <카르멘>을 영화화하고자 결심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으로 더욱 잘 알려진 프랑코 제피렐리는 실제로 마리아 칼라스가 출연한 오페라 <노르마> <라트라비아타> <토스카>의 무대를 연출했으며,
친구 마리아 칼라스에게 바치는 헌사 <칼라스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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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핑거>는 잊고 싶은 악몽과 마주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다. 도시의 독신남 준(이케우치 히로유키)은 어릴 적 기억이 모조리 상실된 남자다. 그에게는 첫사랑의 기억은 물론이고, 첫 섹스, 첫 여행에 관한 기억까지 없다. 정신과 의사에게 어린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며 상담을 받지만 남는 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몸이 죽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뿐이다. 어느 날 시골집을 찾은 준은 그곳에서 동생인 쿠미(후쿠다 아키코)를 만난다. 지능이 다소 모자란 쿠미는 어색하게 오빠를 맞이하고, 도시로 돌아온 준은 그때서야 과거의 기억들을 조금씩 끄집어낸다. 첫 여행, 첫사랑, 심지어 첫 섹스까지 동생인 쿠미와 함께했던 것. 준은 되살아난 과거를 부정하려 하지만, 결국 자기도 모르게 다시 쿠미를 찾아간다.
<리틀핑거>는 <글로잉 그로잉>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연출한 호리에 게이 감독의 2005년작이다. 현대인의 외로움과 소통 불가능
악몽과 마주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 <리틀 핑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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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로 ‘빛을 비추다’, ‘계몽하다’는 뜻의 ‘일루미나타’는 극중 펼쳐지는 연극의 제목이자 그 연극 속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맥>으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감독 겸 배우인 존 터투로의 두 번째 연출작인 이 영화는 극작가 투치오의 새 연극 <일루미나타>의 첫 공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 동부의 어느 극장. 투치오(존 터투로)는 극작가로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현명하고 아름다우며 명망있는 배우 레이첼(캐서린 보로위츠)의 사랑을 분에 넘치게 받고 있다. 연극 <루스티카나>가 공연되던 중 주인공을 맡은 배우 피에르(매튜 서스맨)가 졸도해 공연이 갑자기 중단되자 투치오는 무대에 올라 다음 프로그램은 <일루미나타>가 될 것이라고 선포한다. 문제는 극장주가 큰 수익을 거둬들이지 못할 <일루미나타> 대신 입센의 <인형의 집>을 공연하고 싶어한다는 것. 좌절한 투치오가 교태 넘치는 왕년의
결국 승리하고 마는 사랑의 힘 <일루미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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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로 봐도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다. 남편 벤자민(데이비드 듀코브니)과 아내 한나(릴리 테일러)는 사이가 더없이 좋고, 고등학생인 딸 사만다(올리비아 설비)는 그 시절의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이유없는 약간의 반항심을 드러내며 살고 있다. 갑자기 차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랬다. 한나와 사만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사만다의 영혼은 세상을 뜨고 딸의 몸속으로 한나의 영혼이 들어간다. 사고의 충격에 빠져 있던 벤자민은 불가사의한 빙의 현상에 당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 살아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딸의 육체 안에 들어가 있는 아내, 그 아내와 같이 사는 남편에게는 이런저런 갈등과 헤프닝이 벌어진다.
<더 시크릿>은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일본영화 <비밀>의 리메이크작이다. 뤽 베송이 제작을 맡았고 <크로우2> <여왕 마고> 등에 출연했던 배우이자 감독을 겸하고 있는 뱅상 페레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이 영화에서 일단 반가운 건, 우리에
초자연 멜로드라마 <더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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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있다. 온 가족을 고급아파트에서 부양하면서 주일마다 미사를 드리고 명절마다 할렘의 빈민층에 기부하는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 그리고 마약쟁이 친구에 여색이 심하며 아이를 만날 기회마저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이혼남 리치 로버츠(러셀 크로). 전자는 1970년대 뉴욕의 마약계를 호령했고, 후자는 뉴욕 경찰 대부분이 연루됐던 마약사업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데 투신했다. 이윤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가족조차 믿지 않는 프랭크와 외모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청렴한 리치의 공통점은 단 하나, 직업의식이다. 흔한 편견을, 역시나 명백한 대조법으로 돌파하는 두 캐릭터의 매력적인 대비가 <아메리칸 갱스터>의 메인 재료라면, 베트남전과 흑인민권운동과 미국식 자본주의 등 들끓던 시대의 어둑한 초상은 최고급 향신료. 전통의 우아함을 강조하는 까다로운 미식가와 스타일과 화려함에 열광하는 신세대를 함께 만족시킬 메뉴다.
사실 이 방면의 대가는 차고 넘친다. 두편의 <
믿음직스런 장르물 <아메리칸 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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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대통령의 암살범인 존 윌크스 부스의 일기장에서 사라졌던 한 페이지가 갑자기 발견된다. 이를 드러낸 젭 윌킨슨(에드 해리스)은 벤 게이츠(니콜라스 케이지)의 조상이 암살공범자였다고 주장한다. 벤과 그의 부친 패트릭(존 보이트)은 가문의 명예 회복을 위해 진실을 밝히고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벤은 보물지도를 발견하고, 동료 아비게일(다이앤 크루거)과 라일리(저스틴 바사)와 함께 세계를 누비게 된다. 젭과 그의 부하들이 이들 셋을 뒤쫓는다.
<내셔널 트레져>(2004)가 미국의 1달러짜리 지폐에 숨겨진 비밀을 풀었다면 속편은 미국 대통령 대대로 전해 내려온다는 ‘비밀의 책’의 존재를 드러낸다. 속편의 의무로서 영화는 해외 로케이션 규모를 키우고, 어드벤처 강도를 높였다. 파리의 자유의 여신상 꼭대기를 카메라로 훑는다든지, 영국 여왕 책상 서랍을 뒤지는 설정 등은 영화 소재에 걸맞은 흥미를 북돋는다. 그러나 드라마의 고저나 수수께끼의 난이도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게임
단순한 게임 스테이지 나열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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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의 바늘이 세계의 질서를,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천방지축 소녀 라라(다코타 블루 리처드)의 북극 모험기를 그린 영화 <황금나침반>은 성장영화다. 지붕에 올라가 놀거나 집시들을 놀라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소녀가 진실을 알려주는 황금나침반과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암시하는 더스트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 주요 스토리다. 사람의 영혼을 가시적으로 형상화한 데몬, 갑옷을 입은 백색의 곰, 하늘을 나는 헥스족 등은 라라의 모험을 위한 판타지적 요소. 하지만 영화는 다소 실망적인 모험을 보여준다. 크리스 웨이츠 감독은 500여 페이지의 소설 속 사건을 나열하기 바쁘고, 작품의 배경, 종족의 생활방식, 캐릭터의 감정 등은 모두 수박 겉핥기 식으로 흘러간다. 시각적인 판타지도 기대 이하다. 모던한 부티크를 연상시키는 콜터 부인의 방이나 유선형의 체펠린 비행기는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으로 각각의 요소는 어울리지 못한다. 특히 사람 옆을 항상 따라다니는 동물 형상의 데몬은
다소 실망적인 모험 <황금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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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취객은 끝끝내 자기 집을 찾지 못한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구겨진 즉석복권이 남겨져 있다. 어떤 눈빛이 텅 빈 사내는 무작정 정신병원으로 가자는데, 이런 사람들이 사나흘에 한명씩은 꼭 있다. 젊은 여자들은 창밖의 다른 여자들을 보며 성형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고, 중년의 남녀는 앞뒤로 앉아 죽일 듯이 욕하고 때리고 맞다가 도망간다. 많은 일화들 중 이건 극히 일부일 뿐이다. 승객의 자격으로 탄 그 모든 이들의 거친 체취와 천태만상의 사연이 함께 진동하는 곳이 <택시 블루스>의 택시 안이다. 그 차를 감독 최하동하가 운전하고 있다.
<택시 블루스>는 다큐멘터리 창작집단 빨간 눈사람의 일원으로 <민들레> <애국자 게임> 등 풍자적이고 직설적인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온 최하동하 감독이 자신의 생업전선에 카메라를 입회시켜 만든 수고스러운 영화다. 본인이 실제로 택시기사로 일할 때 촬영해두었던 부분과 이후 그때의 경험을 근거로 극화한 부분을 엮
서울에 바치는 소야곡 <택시 블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