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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자살 기도를 한 여자의 칙칙한 무기력감, 알코올 중독자에 폭력 아버지 밑에서 자란 소년의 메마른 그늘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공지영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두 주연배우 이나영과 강동원은 까맣고 큰 눈동자와 작은 얼굴을 반짝일 따름이다.
송해성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기도 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1월 말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아는 여자> 이후 길고 건강한 휴식기를 가진 이나영의 여자 ‘유정’은 생의 의욕이 불투명한 사람이며, 하늘거리는 몸짓과 슬픈 눈동자가 많은 말을 대신했던 피사체 강동원의 남자 ‘윤수’는 고달팠던 삶과 그럼에도 버려지지 않는 생의 의지를 눈물로 쏟아내는 사람이다.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 워밍업 중인 두 배우를 미리 만나고 싶었다. 스튜디오 안에 들어선 그들은, 상대 배우에 대한 낯섦과 호감을 뒤섞어가며 사진 촬영 중에 번갈아 쑥스러운 웃음을 터뜨리고는 했다. 당신이 보고 있는 이 푸른 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강동원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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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는 광대들의 이야기다. <왕의 남자>는 흥겹고 따뜻하다. 약자들의 고단하고 질척이는 일상을 위로해주는 그 힘은 누구에게서 나올까. 한양의 떠돌이 광대 무리 육갑, 칠득, 팔복에게서다. 장생처럼 대담하지도, 공길처럼 눈부시지도 않은, 일용할 양식을 벌어먹고 살게 해줄 재주밖에 가진 것이 없는 평범한 광대들. 육갑 패거리의 광대짓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유해진, 정석용, 이승훈 등 육갑 패거리를 맡은 세 배우의 연기는 궁색함의 과장이나 잡스런 개인기 없이 걸쭉한 인간미를 주물주물 다듬어낸다.
이들의 우두머리 격인 육갑의 유해진은 2005년에만 5편의 출연작을 냈다. <왕의 남자>를 비롯해 <혈의 누> <강력3반>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그리고 <공공의 적2>. 그는 언제나 기억할 만한 조연이다. 연쇄살인의 희생자이건, 식당 아줌마로 변장하고 범죄 현장을 빠져나가는 마약밀매범이
<왕의 남자>의 광대 우두머리 육갑 역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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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필름(대표 이승재)이 거래소 상장기업인 ㈜이노츠(대표 백종진)와 합병하면서 충무로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투자-제작-배급-극장-매니지먼트 등 토털 엔터테인먼트 체제와 대규모 자본운용 계획, 그리고 ‘글로벌 프로젝트’의 가시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노츠는 강변 테크노마트, 명동 아바타, 한글과컴퓨터 등을 소유한 프라임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으며, 프라임이 내년 상반기 완공예정인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25개 스크린을 가진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프라임시네마’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3년 내 극장 점유율 20%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정도의 자금력을 지닌 그룹이 이노츠의 물적 토대라면, LJ필름이 계열사로 안고 들어간 나무액터스, 블루드래곤 엔터테인먼트, 별모아엔터테인먼트, 열음엔터테인먼트 등 4개 매니지먼트사는 이번 합병의 ‘얼굴’이 되고 있다. 이들 4개사에는 송강호, 문소리, 문근영, 류승범, 김주혁, 김지수, 김태희, 김래원, 남상미, 박희
투자-제작-배급-극장-매니지먼트 체제 갖춘 LJ필름의 이승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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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배우라는 꽃에 생명을 불어넣는 주문이다. 세상의 배우들은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어야만, 이름을 기억해주어야만, 비로소 숨을 간직한 채 피어난다. 그래서 누구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세상의 배우들은 그리도 쉽게 벚꽃처럼 진다. 현빈은 운을 타고난 꽃이다. 현빈, 강국이, 삼식이. 지난 3년의 짧은 연기 생활을 거치며 모두가 불러주고 기억하는 세개의 이름을 얻었으니 말이다. 첫 이름은 강국이었다. 드라마 <아일랜드>는 인정옥 작가가 직조한 마법 같은 경구들로 넘쳤지만, 말없는 보디가드 강국이 무심히 던지는 경구들은 특히나 음미할 만했다. “내 직업이 경호원이니까 내가 지켜줄게요.” “처음에는 불쌍해서 좋았는데 지금은 좋아서 불쌍합니다.” 사람들은 강국이의 입으로 뱉어지는 대사들을 외우고 또 외워댔다. 7개월 만에 다시 출연한 두 번째 드라마는 현빈에게 강국보다 더 큰 이름을 지어주었다. “당신이 5천만원보다 더 좋다”고 고백하는 남자, 삼식이었다.
현빈이 새롭게 얻
강국이, 삼식이, 그 다음은? <백만장자의 첫사랑>의 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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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다큐공동체 푸른영상 대표,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 인디다큐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이상은 모두 김동원 감독을 수식할 수 있는 직책이다. 두 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 <다섯개의 시선> 중 <종로, 겨울>을 만든 그를 만나, 다양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그 많은 감투(?) 중 어느 것 하나 그저 이름만 걸어놓은 것이 없는 까닭에, 어떤 질문에도 그는 허투루 답하지 못한다. 그는 <송환>의 인기 때문에 끈끈한 지인들과 본의 아니게 멀어진 푸른영상이 한결같음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부산국제영화제나 EBS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덕분에 입지가 좁아진 인디다큐페스티벌을 염려하며, 여전히 영진위 내부에 남아 있는 관료주의를 걱정한다. 글로 옮겨놓으니 마치 자신이 속해 있거나 책임지는 모든 조직의 고쳐야 할 지점만을 지적하는 엄격한 수장 같다. 그러나 그는 인연을 맺는 그 순간, 끝까지 함께할 수 있
<다섯개의 시선> 중 <종로, 겨울> 만든 김동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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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음침한’ 한겨레 사옥 옥상으로 걸음을 해야 했던 정준호는 (유수의 코미디영화에서 줄곧 보아왔던) 수더분하고 약간은 어수룩한 느낌의 인물이 아닌, 노련하고 젠틀한 사업가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95년 MBC 공채로 데뷔한 지 10년, 16개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자 영화사와 호텔, 그 외 여러 사업에 몸담고 있는 실업가가 된 그다. “개인적으론 <아나키스트>에서 맡았던 역할(이근)이 기억에 남는데 사람들은 <두사부일체>를 가장 많이 기억하시죠. 피트니스센터에 가면 어르신들까지 영화 재밌게 봤다는 말씀을 건네실 정도로.” 실제로 그가 사용한 단어는 ‘어르신’이 아니라 ‘회장님’이었는데, 피트니스센터에서 ‘체력단련’을 하다 회장님과 인사를 주고 받는 모습을 떠올리자, 본좌, 잠시 뜨악한 기분이 되었다. ‘어, 뭐으야?’하는 표정을 지으며 반쯤 입을 벌리고 ‘왜이래? 왜 이러세요?’라고 할 것 같은 두식이, 대서, 내지는 명수, 백두 등
노련하고도 편안한 솔직함, <투사부일체>의 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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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차이를 두고 도착한 설경구와 송윤아는 <사랑을 놓치다>라는 제목의 애잔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서로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짓궂게 장난을 걸고 흘긴 눈으로 받아치는 초등학교 아이들 같다고 할까, 혹은 속정을 툭툭 치는 말투로만 표현하는 오빠와 그 속을 알면서도 새침하게 토라진 척하는 누이동생 같다고 할까. <광복절 특사> 이후 두 번째로 만난 이들은 사실 처음 영화를 찍으면서는 서로를 그리 깊이 알지 못했다고 한다. 둘만 있는 대목은 고작 한두 장면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선 연인이다. 대학 시절 짝사랑했으나 한번도 입 열어 좋아하노라 말하진 못했던 연수와 십년이 지난 뒤에야 뒤늦게 다가온 연정에 당황해하는 그 짝사랑의 대상 우재. 영화는 두시간에 불과하지만 십년 애정을 응축해 표현해야 했던 설경구와 송윤아는 그처럼 당기고 밀어내며 가슴 태우는 사랑을 익혔나보다. 화사한 크리스마스 장식 앞에서, 꽃으로 꾸며놓은 그네 위에서, 설
<사랑을 놓치다>의 설경구 & 송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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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태양은 없다>의 시나리오 작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7년 반 동안 900명이 넘는 후학을 길러낸 시나리오 선생님,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 공동대표 심산을 만났다. 그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DB 사업은 1년 반 동안 12편의 시나리오 계약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영진위 공모전 당선작의 영화화 비율이 평균 5%선에 머물던 전례를 생각하면 시나리오 DB사업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운영위원회는 이 사업을 시나리오 마켓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오는 2월 국내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문을 여는 시나리오학교 심산스쿨에서 심산 작가와 나눈 시나리오 마켓에 관한 이야기.
-오랫동안 유지됐던 영진위의 기존 공모전과 제도적 변화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영화진흥공사 시절부터 시나리오 공모전의 목적은 작가의 발굴이었다. 임상수와 김기덕 같은 감독들이 이곳을 통해 입문한 점만 봐도 성과
시나리오 마켓 만드는 시나리오 작가 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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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은 아침부터 시작한 이사가 채 끝나지 않은 듯한 K&J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이삿짐을 푸는 사람답게 들뜨고 활기있어 보였지만, 그 생기가 이사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장진 감독이 제작과 공동각본을 맡은 <웰컴 투 동막골>은 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연출한 <박수칠 때 떠나라>도 관객 300만명을 넘기며 선전했다. 스스로 ‘호남 누아르’라고 정의한 신작 <거룩한 계보>도 벌써 시나리오 초고가 나왔다. 요즘 “일에 미쳐 있다”는 장진 감독. 1월13일에 개봉하는 옴니버스 인권영화 <다섯 개의 시선> 중에서 <고마운 사람>에 관한 기억을 청하고자 그를 만났지만, 대화는 수시로 방향을 바꾸어, 뿌듯했던 지난해와 촘촘히 들어찬 금년 계획에까지 이르렀다.
-<웰컴 투 동막골>이 대한민국 영화대상 작품상을 탔다. 수상무대에서 이 영화를 친북·반미 영화로 몰아갔던 사람들에게 뼈
<다섯 개의 시선>의 <고마운 사람> 연출한 장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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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진 것 같다고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정말입니까? 제가 요즘 독할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기사를 미리 읽고 인사치레로 하는 얘기는 아닙니까? <데이지> 촬영으로 타국 네덜란드에서 두달 내내 지내는 것은 별로 쉬운 일이 아녔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다른 방도가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운동을 하기로 했는데, 제대로 된 방법도 모르겠고 사실 재미도 없지 않습니까? 트레이너에게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좋은 것도 자기가 좋다고 느껴야 좋은 법이라고, 운동도 그렇습니다. 이두 운동을 한다 치면 이 팔뚝 안에서 이두 근육이 벌떡벌떡 움직이는 것을 느껴야 합니다. 열심히, 밥 먹는 것처럼 습관이 될 때까지 운동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옆에서 보기도 지겹다” 할 정도로 집과 헬스클럽만 오가며 살았습니다(제 마음속은 나름 되게 바빴는데 남들은 몰랐나봅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잡념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진자추처럼
다시 출발점에 선 여배우의 고백, <데이지>의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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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라고나 할까. 진가신 감독은 상대가 기자가 아니더라도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염없이 풀어놓을 법한 사람이다. 홍콩 현지 프리미어 때 한차례 인터뷰를 가졌지만 서울에서 다시 2라운드를 가지게 된 데는 진가신 감독에게도, 아니 그의 수다 본능에도 책임이 있다. 당시 주어진 시간은 30분 남짓이었음에도 그는 홍콩과 중국의 영화시장과 범아시아 프로젝트 등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식견을 드러내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한번 시작된 이야기의 방향을 튼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결국 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들을 시간은 거의 없었던 거다.
그의 입을 통해 얘기를 꼭 듣고 싶었던 영화는 <퍼햅스 러브>다. 정통 뮤지컬이라기보다 ‘음악을 곁들인 멜로드라마’라고 표현하는 게 올바른 이 영화는 그동안 진가신 감독이 만들어왔던 영화와 일맥상통하면서도 커다란 변화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세 사람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를 밀도있게 다룬다는 점에서는 <첨밀밀> 같
뮤지컬 <퍼햅스 러브>의 진가신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