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언하건대 <파수꾼>은 당신이 올해 만나게 될 한국영화 중 베스트 리스트에 오르고야 말 것이다. 서로를 잘 알기에 그만큼 서로에게 잔인해질 수 있었던 세 소년이 돌이킬 수 없을 지경까지 부서져간다. 보는 내내 눈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세명의 주인공인 기태, 동윤, 희준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을 만났다.
소년의 옷을 입기까지
이제훈_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에서 옐로카멜레온상을 받은 단편 <겨울이 온다>에서 내가 고등학생으로 출연한 걸 보셨다며, 기태 역 리딩을 시켜보셨고 결국 기태를 연기하게 됐다.
박정민_내가 출연한 단편 <세상의 끝>을 보고 희준이와 이미지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나는 다른 배우들보다 좀 늦게 캐스팅됐는데, 리딩한 다음 ‘내가 잘못 봤구나’ 싶었던지 엄청난 훈련을 시키셨다. (웃음)
서준영_난 작품에 들어가면 완전히 푹 빠지는 스타일이다. 장건재 감독님의 <회오리바람>을 찍으면서 영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핏빛 청춘이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다
-
-‘베이글녀’, 듣기 좋은가.
=운동 가면 사람들이 ‘야, 한지우다!’라고 하진 않지만 ‘아, 베이글녀’라곤 한다. 별명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같다.
-16살 때 중국에 갔다. 2007년엔 미스코리아 중국 진이 됐다.
=예고에 가려고 했는데 아빠의 반대가 심했다. 한번뿐인 딸 인생에 날개를 달아달라고 했더니 비행기표를 주시더라. 날아가서 공부하라고. 중국어 배우면 밥은 먹고살 수 있다고. 아빠가 공무원이시다. 그런데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엄마가 미스코리아 신청서를 가져왔다.
-강수연, 전인화(<여인천하>)를 보고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했는데.
=연기력과 카리스마는 쉽게 가질 수 없으니까. 송새벽 선배님도 좋다.
-중국에서 길거리 캐스팅돼서 광고, 드라마를 찍었다고 들었다.
=친구랑 쇼핑하러 갔는데 ‘중국 애 치고 송혜교 닮았다’고 하더라.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한국 여자는 전부 송혜교 닮았냐?’고 하고. 처음엔 사기인 줄 알았다. 어렸을 때부터 복스럽게 먹는다는
[who are you] 한지우
-
-당신이 연기한 매티는 무척 흥미로운 소녀다.
=매티에 대해 복수를 꿈꾸는 14살 소녀라고만 표현할 순 없다. 한밤중에 잠에서 깬 남동생이 “아빤 어딨어?”라고 물었을 때, 매티는 그냥 거기 주저앉아 슬픔으로 정신 나간 엄마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었던 거다. 그녀는 스스로를 추스르고 밖으로 걸어나가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실행한다.
-캐릭터를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
=오디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시나리오와 책과 존 웨인 주연의 옛날 영화를 다 찾아봤다. 그리하여 그 시대와 캐릭터들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난 코듀로이 재질의 스커트와 부츠, 19세기 스타일 셔츠로 차려입고 오디션장에 가서 이 거침없고 당당한 소녀에 대한 나의 비전을 보여주었다. 그게 코언 감독과의 생각과 일치했던 것 같다.
-감독들이 특별한 연기 지도를 했나.
=그렇진 않다. 배우에게 많은 걸 맡기는 편이다. 대신 자기들이 뭘 좋아하는지 슬그머니 알려준다. 두 사람끼리 킬킬거리고 웃고 있다면
[who are you] 헤일리 스타인펠드 Hailee Steinfeld
-
‘본’ 이후에 남겨진 것들, 맷 데이먼의 선택이 궁금했다. 최근 그의 선택은 다양한 장르의 종횡무진이다. 곧 개봉할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히어애프터>에선 사후세계와 소통하는 남자로, 코언 형제의 <더 브레이브>에선 무법자를 노리는 특수경비대원을 연기한다. 가장 먼저 우리가 볼 그의 변화는 <컨트롤러>의 데이빗이다. 조지 놀피 감독의 <컨트롤러>에서 그는 연인을 지키기 위해 조정국의 감시에서 벗어나야 하는 운명에 처한 정치가로 분한다. 제이슨 본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맷 데이먼은 뛰고 또 뛰는 도망자의 운명에서 비켜갈 수 없나보다.
<굿 윌 헌팅>의 ‘윌’은 스무살이었다. 윌이 ‘MIT 공대에서 바닥 청소나 하고 있을 때’ 당시 맷 데이먼의 실제 나이는 27살이었다. 왜 나이 타령이냐고? <컨트롤러>의 제작사로부터 맷 데이먼의 표지 컷을 받아들었을 때, 희끗희끗한 머리를 보니 새삼 그의 과거가 스쳐갔다(아닌 게 아니
[맷 데이먼] 멈추지 않는 질주 본능
-
-
이순재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가 또 있을까. ‘대발이 아버지’와 ‘야동 순재’라는 서로 다른 유형을 오가며 그는 그야말로 ‘국민배우’로서 천의 얼굴을 보여줬다. 그 특유의 끓어오르는 듯한 저음은 이제 한 작품을 든든하게 받치는 보증수표와도 같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이순재는 무심한 척 한 여자에게 순정을 바치는 ‘까도남’이다. 냅다 반말부터 하고 거추장스런 몇 마디 말보다 일단 여자의 손을 잡아끌어 어딘가로 걷고 보는 그는 한국영화에서 근래 보지 못한 남자다. 여자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가죽장갑을 하루 종일 끼고 다니며 으스대는 그 모습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미 TV드라마의 황제였던 그가 영화계로 복귀한 것은 <모두들, 괜찮아요>(2005)의 치매 노인 역할이었다. 그 스스로 주연의 자존심이 새겨진 마지막 작품이 최인현의 <집념>(1976)이라고 하니 거의 30년 만의 복귀나 다름없다. 그로부터 5년여의 세월이 흘러 마주하게 된
[이순재] 영원한 남우주연상
-
<악마를 보았다>를 촬영 중이던 김지운 감독이 <부당거래>를 준비 중이던 류승완 감독에게 문자를 보냈다. “박훈정 작가가 우리 두 사람을 먹여살리는 거 같아.” 두 대표감독이 만든 두편의 화제작은 시나리오를 쓴 장본인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정작 박훈정 작가는 뜻하지 않은 유명세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성격이 좀 둔한 편이다. (웃음) 어찌 됐든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니 작가가 언급되는 게 좋을 것 같지 않더라. 그래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그가 언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와 비슷한 시기에 준비했던 본인의 감독 데뷔작 <혈투>가 개봉을 앞둔 것이다. 신인감독 박훈정을 만나는 김에 시나리오작가인 박훈정에 대해서도 물었다. 최근의 안타까운 사건 때문에라도 시나리오작가인 그와의 만남이 좀더 중요했다.
-개봉 전부터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
[박훈정] 나는 악독한 작가였다
-
1. 내털리 포트먼은 유대인이다.
다 아는 사실이라고? 그녀의 진짜 이름이 내털리 허쉬락이라는 것도 아는가? 아버지인 아브너 허쉬락은 산부인과 의사였고 엄마는 미술가였다. 내털리 포트먼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태어났고 세살 되던 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2. 그러나 그녀는 홀로코스트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유대인이라는 사실로부터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서 연기하고 싶다. 하지만 매달 20편이 넘는 홀로코스트 영화 대본을 받는다. 공공연한 유대인 여배우로 활동하면서 얻는 것이라곤 그게 다다. 나는 홀로코스트 장르를 정말 싫어한다.”
3. 내털리 포트먼은 육류가공품을 전혀 섭취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비건(Vegan)이다.
그녀는 8살 때 의사인 아빠가 닭을 실험체로 레이저 수술 시연하는 장면을 보고 채식주의자가 됐다. “닭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고, 그 뒤로 다시는 고기를 먹지 않았다. 내 모든 신발은 (인조 가죽만 이용하는)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 제품
[내털리 포트먼] 홀로코스트 영화를 싫어하는 유대인 배우
-
<레옹>에서 처음 그녀를 본 이후, 우리는 내털리 포트먼과 사랑에 빠졌다. 그로부터 1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포트먼은 롤리타 이미지를 벗기 위해 끊임없이 지적이고 명석하게 자신의 경력을 통제해왔다. 그녀는 유혹하지 않고 설득했고, 남자들의 가슴이 아니라 머리를 뛰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내털리 포트먼은 점점 지루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블랙 스완>이 찾아왔다. 이 극단적으로 정신분열적이고 환각적으로 유혹적인 스릴러에서 백조는 흑조로 거듭난다. 내털리 포트먼도 그러하다.
우리는 내털리 포트먼이 조금 지겨웠다. 포트먼은 언제나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착한 소녀(Good Girl)였다. 착한 소녀를 싫어할 이유야 없지만 착하고 바르기만 한 소녀가 덜 흥미진진한 건 사실이다. 비슷하게 아역배우로 시작해 촉망받는 주연급 여배우로 성장했고 <천일의 스캔들>에 함께 출연하기도 한 내털리 포트먼과 스칼렛 요한슨을 한번 비교해보자. 당신이 남자라면, 둘
[내털리 포트먼] 백조, 성숙의 날개를 펴다
-
영화 속 탕웨이의 얼굴은 항상 그림자로 드리워 있었다. 고난의 역사에서 홀로 짐을 떠안거나(<색, 계>(2007)), 시집 가라는 외삼촌의 성화에 억지로 선을 보지만 감옥에 있는 연인을 쉽게 잊지 못하는(<크로싱 헤네시>(2010)) 등, 그간 그가 연기한 인물에게서‘밝은 미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만추>에서 탕웨이가 연기한 ‘애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 가장 쓸쓸한 여인인지도 모른다. 극중 애나는 살인죄로 7년째 감옥에 복역 중인 수감자다. 어느 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친언니의 전화를 받은 그는 교도소로부터 3일간의 외출을 허락받는다. 가족이 있는 시애틀로 가는 버스에서 애나는 ‘훈’(현빈)을 만나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3일을 함께 보낸다. 그러면서 ‘무감각적’인 애나는 ‘훈’에게, 그리고‘세상’에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마치 시애틀의 눅눅한 안개가 밝은 햇살에 의해 천천히 걷히는 것처럼.
다소
[탕웨이] 안개 속에서 빛의 3일을 살다
-
<마파도>(2005)와 <사랑을 놓치다>(2006). 사뭇 달라 보이는 두편의 장편을 내놓은 추창민 감독이 세 번째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로 돌아왔다. 강풀의 원작을 바탕으로 그는 특유의 섬세한 서정과 인간미를 불어넣었다. 아마도 그는 지금 충무로의 젊은 감독 가운데 가장 ‘여백’을 즐기는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세상사에 반응도 늦고 힘도 부치며 체념도 빠른 노년의 주인공들과 함께 걷고 호흡하며 근래 보기 드문 가슴 뭉클한 멜로드라마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국민배우’라 할 수 있는 관록의 네 주인공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순간만으로도 저절로 감동을 자아낸다. 때로는 호통치고 눈물도 흘리지만 종종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영화라는 것이 그것을 만든 사람의 향기를 그대로 담는 그릇이라면 <그대를 사랑합니다>에는 진정으로 그것이 깊이 배어들었다. 추창민 감독을 만나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네 배우와의 작업, 그리고 그 자신의
[추창민] 올드하지만 예쁜 로맨스 대배우의 관록에서 배웠다
-
-<올드보이>가 첫 작품이다. 배우 유지태(우진 역)의 아역으로 출연했다.
=고등학생 때 연기학원을 다녔는데, 그곳의 경리 누나가 <올드보이>의 의상팀 스탭이었다. 누나가 평소에 유지태 닮았다며 놀리곤 했는데, 그게 생각났는지 오디션 보라며 연락이 왔더라. 오디션을 봤고 합격했다. 지태 형과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잘 챙겨주신다.
-출발부터 센 작품을 맡았다. (웃음) <올드보이>의 파급력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 건 좀 의외다.
=친구들이 그러더라. <올드보이> 배우들 너 빼고 다 떴는데 뭐하냐고. (웃음) 그런데 그 당시엔 학교(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서 연극하는 게 정말 행복했다. 그래서 방송이나 영화 작품할 생각을 따로 못했던 것 같다. 진지하게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혜화,동>의 한수는 전 여자친구 혜화의 주위를 맴도는 소심한 남자다. 관객에게 비호감 캐릭터로 비칠 수도 있을
[who are you] <혜화,동>, 유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