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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개통 기념행사장, 꽉 채워진 행사장 한쪽에 늘어선 빈 의자들이 눈길을 끈다. 외국 인사들은 아무도 참석을 하지 않은 것.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더니, 남쪽 대통령(안성기)의 휴대폰이 울린다. “경의선 개통을 불허한다고요?” 일본쪽은 대한제국 시기에 맺었던 조약을 빌미로 경의선의 모든 권한을 주장하고 나선다. 경의선 개통을 취소하지 않으면 경제적 압박에 들어가겠다는 것.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이때 일본이 제기한 문서에 찍힌 국새가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학계에선 퇴출된 사학자 최민재(조재현)가 진짜 국새의 존재를 입증하겠다고 나섰다. 이후 영화는 진짜 국새를 찾으려는 최민재와 진짜 국새가 있어도 없게 해야 한다는 국정원 요원 이상현(차인표)의 대결로 진행된다. 이상현은 최민재의 학교 후배. 오늘날 일본은 대한민국에 없어선 안 될 스폰서라고 믿는 현실주의자다. 국새를 둘러싼 논란 속에 대통령은 갑자기 쓰러지고, 국정은 또 다른 현실
역사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길을 잃다,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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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오카 마사토의 <스카우트맨>은 도쿄라는 대도시의 배설물이 풍기는 악취에 관한 영화이다. 17살 동갑내기 연인인 마리(마쓰모토 미쿠)와 아츠시(나카이즈미 히데오)는 함께 가출해 도쿄로 온다.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던 아츠시는 거리를 지나가는 젊은 여성들에게 포르노그래피 잡지와 비디오의 배우나, 몸을 거래하는 업소를 알선해주는 ‘스카우트맨’의 직업을 갖게 되고, 마리는 거리를 지나가는 남성들에게 티켓(원조교제를 알선해주는 일)을 팔면서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풍겨오던 악취가 몸에 뱄을 때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수용하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생존 방법인 것이다. <스카우트맨>은 아츠시와 마리가 익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카우트를 하고 티켓을 파는 과정에서 대도시 도쿄의 변태적 배설물을 그야말로 ‘리얼’하게 제시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시오카 마사토는 일본 섹스 산업의 대표격인 AV(Adult Video) 감독 출신이었고, 그 시기에 직접 체험한 여러 에피소
대도시의 배설물이 풍기는 악취에 관한 영화, <스카우트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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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이 대상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나에게로 다가온 것이라는 착각을 할 때가 있다. 나의 의지가 대상을 탐구하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갖고 있는 묘한 인력이 나를 끌어당긴 거라고, 그러므로 그것과 나의 조우는 운명이었다고. <오피셜 스토리>로 잘 알려진 루이스 푸엔조의 새 영화 <고래와 창녀>는 팩션(faction) 작가 베라(아이타나 산체스 기요)가 7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흑백 사진 속의 로라(메세 로렌스)에게 그런 식의 인력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베라는 자신과 닮아 보이는 로라의 흑백 누드 사진과 그의 애인이었던 에밀리오(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가 쓴 편지와 일기를 보며, 그녀의 삶으로 빠져든다. 이후 신기하게도 로라와 관련된 인물들이 하나둘씩 베라의 삶으로 침입한다. 출판사의 요청으로 로라와 에밀리오의 이야기를 사진집으로 펴내기로 한 그녀는 아주 파편적으로밖에 알 수 없는 로라의 삶(fact
70년의 시간여행, <고래와 창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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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먹은 말년 병장이자 박사과정 대학원생 인호(김태우)는 말년 휴가를 나왔다가 반갑지 않은 동창생의 결혼식에 끌려나간다. 3년째 돈을 안 갚고 있는 친구를 만나는데 그 친구는 돈이 없다며 5만원만 준다. 그 친구는 뒤풀이 자리에선 호기롭게 뒤풀이 비용을 낸다. 아내(백정림)의 바람기도 의심스러운 차에 인호는 한껏 짜증이 난다. 마침 결혼식에서 얼쩡대던 여인(신동미)이 인호 앞을 지나간다. 인호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몇년 전 만남을 자꾸 떠올리며 친한 척을 해본다. 전세는 역전되어, 술집에서 여인은 이렇게 끈적끈적하게 묻는다. ‘여기를 둘러싼 공기를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인호는 능청스레 대답을 한다. ‘가스요?’ 김보연의 <생각>이라는 노래가, 오래된 LP로 가득한 학사주점풍의 술집에서 흐르고 있다.
그런데 이거야말로 영화 속에 의뭉스럽게 흘러다니는 영화의 ‘가스’, 즉 분위기다. 저마다 나이가 다른 세 청춘의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던져주면서, 영화는 그 ‘가스’
단절된 우회로를 거친 하나의 이야기, <내 청춘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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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에게 고함>은 세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다. 1부, 정희(김혜나)의 이야기. 가족을 버렸던 아버지가 어느 날 돌아오고, 새 집으로 이사가려던 언니가 사기까지 당하면서 정희는 깊은 혼란에 빠진다. 2부, 근우(이상우)의 이야기. 전화국 직원으로 일하던 중 우연히 통화 내용을 도청한 한 여자에게 마음을 뺏긴 근우는 그녀의 집을 찾아가 사랑을 고백한다. 3부는 인호(김태우)의 이야기. 독문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군대에 간 인호는 말년 병장이 되어 휴가를 나온다. 그런데 아내의 낌새가 수상하다.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다.
청춘영화
청춘이라는 말을 앞세운 영화들이 요 몇년 사이 간간이 나왔다. <발레교습소>나 <마이제너레이션> 등이 그런 영화다. 그리고 올해에는 <내 청춘에게 고함>이 선을 보인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명의 젊은이들에게 미래는 불확정적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청춘의 일면이라고 영화는 생각한다. <내 청춘에게
청춘영화, <내 청춘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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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사는 고등학생 숀 보스웰(루카스 블랙)은 속도광이다. 전학가는 곳마다 레이스를 벌이는 그는 급기야 소년원에 갈 신세가 된다. 감옥행을 막기 위해 어머니는 숀을 이혼한 아버지에게 보낸다. 일본에서 군인으로 근무하는 아버지를 찾아간 숀. 둘은 서먹하기만 하다. 학교에서 만나 닐라(내털리 켈리)에게 반한 숀은 그녀의 남자친구 DK(브라이언 티)와 시비가 붙는다. 결국 그들은 레이스를 벌이고 숀은 화려한 드리프트를 선보인 DK에게 처참히 패배한다. 숀에게 차를 빌려준 한(성강)은 드리프트(차의 속도와 방향 조절을 통해 코너를 도는 기술)의 세계를 천천히 숀에게 알려준다. 동업자 DK와 한은 시간이 흐를수록 숀 때문에 충돌한다.
도쿄 시내를 누비는 재미교포 배우들
빈 디젤, 폴 워커를 잇는 <패스트 & 퓨리어스> 시리즈의 새로운 간판은 루카스 블랙이다. 하지만 그에게 드리프트를 가르치는 한이나 그와 부딪치는 DK는 모두 한국계 배우들이다. 도쿄를 배경으로
드리프트의 세계, <패스트 &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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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레인저와 바다의 왕자 마나피>는 포켓 몬스터를 소재로 만든 아홉 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중 최신작. 국내 개봉한 <포켓몬> 시리즈 가운데서는 세번째 작품이다. 여느 <포켓몬> 시리즈처럼 지우와 피카추 일행을 중심에 두되, 포켓몬 레인저 잭 워커와 바다의 왕자 마나피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했다. 얘기는 사막에서 시작해 바다로 배경을 옮긴다. 사막에서 길을 잃은 지우 일행은 포켓몬 수호자 잭 워커를 만난다. 잭은 수중 몬스터 마나피의 알을 아크셔 신전에 배달하는 임무를 띤 특수요원. 지우 일행은 잭을 따라 아크셔 신전까지 가기로 한다. 하지만 세계를 정복하려는 야심을 지닌 바다 해적 팬텀 톨프가 이들을 공격하면서 잭과 지우 일행의 모험은 험한 길로 빠져든다.
<포켓 몬스터> 시리즈
포켓 몬스터는 ‘pocket monster(주머니 속 괴물)’라는 이름 그대로 몬스터볼이라는 장치에 넣어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몬스터를
잭과 지우 일행의 모험, <포켓몬 레인저와 바다의 왕자 마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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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계의 스타 라이트닝 매퀸(오언 윌슨)은 화려한 우승을 꿈꾸는 패기만만한 경주차다. 숙원이던 피스톤컵 챔피언십 참가를 앞두고 도로에서 길을 잃어 낡은 촌구석에 들어선 매퀸. 그곳은 한때 번영을 누린 미 중부의 66번 국도다. 번쩍이는 경주장에 비하면 폐허나 다름없는 곳에 갇히자 매퀸은 도망가고 싶어 안달한다. 낙후되고 느리기만 한 66번 국도에서의 삶을 통해 매퀸은 곧 빠르고 화려한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삶의 미덕을 깨달아간다.
<카>에 등장하는 자동차들 - Oldies But Goodies
-1949년형 포드 머큐리
레디에이터 스프링스의 보안관인 차종이다. 이 보안관의 목소리는 66번국도에 관한 책 <Route 66: The Mother Road>의 저자 마이클 월리스가 맡았다. 듬직한 디자인이 매력적인 포드사의 1949년형 머큐리는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타고 다녔던 바로 그 차종이기도 하다. <배트맨과 로빈&g
낙후된 도로에서 배우는 삶의 미덕,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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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개통 기념 행사장, 꽉 찬 행사장 한쪽에 늘어선 빈 의자들이 눈길을 끈다. 외국 인사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것.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더니, 남쪽 대통령(안성기)의 휴대폰이 울린다. “경의선 개통을 불허한다고요?” 일본은 대한제국 시기에 맺은 조약을 빌미로 경의선의 모든 권한을 주장하고 나선다. 경의선 개통을 취소하지 않으면, 경제적 압박에 들어가겠다는 것.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이때 일본이 제기한 문서에 찍힌 국새가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학계에선 퇴출된 사학자 최민재(조재현)가 진짜 국새의 존재를 입증하겠다고 나선 것. 이후 영화는 진짜 국새를 찾으려는 최민재와 진짜 국새가 있어도 없는 것으로 해야 한다는 이상현(차인표)의 대결로 진행된다. 이상현은 최민재의 학교 후배. 오늘날 일본은 대한민국에게 없어선 안 될 스폰서라고 믿는 현실주의자다. 국새를 둘러싼 논란 속에 대통령이 갑자기 쓰러지고, 국정은 국무총리의 권한 대행으
사실과 허구 사이,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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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북단, 얼음과 눈으로 이루어진 차가운 나라 북극. 얼음왕국의 거주자 북극곰은 눈을 파내 곧 탄생할 새끼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 곰 두 마리가 태어난다. 100일 동안 어두운 동굴에서 젖을 먹고 자란 새끼들은 어미한테 먹이 잡는 법을 비롯해 생존의 기술을 배우며 자라난다. 하지만 북극에도 여름이 찾아오고, 눈밭과 얼음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북극곰 가족은 힘든 시기를 맞이하는데….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감독인 티에리 피아타니다와 티에리 라고베르트가 공동연출한 <얼음왕국-북극의 여름 이야기>는 2002년부터 3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졌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의 진행을 맡아온 손범수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맡아 친숙한 목소리로 북극의 이야기를 전한다.
북극에도 사계절이 있다?
얼음왕국 북극. 1년 내내 한겨울일 것이라 상상하게 마련이지만, 그곳에도 계절은 있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사계절처럼 뚜렷한 변화가 있는 것은
북극곰 가족의 여름나기, <얼음왕국: 북극의 여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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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영화 <세 가지 사랑, 정사>는 사랑 혹은 섹스에 대한 이야기지만 아닐 수도 있다. 영화는 20대 소냐, 30대 니콜, 40대 에바의 사랑과 섹스를 화두로 세편의 에피소드를 엮어내지만, 이 화두는 궁극적으로 인생의 진면목을 간파하고 통찰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이는 사랑과 섹스가 일상의 일부이고, 그러한 일상이 모이면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에바는 무난한 남편, 사춘기 딸과 함께 중산층의 평범한 생활을 꾸려가고 있고, 니콜은 이혼한 뒤 어린 아들을 데리고 혼자 살고 있으며,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소냐는 유고 출신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다.
조용하기만 한 에바의 일상에 파문이 이는 건 우연히 만났던 남자와 재회하면서이다. 두 사람은 호텔에서 비일상적인 성행위에 탐닉하고 카메라로 상대의 몸과 현재의 순간을 기록한다. 일상을 함께 나누지 않는 이들은 말보다 존재의 증거인 사진이 더 편안한 소통수단일지 모른다. 셋 중 제일 복잡한 사연의 주
이음매가 매끄러운 옴니버스영화, <세가지 사랑, 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