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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감춰야 살 수 있는 사내와 실종된 총을 찾아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사내가 있다. 두개의 조그만 총구가 반짝이는 은색 크롬이다. 예쁜 총과의 숨바꼭질이 질주하듯 펼쳐지는데 진짜 주인공은 갱스터도 총도 아니다. 거미줄처럼 둘러싼 (남성)가학의 세계에 구멍을 내기 위해 그 총을 훔친 꼬마다. <러닝 스케어드>는 얽히고설킨 타란티노식 피의 향연에 소년을 용감하게 끌어들여 여느 갱스터와 구별하려 한다.
조이(폴 워커)가 소속된 마피아가 거액의 마약을 거래하는 현장에 복면의 무장강도들이 들이닥친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닮은, 어이없고 살벌한 교전 상황이 벌어진다. 겁을 상실한 보스 토미의 배짱에 힘입어 강도들은 모조리 사살된다. 문제는 이 강도들이 양심을 상실한 경찰들이라는 점이다. 토미는 증거물인 은색 크롬을 없애라고 부하 조이에게 지시하고, 조이는 그 총을 집으로 가져와 숨긴다. 옆집 아이 올렉(카메론 브라이트)은 토미보다 더 겁이 없다.
현대판 서부극, <러닝 스케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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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때때로 아주 쉽게 변한다. 또 사람들은 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지만 그 말 때문에 오히려 상처를 받기도 하고, 가끔은 여기저기 흘러다닐 수 있는 그 말 때문에 진심을 털어놓지 못할 때도 많다. 그래서 언제나 충직하게 자기 곁을 지켜주고, 말 한마디 없이 진심이 전달되는 개들이 감정을 나누기에 더 적합한 상대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누도 잇신을 비롯한 일본의 스타 감독과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고, 풍부한 감성으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는 개들이 가득한 <우리개 이야기>는 개라는 동물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가득 담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개를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들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두 단어는 ‘사랑’과 ‘죽음’이다. 주인의 짝사랑을 지켜보다가 스스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개, 자기에게 앙꼬빵을 아낌없이 주었던 친구를 평생 기다리는 개, 그리고 주인이 아이 때부터 평생을 함께 보내며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개. 그들은 주인의 외로움을 달래주
동물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가득 담고 있는 영화, <우리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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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의 한 작은 마을. 100년 전, 이 마을을 설립한 네명의 창시자를 기리는 행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마을 분위기는 축제로 들뜨기는커녕, 음산하다. 바다 위 배들에서는 이상한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해변가로 오래된 물건들이 떠내려온다. 안개는 마치 자욱한 가스 연기처럼 마을을 뒤덮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잔인하게 살해된다. 누군가는 불에 타고 누군가는 물에 빠진다. 6개월 만에 마을로 돌아온 엘리자베스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고 그것이 마을의 과거와 관련되어 있음을 눈치챈다. 도대체 이 마을은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 걸까.
1980년 존 카펜터의 <더 포그>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안개는 끔찍한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보는 이의 긴장감을 적절히 분배시킨다. 안개 속에서 출몰하는 흉측한 몰골의 유령이나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는 듯한 안개 자체의 형상은 사실, 무섭기보다는 호기심을 유발한다. 영화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공포나
거짓말 위에 세워진 마을, 그 비밀은? <더 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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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각본을 쓴 <하얀 풍선>(1995)으로 데뷔한 자파르 파나히는 점진적인 이행의 과정을 거쳐 <오프사이드>를 통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그처럼 되돌아온 영화적 세계가 원래의 그것과 같을 리 없다. <오프사이드>의 파나히는, 두 번째로 키아로스타미의 각본을 영화화한 작품이자 <택시 드라이버>(마틴 스코시즈, 1976)나 <의식>(클로드 샤브롤, 1995)을 연상케 하는 어두운 범죄극인 <붉은 황금>(2003)을 내놓은 뒤의 파나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상의 나른한 모험 속에 빠져든 아이들의 세계에서 정처없는 배회와 무망한 탈주의 시도로 특징되는 어른들의 세계로 이행해갔던 파나히의 경력은 좀더 간단히는 ‘낮의 영화’에서 ‘밤의 영화’로의 이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이와 어른의 중간쯤에 자리한 십대 소녀들이 (이란 내에서는) 금녀(禁女)의 구역인 축구경기장 안으로 몰래 숨어들어가려
코믹한 외양 뒤에 감춰진 엄연한 현실, <오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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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은 재난영화의 걸작 <포세이돈 어드벤쳐>(1972)를 모태로 삼은 작품이다. 20층 규모에 800개의 객실을 가진 거대한 여객선 포세이돈은 갑자기 밀려든 47m의 해일을 맞아 전복된다. 새해맞이의 행복감에 젖어 있던 승객들은 종이인형처럼 불타고 찢겨져 나가고,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방수 시스템이 되어 있는 홀에 모여 구조를 기다린다. 하지만 도박사 딜런(조시 루카스)과 전 뉴욕시장 로버트(커트 러셀)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사람들은 스스로 탈출로를 개척하기로 한다.
<포세이돈>은 거대하다. 22m 높이의 세트에 물을 가득 채워 만든 연회장과 CG로 창조된 해일은 보는 이의 호흡을 붙들어맨다. 특히 조깅하는 딜런을 따라 선내를 한 바퀴 도는 원신 원컷의 오프닝은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CG의 향연이다. <타이타닉> 이후 배가 가라앉는 장면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포세이돈>은 그보다
규모만 앞세운 블록버스터, <포세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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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도박판에서 최고수의 히든카드는 의외로 ‘정직’이다. 허영만의 도박만화 <48+1>을 보면, 야차 같은 구라꾼과 기술자들을 모조리 제압하는 ‘타짜’ 인효삼은 아무 기술도 부리지 않고 ‘실화’(패가 나온 대로만 도박을 하는 행위)로만 화투를 친다. 도박 최고수의 존재 증명이 실화라면, 하이스트무비의 성공전략은 정교함이다. 그러나 6천억원을 강탈하는 사기극 <모노폴리>는 이야기의 바느질 솜씨가 턱없이 부족하다. <모노폴리>의 플롯과 캐릭터는 ‘럭셔리함’에 대한 집착 때문에 붕괴한다. 이는 한국형 사기영화의 모범으로 여겨지는 <범죄의 재구성>의 방법론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범죄의 재구성>은 밑바닥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이 ‘개폼’을 잡으며 낄낄거리다가 서로를 배신하고 공멸하는 순간을 통해 리얼리티와 공감대를 획득한다. <모노폴리>에서도 헤네시를 기울이거나 액션 피규어에 혼잣말을 걸기보다는 삶에 관해 분노하거나 욕망을 올곧이
‘럭셔리함’에 대한 집착, <모노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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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은 천지가 개벽했음을 깨닫는다. 인간들이 겨울 동안 숲을 개간해 교외 주거지를 건설한 것이다. 이제 숲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 울타리(hedge)로 둘러싸인 도시 속의 섬이 되어버렸고, 동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 경험 많은 너구리 ‘알제이’(브루스 윌리스)가 나타나 인간들로부터 음식을 훔치자고 제안한다. 꺼림칙해하는 거북이 ‘번’(게리 샌들링)과는 달리 다른 동물들, 주머니쥐 부녀, 고슴도치 가족, 스컹크와 다람쥐는 처음으로 맛본 인간의 음식에 반해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마을의 부녀회장은 잔인한 동물 포획 전문가를 고용해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CG애니메이션계의 기술적인 발전은 기술적인 평등 또한 가져왔다. 얼마나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법이 얼마나 잘 사용되었냐는 보도자료의 글귀들은 의미가 없어졌고, CG애니메이션 역시 맞춤 기성복에 다름 아니다. <헷지> 역시 별다른 야심없는
‘드림웍스적’인 기성품 애니메이션, <헷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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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예상과 짐작, 상상없이 닥치는 충격과는 다르다. 이를테면 목청껏 소리쳐도 아무도 와줄 것 같지 않은 벌건 대낮의 교외, 일말의 상식도 공유하고 있지 못한 듯 보이는 현지인과 맞닥뜨린 알량한 도시인의 상황. 인적 드문 곳으로 젊은 제자를 꾀어낸 음대 교수 영선(이병준)과 그의 의도를 알면서도 모른 척 따라왔던 인정(차예련)의 줄다리기를 보여주며 블랙코미디처럼 시작한 <구타유발자들>은 기본적으로 공포영화다.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헤어날 수 없는 악몽이다. 달아난 인정을 기다리던 영선 앞에 심상찮은 동네 토박이 오근(오달수)이 출현한다. 여기에 나사가 빠진 듯한 홍배(정경호)와 원룡(신현탁) 무리와 이들이 악랄하게 왕따를 시키는 고등학생 현재(김시후), 마지막으로 이들의 우두머리 봉연(이문식)까지 합류하면, 이 악랄한 마당극의 무대는 완성된다.
<구타유발자들>이 진짜 무서운 것은 그 순환에 있다. 끝을 보기 전에는 퇴장할 수 없는 문제적 상황. 이는 인
악랄한 마당극, <구타유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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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11월14일 캔자스주의 작은 마을 홀컴에서 일가족 4명이 잔인하게 몰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미국사회를 깜짝 놀라게 한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이 중에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작가이자 뉴욕 사교계의 명사인 트루먼 카포티(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도 있었다. <뉴요커>의 기고자로도 활약했던 그는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넬 하퍼 리(캐서린 키너,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와 함께 캔자스로 내려가 주변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얼마 뒤 두명의 범인이 잡히고, 그는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그들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특히 지적으로 예민하고 예술적인 감성이 두드러진 범인 페리 스미스(클리프톤 콜린스 주니어)에게 큰 관심을 갖고 매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카포티>는 트루먼 카포티가 훗날 ‘뉴 저널리즘의 선구작’으로 꼽히게 되는 논픽션 <인 콜드 블러드>를 쓰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다. 뉴욕 최상류층의 파티를 누비고
트루먼 카포티에 관한 ‘논픽션 소설’, <카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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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거대한 재난영화를 리메이크하는 방법은? 해답은 간단하다. 더 거대한 특수효과로 만든 더 거대한 재난이다. <포세이돈>은 19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쳐>를 새롭게 리메이크한 재난 블록버스터. 갑자기 몰려온 47m의 쓰나미로 말미암어 엄청난 규모의 호화 유람선 ‘포세이돈’이 북대서양 한가운데서 전복당한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수백명의 사람들은 중앙홀에 모여서 구조를 기다리지만, 도박사 딜런(조지 루카스)과 전직 뉴욕시장 로버트(커트 러셀)을 위시한 몇몇 사람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찾아헤맨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거꾸로 뒤집힌 유람선 속으로 이제 점점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들 중 몇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엇이 원작과 달라졌나
19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쳐>는 70년대 재난영화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기념비적인 작품. 이후 등장한 재난영화는 모두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공식을 그대로
거대한 특수효과로 만든 더 거대한 재난, <포세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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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를 졸업한 천재 프로그래머 경호(양동근)는 대한민국 은행 전산망의 관리자로 일한다. 액션 피겨를 모으는 경호는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진 존(김성수)과 마주친다. 존을 따라 상류사회를 경험하는 경호. 존의 연인 앨리(윤지민)는 경호에게 존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경호에게 존은 세상의 1%가 되기 위한 범죄를 제안한다. 그것은 모든 계좌에서 소액의 금액을 인출하여 천문학적 금액의 자금을 확보하는 일. 범죄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원하는 금액을 손에 넣은 그들은 해외로 도피하려 한다. 그러나 약속 장소에 나타난 경호를 기다린 것은 국정원 요원들. 존은 경호를 배반하고 거액의 무기명 채권을 소지한 채 유유히 사라진다. 남겨진 경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이스트 무비의 세계
범죄의 목적이나 성패보다는 치밀한 준비나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범죄영화를 케이퍼 무비(Caper Movie)나 하이스트 무비(Heist Movie)라 부른다. 21세기에 관객을 즐겁게 했던 세편의 하
하이스트 무비, <모노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