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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존재 조건은 무엇일까.’ 11회 전회 시청률이 30%를 넘으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히어로>의 주인공 쿠류가 6년 만에 돌아와 묻는다. 일본의 국민적인 스타 기무라 다쿠야는 물론 마쓰 다카코, 아베 히로시, 오오쓰카 네네 등 드라마 출연진이 대부분 그대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지방으로 쫓겨났던 검사 쿠류 코헤이(기무라 다쿠야)가 6년 만에 도쿄 죠사이 지부로 돌아와 벌어지는 이야기. 쿠류가 맡은 사건이 일본 정치계의 거물인 하나오카 렌자부로의 비리사건과 연루되면서 쿠류가 겪는 고민들을 담는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죠사이 지부의 훈훈한 분위기와 인간적인 냄새가 짙은 캐릭터가 영화를 끌고 간다.
도쿄로 돌아온 쿠류 코헤이는 동료 검사인 시바야마(아베 히로시)가 진행하던 사건을 넘겨받는다. 이미 용의자가 범죄 사실을 시인한 사건이라 모든 게 쉽게 진행되리라 생각하지만 갑자기 용의자는 법정에서 자백을 번복한다. 쿠류는 용의자의 진술 사이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나서고 그
6년 만에 돌아온 드라마의 영웅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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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요리영화라 반갑다. 이미 만화 <미스터 초밥왕>과 <맛의 달인> 등으로 거대한 세계를 완성한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금옥만당>(1995), <식신>(1996) 등의 홍콩도 요리영화에 관한 한 나름의 레시피를 갖췄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허영만 원작의 <식객>이 거의 유일무이한 콘텐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식객>이 한식에 집중하면서 다소 민족주의적 내러티브를 끌어들이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원작도 영화도 일본적 전통에 빚지고 있다 할 수 있지만, 바로 그 ‘한식’의 세계라는 점에서 독창성을 지닌다.
트럭 하나에 몸을 싣고 야채, 생선 장사를 하는 성찬(김강우)은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시대 최고의 요리사인 대령숙수의 칼이 한 일본인에게서 발견되고, 그가 조상의 잘못을 사죄하겠다며 대신 그 칼의 적통을 찾는 요리대회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5년 전 운암정의 대
반가운 요리영화의 등장 <식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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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부터 9·11 이후 2000년대에까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중동을 아우르는 역학관계의 역사를 단번에 설명해내는 <킹덤>의 타이틀 시퀀스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영화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꼬리를 문 복잡한 기원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그 구구절절하고 진실을 파악할 수 없는 역사적 배경은 이처럼 간결하고 친절하면서도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은 형태로 정리가 가능하다. 그러니 현실정치와 역사에 대한 관심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아찔한 속도전 혹은 흥미진진한 액션을 즐겨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평범한 미국인을 노린, 이슬람 보수파의 극악무도한 테러가 발생한다. 완벽한 가장이자 성실한 전문가인 FBI 요원 플러리(제이미 폭스)는 재닛(제니퍼 가너), 사익스(크리스 쿠퍼) 등 동료들과 함께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체면과 각종 정치적 사안을 고려한 미국 정부의 망설임, 열악한 수사
의도치 않았던 교훈극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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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과 교토 연못의 보트. 연인이 함께하면 헤어지게 된다는 상징의 대상을 두고 민(이준기)이 말한다. “돌담길 마이너스, 보트 마이너스, 두개 합치면 플러스.” 서로가 가진 아픔을 통해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첫눈>은 간단한 수식으로 완성되는 영화다. 한국+일본. 한국의 다인필름과 일본의 가도카와픽처스가 함께 제작한 이 영화는 이야기 전체를 이 수식으로 끌고 간다. 한국의 남학생이 교토의 고등학교로 전학가고, 일본의 여학생(미야자키 아오이)이 한국어를 배우며, 국그릇이 왜 이렇게 작냐고 불평했던 남자가 미소시루에 빠진다. 서로 다른 나라의 남녀가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느낀다는 전형적인 이야기다. 지루하지만 무리는 없다. 하지만 <첫눈>은 영화 속 인물들을 잘못된 전형성 속에 가두고 시작한다. 적당히 마초적이고, 상냥한 남자 민은 일본 여성이 한국 남자에 대해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착각 속 캐릭터고, 보수적이고 상냥한 여자 나
‘한·일합작’에 매달린 로맨스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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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용한 소도시, 18살의 금발 소녀 토브(에반 레이첼 우드)는 엄마를 잃고 아버지 웨이드(데이비드 모스)와 남동생 로니(로리 컬킨)와 살고 있다. 보안관인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엄격하고 간섭이 심하다. 토브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챙기면서 집안에 얽매여 사는 게 갑갑하다. 방학 때 친구들과 해변에 놀러가게 된 토브는 주유소 직원 할랜(에드워드 노튼)에게 호감을 갖는다. 시대에 뒤떨어진 카우보이 복장을 한 할랜은 말투가 어눌하고 웃는 얼굴이 바보 같다. 토브는 그 점에 빠진다. 토브는 그가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영화도 그것이 진실인 양 말한다. 특히 할랜을 탐탁지 않아하는 토브의 아버지와 할랜 두 사람이 대립각을 보일 때 영화의 논리는 더욱 명백해 보인다. 잘못된 권위와 폭력은 아버지에게 있고, 할랜은 그 세계로부터 토브 남매의 순수함을 지켜줄 구원자 위치에 선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겸한 데이비드 제이콥슨은 그렇게 단순한 내러티브로 한 남자에게 깃든
스토리텔링 방식을 착오한 영화 <다운 인 더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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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스탁의 시작은 담대했다. 지방정부의 부패에 절망하던 청렴한 재정관 스탁이 루이지애나 주지사로 출마한 이유는, 오로지 부패한 권력층에 맞서서 가진 것 하나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그에게는 타고난 카리스마가 있었다. 거침없는 언변으로 모여든 시민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굴복시킬 줄 아는 그에게 사람들은 아낌없이 표를 던졌고, 가진 것 하나없던 시민의 일꾼은 마침내 루이지애나의 주지사로 임명된다. 하지만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득권층의 세금을 올려서 시민들을 위한 도로와 병원을 지으려던 스탁은 돈과 권력을 가진 상류층의 반대에 부딪히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음험한 술수를 쓰기 시작한다.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 법도 하다. 미국 문학의 고전인 로버트 펜 워런의 원작은 이미 1949년에 영화로 만들어져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고, 원작의 배경인 대공황 시대에 근접해서 만들어진 46년작의 아우라는 지금도 오롯하다. 다만 <쉰
밋밋한 리메이크 <올 더 킹즈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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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삭막한 LA의 변두리에서 한 무명 여배우의 시체가 발견된다. 몸이 절반으로 나뉘어지고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채 발견된 그녀의 몸에는 피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았다. 경찰청을 대표하는 스타 복싱선수인 벅키(조시 하트넷)와 리(아론 에크하트)는 악마가 저지른 듯한 ‘블랙 달리아’ 사건에 긴급히 투입되고, 전도유망한 두 젊은이는 부패한 경찰권력이 지나친 수많은 실마리들을 되짚으며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사건에 집착하던 리가 살해당하고, 리의 수사 파일을 몰래 조사하던 벅키는 여배우의 죽음과 리의 죽음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드 팔마는 아슬아슬하다. 무시무시한 걸작을 만들어냈다 싶으면 이듬해에는 대학생 졸업영화처럼 야심찬 범작을 만든다. 이건 거의 자연 법칙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탓에 팬들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드 팔마가 그의 최고 걸작 중 하나인 <팜므파탈>로부터 6년 만에 만든 이 ‘제임스 엘로이 원작 영화’
잘못된 만남 <블랙 달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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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DC미니’라고 하는 비상한 기계가 완성된다. 필립 K. 딕의 단편에 등장할 법한 이 기계를 이용하면 타인의 꿈으로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 모든 과학의 허영이 그렇듯이, DC미니 역시 사람들의 심리 치료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사용 허가가 내려지기도 전에 기계는 도난당한다. ‘파프리카’라는 18살의 자아로 변신한 뒤 사람들의 꿈속으로 들어가 정신치료를 돕던 정신의료종합연구소의 아츠코 박사는 천재 도키타와 함께 기계를 찾아나서고, 개발에 참여한 동료 히무로와 사람의 꿈을 장악하려는 연구소 이사장이 도난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고나가와 형사와 함께 히무로의 꿈속으로 들어간 아츠코와 도키타는 DC미니의 폭주로 인해 악몽 같은 모험에 빠져들고 만다.
이것은 황홀경. 꿈속으로 뛰어든 주인공들의 모험은 넋놓고 따를 수밖에 없는 시청각적 롤러코스터다. 애니메이션은 원래 물리적 경계가 없는 매체지만 <파프리카>는
일본 아니메 미학의 정점 <파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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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둘이라고 놀리잖아요.” 아들 짜야는 엄마의 두 번째 결혼식장에서 싸움을 벌이는 이유를 그렇게 말한다. 투야(위난)는 두 번째 결혼 중인데, 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팔려가고 있는 것이며 식장은 난리법석이다. 결국 투야는 홀로 숨어들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영화는 지금껏 눈물을 흘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온 투야의 행적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한다. 우물을 파다가 허리 불구가 된 남편 바터(바터)를 대신해 살림을 책임지는 것은 투야였지만 그녀조차 조금만 더 고된 노동을 했다가는 남편처럼 될 처지다. 투야에게는 친구가 한명 있는데, 바람기 많은 아내 때문에 늘 골치를 썩이는 인근의 젊은 유부남 썬거(썬거)다. 그들 사이에 우정으로 위장된 사랑의 감정이 오가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투야는 집안의 생계를 위해 남편과 자식을 함께 데리고 살아줄 누군가와 결혼하겠다는 마음을 고쳐먹지 않는다. 마침내 원유를 발견해 떼부자가 된 투야의 어릴 적 동창이 조건을 받아들여 투야와 그 식솔
기이하고도 슬픈 이야기 <투야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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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은 마치 이명세 감독이 그려내려는 dreaM과 Magic의 철자 M의 교집합이 만들어낸 것 같은 제목이다. 누구나 자신이 꾸었던 꿈을 정확하게 기억해내기란 힘든 법이고, 그 꿈이란 초현실적인 마술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 둘은 마치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M이라는 철자가 보여주는 정확한 좌우대칭의 형태도 이와 묘하게 들어맞는다. 이명세 감독 스스로도 “영화를 보면서 커다란 혼돈에 빠지는 경험을 할 것”이라며 “그 혼돈에서 깨어났을 때 정말 좋은 꿈을 꿨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M>은 이명세 감독이 카메라로 써나간 ‘꿈의 해석’쯤 된다 할 것이다. 그것은 또한 최근 한국영화의 전반적인 흐름과 비평 담론 속에서 박광수, 이창동 감독으로 대표되는 사실주의 경향의 대세를 향한 당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의 고집스러운 반격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그리 비중이 크지 않은 적이 있었던(?) 김보연 정도를
꿈결 같은 스타일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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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지 않은 건 모두 환각이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엄마와 함께 지냈던 마사야(오다기리 조)는 언제나 지속되고 있는 것만이 진짜라고 말한다. 도쿄 중심에 우두커니 서 있는 도쿄타워나, 자신이 무엇을 해도 항상 뒷바라지를 해주는 엄마(기키 기린)나, 액자에 담긴 자신의 졸업장 등. 릴리 프랭키의 소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영화로 옮긴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통해 한 남자가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마사야의 삶에서 변하는 건 항상 상처를 남기고, 변하지 않는 건 상처를 치유한다. 다른 여자의 품에서, 항상 어딘가를 떠돌아다니는 아빠(고바야시 가오루)는 마사야를 도쿄로 올려 보내지만, 도쿄에 도착한 마사야는 철없는 생활 속에 탕진된다. 엄마가 보내준 학비와 생활비는 술과 도박, 여자에 쓴다. 영화는 마사야가 엄마의 암 소식 이후 정신을 차리고 일을 하며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소중
한 남자의 눈물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