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생결단>은 <바이 준>과 <후아유>를 만들었던 최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우선 선택한 소재의 성격만 보면 두편의 전작과 많이 다르다. 젊은 날의 사랑과 상처에 쏟았던 관심은 부산의 뒷골목을 헤매는 범죄자와 형사의 피냄새 나는 동업으로 초점을 옮겼다. 여기에 두 남자의 교감 혹은 우정이 있을 리 없다. 단지 살기 위해서, 쟁취하기 위해서 서로를 취하는 거짓 계약과 그 끝만 있다. 그렇게 같이 위태롭게 발딛고 서 있는 이곳은 마약의 세계다.
환락과 범죄가 지배하는 부산의 유흥가 뒷골목. 그곳에 이상도(류승범)가 산다. 유년 시절 마약제조자 삼촌의 심부름을 하다가 도리어 마약업자가 되고 만 그는 약삭빠르면서도 야비하다. 자기는 결코 약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에 처하면 언제든 친구라도 팔아먹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다. 상도를 쫓아 나타나는 부산 강력계 경장 도진광(황정민). 사건 해결을 위해서라면 법과 법 아닌 것 사이의 구분
스타일과 리얼함 그 사이, <사생결단>
-
1994년 4월8일, 커트 코베인이 죽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아직도 해석이 분분하지만 유서로 알려진 편지에는 “서서히 소멸되는 것보다 순식간에 타오르는 것이 낫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2005년작 <라스트 데이즈>는 유서를 쓰고 마침내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 커트 코베인의 죽기 전 며칠을 그린 영화다. 전기영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라스트 데이즈>는 설명에 인색하고 묘사에 너그럽기 때문이다. 이미 그러했던 구스 반 산트의 전작 <엘리펀트>는 어쩌면 <라스트 데이즈>를 위한 예행연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라스트 데이즈>의 시작은 숲을 방황하는 한 남자에게서다. 극도로 외로워 보이는 이 남자, 블레이크(마이클 피트)는 성공한 뮤지션이다. 숲속의 거대한 저택은 부유함에서 오는 안락함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공허를 느끼게 한다. 그를 찾는 사람들이 끝없이 전화를 하거나 저택의 문을 두들기고, 집 안에는 그의 친
커트 코베인과 관객 사이의 비밀스런 소통, <라스트 데이즈>
-
고3인 한수(온주완)는 학교가 자랑하는 수영선수지만 수영이 싫다며 수영부를 나온다. 유일한 식구인 엄마는 자살기도를 했다가 식물인간이 된다. 한수는 엄청난 병원비, 수영부 선생과 친구들의 복귀 요구, 카드빚 독촉에 둘러싸여 홍역을 치른다. 한수는 옆집으로 이사온 여학교 음악 선생님 인희(김호정)에게 격정적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한수는 엄마의 유서에서 아버지의 존재를 처음 느끼고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 한가운데서 어떻게 피터팬은 어른이 되는가에 대한 저마다의 공식을 신인 조창호 감독은 예리하면서도 서정적인 영상으로 잡아낸다. 바닷가 소도시의 일상과 인물의 내면을 함께 잡아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온주완을 비롯해 김호정 그리고 병실에서 만난 대학생 누나 역의 옥지영, 의식불명의 엄마 역의 손희순의 연기는 대담하면서도 현실적이다. 한 장면도 평범함과 상투성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젊은 감독의 패기가 읽힌다. 프랑스 도빌영화제 심사위원
피터팬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피터팬의 공식>
-
영국의 말단 외교관 저스틴 퀘일(랠프 파인즈)은 상사 버나드의 강연을 대독하는 자리에서 활동가적 기질로 가득찬 여학생 테사(레이첼 와이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저스틴은 케냐로 발령을 받는다. 저스틴과 함께 온 테사는 우연히 거대 제약회사가 현지 하층민들을 대상으로 신약 개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친구와 함께 그 비밀을 캐는 한편, UN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떠난다. 그러나 얼마 뒤 저스틴은 테사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영화는 테사의 죽음을 알게 된 저스틴에게서 시작하며, 저스틴은 테사의 죽음에 얽힌 의문을 풀기 위해 그녀의 비밀스런 궤적을 따라간다.
아프리카, 아프리카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삼고 싶어하는 영화들은 종종 여기를 삶의 땅끝으로 생각한다. 갑자기 삶이 뒤집어지거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되거나, 영원히 과거를 묻지 않은 채 보듬어주는 그런 곳.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는 두 남녀 이방인의 절실한 사랑을 에워싸는
마지막 진실을 향해, <콘스탄트 가드너>
-
-
2002년, <슈렉>을 압도하는 개봉 성적을 기록한 <아이스 에이지>의 속편.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지만 주인공들에게는 모든 일이 즐거울 뿐이다. 전편에서 천방지축 모험담을 들려주었던 매니와 시드, 디에고는 천지가 물바다가 되고 있지만, 마치 수영장의 놀이기구를 타듯 녹아내리는 빙하와 물웅덩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매머드 매니는 가정을 꾸릴 때가 됐음을 자각하지만 혹시 자신이 지구 최후의 매머드는 아닌지, 그래서 짝지을 상대가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어느 날, 암컷 매머드 엘리를 만난 매니는 애정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분투한다. 그러나 빙하가 녹는 속도는 날로 빨라진다.
추운 나라에서 온 동물, 펭귄
빙하시대가 아니어도, 현존하는 꽁꽁 얼어붙은 대륙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동물들이 있다. 턱시도를 매끈하게 차려입은 듯한 펭귄들의 이야기를 장엄한 다큐멘터리로 만든 <펭귄>은, 동물원에서 보았던 작고 뒤뚱거리는 귀여운 생명체의
위기 속에서 피어나는 작업 로맨스, <아이스 에이지 2>
-
경주의 따스한 햇살 아래 전설적인 도굴꾼과 괴상한 아이들이 만났다. 도굴꾼 김대출(정재영)은 국보급 반야상을 몰래 도굴해 야산의 비밀 토굴에 숨겨두던 중 우연히 토굴에 들어온 왈패소녀 지민(남지현)과 누렁이 ‘여보야’를 만난다. 비밀장소를 들켜버린 김대출은 특수발굴수사대라는 가짜 단체를 만들어 지민을 영입하는 척한 뒤, 사방에 깔린 경찰을 피해 잠시 몸을 숨긴다. 그러나 두달이 지나 토굴로 돌아온 대출은 반야상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하고, 곧 드라큘라 복장을 하고 다니는 이상한 소년 병오(김수호)가 반야상을 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도굴꾼 집단과 경찰이 여기에 얽혀드는데….
누렁이 ‘여보야’
<마이 캡틴, 김대출>에는 정재영, 장서희, 이기영, 능구렁이 같은 두명의 아역배우 못지않은 조연배우가 한마리(!) 있다. 바로 왈패소년 지민이를 씩씩하게 쫓아다니는 토종 누렁이 ‘여보야’. 원래 ‘여보야’는 좁은 우리에 갇혀 보신탕집으로 끌려가던 잡종 발라리였다. 그러
전설적인 도굴꾼과 괴상한 아이들이 만났다, <마이 캡틴, 김대출>
-
승승장구하는 변호사 에린(로라 리니)은 악마를 쫓기 위한 ‘엑소시즘’ 의식을 벌이다 한 소녀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무어 신부(톰 윌킨슨)를 변호하게 된다. 무어 신부는 대학교에 들어간 뒤부터 이상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에밀리 로즈(제니퍼 카펜터)의 병이 정신질환이 아니라 악마가 들린 것이라 판단하고 퇴마의식을 행했던 것. 에밀리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지면서 에린은 사건의 진실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고, 점차 어두운 기운을 느끼게 된다.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의 바탕이 된 실화
<엑소시즘…>는 독일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이 사건은 책으로 만들어졌는데 인류학자 펠리치타스 굿먼이 쓴 <안네리제 미셸의 엑소시즘>이 그것이다. 1952년 태어난 안네리제 미셸은 68년 어느 날 급작스레 자신의 육체를 통제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계속 몸이 떨리고 부모와 세 자매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게 된 것. 정신병원
실화가 만들어낸 끔찍한 공포,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
가난한 테니스 강사 크리스(조너선 리스 메이어스)는 상류층 친구 톰(매튜 구드)을 통해 그의 여동생 클로에(에밀리 모티머)와 그 가족들을 알게 된다. 신분 상승을 꿈꾸던 크리스는 클로에의 소개로 그녀의 아버지 회사에 취직하고, 클로에와 결혼하면서 꿈을 이뤄나간다. 그러나 그는 톰의 약혼녀였던 노라(스칼렛 요한슨)와 금지된 사랑에 빠져든다. 크리스를 향한 노라의 당연한 집착이 드러나면서 크리스의 이기적인 욕망은 점차 현실을 인식하게 된다. 이제 크리스는, 생각지도 못했던 결심을 실천에 옮기기에 이른다.
우디 앨런의 영화, 이렇게 달라졌다.
뉴욕이 아니다
“그(우디 앨런)보다 더 뉴욕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그가 런던 올 로케이션으로, 영국 배우들을 거느린 채 자신의 새 영화를 찍었다. 일부 영국 평론가들은 우디 앨런이 런던을 담은 방식이 (뉴욕을 다룬 것과 달리) 유명한 관광명소를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지만, 대부분 ‘구세계’의 뿌리깊은 계층사회의 치부를 잘 드
코믹하지 않은 우디 앨런의 영화, <매치포인트>
-
트립(매튜 매커너헤이)은 올해 서른다섯이 됐지만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산다. 변변한 직업 없이도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부모 집을 떠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든든한 부모가 없다면 그가 어떻게 데이트와 산악자전거, 서바이벌 게임 등의 레포츠를 즐길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무언가를 특히 누군가를 책임지는 일은 죽을 만큼 싫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좀더 발전된 관계를 원하면, 자신이 지금 노크도 없이 아무 때나 그의 방문을 여는 부모와 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여자친구를 떼어낸 그는 다시 새로운 여자들과의 설레는 데이트를 즐긴다. 그의 삶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해주던 부모가 심경의 변화를 맞이하면서다. 둘만의 평화로운 삶을 원했던 그의 부모는 ‘남자 길들이기 전문 컨설턴트’ 폴라(사라 제시카 파커)를 고용한다. 트립은 자신과 너무 닮은 폴라에게 빠져들고 폴라도 그런 트립이 싫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데이트는 폴라의 정체
사라 제시카 파커의 남자 길들이기,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
-
연리지는 두 나무가 자라면서 가지가 붙어 하나의 나무가 되어가는 것을 말한다. 영화 <연리지>는 이처럼 두 남녀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게임 회사의 잘 나가는 사장 민수(조한선)는 사랑도 게임처럼 즐기는 바람둥이. 그는 어느 날 우연히 혜원(최지우)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민수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에 혼란스럽지만, 혜원을 향한 마음은 점점 더 커진다. 혜원은 불치병에 걸려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그녀는 뒤늦게 찾아온 사랑에 마음 설레지만, 민수에게 상처가 될까 망설인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삶 앞에서 사랑을 만난 두 남녀는 조심스레 서로에게 다가가고 영화는 이들의 사랑을 조용히 응원한다.
영화 속 로맨틱 로케이션
사랑영화에서 아름다운 배경은 배우 못지않은 주인공이다. 아무리 두 남녀 배우의 미모가 출중하고, 로맨틱한 음악이 흘러나와도, 배경이 뒷골목이나 화장실이라면 관객을 감동시키긴 어렵다. 로맨스영화
영원한 사랑의 약속, <연리지>
-
프랑스 축구 대표팀이 극적인 승리를 따낸 뒤 환호하고 있을 때, 감독 글루아가 목에 독침을 맞은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손가락에 끼고 있던 ‘핑크 팬더’라는 이름의 거대한 다이아몬드 반지 또한 사라졌다. 국민훈장에 목마른 드레퓌스 총감(케빈 클라인)은 시골 촌뜨기 형사 클루조(스티브 마틴)에게 이 사건을 맡겨 그를 파멸시킨 뒤, 나중에 사건을 해결하면서 훈장을 받으려 한다. 드레퓌스는 클루조 옆에 과묵한 형사 포통(장 르노)을 붙여 감시하게 한다. 좌충우돌 클루조가 사건의 본질보다 글루아의 연인이었던 자냐(비욘세 놀즈)에 빠져 있을 때,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핑크 팬더> 시리즈
이 영화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과 피터 셀러스 콤비의 <핑크 팬더> 시리즈는 우연히 탄생했다. 첫 작품인 <핑크 팬더>는 1963년 만들어졌는데, 애초 주인공은 클루조 형사가 아니라 도둑 찰스 리튼경(데이비드 니븐)이었다
배꼽 빠지는 탐정 코미디, <핑크 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