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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고 질문하지 않으면서 나의 아이디어, 이미지, 컨셉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제한받지 않고 내 머릿속을 탐험해보고 싶었다”며 <수면의 과학>의 감독 미셸 공드리는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 말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사실 수면의 과학이기보다는 수면의 비과학에 대해 훨씬 동조하는 편이고, 그 상태에 대한 매혹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감독은 ‘나도 프로이트 책 몇권쯤은 읽었다’는 티를 초반부에 내고 싶어하지만, 이내 자기의 방식대로 나아가며 비과학적 수면의 세계가 얼마나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무의식의 터가 되는지를 역설하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 자리잡은 사랑은 바로 이런 무질서한 모양새가 아니겠냐고 묻는다. <빌리지 보이스>의 평론가 짐 호버먼은 아마 동의하는 마음으로, “감미롭고, 광기어린, 그러면서도 비애의 색조를 띤 공드리의 새 영화 <수면의 과학>은 놀라운 혼성물”이라며 첫 문장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는 호버
미셸 공드리 세계의 종합 <수면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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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김상경)는 어렸을 때 ‘괴물’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어렸을 적 <기인열전>에 나갈 정도로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첫사랑이었던 소녀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사진작가가 되어 15년 만에 귀국한 참이다. 그의 능력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영화는 말을 아끼고, 대신 그의 행동들을 보여준다. 정호는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시도하려는 일당을 발견하고는 사전에 저지하는데, 어쩐 일인지 그는 소매치기의 대상이 될 뻔했던 아주머니가 가지고 있던 돈의 쓰임새까지 알고 있다. 정호는 우연히 위탁아동 수연(한보배)을 맡게 되는데, 혼자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던 정호는 점차 수연에게 마음을 연다. 어린 소녀들의 연쇄실종사건을 추적하던 김 형사(박용우)는 수연이 다음 희생자일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소매치기 사건 등 자꾸 마주치는 정호를 주시한다. <조용한 세상>은 제목처럼 조용하고 차분하게, 두 남자와 한 소녀를 중심으로 한 연쇄살인사건과 소통의
조용한 스릴러, 묘한 드라마 <조용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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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작되고 꽤 한참 지나서야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영화인지 알게 된다. 이제 막 사회에 나가려는 발랄한 세 처녀와 우중충한 폴란드 거리 분위기가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화면들이 이어진 다음, 드디어 이야기의 초점은 마리올라에게 모아진다. 새로 사귄 연인 아처(라파엘 매코비치)와 독일로 밀월여행을 떠나려는 마리올라는 사랑의 기쁨에 들떠서 할머니의 걱정을 뒤로한 채 짐을 꾸리기에 바쁘다. 다정다감한 아처는 선물을 준비하고 디지털카메라로 마리올라의 사진을 찍어준다. 그런 아처의 달콤한 말과 행동으로 마리올라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다.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는 소박한 폴란드 처녀는 자기 앞에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못하고 여행을 떠난다.
마리올라는 하룻밤 묵기 위해 찾아간 아처의 친구 집에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믿고 사랑하는 연인 아처는 순식간에 돌변하고, 다정했던 아처의 행동들이 마리올라를 옭아
폴란드판 ‘나쁜 남자’ <저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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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일상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낯선 풍광을 받아들이는 너그러움이다. 나른해진 신경은 스스로를 진짜 사랑하는 방법, 그리하여 누군가를 향한 진심어린 호의까지 발견할 수 있는 촉수를 발달시킨다. 휴가를 이용한 여행은 그런 것이다. <왓 위민 원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처럼 의미심장한 제목의 영화를 만들던 낸시 메이어스 감독의 새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의 원제는 ‘휴가’ 혹은 ‘휴일’(The Holiday). 명확하고 함축적이다. 연말연시의 풍요로움, 여행지의 낭만, 로맨스의 설렘까지 우리가 휴가에 기대하는 모든 것들을 담아낸 종합선물세트의 제목으로는 제격이다.
선물세트에 있어 다양함은 필수조건, <로맨틱 홀리데이>는 두명의 주인공을 좇는 이중 플롯을 구사한다. 예고편 제작자 아만다(카메론 디아즈)와 웨딩 칼럼니스트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럿)는 각각 따뜻하지만 삭막한 LA와 춥지만 아기자기한 런던에 살고 있다. 일
여자들이 원하는 것 <로맨틱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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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3월13일의 비극. 이날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는 심장수술을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것으로 키에슬로프스키가 친우 크지슈토프 피시비츠와 계획하고 있던 ‘천국-지옥-연옥’ 3부작은 완전히 끝이 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가의 유산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난 2002년에 <천국>(Heaven)을 연출한 <롤라 런>의 톰 티크베어에 이어 두 번째로 거장의 봉인된 원고를 풀어젖힌 것은 <노맨스 랜드>의 의기양양한 보스니아 감독 다니스 타노비치다.
‘랑페르’(L’Enfer: 지옥)로 떨어진 주인공들은 세명의 자매다. 그들은 유년기에 겪은 무시무시한 사건 이후 교류도 없이 각자의 상처를 속으로 곰기며 살아간다. 잘나가는 사진작가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맏딸 소피(에마뉘엘 베아르)는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고 있으며, 남편의 뒤를 몰래 밟아 남편이 사랑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배신감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대학생인 막내 안느(마리 질랭)는
키에슬로프스키 보다 호사스러운 지옥 <랑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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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사랑, 게임과 사랑, 돈과 사랑.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기획된 장편영화 프로젝트 <러브 콜렉션>은 섹스와 사랑의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하는 6편의 작품 모음이다. 일본의 광고회사, 영화사, 케이블 채널이 ‘러브콜렉션제작위원회’라는 이름의 제작사를 결성, 2개월 만에 완성된 작품들은 일본에서 한달여에 걸쳐 2편씩 개봉했으며, 국내에서는 여섯편이 동시에 공개된다. 단편 옴니버스 형식이 아닌 동일한 테마를 가지고 제작된 장편 모음 영화는 일본에서 <러브 콜렉션>이 처음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걸프렌드>다. 한국에서는 <바이브레이터>로 잘 알려진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두 여자의 동성애를 소재로 사랑의 교감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헤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나카사키에서 상경한 여자 미호(가와이 아오바). 그녀는 미용실에서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다. 미호의 아버지는 십여년 전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이혼했고, 미
일본 에로틱 영화의 여섯 가지 맛 <러브 콜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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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가 괴롭다고? 어떤 연유로, 얼마나? 스즈키 유미코의 일본 만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거구의 칸나는 ‘칸나균’이라 불리며 더러운 세균 취급을 당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사람 살려! 또 끔찍한 하루가 시작되누나”라고 탄식부터 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추녀의 괴로움은 시작하자마자 증발이다. 칸나는 이미 큰돈을 들여 전신성형으로 재탄생한 뒤다. 만화의 공략 대상은 미녀의 몸과 추녀의 마음이라는 심신의 불일치에서 나오는 일종의 시행착오를 향해 있다. 미인의 마음가짐(가령, 사과하지 않는다, 돈을 내지 않는다, 귀기울이지 않는다, 줄을 서지 않는다 등등)이나 밀고 당기는 연애술을 미처 갖추지 못한 데서 나오는 좌충우돌이다. 48kg의 모델이 95kg의 레슬러처럼 움직이고 말할 때, 그건 일종의 슬랩스틱코미디가 된다. 칸나는 다양한 ‘슬랩스틱 시추에이션’을 거쳐 성형의 애초 목적이었던 짝사랑 남자를 사로잡기에 성공한다.
김아중의 한나 역시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원
코미디와 쇼로 범벅 된 <미녀는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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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가보지 못한 세상에 데려다주고, 현실에서는 해볼 수 없는 감정과 사건을 체험하게 해주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예술적 경험을 즐길 수 문화적 공간이다. 그런데 영화는 소비되는 지점에서는 서민과 가장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되는 수준에서는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하면 영화는 소비의 측면에서는 복제 예술이라는 점 때문에 가장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생산의 측면에서는 일단 제작되는 과정에서는 상당한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고 더 많은 대중과 만나기 위해 실제에서 불가능한 꿈 혹은 달콤한 환상을 제공해야 하기에 대중의 현실과 멀리 떨어진 곳을 스크린 위에 담는다. 그래서 현실에 밀착된 우리의 삶을 담아내려는 감독들을 만나게 되면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들 지경이다. <황혼의 빛>의 아키 카우리스마키도 그런 감독의 명단에 빠져서는 안 될 이름이다.
켄 로치가 하층민의 삶을 사회운
인생의 고독과 비애 <황혼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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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사업가인 잭(스티븐 시걸)은 장인 조지와 외동딸 아만다와 함께 죽은 아내가 태어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여행을 간다. 공항에 도착한 그 앞에 첩보원 시절 동료였던 해리가 느닷없이 나타나고, 조지가 타고 있던 리무진이 폭발한다. 혼란을 틈타 전직 비밀첩보원 택시기사 애냐(에바 포프)는 아만다를 납치해 사라진다. 잭은 딸을 찾아다니면서 이 모든 일이 조지가 훔쳐낸 생화학무기 MK 울트라 프로그램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과 적국 모두를 믿지 못하게 된 잭은 낯선 부쿠레슈티를 헤매면서 홀로 아만다를 되찾고자 한다.
1951년생이니 스티븐 시걸도 어느새 50대 중반이 되었다. 아무리 ‘사부’라고 불리는 가라테 전문 액션배우라고 할지라도, 이르면 할아버지도 되었을 나이에, 젊은 시절처럼 몸으로만 승부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스티븐 시걸은 총을 들었다. 일단 총은 들었지만 제대로 뛰지도 않고 걸어다닌다. 민첩하고 은밀한 그림자가 떠오르는 제목과는 전혀 상관이 없
느리기만 한 스티븐 시걸 <쉐도우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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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정신병원. 이곳에 살고 있는 환자 차영군(임수정)과 박일순(정지훈)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주인공들이다. 차영군은 자신이 인간이 아닌 온갖 사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밥이 아닌 건전지의 에너지를 먹으며 삶을 연명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녀는 스스로를 사이보그라고 생각한다. 박일순은 언제 자기의 존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면쓰기를 즐겨하며, 한편으론 물질이든 정신이든 남의 것 ‘무엇이라도’ 훔쳐낼 수 있다고 착각한다. 정신병원에 살고 있는 이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 차영군은 자기가 사이보그라고 생각하고, 박일순은 그녀가 사이보그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정상인들이 보면 망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분열증적이며 독자적인 세계를 지닌 두 당사자들에게는 절박하고 현실적인 세계다. 그런 각자의 우주가 서로 통하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했다. 사랑이라 부르는 것의 또 다른 면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에 정신분열증과 로맨스가 만나게 된 것”이라고 감
두 사람의 “소꿉놀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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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와 윈슬럿이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마지막 장면, 저 물밑에서 상어라도 한 마리 나와 다리를 콱 문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며 혼자 마음을 졸인 적이 있다. 어릴 적 본 <죠스>의 충격이 너무도 강했던 모양이다. 정말 재난영화와 동물공포영화가 결합되면 어떻게 될까? <데스티네이션2>와 <셀룰러>를 감독했던 데이비드 R. 엘리스가 만든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은 바로 그런 영화다. <패신저 57>이나 <데스티네이션> 같은 비행재난영화에 뱀에 대한 혐오감과 공포를 극대화한 <아나콘다> 같은 동물공포물이 결합되어 있다. 범죄수사물처럼 시작되는 서두 탓에 ‘스네이크’를 범죄자의 닉네임쯤으로 오해할 만할 때쯤 온갖 뱀들이 화면 위를 우글우글 기어다니기 시작한다. 에디킴이라는 사악한 악당의 범죄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청년 션(네이선 필립스)을 FBI 요원 플린(새뮤얼 L. 잭슨)이
재난영화와 동물공포영화의 결합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