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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전에는 많이 놀았어요.” 밤을 꼴딱 새고 온데다 그 뒤로도 줄줄이 스케줄. 미처 눈을 다 뜨지 못하고 스튜디오 문을 여는 한지민에게 “너무 힘들죠? 쉬고 싶지 않아요?”라고 했더니 “이전에 충분히 쉴 만큼 쉬었다”며 도리도리다. 외려 촬영에 들어가선 사진기자를 도와 하얀 망사천을 들고 있는 기자를 힐끗 보더니 “NG 내면 안 돼요!”라고 호통까지 내리친다. 매번 똑 부러지고 야무진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과 비교해 <해부학교실>의 선화는 한지민이 꺼내든 의외의 카드. 카데바의 저주 앞에서 흰 의사 가운 입고 벌벌 떠는 공포영화여서만은 아니다. 그의 표현처럼 “중심에 있되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그래서 더욱 묘한” 인물이다. <청연>에 이어 두 번째 영화로 공포심리극 <해부학교실>(7월12일 개봉)을 택한 한지민의 속마음을 조금 캐봤다.
-<경성스캔들> 촬영 끝내고 합천에서 곧바로 올라와서 피곤하겠다.
=한숨도 못 잤다.
-차에서
미래를 달리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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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우츠국립영화학교 출신에 조용하고 나직한 감성의 영화 <열세살, 수아>를 연출한 여성감독이라 하기에 이상하게도 음성은 낮고 눈길은 느린 나른한 사람을 상상했다. 오해였다. “하하하, 팔짱 끼라고요. 아, 감독 포즈요”, “저요? 다들 세영이 엄마로 보죠!”, “술만 덜 먹었어도 몸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근데 질문이 뭐였죠, 까먹었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들, 넘쳐나는 에너지, 가식없는 행동. 의외다. 그녀의 말처럼 사람은 모두 다면적이니 그래서 더 흥미로운 만남인 셈이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자신의 슬픈 경험을 사춘기 소녀의 감성적 이야기로 영화에 풀어낸 <열세살, 수아>의 감독. 서른일곱 김희정은 활기찼다.
-성격이 쾌활한 것 같다.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겠다.
=뭐, 소문 들은 건 없으시고? 하하하. 워낙 사람을 좋아한다. 타고나는 것 같다. 감독이란 직업이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고 하기에 나도 이 성격을 고쳐보려 했으나 지금은 그냥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다루는 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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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라는 표현만으로 충분한 사람이 있다. 그 이상 주석을 달지 않아도 척 느낌이 오는 사람. 2005년 청룡영화제에서 “60여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됐다”는 수상소감으로 마음을 건드리고 인터뷰마다 배우의 도리에 대해 진지하게 토로하는 황정민도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세상에 어디 한 종류의 사람 뿐이던가. 먼지가 나지 않을까 살짝 털어보고 주머니도 한 번쯤 뒤적여야 직성이 풀리는 의심 많은 사람도 존재한다. 기자가 딱 그랬다. 황정민이 본격적으로 관객의 이목에 오른 계기가 순정을 온몸으로 설파하는 <너는 내 운명>이라는 것 역시 너무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그런 그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으려 하는 보험사정인 전준오를 연기한 <검은집>은 적절한 빌미가 됐다. 초여름의 기색에 물든 듯 조금 나른해 보이던 황정민은, 그러나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가치관이 또렷한 이 배우는 자칫 불순하게 들릴 “왜”라는 질문에도
진짜 배우라 불린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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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에이전트 CAA와 계약을 맺었고 파라마운트사와 새 영화도 준비 중이다. 이제 전업감독 해야지. 3년째 강의했던 학교 수업도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끝낼 예정이다. 감독이 연출로 밥 먹을 수 있으면 선생 노릇 안 해도 되지 않겠나. (웃음)” <두번째 사랑>을 만드는 동안 김진아 감독은 몸이 몇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쁘게 살았다. 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에도 하버드대학 영상예술학부 초빙교수로서 매 학기 두 과목씩을 가르치는 일은 계속해야 했다. 여름방학 동안 25회차로 촬영하고 학기 시작한 뒤로는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강의하고, 목요일에 뉴욕으로 날아가 편집하고, 다시 주말에 보스턴으로 오는 살인적인 일정을 보냈다. 고된 땀이 빚어낸 결과물은 결이 고운 멜로드라마로 나왔다. 백인 여성이 두명의 한국계 남성 사이에서 자기의 욕망을 찾는 내용이다. 한·미 제작사의 실험적인 합작품이자 뉴욕 독립영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진아 감독 편에서 본다면, 1
사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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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어떤 인터뷰에서 이누도 잇신 감독은 60년대 청춘의 이야기, 모녀의 이야기, 고양이를 기르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앞의 두 작품은 올해 4월과 5월 각각 <황색눈물>과 <비잔>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뒤의 고양이 이야기는 현재 <쿨쿨 자는 건 고양이랍니다>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세편을 구상하는 감독의 심보란 무엇일까. 시간적으로, 육체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하지만 이누도 감독은 2005년에도 <터치> <우리 개 이야기> <메종 드 히미코> 등 3편을 연출했고, 2004년과 2003년에는 각각 두편의 영화를 발표했다. 촘촘한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풍부한 상상력과 넘치는 창작력? 하지만 이누도 감독은 의외로 너무도 싱거운 답변을 남긴다. “그냥 상황에 따라 되는 대로 찍고 있어요.”
실제로 그의 필모그래피는 촘촘함과 동시에 불균질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멈추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시간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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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소 김검’의 얼굴에는 어느새 수염이 자라 있었다. “면도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놔둬봤다”며 무심히 말하는 표정에서 여러 작품의 하정우가 겹쳐졌다. 후임병이자 친구인 승영의 사연을 외면하던 태정의 표정(<용서받지 못한 자>), 얼굴을 바꾸고 나타난 애인을 바라보던 지우의 매몰찬 표정(<시간>), 그리고 작전상 차수경에게 차갑게 굴던 재윤의 표정까지(<히트>, TV). 돌이켜보면 하정우란 배우의 얼굴은 웃음과 눈물을 지울 때 가장 도드라져 보이곤 했다. 미국으로 날아가 촬영한 <두번째 사랑>에서도 그는 딜레마에 빠진 남자가 지을 수 있는 애처로운 무표정을 보여준다. 차이나타운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한국인 지하는 여자친구를 미국에 데려오기 위해 돈 되는 일을 찾아다니는 남자다. 어느 날 그 앞에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미국 여자 소피가 나타나 거부해야 하지만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해온다. 돈을 줄 테니 아이를 가질 능력이 없는 남
완소 김검, 두번째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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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도 더 된 이야기다. 초창기 <꽃잎>과 <접속>의 추상미를 보면서 나스타샤 킨스키를 떠올린 적이 있다. 광기어린 재능을 불태웠던 천재 배우의 딸이자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가는 아름다운 여우의 이미지. 억지로라도 겹쳐서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추상미라는 배우가 킨스키만큼이나 풍요로운 역할을 한국 영화계에서 선사받은 적이 있었던가. 글쎄. 그녀가 무대에서 뿜어내는 열정에 도취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각 프레임을 답답해하는 추상미의 에너지에 아쉬워해본 경험 또한 있을 것이다. 게다가 추상미의 작은 인디영화 <미소>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멀티플렉스의 논리에 의해 제대로 관객을 맞이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2007년은 배우 추상미에게 새로운 출발점이다. 열세살 소녀의 억척스런 어미를 연기한 <열세살, 수아>와 거의 동물적인 매력으로 정자라는 캐릭터를 재발견한 <사랑과 야망>. 두편의 영
“나의 열세살, 수아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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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놈이를 유지태가 연기한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동명 원작의 작가인 홍석중은 놈이의 모습을 임꺽정으로 묘사한다. “뼈마디가 굵어서 엄장이 대단해 보이는데 부드러운 살맛이라고는 꼬물만큼도 없어서 온통 울근불근한 뼈와 힘줄과 힘살로만 만들어진 사람 같았다. 이목구비의 선들이 어찌나 굵고 날카로운지 얼핏 그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해도 부지불식간에 두려움과 비슷한 존경이 자아올랐다.” 하지만 어디 유지태가 그런 인물이던가. 큰 키에 무용으로 다져진 그의 몸매는 매끈한 뼈마디와 부드러운 힘살로만 이루어진 듯했고, 선이 없는 이목구비는 편안한 미소를 자아내 데뷔 초기의 그를 스타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내츄럴시티> <거울 속으로>에서 보여준 강한 남성상이나 <뚝방전설> <올드보이> 등에서 연기한 악역마저도 유지태가 간직한 태는 그대로 돋보였을 정도다. 지난 5월25일 공개한 <황진이>에서 등장한 유지태의 놈이 또한
도시적인 느낌의 임꺽정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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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반짝거리는 금발 머리에 청량한 하늘빛 눈동자, 그리고 미끈하게 뻗어나간 몸매. 묘사의 상투성만큼이나 그녀의 시작은 전형적이었다. 1994년, 발그레한 조명 아래 스타킹을 걷어올리며 짐 캐리의 눈을 튀어나오게 만들었던 <마스크>의 그녀는 ‘금발 미녀’라는 말이 흔히 제시하는 이미지 그 자체였다. “골 빈 마네킹”류의 꼬리표가 즉각 따라붙었고, 사람들은 섹시한 포즈로 반짝 눈길을 끈 여배우의 미래는 너무나도 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3년. 그녀는 줄리아 로버츠에 이어 할리우드 여배우 중 두 번째로 ‘2천만달러 클럽’(영화 한편의 개런티가 2천만달러를 넘은 배우들을 일컫는 말)에 합류했고, 마틴 스코시즈의 <갱스 오브 뉴욕>을 포함해 30편에 가까운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금발 미녀가 아닌 <슈렉>의 녹색 괴물로 사랑받고 있다. 카메론 디아즈, 그녀를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카메론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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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고원>은 우연이 빚어낸 독특한 영화다. 5년 전 히말라야 산맥의 라다크에 발을 들인 것도 우연 때문이었고, 이후 배우까지 겸하게 된 로드무비를 우여곡절 끝에 만들게 된 사연 또한 우연의 연속이다. 원하는 대로 이뤄진 것 하나 없었지만, 김응수 감독은 <천상고원>이 자신이 영화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한다. “20대는 세상과 싸우느라, 30대는 세상에서 헤매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야 좀 편안해졌다”는 김응수 감독은 흡사 “육체의 소멸을 통해 정신적인 탄생을 맛보는” 영화 속 K 같았다. “저기 하늘의 쪽빛 좀 보라고!” 두 차례의 라다크 여행만으로는 갈증이 다 가시지 않은 것일까. 5월31일 개봉하는 <천상고원>의 스탠디 포스터를 가리키며 그는 연신 흥분의 입맛을 다셨다.
-라다크를 처음 간 게 언제인가.
=2002년 <욕망> 편집 끝나고서다. 허전하고, 할 일도 없고. 게다가 월드컵도 끝났다. 재충전의 기회도 필요해서 떠
나도 이게 영화가 될까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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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유위강 감독과 맥조휘 감독이 같이 영화를 해보지 않겠느냐며 시나리오를 건네주더라. 두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건 언제나 즐거웠기 때문에 크게 망설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영화계에서 잘 알려진 프로페셔널한 인물들이지 않은가. 유위강은 유연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라서 배우들의 말을 늘 경청한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와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일을 진행한다.
-아방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연기를 위해 체중감량이라거나 근육 단련이라거나 하는 특별한 준비과정을 거쳤는가. 이 영화를 하기로 한 주요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촬영하는 동안의 에피소드도 궁금하다.
=특별히 다른 걸 할 필요는 없었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에서 나는 액션 신이나 격투 신을 많이 찍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육을 특별히 키울 필요도 없었고(웃음). 아방은 전직 경찰관으로 술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던 인물이다. 그래서
타락천사의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