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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어느 조그만 시골 마을. 결혼식이 분명한데 장소는 축구장이고, 신랑을 비롯한 남자 하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예식 내내 심드렁하던 신랑, 그에게 다가가 한 친구가 결혼 선물이라며 월드컵 결승전 관람 티켓을 내민다. 그제야 남자는 감격에 복받쳐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라고 외친다. 신부를 얻은 것이 아니라 월드컵 결승전 티켓을 얻은 것으로 인생 최고의 날을 헤아리는 남자와 그의 친구들. 축구광이자 마을 축구 클럽 ‘엠마 95’의 선수들이다. 베를린에서의 어엿한 직장 생활까지 접고 이곳 고향마을에 돌아온 폴(크리스티안 울멘)도 그중 하나다. 그는 결원이 생긴 ‘엠마 95’에서 스트라이커로 다시 뛰고 싶은 마음에 모든 걸 버리고 이곳에 왔다. 폴의 지나친 축구광적 기질이 고쳐졌다고 믿었던 애인 안나(노라 치르너)는 그의 속셈을 알아차린 뒤 실망하고, 홧김에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엠마 95 선수들
축구로 행복해지는 이야기 <내 남자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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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 라이프>는 포르노 스타인 문(줄리엣 마퀴즈)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에게는 포르노 배우라고 하면 사람들이 으레 예상하는 과거의 상처 혹은 현실적 조건이 없다. 그녀는 과거에 폭행을 당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다. 물론 그녀가 돌봐야 하는 파킨슨병에 걸린 아버지가 있기는 하지만,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그녀가 섹스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문이라는 여자는 세파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포르노 배우가 된 것이 아니라, 별다른 억압기제 없이 자발적으로 그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를 보여주기 위해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며, 문의 내레이션과 함께 그녀의 일상을 따라간다. 카메라는 마치 포르노그래피처럼 그녀의 몸을 훔쳐보지만, 여기에 문의 이성적인 목소리가 개입하여 상황을 설명한다. 영화는 문에게 주어진 주변 상황을 통해 그녀의 행동을 설명하지 않고, 그녀의 언어를 통해 그녀에게서 직접 듣는다. 그래서 문의 직업이 환상적인 관음
포르노 월드에 환상은 없다 <걸스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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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발의 젖소가 두발로 걸어다닌다. <신나는 동물농장>의 공간 반야드 농장은 인간들이 모르는 동물들의 ‘진짜 모습’이 펼쳐지는 곳이다. 젖소, 돼지, 닭, 양, 생쥐 등 주로 초식동물로 이뤄진 농장 식구들은 농부 앞에서는 얌전한 척하지만, 농부가 잠이 들면 광란의 파티를 즐긴다. 특히 말괄량이 젖소 오티스(케빈 제임스)는 휴대폰을 사용하고, 땅쥐들이 가져다준 나이키 운동화에 눈독을 들이며, 사이다가 무한 제공되는 파티에 가는 등 아빠 벤(샘 엘리어트)이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한다. 인간들의 시선 너머에서 동물들만의 신나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셈이다.
반야드 농장의 가장 큰 명제는 ‘농장 내의 어떤 동물도 다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장의 리더 벤이 울타리를 지킨다. 농장 내의 질서유지도 그의 임무다. 초식동물들로 이뤄진 농장이라 싸움이 일어날 요소가 많지는 않지만, 지나친 음주가무는 통제해야 할 대상이다. 더불어 울타리 밖의 코요테는 반야드 농장의 최대 위
인간들이 모르는 동물들의 진짜 이야기 <신나는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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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세계 챔피언 김훈은 로봇을 연구하는 김 박사의 아들이다. 함께 연구하던 카프 박사는 세상을 저주하며 떠나버렸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김 박사는 홀로 연구를 계속해 거대 로봇 태권V를 완성해가고 있다. 그러나 로봇들을 이용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카프 박사는 인조인간 메리와 부하들을 보내 김 박사를 살해하고 태권V의 설계도를 훔쳐간다. 훈이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여자친구 영희와 깡통로봇 철이와 함께 태권V를 타고선 카프 박사의 소굴을 찾아나선다.
1976년에 개봉한 <로보트 태권V>는 70년대와 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에게는 단순한 만화영화를 넘어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로보트 태권V 우주작전> <로보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 <슈퍼 태권V> 등으로 이어진 태권V는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V,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V…”라는 주제가와 함께 언제나 아련한 향수를
30년 만에 만난 친구 <로보트 태권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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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뉴욕 이스트빌리지는 기성세대의 ‘정상적’ 가치를 거부한 젊은 예술가들의 해방구다. 하지만 오줌 냄새 나는 컴컴한 골목의 아찔한 비상계단처럼 이들의 현실은 위태롭다. 집세는 밀리고, 작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건물 주인들은 비루한 예술촌을 쓸어내고 세련된 문화지구로 재개발하려 한다. 독립영화 감독을 꿈꾸는 마크(앤서니 랩)에겐 퇴거 통지서가 날아들고, 한때 무대를 휘어잡던 록 뮤지션 로저(애덤 파스칼)는 에이즈의 절망 속에 시들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스트립댄서 미미(로자리오 도슨)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의 마약 중독과 에이즈가 로저를 망설이게 한다. 가난과 에이즈가 자유로운 영혼들을 좀먹는 한편, 에이즈 환자 모임에서 만난 대학 강사 콜린스(제시 L. 마틴)와 트랜스젠더 거리의 악사 앤젤(윌슨 저메인 헤레디아)은 사랑으로 자신들에게 허락된 매 순간을 충만하게 산다. “우리에겐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 용기를 얻은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난장이 시
원작의 매력에서 여전히 허우적 <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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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머리숱도 적고, 비쩍 말라 볼품없는 남자가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자신의 페티시즘과 강박증에 대해서 속사포처럼 중얼댄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신경증적인 뉴욕 지식 남성의 치부를 영화 가득 담아내었던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 우리는 ‘섹스에 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영화적으로 배웠다. 그러나 R등급의 우디 앨런이라는 별명이 붙은 카베 자헤디는 앨런이 철저하게 지켰던 그 영화적 거리를 파괴한다. 우리는 우디 앨런의 실생활에서의 여성 편력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의 영화가 감독의 현실을 그대로 모사하거나 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카베 자헤디는 자신의 삶과 영화를 혼합한다. 우디 앨런은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을 차용할 때, 그것이 의도된 페이크다큐멘터리임을 감추지 않으며 그런 기법은 현실에 대한 풍자의 강도를 높이거나 아이러닉한 상황에 유머를 더욱더 가미하기 위해서 쓰인다. 그러나 카베 자헤디는 실제를 드러내기 위해서, 자기 영화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제 존
발칙하고 도발적인 유머 <나는 섹스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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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마파도>의 상업적 성공은 속편 <마파도2>를 탄생시켰다. 전작에 출연한 다섯 ‘할매’가 다시 전면에 나섰는데, 역할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 다섯 중에 가장 도드라져 보였던 김수미가 히든카드로 물러난 대신 사투리의 고수쯤으로 불려야 할 김지영이 새로 그 자리에 들어선 것 정도다. 전편에서 김수미가 보여줬던 욕설 할매의 역할을 영화 내내 김지영이 대신하고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김수미가 등장하여 반전을 노린다. <마파도>에서 김수미의 비중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유독 컸다면 <마파도2>는 다섯 배우의 면면을 되도록 골고루 살리기 위해 배려한다. 이들을 찾아오는 어설픈 형사 나충수 역은 역시 이문식이 맡았고, 그의 새로운 짝패로는 삼류 깡패 대신 숙맥 같은 작가 전기영이 합류했다. TV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의 바람기 있는 남자친구로 등장한 바 있던 이규한이 이 역을 맡았다.
이야기의 큰 틀에서
전편만큼 민망한 작품의 결과 <마파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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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축제일, 미 남부 뉴올리언스 부두에서 대형 선박 폭파 사건이 일어난다. 민간인 사상자 수가 엄청난 가운데 원인 조사를 나온 수사관 더그 칼린(덴젤 워싱턴)은 해안으로 떠밀려온 시신 하나가 폭파 테러 이전에 죽은 것임을 알아낸다. 피살자를 테러 희생자로 위장시키려는 범인의 계획이 아닐까 짐작하고 칼린은 증거물 확보에 나선다. 테러 사건 공동 조사에 나선 FBI 요원 프리즈와라(발 킬머)는 칼린의 명민함을 믿고 극비 감시실로 데려간다. 그곳은 시간의 직선 축을 접어 사람이 나흘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는 곳이다.
미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컬럼비아대 브라이언 그린 박사에 따르면 <데자뷰>의 설정은 언젠가 실현 가능해질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토니 스콧 감독의 말을 빌려 <데자뷰>는 거창한 “사이언스픽션(SF)은 아니고 사이언스팩트(Science Fact)” 정도에 불과한 가벼운 미래 예측에 관한 것이지만, 영화의 비주얼만큼은 그 SF적인 설
눈길을 사로잡는 비주얼 테크닉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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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드래곤이 자유롭게 살아가던 알레게이지아는 갈바토릭스(존 말코비치)의 등장과 함께 암흑천지가 된다. 난세에는 영웅이 등장하는 것이 중간계의 보이지 않는 헌법. <에라곤>의 영웅은 삼촌 가족과 살던 십대 소년 에라곤(에드 스펠리어스)이다. 그는 야밤에 사냥을 나갔다가 엘프족 아리아(시에나 길로리)가 순간이동으로 날려보낸 드래곤의 알을 발견하게 되고, 깨어난 드래곤 사피라(레이첼 바이스)는 에라곤을 자신의 라이더(Rider)로 지목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영웅이 되어버린 에라곤은 갈바토릭스의 측근인 마법사 더자(로버트 칼라일)의 추격을 받는 한편, 떠돌이 전사 브롬(제레미 아이언스)의 도움을 받으며 반란군의 도시에 도달해야만 한다.
<에라곤>은 (당시 나이로) 15살 미국 소년 크리스토퍼 파울리니의 동명 원작을 각색한 영화다. ‘북미에서만 2500만권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라는 광고 문구에 짓눌릴 필요는 없다. <스타워즈>와 <반지의
젊은 장르-오타쿠가 쓴 팬픽션의 영화 <에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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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 라스트네임>은 2006년 11월 국내 개봉한 <데스노트>의 말미를 잇는 후속편이다. 불과 2달 간격으로 잇따라 극장가를 찾은 <데스노트> 시리즈는 기획 단계부터 연속 개봉을 목표로 해 전편과 후편이 분할 제작되었다. ‘데스노트’란 이름을 적어넣는 것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신의 노트. 이를 이용해 범죄자를 처단하는 ‘키라’ 라이토(후지와라 다쓰야)와 그를 추적하는 탐정 L(마쓰야마 겐이치)의 숨바꼭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데스노트가 등장한다. 2번째 데스노트의 주인이 된 것은 키라의 열렬한 숭배자인 미사(도다 에리카). 그는 방송을 통해 ‘제2의 키라’를 자처하고 나서며 또 다른 살인을 시작한다.
TV드라마처럼 전편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데스노트의 룰을 하나둘 복습시키는 오프닝의 품새가 일러주듯 <데스노트 라스트네임>은 애당초 대단한 영화적 야심을 품지 않았다. 2천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원작 만
원작을 영리하게 비튼 결말 <데스노트 라스트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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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벚꽃을 좋아한다. 하지만 왜일까? 꽃이 지고 나면 안심이 된다.” 어디 벚꽃뿐이랴. 청춘도 마찬가지다. 다케모토(사쿠라이 쇼)를 비롯해 같은 미술대학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은 모두 찬란한 봄이 버거운 청춘들이다. 20대의 그들은 ‘인형의 꿈’을 꾸고 있다. 마야마(가세 료)는 연상의 건축디자이너를 짝사랑하다 못해 스토커에 이르렀고, 야마다(세키 메구미)는 그런 마야마의 등만 바라봐도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곤 한다. 다케모토 또한 그림에 빠져 있는 하구미(아오이 유우)의 얼굴에 날리는 벚꽃을 보며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청춘이라는 적시적소의 시기에 찾아온 사랑이 다케모토에게만 달콤할 리 없다.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학교를 떠나 있던 모리타(이세야 유스케)가 돌아온 뒤 그와 하구미는 서로의 재능에 호기심을 느끼며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이미 하구미의 좋은 친구가 되어버린 다케모토는 그들을 바라보며 고백을 삼킨다.
영화 <허니와 클로버>는 우미노 지카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
청춘이 최고다 <허니와 클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