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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타탄 영화·DVD 배급사 사장 헤이미시 맥알파인은 오래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다. 영화제를 따라 계속 여행하고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다시 말해 일년 내내 거의 한곳에 머물러 있는 일이 드문- 이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타탄사의 홍보책임자에게 떼를 쓰기 시작한 게 지난해 8월부터였다. 그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가 스코틀랜드 최고의 건축 재벌 맥알파인사의 손자라서도, <키즈>(Kids)의 감독인 래리 클라크과 런던의 한 클럽에서 주먹다짐을 벌였다는 영화계의 가십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것은 타탄사가 배급해온 한국영화의 물량이나 성공적인 브랜드 마케팅, 획기적인 배급 방식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는 그가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원초적인 관심 때문이었다.
영국의 주요 인디 배급사 중 하나인 타탄의 ‘아시아 익스트림’ 브랜드는 영국 영화·DVD 배급업계에서는 전설적인 성공 신화로 자리잡았다. 아류라고 말하는 것은 좀 미안하
타탄 배급사 사장 헤이미시 맥알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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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42)을 보고 있노라면 굉장히 오랫동안 만나온 배우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건 어쩌면 그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굉장히 많은 영화에 얼굴을 보여준 탓인지도 모른다. 2003년 <대한민국 헌법 제1조>로 영화에 데뷔한 뒤, <황산벌> <시실리 2km> 등으로 얼굴을 알렸고, TV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작업의 정석> <왕의 남자> <음란서생>에 차례로 등장했고, <잘 살아보세> <도마뱀> <가족의 탄생>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비록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신부, 전당포 주인, 내관, 모사화가 등 비중이 적은 역할을 맡아 잠깐씩 스크린을 스쳐갔지만,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인상만큼은 머릿속에 진득하게 들러붙어 있다. 아마도 관객과 배우 사이의 거리감을 없앨 만큼 친숙함을
<왕의 남자> <음란서생>의 배우 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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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을 많이 타는 오달수는 자주 얼굴이 빨개진다. 터울이 크게 지는 큰형과 누나 두명 아래에서 막내로 자란 그는 거칠고 난폭한 영화 속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힘든 사람이다. 동생들을 위해 칼국수를 끓이는 <마파도> 초반의 신 사장이나 다정하고 여성적인 <친절한 금자씨>의 제과점 사장 장씨가 현실의 오달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올드보이>의 사설감옥 주인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오달수는 사채업자나 무기밀매상, 도굴꾼 등을 주로 거쳐왔고, 찬찬히 들여다볼 새도 없이 금세 영화에서 사라지곤 했다. 다만 그 순간이 매우 강렬했기에 몇년 사이 수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음란서생>은 여러 가지 점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오달수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오달수가 연기한 음란소설 출판업자 황가는 의리있고 귀여우며 영화 내내 등장한다. 욕설과 주먹으로 저자를 주름잡는 깡패가 아
<음란서생>의 출판업자 황가 역 오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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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 감독의 신작 <달려라 장미>가 드디어 개봉한다. 지난해부터 영화제를 떠돌며 간간이 소식을 전하던 <달려라 장미>는 오랜 기다림 끝에 일반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일단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욕망>처럼 무거운 주제로 일관하던 김 감독이 코미디영화를 만든 점이 이채롭다. 그럼에도 <달려라 장미>는 그의 데뷔작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와 많이 닮았다. 이틀이라는 영화적 시간이나 과거를 되돌아보는 회환을 보여주는 감정의 진폭에서 두 작품은 매우 비슷한 얼굴을 드러낸다. 다만 <달려라 장미>는 김 감독이 살아온 지난 10년의 삶의 더께가 묻어나 <시간의 오래 지속된다>의 모더니즘에 리얼리즘이 더해진 모습이다. 유머와 상처가 공존하는 <달려라 장미>를 김 감독의 음성으로 들여다본다.
-<달려라 장미>는 개봉이 많이 늦어졌다. 배급과 관련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
<달려라 장미>의 김응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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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드세 보이는 여자, 대단히 인자해 보이는 남자.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문소리와 지진희를 한 구절로 표현하라면 이보다 무난한 구절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에 관한 정답이 없다 쳐도, 저 구절은 오답이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교수, 선생, 환경단체 회원들같이 사회적 명예와 지위와 고상함을 갖춘 이들에 관한 발칙한 X파일이다. 두 배우와의 만남은 ‘별로 드세지 않은, 별로 인자하지 않은’ 남녀에 관한 X파일에 가까웠다. 표지 촬영 약속시간은 5시. 지진희는 일찌감치 준비를 마치고 “4시쯤 도착할 것 같은데”라는 전갈을 보내왔고, 이날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1인 시위로 4시간 동안 찬바람을 맞고 온 문소리는 피로로 푹 꺼진 눈을 하고서도 “이따 밥 먹으며 인터뷰해요”라더니 온돌방이 깔린 밥집에 앉아 하염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지진희는 단호한 어조의 문장을 즐겨쓰는 사람이었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문소리는, 불편한 자리를 편하게 만든 다음 얼른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문소리+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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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아름다움은 오래 묵어 숙성된 상처에서 터져나오는 빛의 아름다움이다. 그건 그래서 관습적인 카메라나 듬성듬성 짜맞춘 미장센에서는 티도 안 나는 아름다움이며, 눈썰미없는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없는 그런 아름다움이다. 이윤기 감독이 최초로 발굴한 김지수의 영화적인 아름다움, 그러니까 14년 동안 TV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으나 그 참된 매력은 아직 안개 속에 있었던 김지수의 얼굴엔 그렇게 낯선 아름다움이 있다. 물론 그런 상처의 아름다움만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고, 거기엔 저마다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김지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과, 공지영과 쓰지 히토나리 작가에 관한 단상과, 스크린쿼터에 관한 단상(미국의 이기주의에 대한 단호함)을 슬쩍 훑어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영화계가 ‘신인영화배우’ 김지수에 열광한 것은, 오랜 세월의 빛과 어둠 속에서만 성장하는 서늘한 아름다움의 존재를 김지수가 알려줬기 때문이다. 문승욱 감독은 <로망스>
서늘한 아름다움, <로망스>의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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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는 <키네마준보>와 <아사히신문>이 선정한 2005년 최고의 일본영화다. 원작자, 감독, 배우들 모두 일본인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박치기!>는 엄숙한 예술영화가 아니다. 당돌한 유머와 비극의 드라마가 시끌벅적하게 충돌하는 청춘성장영화다. 더욱 특이한 건, 1968년 교토의 시공간으로 당대 일본의 풍모를 담지만 그 속의 진짜 주인공이 재일동포와 분단에 다가서는 진지한 시선이란 점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 공로상을 안겨주기도 했던 이봉우 씨네콰논 사장이 제작자로서 입김을 넣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랬다. 그의 여동생인 이애숙 씨네콰논 부사장의 표현대로 그건 “우리 얘기”였다. 김대중 납치사건을 다뤘던 <케이티>에서 김갑수란 재일동포의 비중을 높여놓았던 제작자로서의 ‘전력’이 새삼 떠오른다. 일본을 대표하는 고도(古都) 교토에서 청춘을 보내며, (북)조선 국적을 유지하면서 겪은 이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한국영화와
<박치기!> 제작하고 CQN명동 오픈한 씨네콰논 부사장 이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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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47) CJ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느낌은 젊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투자·배급사이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의 CEO라 하기엔 다소 어려 보이기까지 한다. CJ엔터테인먼트는 현재 변화의 급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인터뷰 내내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작을 맞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던 김주성 대표는 조직과 인력을 바꾸고 이전과는 다른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을 향하고 있다. 사실, 변화 지향적인 그의 노선은 젊은 패기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의 수익은 나빴고, 배급순위 1위 자리를 쇼박스에 빼앗겼으며, 통신자본과 새로운 배급사로부터 도전받고 있고 있다. 올해 초에는 CJ엔터테인먼트가 물적분할을 통해 CGV, CJ미디어 등의 지분을 놓고 비상장 법인으로 바뀐다는 계획까지 발표됐다. 창사 이래 CJ엔터테인먼트가 맞은 가장 큰 파랑을 돌파해야 할 선장인 그는 짧은 영화계 경력이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시작을 선언한 CJ엔터테인먼트 김주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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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마준보, 마이니치 영화콩쿠르, 블루리본이 한목소리로 선택한 2005년의 일본영화는 <박치기!>다. 각종 영화제의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고 있는 <박치기!>의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은 독설가로 명성이 높다. TV에서 영화를 소개할 때마다 “저질, 최악”이라는 단어를 서슴지 않는 그가 자신의 신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고등학교 시절 영화동아리를 만들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학원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었고 <아이들의 제국>과 <키시와다 소년우연대>처럼 성장기 소년 소녀에 집중했던 이력, <임진강>을 들으며 자란 나라 출생인 것을 감안할 때 이즈쓰 가즈유키에게 <박치기!>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현해탄 건너편의 그와 주고받은 <박치기!>와 재일조선인에 관한 서면 인터뷰.
-당신은 핑크무비로 영화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로사와 기요시, 수오 마사유키, 오스기 렌, 에모
2005년 각종 일본영화상을 휩쓴 <박치기!>의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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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세대의 얼굴, 첸카이거 감독이 신작 <무극>과 함께 한국을 찾아왔다. 전날 미국에서 아카데미 노미네이션을 위한 상영을 마치고 내한한 그는 “판타스틱하다”는 관객의 반응에 고무된 얼굴이었다. 1984년 단 7만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황토지>로 로카르노 영화제 은표범상을 거머쥐며 5세대의 개막을 전세계에 알린 첸카이거는 지난해 중국 역대 최고인 3000만달러의 제작비에 한·중·일의 간판 배우를 조합해 <무극>을 완성했다. 과거의 예술영화 감독은 지금 중국 상업영화의 대변인을 자처한다.
-<무극>은 중국에서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중국 국내에서 극장 흥행성적이 어떠한지 궁금하다.
=지난 주말 2500만달러를 돌파했고 손익분기점에 근접했다. <무극>은 중국에서 흥행에 관련된 기록을 일곱개나 경신했다. 최고 흥행작 <영웅>을 능가할지 장담할 순 없지만 비슷한 결과를 예상한다. 인터넷 게시
중국식 블록버스터 <무극> 만든 첸 카이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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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가구점이 모여 있는 보광동 거리는 한밤이 되어 인적도 없고 불빛도 없었다. 그러나 그중 한곳만은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파티장을 찾은 듯 성장한 두 남자와 한 여자를 맞아들였으며 또 차례로 떠나보냈다. 제작보고회를 마치고 달려온 <음란서생>의 세 배우, 한석규와 이범수와 김민정이 오래된 가구와 벽을 메운 장미꽃 사이에 앉아 함께 그리고 혼자 카메라 앞에 서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이미지와 나이가 너무 다른 이들을 하나의 구도 안에 담을 수 있을까, 잠깐 의심도 했지만, 터울이 크게 지는 오누이처럼 혹은 서로를 두고 다투는 삼각관계의 연인처럼 다정한 긴장이 흘러나왔다.
한석규와 이범수와 김민정은 정작 영화 속에서는 거의 한자리에서 만나지 못했다. <음란서생>은 한석규가 이범수와 연기하고, 한석규가 김민정과 밀회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2005년 마지막 날 새벽에야 촬영을 마친 <음란서생>은 평생을 샌님으로 지내온 사대부 윤서(한석규)가 음란소설의
<음란서생>의 한석규·김민정·이범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