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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전의 감옥은 정거장이었다. 처형을 기다리는 사람이 잠시 머무는 장소. 그러나 현대의 감옥은 순수하게 감금을 위한 곳이다. <D-day: 어느날 갑자기 세번째 이야기>는 입시를 이유로 여학생들을 감금한 기숙학원의 ‘감시와 처벌’을 그려낸다. 미셸 푸코의 말처럼 ‘모든 동료는 감시자’로 변하고 판옵티콘(죄수를 감시하는 원형 감시탑)의 간수처럼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훔쳐본다. 자물쇠와 칙칙한 단체복에 포박당한 소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미치고, 토하고, 피 흘리며, 목을 맨다. 보람(이은성)이 사감에게 뺏긴 <눈먼 자들의 도시>를 휘저은 전염병처럼 불안은 소녀들 속으로 파고든다. 여학생 전용 기숙학원. 재수생 보람, 유진(유주희), 은수(김리나), 다영(허진용)은 같은 방에 배정받는다. 사사건건 사감과 다투던 유진은 선생들에게 암묵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아이들에게도 문제아로 각인된다. 환영을 보던 유진은 구급차에 실려 학원을 떠난다. 엄마의 강요에 의해
‘효과’에만 집착하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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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은혜>는 은혜롭지 못한 스승에게 한풀이를 하는 영화다. <여고괴담> 시리즈처럼 학교괴담을 배경으로 교사의 폭력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영화는 있었지만, 이 영화는 교사에게 직접 칼을 들이미는 영화다. 우리는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혹은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공포의 대상인지 알고 있다. 그 공포는 증오를 동반하곤 한다. 그러나 다수의 아이들은 그 기억을 안고 자라 여전히 무력하게 살고 있거나 그런 선생님과 똑같은 사람이 된다. 이와 달리,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어린 시절 받았던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잊지 않고 다시 선생님을 찾아간다. 그렇다면 영화 속 인물들의 선택은 윤리적인가? 영화는 이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 시절, 교사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고 말았음을 보여준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휴머니즘적 드라마가 아닌, 공포 장르로 드러내려는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영화가 그
은혜롭지 못한 스승에게 한풀이, <스승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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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는 한 가장의 성장드라마다. 39살의 평범한 샐러리맨 장가필(이문식)은 ‘딸이 웬 남학생에게 맞고 오는’ 사소하고도 결정적인 순간에 가족의 방패가 되지 못한다. 상대는 거물 부모를 둔 10대 복싱 챔피언. 백 없고 배 나온 중년 아저씨가 취할 수 있는 액션은 없다. 가필은 원수를 두들겨패주기 위해, ‘한 싸움’ 한다는 고등학생 승석(이준기)을 만나 지옥의 트레이닝을 받는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원작. 이준기와 이문식이 투톱으로 나섰다. 관객을 불러들이는 것은 이준기겠지만 그가 하는 역할은 거기까지다. 선이 고운 얼굴에 진중한 카리스마가 언뜻 비치는 듯하다가도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폼을 잴 때면 치기가 엿보인다. 진짜 주인공은 이문식이다. 딱 보기에도 상당히 불은 그가(15kg을 찌웠다) 우중충한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거리에 ‘놓여’ 있는 모습은 평범한 삶을 사느라 스트레스 더깨가 앉은 회사원 자체다.
안타까운
원작이 영화를 구하다, <플라이 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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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오피스텔은 양면의 공간이다. 그곳에는 사무와 거주가 기묘하게 공존한다. <어느날 갑자기-네번째 층>(이하 <네번째 층>)은 오피스텔이 가진 일과의 전후를 파고드는 괴담이다. 여섯살 먹은 딸 주희(김유정)와 함께 오피스텔 504호로 이사온 민영(김서형). 설계사무소에 일하는 민영이 출근하면 주희는 언제나 홀로 남겨진다. 현관문이 저절로 열리고,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민영은 밤마다 악몽을 꾸고 벽을 긁는 소리가 신경을 긁는다. 입주자가 절반도 되지 않는 이 오피스텔에는 수상한 공기가 흐른다. 아래층 남자 창수는 툭하면 시끄러울 일이 없는 민영의 집에 찾아와 조용히 하라고 으름짱을 놓는다. 실족사와 엘리베이터 오작동 사고로 주민들이 하나씩 죽어 나가지만 건물 관계자들은 사건을 은폐하기에 바쁘고 민영은 깊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윤종찬 감독의 <소름>, 안병기 감독의 <아파트>처럼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집단 거주 공간은 한국 공포영화
공포는 늘 손에 닿는 곳에 숨어 있다, <어느 날 갑자기-네번째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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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부터 1989년까지 방영된 인기 TV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의 두 형사 소니와 리코가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현란한 영상과 화려한 음악, 치밀한 심리묘사 등이 한데 모여 빚은 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는 이후 범죄드라마와 영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위험천만한 사건의 한복판에서 드러나는 두 형사의 갈등과 우정, 마이애미의 어두운 면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던 화려한 의상과 다양한 음악들은 당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소니 크로켓(콜린 파렐)은 요트에서 생활하며 여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것이 취미인 형사다. 남미에서 플로리다 남부로 밀수되는 마약의 루트를 수사하기 위해 범죄조직에 잠입한 그는 보스의 아내 이사벨라(공리)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복잡한 관계에 빠진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소니의 동료 리카도 텁스(제이미 폭스)도 잠복근무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 또한 세 가지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원작 시리즈의 기획자이자 &l
스크린으로 돌아온 소니와 리코, <마이애미 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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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주먹을 마스터한 열아홉 싸움고수 승석(이준기). 어느 날 그의 앞에 소심한 샐러리맨 장가필(이문식)이 나타난다. 깡패에게 맞은 딸을 위해 복수를 다짐한 그는 스무살이나 어린 승석에게 특훈을 요청한다. 승석은 단호히 거절하지만, 가필에게 남은 건 자존심이 아니라 절박함뿐. 결국 스승과 제자의 예를 깍듯이 지킨다는 전제하에 가필을 제자로 받아들인 승석은 그를 위해 40일 속성 트레이닝 코스를 마련한다. 10분 만에 남산 주파하기, 철봉에 매달려 ‘L’자로 버티기, 시속 100km로 날아오는 야구공 피하기 등등. 듣도 보도 못한 스페셜 특훈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뱃살이 출렁이던 가필의 몸은 어느새 날씬한 근육질로 업그레이드된다. 약속한 40일이 지나고, 드디어 돌아온 결전의 날. 승석은 아직 트레이닝의 마지막 코스를 통과하지 못한 가필이 과연 최강의 상대를 맞아 승리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재일동포 3세 소설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원작으로 한
인생과 주먹을 기초부터 다진다, <플라이 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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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금이 무려 400만유로나 되는 복권에 담청된 프랑수아(베르나르드 깜펑). 보통 사람이라면 통장에 모셔둔 채 미래를 도모했을 그 거금으로, 그는 절세미녀 다니엘라(모니카 벨루치)를 사로잡으려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한달에 10만유로씩 줄 테니 그 돈이 바닥날 때까지 자신의 아내가 돼달라고 제안한다. 이후 달콤한 계약결혼이 시작되고, 다니엘라는 어느 순간부터 자상한 프랑수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미녀를 차지하는 데는 고난이 따르는 법. 다니엘라의 옛 남자이자 암흑가의 보스 샤를리(제라르 드파르디외)가 그녀를 찾아오는데….
비너스의 현현, 모니카 벨루치
탐스러운 흑발과 풍만한 몸매, 길고 짙은 속눈썹, 약간의 도도함까지. 모니카 벨루치는 남성의 판타지 자체나 다름없는 여인이다. 비너스의 현현과 같은 그녀는 영화에서 완벽한 미(美) 탓에 스스로 파멸에 이르거나, 질투에 무너져 내렸다.
<그림 형제: 미르바덴 숲의 전설> 19세기 프랑스, 미르바덴 숲의 거
모니카 벨루치를 위한,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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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판 <왕자와 거지>의 탄생?! 게으르고 시니컬한 고양이 가필드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가필드2>로 돌아왔다. 영국으로 출장을 떠나는 주인 존(브레킨 마이어)의 짐에 무작정 숨어든 가필드(빌 머레이). 하지만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고양이가 런던에 살고 있을 줄이야. 게다가 문제의 고양이는 궁 한채를 통째로 상속받은 왕자 고양이! 우연한 사고로 왕자와 처지가 뒤바뀐 가필드는 난생 처음 맛보는 호화로운 생활을 만끽하지만, 왕자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다지스 경(빌리 코놀리)은 그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는데….
가필드의 모든 것
1978년 미국의 만화가 짐 데이비스의 손에 탄생한 가필드는 세컷짜리 신문 연재만화의 주인공으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퉁명스러운 농담과 마지막 컷의 독특한 반전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가필드는 TV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상품 등으로 제작되면서 3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았다. 에미상 만화부문에서
게으른 고양이 가필드의 두 번째 이야기, <가필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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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주변을 떠도는 유실물을 소재로 한 일본 호러무비. <박치기!>의 사와지리 에리카가 주연을 맡았다. 제작국인 일본보다 먼저 한국에서 첫 관객을 만난다.
고등학생 나나(사와지리 에리카)는 자신의 수험준비를 하는 외에도 입원한 어머니와 여동생 노리코를 모두 보살펴야 하는 한 집의 가장이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노리코 혼자 병원으로 보낸 날, 나나는 노리코한테서 ‘실종된 친구 타카시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는다. 전화는 끊기고 노리코와 연락이 닿지 않자 나나는 타카시의 집을 찾아간다. 노리코는 거기 없다. 대신 나나가 만난 것은 사람이 아닌 듯한 섬뜩한 아이. ‘돌려줘’라는 그의 뜻모를 말에 나나의 머릿속엔 타카시와 노리코가 주웠던 빨간 지하철 패스가 떠오른다. 유실물 센터의 기록을 통해 그 패스를 주웠던 이들이 모두 실종됐음을 발견한 나나. 동생을 찾으려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중, 주운 팔찌를 찬 뒤부터 귀신에 쫓기기 시작한 같은 반 동기 카나에(와카쓰키 지나쓰)와 마주친
일본 호러무비, <유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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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 봉준호의 <괴물>에서 양서류의 모습을 닮은 괴물과 맞서 싸우는 것은 정부도 군대도 경찰도 아닌 한 가족이다. 아버지 희봉(변희봉)과 함께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박강두(송강호)는 하루종일 졸다가 손님의 음식이나 훔쳐 먹으며 소일하는 한심한 남자다. 그에게 하루하루는 그저 따분한 일상의 연속이고, 오직 외동딸인 현서(고아성)만이 삶의 목적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강두의 따분한 일상이 송두리째 뒤흔들린다. 한강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이 현서를 산 채로 잡아 물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강두와 두 동생, 대학 시절 운동쫌 했다는 실업청춘 남일(박해일)과 천재적인 양궁 실력에도 참을 수 없을 만큼 굼뜬 성격의 남주(배두나) 등 강두네 가족은 현서를 찾기 위한 생명을 건 탐색전에 나선다.
닮은꼴 괴물영화들
그간 비평가들이 봉준호의 <괴물>과 비슷한 영화로 지목해온 괴물영화는 <엘리게이터>(Alligator, 1980), &l
SF 스릴러의 형식을 뒤집어쓴 정치영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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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큼 순수하면서 그만큼 교활한 것도 없다. 사랑처럼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그만큼 여러 가지 조건들을 세밀하게 따지는 것도 없다. 왜냐하면 사랑은 한 사람의 실존을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전하게 몰입해야 하고, 동시에 적절한 대상을 선별해서 빠져들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이 ‘교환’ 혹은 ‘흥정’과 같은 경제적인 용어들과 가장 멀리 있어야 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타인의 사랑을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이구동성으로 경제적 조건, 훌륭한 집안, 지적 능력이 사랑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육체적 매력에 끌리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베르트랑 블리에의 새 영화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는 이런 사랑을 둘러싼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범한 직장인 프랑수아(베르나르 캄팡)는 바에서 창녀인 다니엘라(모니카 벨루치)를 만난다. 복권에 당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