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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층의 악당>은 정신줄 놓은 여자와 그녀 때문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남자의 이야기다. 김혜수가 맡은 연주는 남편을 잃고 찾아온 우울증과 지독한 사춘기를 겪는 딸에게 시달리는 중이다. 영화 속의 김혜수는 상당히 귀엽고, 그래서 조금은 낯설다. 그녀는 우울하되 <열한번째 엄마>처럼 어둡지 않고, 사랑에 빠지지만 <모던보이>의 난실이나, <스타일>(TV)의 박기자처럼 주도면밀하지도 않다. “완전히 맹한 여자다. 정확히 말하면 자기가 맹한 줄도 모를 만큼 맹한 여자다. (웃음)” 그동안의 캐릭터상 빈틈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혜수는 연주를 통해 ‘완전한 빈틈’을 보여주고 있다. 떠들썩했던 열애설의 주인공,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의 정신과 의사 진서와도 대조적인 ‘빈틈’일 것이다. 그 모든 경험에 대해 물었다. 그녀의 대답에는 빈틈이 없었다.
-평소 코미디 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층의 악
[김혜수] 쿨한 게 아니라 대범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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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의 <만추>가 여심을 흔드는 영화라면 <페스티발>은 낭심을 흔드는 영화.” 이해영 감독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본 편집장은 슬쩍 “낭심을 흔드는 인터뷰를 해보라”고 했다. 걱정이다. <페스티발>을 직접 보니 낭심이 흔들리기는커녕 없던 측은지심이 발동했다. 평범하지 않은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닌데”, 자신을 스스로 감춰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페스티발>은 이들이 온 천하에 자신의 취향을 공표하기 이전에, 자신을 인정하고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미련을 버리는 과정을 그린다. 이해영 감독은 <페스티발>을 “농담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담으로만 보기에는 상당히 울컥한 감정을 지닌 성(性)적 성장영화였다.
-기자시사 이전에 일반시사를 가졌다. 반응이 어떻던가.
=기획팀 친구는 반응이 꽤 적극적이라고 하던데, 나는 성이 차지 않았다. 사람들이 웃다가 앰뷸런스에 실
[이해영] “남다른 취향을 열어보여도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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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맞는다.
=11월24일이 생일인데, 생일이 곧 다가온다는 거 오늘 알았다.
-본명인가.
=본명은 정솔미. 박솔미, 솔비씨와 헷갈린다고 해서 바꿨다. 친오빠 이름이 정민채다. 부모님이 둘째가 아들이면 은채로 지으려고 했다더라.
-2% 음료 광고의 내레이션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전지현이 생각난다.
=광고 관계자가 그런 얘기 하긴 했는데, 난 잘 모르겠다.
-데뷔작은.
=<초능력자>. 영화 하던 중에 2% CF를 찍었고 CF가 먼저 방송됐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영국에서 8년 살았다. 중학교 1학년 때 영국으로 가서 대학까지 다녔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한국에 온 지는 2년쯤. 막연히 연기하겠다는 생각을 하고선 짐을 쌌다. 중·고등학교 5년을 시골에 있는 기숙사 여학교에서 보냈는데 삶이 너무 무료했다. 내겐 연극, 영화, 드라마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였다. 사실 <씨네21&g
[who are you] 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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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페스티발>에서 성동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시나리오 리딩을 하던 날 그가 감독에게 말했고, 이해영 감독 또한 수긍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은, 지금까지 관객의 혼을 빼놓았던 무기들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였다. 감칠맛 나는 사투리 연기도, 보는 이를 신명나게 만들던 애드리브도, 표정연기도 없다. <추노>의 천지호나 <도망자 Plan B>의 나까무라 황처럼 무게도 잡지 않는다. 심지어 대사도 거의 없다. 얼굴까지 가면으로 숨겼다. “묘했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던 나라에 여행을 가거나, 한번도 타보지 않은 배를 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 (웃음)”
성동일이 연기한 인물은 철물점을 운영하며 보일러 수리공으로 일하는 기봉이다. 기봉은 동네 한복집 주인인 순심(심혜진)의 사디스트적인 욕망을 분출시키고, 순심을 통해 남몰래 감춰놓은 마조히스트적 근성을 드러낸다. 이때부터 기봉의 테마는 ‘복종
[성동일] 가면 뒤, 인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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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으로 나, 너무 맛있지 않냐?” <페스티발>의 장배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대사다. 장배는 자신이 세계 최강으로 ‘잘하는’ 남자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므로 그의 성기가 인정받지 못할 때, 장배도 무너진다. 애인 지수(엄지원)가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본 그는 그날부터 성기에 더욱더 집착하기 시작한다. <페스티발>의 다양한 성적 취향 중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법한 고민이지만 장소 가리지 않고 바지를 내리며 자신의 힘을 증명하려 하는 장배는 SM플레이어, 란제리 마니아 등을 제치고 이 영화에서 “가장 비정상적으로 보이는”(신하균) 인물이다.
신하균은 장배와 닮은 구석이 없다. 굳이 찾으라면 “남자라면 모두 알 만한” 영화 속 디테일 정도가 겹친다. “소변 줄기로 담뱃불 끄는 거? (웃음) 나는 이제 끊었지만 담배 피우는 남자치고 그거 안 해본 사람 없을 거다.” 말을 꺼내기보다는 듣는 걸 좋아하고, 대사가 민망하고 뻘쭘해 본격적인 연기는 촬영에
[신하균] 남자라면 모두 알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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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하면 어쩌나. <페스티발>을 본 뒤 조금은 과한 의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변태적 욕망을 숨긴 이들의 좌충우돌과 비애를 그린 이 영화 속 인물들의 유쾌한 표정을 보고 싶었다. 배우들의 입장에서 바바리코트와 큼지막한 레이스가 부끄럽다면, 그런 부끄러움이 영화 속 그들의 본질일 거라 합리화하기도 했다. 신하균이 맡은 경찰관 장배는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부끄러움을, 성기의 크기로 감추려는 남자다. 하지만 사실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문제. 그런가 하면 성동일이 연기한 기봉은 마조히스트적인 성적 욕망을 남들에게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사실상 자신이 자신의 모습을 먼저 부끄러워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려와 달리 두 배우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젊은 꽃미남 배우들이 슈트발을 자랑할 때보다 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아주 잠깐, 그들의 바바리코트를 입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신하균, 성동일] 숨지마 쫄지마 대박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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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참는다. <부당거래>의 공수사관과 <심야의 FM> 속 라디오PD 오정무의 공통 신조가 있다면 아마 이것이 아닐까. 공수사관은 나이도 한참 어린 검사 주양(류승범)에게 늘 쥐어터지면서도 토끼 같은 딸 때문에 꾹 참고 열심히 일한다. 또, 오정무 PD는 고선영(수애)의 딸이 납치되는 와중에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감정을 억누른다. 안타깝거나 이성적이거나, 완전히 다른 이 두 남자를 모두 배우 정만식이 연기했다. 대학로에서는 적지 않은 무대에 올랐고, 충무로에서는 <똥파리>에서 양익준 감독의 친구 만식 역을 비롯해 수많은 작품에서 조연과 단역을 거쳤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정만식은 낯선 이름이다. 그만큼 앞으로 보여줄 것도 더 많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부당거래>와 <심야의 FM> 사이에서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기분 좋은 고민을 하고 있는 배우 정만식을 만났다.
-첫주 약 70만명을 동원한 <부당거래&g
[정만식] 여기저기서 쥐어터지더라도 꾸준히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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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감독의 <조금만 더 가까이>는 설레고 아름다운 연애의 처음이 아니라, 심술궂게도 들여다보기 싫은 끝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옴니버스로 구성된 영화에서 윤계상은 두 번째 에피소드에 출연한다. 이미 헤어지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찾아온 전 여자친구. 윤계상이 맡은 ‘현호’는 집착으로 자꾸 자신을 다그치는 여자를 향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남자다. 갈팡질팡하는 현호의 마음처럼, 이 역할은 정확한 답이 없는 만만치 않은 연기다. 심리적 거리로 따지자면, 현호는 지금까지 윤계상이 맡은 필모그래피 중 카메라가 가장 그의 얼굴 가까이 접근한 경우다. 집요한 카메라의 시선 앞에서 그는 지난 7년간 연기자로 거쳐온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통해 수렴된 단 하나의 답안, 꽤 바람직한 윤계상식 연기를 선보인다.
-김종관 감독에 따르면, 개런티도 못 주고 제작비도 넉넉지 않은 터라 설득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먼저 대뜸 수락해 놀랐다고 하더라.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처
[윤계상] 인정받겠다는 잡생각은 떨친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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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Duelist>에서 자객 ‘슬픈눈’(강동원)은 “내 이름은, 내 이름은…”이라는 문장을 끝내 맺지 않았다. 그래도 화가 치밀진 않았다. 강동원이라는 비밀. 그는 비밀과 어울리는 배우다. 유리창의 빗물처럼, 섬세하지만 느긋하게 흘러내리는 선으로 이뤄진 그의 외양은, 담백한 음색의 우직한 말투와 기이한 불협화음을 낸다. 누군가의 깊은 계략으로 합성된 존재 같다. 요괴인간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초능력자>의 강동원에게도 이름이 없다. 그냥 ‘초인’이다. 주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의지를 훔쳐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힘이 그가 가진 능력이다. 초인의 염동력은 눈빛으로 표현된다. “그럼 이번엔 ‘못된눈’?” 씩 웃으며 강동원이 말한다. <초능력자>의 초인은 슈퍼히어로라기보다 돌연변이다. 세상을 위해 능력을 발휘할 의사는 고사하고 자기를 밀어낸 세상과 관련을 맺으려는 의지가 없다. 그렇다고 거창한 악행을 기획하지도 않는다. 그는 인간을 멸시하며 나름의 방식
[강동원] 1%의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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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큰 키가 더 커 보인다. 좀 수척해진 듯도 싶다. 예의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 대신 남성적인 분위기가 앞선다. 오늘같이 긴 헤어스타일에 가죽 블루종 차림도 사뭇 생소하다. 부러 작정하고 고친 것 같진 않다. 명백한 변화의 지점을 찾지 못하자, 김태우가 말한다. “안경을 벗었다. 라섹 수술한 지 6개월쯤 됐다. 안경 없는 맨 얼굴이 주는 변화가 큰 것 같다. 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다들 ‘좋아졌다’라고 하더라.” 변한 건 사실 외형뿐이 아니다. 딸을 잃고 슬픔과 분노로 서서히 파멸해가는 <돌이킬 수 없는>의 ‘노충식’은 그전까지 배우 김태우와 그를 가르는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
-이번 영화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 영화가 원래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당선작이었다. 처음 받은 시나리오는 동네 사람들 비중이 지금보다 더 컸다. 사람들이 사건을 둘러싸고 자기들 잇속을 차리는 속물 근성에 초점을 둔 내용이었다. 난 좀더 인물에 초점을 두길 원해서 그리 끌
[김태우] 조금씩 변한다 ‘이기적인’ 배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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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가까이>가 첫 영화다.
=중·고등학생 때는 길거리 지나다가 명함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때는 이쪽 일에 생각이 없었다. 영화 보는 건 원래 좋아하는데, 나이를 더 먹은 뒤 영화를 보면서 연기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점차 들었다. 지금 스물여덟인데 서른 살 전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지만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2009년 말쯤에 <조금만 더 가까이> 오디션을 보러 갔다.
-쉽지 않은 역인데 잘했다.
=처음이다 보니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남녀 주인공 두 사람만으로 끌어가야 하는 장면이라 내가 연기를 못하면 진행이 안될 상황이었다. 묘한 긴장감과 섹시함이 흐르는 장면이고, 나는 섬세하고 여성적인 느낌이 나야 했다. 배우로서 비로소 연기하는 맛을 느꼈다.
-지금은 드라마 촬영 중이다
=<아테나: 전쟁의 여신>. 정우성씨쪽 현장요원이다. 총 들고, 쫓고 한다.
-행
[who are you] 오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