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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펜 아닌 컴퓨터만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적이 없다. 폭스가 <아이스 에이지>를, 드림웍스가 <슈렉>을 만들어 디지털 장편애니메이션 시장 공략에 나설 때 디즈니한테는 존 래세터가 이끄는 아이디어 집단 픽사 스튜디오가 있었다. 그러나 픽사가 느끼는 디즈니와의 계약 내용은 불합리했고, 마침 애플사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픽사 스튜디오의 CEO 자리에 앉으면서 적극적인 투자 전략으로 사세 확장에 성공하자 픽사는 완전하게 디즈니와 이별을 고한다. 스티브 잡스는 올 여름 존 래세터의 <자동차>가 디즈니를 통해 배급되는 픽사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치킨 리틀>은 디즈니 최초의 자체 제작 CG 장편애니메이션(혹은 흔히 말하는 3D 장편애니메이션)이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순수 디지털 영화를 디즈니가 드디어 내놓는 까닭은, 픽사와의 협업으로 갱신할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 왕국의 이미지를 지속, 발전시키려는 뜻과 무관하지 않
픽사 없는 디즈니의 잠재력, <치킨 리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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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감독 이누도 잇신과 각본가 와타나베 아야는 참 영리하다. 매번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을 건드리면서도 ‘정치적 올바름’과 동화적인 낭만성을 적절하게 버무릴 줄 알기 때문이다. 전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장애인 소녀와 미남 청년의 러브스토리로 심금을 울렸던 그들이 게이 실버타운에 관한 영화 <메종 드 히미코>로 돌아왔다. 그들은 전작에서 장애인을 다루면서도 사회적 불평등을 교조적으로 설파하거나 동정심에 호소하여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고, 단순히 소년 소녀의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깊은 정서적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번 작품에서 그들은 ‘메종 드 히미코’라는, 황혼기에 접어든 게이들의 정서적·육체적 보금자리를 통해 동성애자 커뮤니티와 그들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중소 페인트 회사의 그렇고 그런 여직원인 사오리는 한 남자의 집요한 접촉 시도를 따돌리는 중이다. 그의 전화도, 그의 방문도 그녀는 전혀 반갑지 않다. 이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화합과 이해, <메종 드 히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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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깨다’ 혹은 ‘사랑을 떠나보내다’ 혹은 ‘사랑을 잃다’가 아니다. ‘사랑을 놓치다’라는 문장은 결과가 비슷할지언정 원인이 많이 다름을 가리킨다. 가장 비슷한 표현인 ‘사랑을 잃다’조차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자기 판단과 의지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 의문스럽다. ‘사랑을 (붙잡으려 했으나) 놓치다’에는 자기 탓이 명백히 내포돼 있다. <마파도>의 코미디 활극에서 아스라한 멜로로 선을 달리한 추창민 감독의 <사랑을 놓치다>는 ‘자기 탓’에 대한 탐구 로맨스다.
자기 탓인 까닭은 사랑을 놓친 원인의 절반이 망설임에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조정코치로 생계를 꾸리는 우재(설경구)는 10년 만에 만난 대학친구 연수(송윤아)에게 야릇한 감정을 느낀다. 남자의 본능과 운동선수다운 맷집으로 일단 돌격을 감행한다. 깃발은 꽂았는데 우재는 기어코 망설인다. 그녀를 사랑하는 것일까, 아닐까. 들떴던 연수가 우재의 그 틈을 보고야 만다. 더욱이 우재가 스스로에게 확신을 입히는
‘설경구스러운 이미지’의 멜로 버전, <사랑을 놓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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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둘이나 되는 아이들 치다꺼리에 한숨 쉴 시간도 없었던 부모의 좌충우돌 자녀양육기 <열두명의 웬수들>이 업그레이드 버전 <열두명의 웬수들x2>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2년 사이 훌쩍 자랐고, 베이커 부부는 잠잠할 날 없던 둥지가 점점 비어가는 게 안타깝다. 맏딸 노라(파이퍼 페라보)는 성실한 남자와 결혼해 어느새 만삭의 몸이 되어 있다. 노라 부부가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간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할 틈도 없이, 톰(스티브 마틴)과 케이트(보니 헌트) 부부는 갓 졸업한 딸 로레인(힐러리 더프)이 뉴욕의 잡지 사에 취직이 되어 집을 떠난다는 얘기를 듣는다. 다른 아이들마저 일을 하거나 놀기 위해 아버지 톰과 시간을 보내는 데 소홀해지자, 톰은 마지막으로 가족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옛날 베이커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호숫가에는 톰의 천적, 지미 머타(유진 레비)가 여덟명의 아이들과 포진하고 있다.
스티브 마틴과 보니 헌트는 물론, 열두명의 아이들이 전편에 이어 그
더없이 견고하고 이상적인 가족애, <열두명의 웬수들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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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작가, 퍼포먼스 아티스트 등으로 활동해온 미란다 줄라이 감독은 그녀가 쓰고 연출한 첫 영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에서 주인공 크리스틴을 직접 연기한다. 노인을 위한 택시 ‘엘더 캡’을 운전하는 크리스틴은 아마추어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비디오, 사진, 음악을 혼합해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크리스틴의 예술. 영화의 첫 장면에서 크리스틴은 혼자 음색을 바꿔가며 사랑하는 두 남녀의 서약을 녹음한다. “나는 자유로워질 거야. 나는 용감해질 거야. 매일이 생의 마지막 날인 양 살겠어.” 감독이 이렇게 선포한 주제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의 여러 인물을 통해 거듭 메아리치고, 부연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화법은 일종의 복화술이다. 크리스틴의 동네 이웃인 등장인물들은 모두 삶이 그저 ‘살다’의 명사형이 아니라 예술품처럼 특별한 무엇이기를 은밀히 열망한다. 그중에는 “마냥 사는 건 싫어. 나는 마술적인 일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어”라고 호언하는 구둣가게
사춘기적인 어색함을 간직한 영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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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why be로도 읽힐 수 있는)로 다시 거듭나는 윤도현밴드가 길 위에서 고통과 즐거움을 얻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로드무비. 2005년 봄, 걱정과 희망을 반씩 섞어 트렁크와 함께 런던행 비행기에 올라탄 윤도현밴드. 영국 신인 록밴드 스테랑코와 더불어 영국,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지를 한달간 돌며 순회공연에 나선다. 아무도 모르는 신인 밴드로 다시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밤새 버스를 달리며 햇반과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겨우 50명도 안 되는 관객 앞에서 그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이러다가 밀라노 공연, 대규모의 런던 코코 마지막 공연까지 치를 수 있을까. 참고로 <온 더 로드, 원>이란 작품은 없다. <사랑, Two>에서 영감을 받은 이 제목은 그들의 첫 번째 유럽 투어가 그들의 히트곡처럼 오랫동안 기억되는 도전이 되길 바라는 염원이자, 초년 시절로 돌아가 그때의 열정으로 YB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다짐이다.
제각각 공연장
밴드의 성장 과정을 담은 로드무비, <온 더 로드,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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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의 감독이 탈북 청소년, 장애우, 비정규직, 재중동포 등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다룬다. 장애우 소녀가 직접 출연하여 자신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는가 하면, 이미 사망한 주인공을 대신한 카메라가 이야기를 쫓아가는 등 감독별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2003년 <여섯 개의 시선>에 이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옴니버스 프로젝트 2탄인 이 영화는 인권과 차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드높이고자 기획됐다.
이것만은 놓치지 말자!
정지우 감독 <배낭을 멘 소년>
열아홉 현이와 진선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탈북 청소년. 진선은 학교에서 동급생에게 시달리는 것이 싫어 말을 못하는 척하고, 현이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항상 배낭에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을 넣고 다닌다. 그들에게는 오토바이 질주만이 잠시 답답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다. <사랑니>에서 첫사랑과 재회한 서른살 여성의 심리를 미세하게 그려
인권과 차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다섯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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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수로 활동했던 대학생 우재(설경구)는 사귄 지 2백일 되는 날 여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는다. 청천벽력과도 같던 그 말에 좌절한 우재는 매일 술과 함께 보낸다. 이런 그 옆에는 늘 연수(송윤아)가 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우재를 남몰래 좋아했던 연수는 돌연 군대에 간 우재를 면회간다. 그 자리에서 연수는 우재의 시선이 자신의 어깨 너머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연수는 우재에 관한 모든 것을 잊는다. 수년이 흐른 뒤 우재와 연수는 한 파출소에서 다시 만난다. 대학 시절부터 이어진 이 긴 시간 동안 우재와 연수는 뚜렷한 이유없이 우연처럼 또 필연처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토이뮤직이 내놓은 감미로운 OST
감미로운 발라드 음악을 주로 발매한 토이뮤직에서 제작한 이 영화의 OST 앨범은 발매 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예고편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공개된 곡은 그룹 토이의 객원가수로 이름을 알려온 김연우의 3집 앨범의 타이틀곡 <사랑한다는 흔한
10년을 망설인 사랑, <사랑을 놓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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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0월, 서울은 온통 뒤숭숭했다. 88 올림픽으로 세상은 떠들썩했지만, 12명의 재소자가 교도소를 탈출하고 그 가운데 지강혁 등 6명이 상경해 8박9일 동안 탈주극을 벌였기 때문이다. 10월16일, 그들은 북가좌동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마지막 인질극을 벌였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다. 16시간의 인질극 끝에 주범 지강혁은 사살됐고, 두 사람은 자살한 끝에 사건이 종결됐다. 영화는 18년 전의 억울한 외침소리를 지강혁을 중심으로 담아냈다. 도둑질을 하며 다리가 불편한 동생을 돕던 지강혁(이성재)은 공사판에서 악랄한 경찰 김안석(최민수)의 총에 동생을 잃는다. 강혁은 여기에 맞서다가 교도소에 수감되고 안석은 교도소 부소장으로 부임한다. 강혁은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안석은 권력으로 강혁을 철저하게 짓밟으려 한다. 강혁은 탈옥을 결심하고 동료들을 규합한다. 지강혁 일당이 이송 도중 교도관의 총과 실탄을 빼앗아 탈주를 하자 안석은 모든 걸 걸고 이들을 끝까지 쫓기로 한다.
18년 전의 억울한 외침소리,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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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형제 쿠말과 샹가는 엄마와 함께 정글에서 본연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형제는 인간에 의해 헤어져 각각 갑작스럽고 낯선 길을 걷게 된다. 사냥꾼에게 잡혀 서커스 호랑이로 길들여진 형과 소년의 애완동물이 되어 파이터 호랑이가 된 동생은 어른이 되어 서로 재회하고, 서로 싸우게끔 설정된 상황에서 자신들이 형제임을 기억해낸다. 그들을 갈라놓았던 인간들은 재회한 호랑이 형제를 다시 정글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형제는 그렇게 고향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불을 찾아서> <장미의 이름> <베어>의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선물하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동물영화.
다큐멘터리야, CG야?
두 마리 호랑이에 관한 영화라니, <펭귄: 위대한 모험> 같은 다큐멘터리영화인지 <킹콩> 같은 실사 뺨치는 컴퓨터그래픽영화인지 궁금하실 것이다. 그러나 <투 브라더스>는 (장 자크 아노의 전작 <베어>와 마찬가지로) 실제 동물을 주
따뜻하고 감동적인 동물영화, <투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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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영(권상우)은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불 같은 성격의 강력반 형사다. 반면 오진우는 냉철하고 완벽한 엘리트로 서울중앙지검 검사다. 이들은 각자 맡은 사건이 연관돼 있음이 드러나면서 한 팀이 된다. 그리고 이 사건에 정계 진출을 노리는 구룡파 보스 유강진(손병호)이 개입되어 있음을 밝혀낸다. 이제 이야기는 비열한 건달 유강진의 파렴치한 행동들을 까발리는 데 집중한다. 살아남기 위해 장도영의 가족을 위협하고, 유강진을 협박하는. 이처럼 <야수>는 두 남자와 한 남자의 ‘살벌한’ 대립구도를 중심에 두는 ‘누아르’풍 영화다. ‘주인공의 운명에 대한 불안감’을 수반하는 장르적 특성을 그대로 살린 <야수>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 두 남자는 살아남아 이 세상이 아직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06년 대결하는 두 남자들
<홀리데이>의 최민수 vs 이성재영화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남긴 채 자살한 탈주범 지강헌의 이야기다. 이성재는 비록
두 남자와 한 남자의 ‘살벌한’ 대립구도, <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