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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류작가가 낡고 오래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애달프게 만들었어요.” <황금시대>의 한 장면, 격동의 시대로부터 살아남은 어느 중국 문인은 당대의 여성 작가 샤오홍을 이렇게 추억한다. 항일전쟁과 혁명의 기운이 가득했던 1930, 40년대 중국, <생사의 장>과 <상가> 등의 걸작을 남긴 채 서른한살로 세상을 떠난 샤오홍(1911~42)은 너무 일찍 피어 안타깝게 시들어버린 꽃이었다. 그녀의 일대기를 조명한 허안화 감독의 <황금시대>에서 가난과 사랑, 오해와 스캔들로 점철된 샤오홍의 삶을 재현하는 이는 중국 배우 탕웨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어디에도 쓰지 않았기에 끝내 알 수 없었던 샤오홍의 미스터리한 속마음을 헤아리고 상상하는 건 전적으로 탕웨이의 몫이었다. 그녀가 다사다난한 여인의 초상을 그려내는 데 탁월하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황금시대>의 샤오홍을 보면서는 유독 묘한 기분이 들었다.
[탕웨이] 여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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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는 소년을 사랑했고, 소년은 그 남자를 미워했다. 소년과 남자는 함께 밤길을 걸었고, 날이 밝아온 뒤 남자는 사라졌으며 소년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킬 유어 달링>은 루시엔 카가 자신을 사랑한 데이비드 캐머러를 살해한 실제 사건을 극화한 영화다. 루시엔 카는 미국 비트문학 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인물이다. 베일에 싸인 그 인물을 연기한 이는 데인 드한이다. 예비 문학가들의 매혹의 뮤즈였던 루시엔 카에 관해 데인 드한과 짧은 서신을 나눴다.
-<킬 유어 달링>은 루시엔 카를 거칠고 매혹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나로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누군가와 시시덕거리면서도 분명한 선을 긋는 루시엔의 태도였다. 루시엔은 그들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고는 그 마음을 곧바로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마치 검정과부거미 같지 않나(검정과부거미의 암컷은 짝짓기 직후 수컷을 잡아먹는다.-편집자). 내가 루시엔 카를 연기하고 싶었던 이유도 그가, 내가 이전
[데인 드한] <킬 유어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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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게 일반적인 세상에서 <초콜렛 도넛>의 루디(앨런 커밍)가 별나 보일 만도 하다. 옆방 사는 싱글맘과 그의 아들이 계속 신경 쓰이는 눈치니 말이다. 옆방 그녀가 소음에 가깝게 음악을 틀어대서도 아니고, 종종 낯선 남자를 집 안에 끌어들여서도 아니다. 루디의 시선을 끄는 건 그 집 아들. 엄마로부터 아무런 돌봄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그 소년,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마르코(아이작 레이바)다. 마약 복용으로 체포된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마르코가 아동보호소로 보내질 처지가 되자 루디는 아이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와 변변찮은 아침상을 차려주고 초콜릿 도넛을 좋아한다는 마르코에게 “끼니로 도넛 먹으면 안 좋아요”라며 엄마처럼 잔소리를 한다. 이 무슨 옆집 남자의 오지랖인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루디의 행동은 어색하지도 과도한 친절로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마르코를 향한 루디의 다감하고 세심한 눈길은, 무수한 순간 <초콜렛 도넛>에
[앨런 커밍] <초콜렛 도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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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들꽃>, 단편 <더러워 정말>
2013 단편 <울게 하소서> <집으로>
연극
2013 <옐로슈즈> <햄릿 레퀴엠>
특급 신인배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신설된 올해의 배우상 초대 심사위원 김희애는 <들꽃>에서 가출소녀 수향을 연기한 조수향에게 첫 수상의 영광을 안겼다.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께서 직접 전화해 알려주셨다. 이건 거짓말인가, 아니면 꿈인가? 수상할 때 김희애 선배님이 무릎을 구부려 상을 주시는데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나중에 사진을 보니 내가 죄인처럼 굽실거리고 있었다. (웃음)”
올해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조수향에게 <들꽃>은 첫 장편영화다. “중학생 때 가출한 적도 있는데 그 상황에 놓이면 수향처럼 당차게 행동하긴커녕 겁이 나 몸을 사리게 된다. 영화 속 상황과 인물들은 그저 영화에만 있는 상황이고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추위에 발까지 꽝꽝
[who are you] 조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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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삐삐롱스타킹, 원더버드, 모조소년의 보컬이었던 고구마가 권병준이라는 본명으로 미디어퍼포먼스, 사운드아트를 선보인 지도 4년이 지났다. 1990년대 말 파격적인 무대매너와 실험적인 전자음악 사운드를 선보였던 그는 2005년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나 ‘아트-사이언스’ 석사과정을 마쳤고 그곳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취직했다.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소리를 만들고 악기를 만들게 된 것이다. 공연 <모든 것을 가진 하나>(2010), <여섯개의 마네킹>(2011) 등을 통해 넘치는 실험정신을 선보인 그가 최근 신작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10월9일과 10일 LIG아트홀 강남에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은 10여년간 그가 해온 작업을 하나로 꿰어놓은 공연. 첫 공연을 사흘 앞둔 날 저녁, 리허설 중인 공연장을 찾았다. 무대 정면엔 수증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수증기
[trans x cross] 통과할 수 있는 벽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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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히말라야> <강남 블루스> <제보자> <명량>
2013 <끝까지 간다> <코알라>
2012 <서울유람> <내가 살인범이다> <동창생>
2011 <최종병기 활> <악인은 너무 많다>
“옛날 조명은 스위치를 켜면 ‘퐁’ 하는 소리가 난다. 그 순간 배우를 환하게 비추는데, 와~ 나는 조명 아닌 다른 일은 못할 것 같더라.” 조명이야기에 선량한 인상이 더욱 둥그스름해진다. 김경석 조명감독은 19살 때부터 MBC에서 드라마, 교양팀 조명 스탭으로 일을 시작해 지금껏 한길만 파왔다. 경력은 어느덧 20년 가까이 됐지만 감독 타이틀은 <최종병기 활> 때부터 달았다. 단편 작업을 함께한 박종철 촬영감독이 <최종병기 활>의 촬영팀이었기에 그에게 조명감독직을 제의해왔다. “김한민 감독님을 처음 뵌 날 밥을 먹자고 하셨는데 너무 떨려서 쭈뼛거리
[STAFF 37.5] 캐릭터에 맞는 콘트라스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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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7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아시아필름마켓2014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이 열렸다.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는 영화산업의 근간이랄 수 있는 스타시스템이 자리잡아가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에 중국 대표로 부산을 찾은 이지엔터테인먼트가 그 좋은 증거다. 이지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월에 문을 연 신생회사지만 주아문, 송가를 비롯한 스타들과 감독, 시나리오작가로 구성된 만만치 않은 진용을 자랑한다. 물론 이러한 내실이 하루아침에 쌓인 건 아니다. 중국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자들이 모여 분명한 목적의식 아래 설립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지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 제시카 첸 역시 1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아시아스타캐스팅포럼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4년 전 홍콩영화제 고문으로 활동하던 중 중국 배우의 발전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분 중 한명이 지금 아시아필름마켓에서 일하고 있는데 올해 이런 행사가 있는데 참여해보는
[flash on] “중국어 하는 배우에 대한 수요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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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뺑덕>은 <남극일기>(2005), <헨젤과 그레텔>(2007)을 만든 임필성 감독의 세번째 장편영화다. 그사이 옴니버스영화 <인류멸망보고서>(2012)가 개봉했다. 고전 <심청전>을 재해석한 <마담 뺑덕>은 연기 경력 20년 된 배우 정우성이 처음으로 전신 노출을 감행한 영화로 화제가 됐지만, 변신은 배우만 한 것이 아니다. “당대의 트렌드를 거스르는 작품”들을 만드는 바람에 흥행에서 썩 좋은 결과를 맛보지 못했던 임필성 감독이 이번엔 상업적 노선을 따르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임필성 감독의 비주류적 감성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 둘 사이의 긴장이 <마담 뺑덕>을 흥미롭게 만든다. 삼청동의 한 카페로 임필성 감독이 덕이와 학규와 청이를 불러냈다.
-키 큰 배우들과 함께 무대인사 다니느라 고생 많겠다.
=배우들과 함께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 뜨면 악성댓글이 300개씩 달린다. 대왕오징어라고. &
[임필성] 욕망에서 권태까지, 사랑이라 불리는 모든 감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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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어 로즈 리본>
2013 <아메리칸 허슬> <리스본행 야간열차> <킬 유어 달링>
2012 <낫 페이드 어웨이>
2011 <핫 포테이토> <와일드 살로메>
2010 <이클립스> <미스터 나이스>
2009 <부기우기> <슈링크>
2008 <아웃랜더>
2006 <팩토리 걸>
2004 <스파르타쿠스>
TV시리즈
2010~2013 <보드워크 엠파이어>
2009~2010 <이스트윅>
잭 휴스턴의 증조부는 배우 월터 휴스턴이고, 그의 할아버지는 영화감독 존 휴스턴이고, 아버지는 시나리오작가 토니 휴스턴이다. 자신보다 유명한 가족 덕에 아직은 ‘잭’이라는 이름보다 휴스턴가의 사람으로 자주 소개되던 그는 지난해 자신과 이름이 같은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킬 유어 달링>에서 잭 휴스턴은 미국 청
[who are you] 잭 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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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뺑덕>의 한적한 놀이공원, 덕이(이솜)는 하루에 10명이 올까 말까 한 놀이공원 매표소에서 일한다. 그저 멍하게 밖을 내다보거나 깨작깨작 낙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그 앞에 학규(정우성)가 나타난다. 영화 첫 장면의 흩날리는 벚꽃처럼 순식간에 쏟아지는 강렬한 호기심. ‘저런 비주얼의 남자가 도대체 이런 촌동네에 왜 있는 걸까.’ 덕이는 초현실적 정경 앞에 넋을 잃는다. 그리고 돈을 꿀꺽 삼켜버린 자판기 앞에 멍하게 서 있는 학규에게 다가가서는 익숙한 동작으로 자판기를 탁 친다. “이건 때려줘야 돼요.” 묘하게도 그 장면은 한참 뒤 학규에게 버림받고 변하게 되는 덕이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나쁜 놈(학규)은 때려줘야 돼요’쯤 될까. 학규가 먹을 찌개에 쓰레기를 넣어 끓이고, 욕조에서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거침없이 순수하고 착했던 아이,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는 그저 밝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삶의 행로로 들어선다.
놀이공
[이솜] <마담 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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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를 인터뷰하는 건 오래된 사전을 뒤적거리는 일과 비슷하다. 그녀는 한번에 ‘이것’이라고 단정지어 답하는 법이 없다. 처음 도전하는 스릴러 장르가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쉽지는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액션 연기가 육체적으로 버겁지 않았냐는 질문에 무슨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렵다’와 ‘쉽지 않다’ 사이에 놓일 수 있는 방대한 행간을 읽지 못하는 이는 그녀의 대답을 무성의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시만이라도 그녀를 직접 대면해본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그녀가 지금 자신의 진심을 온전히 전달하려 갖은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대충 기계적으로 답변을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텐데 단어 하나라도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쉽게 내뱉지 못하는 그녀는 검색어를 치면 답이 툭 튀어나오는 전자사전이 아니라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며 앞뒤 아래위 단어까지 함께 읽게 되는 오래된 사전 같다. 익숙한 울림들 사이, 정유미라는 행간을
[정유미] 친근해서 더욱 특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