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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던 모진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그가 흘끔, 엿보였다. 까치발을 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클 것 같은 이 남자는 왜 내가 아닌 거니, 소리 지르는 대신 허리를 굽힌 채 상대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것으로 사랑을 고백했다. 대니얼 헤니는 그렇게 각인됐다. 비현실적이리만치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또 그만큼 강렬한 인상으로. 영혼의 아픔마저 헤아리려던 사려깊은 젊은 의사 헨리(<내 이름은 김삼순>)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우연 섞인 만남에 온몸이 휘청거리는 쾌활한 매니저 필립(<봄의 왈츠>), 어둠 속에 몸을 숨긴 미지의 남성이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찍히’고 만 어리버리한 한국어학당의 외국인 학생, 수줍게 다가오는 낯선 사랑의 전조(올림푸스, LG싸이언, 빈폴 광고)였을 때도 비슷한 가면을 쓰고 있는 듯했다. 이제, 그런 그가 바뀌었다. “로빈은 하버드를 졸업한 지적이고 자신감 있는 인물이다. 부침이 많은 성격에 가끔씩은 화를 내고 가끔
컴백 헤니 컴백, 의 대니얼 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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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스필버그’ 펑샤오강이 한국에 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대륙 인민을 웃고 울리던 흥행감독 펑샤오강은 <야연>으로 처음 국내 관객과 만난다. <야연>은 중국에서 개봉 4일 만에 70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최종적으로 2500만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둘 전망이다. 장이모와 첸카이거가 무협대작으로 깜짝흥행을 선보였다면 펑샤오강은 <갑방을방> <몰완몰료> <수기> <따완> <천하무적>을 비롯한 히트작을 양산하며 근 10년 가까이 중국을 대표하는 인기감독으로 군림했다. ‘설영화, 블랙코미디의 일인자’였던 펑샤오강이 웃음기를 지워버린 비극 <야연>을 만든 심경이 궁금했다. W호텔에서 만난 펑샤오강은 처음 만든 비극 <야연>과 서민적인 영화의 중요성에 대해 느릿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2000년대 초반 무협대작은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게다가 주특기인 코미디를 배제하고 고전 비
<야연> 감독 펑샤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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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호 대표는 매의 눈과 코뿔소의 다리를 동시에 가진 사람이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CF감독으로 오랫동안 필드를 지킨 워커 홀릭기 다분한 이 CEO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과 주저없는 추진력으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2000년 광고제작사로 시작한 옐로우필름은 광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왔고 올해 초 <연애시대>로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또한 2006년 실리샌드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했고 바른손, 몬스터 등의 매니지먼트사를 식구로 꾸리면서 만만치 않은 캐스팅 파워까지 얻었다. 또한 배두나, 김민준, 오윤아, 이진욱이 출연하는 <썸데이>가 공중파가 아닌 OCN에서 첫 방영되는 것으로 한 차례 언론으로부터 “지상파와의 전면전”이라는 호들갑스러운 관심을 받기도 했고, 2007년 초 방영 예정으로 올해 11월부터 제작에 들어갈 <에이전트 제로>는 설경구, 손예진, 차인표라는 화려한 라인업 이외에도 대한민국 최초의 시즌제 드라마라는 점에서 상
드라마 극본 공모전 주최하는 (주)옐로우앤실리샌드 오민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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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이 할리우드로 보낸 최고의 선물.” <타임>은 장쯔이를 그렇게 평했다. 장쯔이가 신작 <야연>과 함께 9월18일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된 그를 숙소 W호텔에서 만났다. 어린 시절 고된 무용 수업을 견디다 못해 베이징댄스아카데미를 도망치기도 했던 소녀는 할리우드를 놀라게 한 배우로 성장했고, 지금은 아시아 스크린을 호령하는 여신으로 거듭났다. 쿠키를 오물거리며 쾌활하게 웃는 장쯔이의 얼굴은 스물일곱살의 8년차 여배우보다는 <와호장룡>의 완을 연상시키는 소녀의 풋풋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야연>의 화면에 나타난 그는 어느 때보다 고혹적이고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자아낸다. 장이모, 리안, 왕가위, 로우예, 스즈키 세이준 등 당대의 거장들과 작업한 장쯔이는 대륙의 대표 흥행감독 펑샤오강의 영화에서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궁금했다.
-오랜만에 중국에서 촬영했다. 펑샤오강 감독과도 처음 작업인데 수많은 시나리오 중에
<야연>의 장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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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선 무대에서 쓰러지기 전까지 배우를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영화는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소홀히 여겨지다가 쓸쓸히 퇴장하는 곳이 충무로다. 20년 넘게 주인공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안성기와 박중훈이 답한다. 1988년 <칠수와 만수>, 1993년 <투캅스>,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7년 만에 그들이 <라디오 스타>로 손을 잡았다. 20여년에 가까운 우정의 세월, 20여년의 버디무비 같은 몇몇 순간을 그들에게 청해 들었다. 언제나 변하지 않고 거기 앉아서 엽서를 읽어주고 신청곡을 틀어주는 DJ들처럼 그 남자들은 거기 있었다.
순댓국 냄새와 배기가스 냄새가 뒤엉킨다. 낙원상가의 생기는 <칠수와 만수>, 그리고 <라디오 스타>의 생기와 닮았다. <칠수와 만수>를 다시 20년 만에 찍는 촬영현장 같기도 하다. 둘이 만난 첫 영화는 변두리 인생 영화였다. <라디오 스타
둘일 때 가장 빛나는 별, <라디오 스타>의 안성기, 박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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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왜 만나자고 한 거예요?” 인터뷰 도중 공형진이 대뜸 물었다. 개봉을 앞둔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에 출연해서? 이번 영화에서 선한 눈매와 어울리지 않아 뵈는 악역을 맡아서? 민망하고 딱하게도, 적절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다. 뭘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묻나, 싶었을 뿐이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로 데뷔한 지 17년째. 공형진은 언제나 한결같다. 그 한결같음 때문에 “나를 왜 만나자고 했느냐”는 돌발 질문에 꿀먹은 벙어리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변신에 목말라하지도 않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그는 그동안 빛나지 않는 빈자리를 쉼없이 메워오면서 ‘코믹배우’, ‘감초배우’ 같은 그닥 달갑지 않은 수식을 얻었지만, 여전히 “대중이 원한다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촬영현장에서와 달리 나긋한 말투로 조근조근 답변하는 그의 말을 뒤로하고 인터뷰 장소를 빠져나올 무렵 불쑥 궁금증 하나가 떠올랐다. “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의 공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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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알려져 있는 대한민국의 배우 중 성적 소수자가 홍석천만은 아닐 것이다. 공식적인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 홍석천일 뿐이다.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혼자인 걸 보면 누구나 택할 수 있는 쉬운 길은 확실히 아니다. “왜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자주 출연하지 않느냐”고 일반인들이 묻는다는데, 정확히 말하면 아직도 그를 가둔 성문화적 철책이 걷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점에서, <두뇌유희프로젝트, 퍼즐>의 창녀촌 양아치 ‘노’,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무식하고 과격한 마초 역할을 홍석천이 한다는 것은 그를 둘러싼 기존의 성문화적 선입견과 아이러니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본인의 희극적인 연기 항로에 기댄 역이 아닌데다, 그가 지금까지 영화에서 맡았던 것 중에서도 제일 큰 역이다. 그래서 더 눈에 띄었을지 모른다. 담배를 피워보면 어떻겠느냐고 사진기자가 말하자, 선글라스를 쓴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요새는 담배없이 못 산다면서.
-담배를 많이 피우나.
<두뇌유희프로젝트, 퍼즐> 배우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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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는 지아장커, 상업영화는 루추안.” 지난해 베이징에서 만났던 십수명의 중국영화 감독들은 차세대 중국영화를 이끌어갈 유망주를 묻자 대부분 이 두 사람을 지목했다. <사라진 총> <커커시리>로 중국 대중영화의 기대주로 부상한 루추안이 서울을 찾았다. <사라진 총>이 CJ중국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인 생활을 거쳐 베이징전영학원에 입학한 특이한 이력의 루추안은 두편의 영화에서 블랙코미디와 서부극을 정교하게 활용하는 장르적 재능을 선보였다. 할리우드와 대륙이 주목하는 1971년생 감독이 말하는 차기작과 중국영화의 미래에 귀기울여보자.
-<사라진 총>은 선배 감독 장원을 주연으로 했기 때문에 작업하면서 우여곡절이나 배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장원은 중국 최고의 남자 배우다. 한국 배우와 비교하면 최민식, 장동건과 비슷한 실력파다. 당시 그는 지하영화 <귀신이 산다>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CJ중국영화제 개막작 <사라진 총>의 루추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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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조승우의 얼굴은 유난히 낯익게 느껴진다. 연초부터 여자친구와의 결별설이 나돌면서 쑥덕방아에 오르내리던 그는 4월 바로 그 구설의 주인공 강혜정과 함께 출연한 <도마뱀>을 통해 관객과 만났고, 3월에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과 함께 일본으로 가서 한류의 물결을 다시금 출렁이게 했으며, 8월에는 국립극장 무대에서 다시 지킬과 하이드의 열정적인 변신극을 보여줬다. 그리고 9월 하순에는 영화 <타짜>를 통해 영화 관객 앞에 등장하게 되니, 그는 데뷔 이래 가장 숨찬 한해를 달리고 있다.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타짜>에서 조승우는 주인공 고니를 연기한다. 고니는 한때 순박한 청년이었으나 노름의 세계에 탐닉하게 된 뒤 도박판의 선수요, 화투판의 전사인 ‘타짜’로 변신하고, 이후 평경장(백윤식), 정 마담(김혜수), 고광렬(유해진) 등 ‘돈 놓고 돈 먹는’ 이 세계의 총총한 별들과 만나면서 서서히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배우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 <타짜>의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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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남, 문성근, 이창동은 삼총사 같은 이미지를 가졌다. <초록물고기>는 그 도원결의의 상징 같은 영화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장관 이창동은 감독 이창동으로 돌아와 전도연, 송강호 주연의 <시크릿 선샤인>(가제)의 촬영을 코앞에 두게 됐다. 배우 문성근은 <한반도> <두뇌유희프로젝트, 퍼즐> 등 스크린과의 만남이 잦아졌다. 그런데 배우이자 제작자 명계남에게 쏟아지는 영화 바깥의 ‘치도곤’은 멈출 줄 모른다. ‘바다이야기’의 뒤에서 상품권을 주무르며 큰돈을 거머쥔 어둠의 보스 같은 대우를 일부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받고 있다. 이렇다 할 근거가 밝혀진 건 하나도 없다. 결국 그는 두 친구가 영화계로 회귀한 시점에, 그 자리를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 영화계 밖에서 시작된 역차별이 영화계 안으로 파고든 탓도 있다.
그가 진정 서글퍼 보였던 건, “그 좋은 영화일”을 접기로 한 심정을 쏟아낼 때가 아니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사진은 싣지 않
제작자 은퇴 선언한 이스트필름 대표 명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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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해변의 여인>의 남자주인공은 김승우다. 연방 휴대폰을 꺼내 자랑하는 10개월 된 딸 라희의 아버지가 된 때문일까. 두편에서 나타나는 김승우의 연기는 전과 달리 일상의 냄새가 짙게 묻어 있다. 거기에는 <호텔리어>로 얻은 한류 스타의 화려함도 <라이터를 켜라>의 ‘어리버리’ 봉구의 어눌함도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기원을 찾으면 <궁>으로 부활한 황인뢰 PD의 역작 <연애의 기초>에서 낮은 목소리로 얼굴을 내밀던 한수의 자연스러움에 가깝다. 물론 11년 전 숫기없던 한수와 달리 <연애…>의 영운과 <해변의 여인>의 중래는 비루한 일상을 이기적으로 견뎌내는 속물이다.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17년차 배우 김승우의 사람 좋은 미소는 여전했지만, 작품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연기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의 눈빛에는 어떤 결심이 반짝거렸다.
-주연한 <연애…>와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해변의 여인>의 김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