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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순도 100%의 액션영화 한편을 보았다. 여기에는 불순물이 전혀 없다. 오로지 스타일만으로 만든 <익사일>은 넋이 나갈 정도로 매혹적이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터무니없기도 하다. 그게 무엇이든, 극단에 도달하는 순간의 어떤 경지 같은 것이 이 영화에 있다.
<익사일>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명확한 작품이다. 스타는 있고 캐릭터는 없다. 스타일은 있고 플롯은 없다. 카메라는 있고 시나리오는 없다. 동사는 있고 접속사는 없다.
그러면, 이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대체 어떤 내용이냐고? 조직을 배신했다는 죄목을 뒤집어쓰고 피신해 있는 아화의 집으로 옛 친구 넷이 찾아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먼저 방문한 두명은 그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서 온 것이고, 나중에 온 두명은 조직의 명령을 받아 그를 처단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한참 뒤에 아화가 집으로 돌아오자 다섯 사람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지만, 아화의 하소연을 듣고 예전의 우의를 되찾는다. 이
순도 100%의 액션영화 <익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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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한 스릴러와 호러영화는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본다 해도 재미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스포일러조차 큰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영화 스스로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센트>는 네발로 기며 어둠을 더듬는 영화다. 암중모색의 쾌감을 제대로 연출한 이 영화의 어둠은 진짜다. 그 속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모를수록 <디센트>는 짜릿하다. <디센트>의 한글 제목을 붙인 사람은, 원제의 의미 ‘하강’과 ‘전락’ 중 하나만 고르기 난처했을 것이다. 영화 속 여섯 여자들은 지하 동굴을 탐험하는 느린 하향운동을 하고 거기서 고립된 채 맞이한 재앙을 통해 동물적인 상태로 굴러 떨어진다. 인물을 동굴에 들여보내기까지 닐 마셜 감독은 적당한 시간을 들여 심리적 복선을 깔고 많은 캐릭터를 최소한 스케치한다. 여자친구들과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겨온 세라(쇼나 맥도널드)는 래프팅 여행 중 끔찍한 사고를 당한다. 1년 뒤. 세라의 기운도 북돋울 겸 그룹의 리더 주노(내털
암중모색의 쾌감 <디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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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엄(마르티나 게덱)과 앙드레는 아들 닐스와 그의 여자친구 리비아(스베아 로드)를 데리고 여름휴가를 떠난다. 미리엄은 열두살이라는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성숙한 리비아가 처음부터 마음에 걸린다. 아들과 보트를 타러 나갔던 리비아는 빌이라는 남자와 함께 돌아와 그를 가족에게 소개한다. 이때부터 어린 연인들과 미리엄 그리고 빌과의 미묘한 긴장관계가 시작된다. 아들의 친구이자 아직은 미성년자인 리비아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시작된 미리엄의 간섭은 점차 그녀가 빌에게 이성적으로 끌리게 되면서 이상한 라이벌전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평범하고 안전해 보였던 한 가족의 여름휴가는 욕망이 교차하는 심리전으로 탈바꿈한다. 처음에 보호자적인 태도를 취했던 미리엄이 점차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관계의 권력구조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일체의 인위적인 사운드를 배제함으로써 이 영화는 욕망의 줄다리기를 일체의 심리적 과장 없이 담담하게 드러낸다
욕망의 줄다리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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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의 악극으로도 잘 알려진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켈트인의 전설에서 비롯되어 비극적 사랑의 원형으로 끊임없이 회자되어온 이야기다.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 형제가 기획과 제작을 맡은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비극에 이르는 연인이라는 고전적 뼈대를 차용하되, 그 위에 로마 멸망 뒤 영국과 아일랜드의 대립이라는 시대적 맥락을 입혔다. 아일랜드가 부족 단위로 흩어진 영국을 지배하던 시대, 영국의 통합을 도모하는 군주 마크(루퍼스 스웰)의 손에서 키워진 트리스탄(제임스 프랑코)은 전투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장례절차에 따라 바다에 띄워 보내진다. 해안가에 떠내려온 트리스탄을 발견한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소피아 마일즈)가 그를 살려내고,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을 알지 못한 채 사랑에 빠진다. 정치적인 음모와 배신, 어긋난 사랑의 파국 등 익숙한 요소들로 조합된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눈에 띄는 새로움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견고하게 빚어낸 세공품 <트리스탄과 이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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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대형 트레일러를 요구하는 스타를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영화 자체가 단기적으로 조성된 스타덤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는 아예 트레일러가 주인공이다. ‘트랜스포머’는 영화 속에서 선악의 두 진영으로 나뉘어 싸우는 변신 로봇들을 통틀어 일컫는데 지구에 잠입한 이들은 주로 탈것으로 변장(?)하여 암약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N.B.T.’, 즉 비생물 외계인 (non-biotic extraterrestrial)으로 불리는 트랜스포머들은 사이버트론 행성 출신으로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조종되지 않는다. 사이버트론의 권력 투쟁 결과 평화를 애호하는 오토봇 진영에 축출된 호전적인 디셉티콘 일파는, 우주를 뒤흔들 가공할 에너지가 담긴 큐브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한다. 19세기 말 하필 지구에 떨어진 이 큐브의 위치 정보는 탐험가였던 고조할아버지의 유품을 멋모르고 갖고 있는 미국의 10대 샘(샤이아 라보프)의 손에 있다. 자동차와 여자친구 갖기를
거대로봇들의 돌려차기 <트랜스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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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민자 집수리공인 22살의 세바스찬(게오르기 바블루아니), 그는 자신이 수리하던 집에서 일하면서 우연히 집주인이 어떠한 ‘횡재’할 게임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편지를 가로채 죽은 집주인 대신 기차에 오른 세바스찬의 삶은 의지와는 관련없는 어떠한 ‘우연’의 판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철저히 운에 명을 맡기는 러시안룰렛 게임에서, 인간은 자유의지의 개별자가 아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세바스찬이 처한 상황에 대한 서스펜스로 지속된다. 기차표와 호텔 예약증 외에 그에게 던져진 단서는 없다. 호텔에서 받은 전화의 지령을 따라서 만난 낯선 남자가 주는 13번(Tzameti란 13의 그루지야 말), 이것이 그의 운명의 숫자다. 영화의 전반부가 탄력적인 음악에 따라 우아한 템포로 전개됐다면, 영화의 중반 이후에는 음악이 사라진다. 꽉 짜인 긴장감이 음악마저 밀어내는 것이다. 장전하고, 돌리고, 쏜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마치 그렇게 단순한 것이 삶인 양 이 ‘강렬한’ 흑백영
장전하고, 돌리고, 쏜다. <13 자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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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모튼(조시 하트넷)은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을 숫자로 환원해서 보고 천재적인 계산능력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 때문에 매번 직장에서 쫓겨난다. 그가 기댈 곳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모임과 집안 구석구석에서 키우는 새들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사벨 소렌슨(라다 미첼)이라는 매력적인 여인이 모임에 가입한다. 예술적인 재능이 풍부한 이사벨은 과거의 상처와 돌출적인 행동으로 사회에 스며들지 못한다. 그런 그녀와 도널드는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에게 빠져든다.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두 남녀는 그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판타지 속에서 무럭무럭 뻗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세상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고통을 피하지 못한다. 물론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의 겉옷을 입고 있는 만큼, 극단의 고통으로 치닫기보다는 이들의 내면적 갈등을 잔잔하게 들여다본다.
도널드와 이사벨의 첫 만남과
‘정상’ ‘비정상’ 나누는 사회의 편견 <모짜르트와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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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 디자이너 안나(그라이 베이)는 남자친구 요한(마크 스티븐스)이 북극해로 떠난 뒤 연락이 끊기자 술과 무분별한 섹스에 빠져든다. 방황하던 중 다정다감한 남자 프랭크가 나타나고, 안나는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요한이 갑작스레 등장하면서 그녀는 다시 한번 혼란에 빠져들고, 결국 두 남자 모두를 떠나보낸 채 파리로 향한다.
<올 어바웃 안나>는 “표현 방법이 적절하다면, 여성들도 에로영화나 포르노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전제하에 고안된 ‘퍼지 파워 선언’(The Puzzy Power Manifesto)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제작사 젠트로파에서 90년대 말 <콘스탄스> <핑크 프리즌> 등 여성관객을 타깃으로 한 에로물을 내놓으며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퍼지 파워 선언’은 영화가 논리적으로 연결된 플롯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여성의 욕망에 근거해야 하며, 폭력이나 강압에 의한 성적장면은 허용하
여성용 에로영화 <올 어바웃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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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엔 영화의 결말에 대한 묘사가 들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인 파티가 끝난다. 파티장을 떠나려던 어머니는 밖에서 노닥거리고 있는 아들을 보고 외친다. “뭐하고 있니? 굳이 부르지 않아도 가족이 가면 함께 가야지.”
가족이 가면 함께 가야지. 그런데 함께 갈 때 가족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준벅>은 여정이 같아도 목적지는 제각각 다른 가족 행로의 딜레마를 응시하는 영화다.
시카고의 미술품 딜러인 메들린(엠베스 데이비츠)은 화가 데이빗의 뛰어난 작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 그가 사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마을은 우연히도 메들린 남편 조지(알렉산드로 니볼라)의 고향에서 가까운 곳. 매들린은 결혼 뒤 처음으로 시가도 방문하고 계약도 성사시키기 위해 그곳으로 떠난다.
남편의 가족을 처음 만나는 일로 잔뜩 흥분한 메들린. 그러나 퉁명스런 시어머니 페그, 과묵한 시아버지 유진, 제멋대로 구는 시동생 조니(벤저민 매킨지), 부담스러운 동서 애슐리(에이미 애덤스
삶의 작고 쓸쓸한 평화 <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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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영화 <스파이더 릴리>에서, 끝내 만나야만 할 운명의 연인은 샤오리(양승림)와 다케코(양락시)다. 섹스를 포함한 여성과 여성의 멜로드라마 <스파이더 릴리>는 성적 정체성을 한번도 화제로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다. 레즈비언이라는 주인공들의 존재 조건은 보름밤 달처럼 거기 태연히 놓여 있다. 영화 표면에 드러난 이야기만 보면, 샤오리와 다케코가 이겨내야 하는 주요한 장애는 불행한 가족사,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죄책감과 열등감이다. 현실적인 관객이라면 넘겨짚을 수도 있다. 유년의 나쁜 추억에 대한 샤오리와 다케코의 고착은 어쩌면, 그들이 해결해야 할 한층 중대한 문제를 설정함으로써 섹슈얼리티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받아들이려는 자기 보호의 몸짓인지도 모른다고.
샤오리는 오랫동안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왔다. 그녀는 인터넷에 동영상 블로그를 만들어 성인용 사이트에 서비스한다. 밤마다 자신의 초라한 방에다 꾸민 예쁜 스튜디오에서 가발을 쓰고 춤추며 로그인한 사람들에게 명랑
레즈비언 로맨스 <스파이더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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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쿠엔틴 타란티노를 떠올릴 것이다. 두 번째 장편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 이어 <뜨거운 녀석들>을 내놓은 에드거 라이트는 <저수지의 개들>을 만든 뒤 <펄프 픽션>으로 곧바로 승천하던 무렵의 쿠엔틴 타란티노를 보는 듯하다. 두 감독은 모두 유희정신을 기본 동력으로 삼고,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잡다한 지식과 취향을 양 날개 삼아, 재기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라이트가 타란티노의 아류인 것은 아니다. 그는 좀더 친근하고 유머러스하며 정치적이다. 길고 긴 재담을 늘어놓거나 이리저리 비틀어낸 구조의 묘미를 즐기는 것보다는 신과 신 사이의 연결 방식에 훨씬 더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점점 더 심플해지는 데 비해서 라이트의 영화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좌천되어 한가로운 시골 마을 샌포드로 가게 된 엘리트 경찰 니콜라스 엔젤(사이먼 페그). 대니 버터맨(닉 프로스트)과 콤비를 이룬 엔
파시즘에 맞서는 열혈 경찰 <뜨거운 녀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