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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0월 첫 연재를 시작한 <베르세르크>는 일본 출판사 백천사의 월간지 <월간 애니멀 하우스>에서 시작해 <영 애니멀>로 무대를 옮겼다.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주인공 가츠에게 세상은 참혹하고 무자비하다. 자기 보호 수단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것밖에 배우지 못한 소년은 경계와 적대에 익숙하게 자란다. 누구도 쉽게 믿지 않는 그는 우연히 목표지향적이고 자기 확신이 큰 그리피스의 부대에 들어가게 된다. 국가를 손에 넣고 싶다는 유혈낭자한 꿈에 이들은 전쟁과 오해, 지옥과 난상, 복수와 쟁취, 분노와 신의를 마주한다. 오뮤지엄에서 진행하는 <대베르세르크전 ~미우라 켄타로 화업 32년의 궤적~>(이하 <대베르세르크전>)은 원작자 미우라 겐타로의 자취를 좇는다. 폭동과 광기에 가까운 일대기에는 말초적인 재미를 넘어 30여년의 시간을 거치고도 대중의 공감을 일으키는 철학적 깊이가 담겨 있다. 한국 최초 <베르세르크
[트랜스크로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다크 판타지 전설의 시작, <대베르세르크전 ~미우라 켄타로 화업 32년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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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가람 감독의 영화 세계는 두 갈래로 거칠게 양분할 수 있다. 한축은 단편 <시국페미>, 장편 <우리는 매일매일> 등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다른 축은 공간에 관한 탐구다. 가부장제의 대유로 은마아파트를 활용한 단편 <모래>, 도시문제를 다룬 단편 <진주머리방>이나 장편다큐멘터리 <이태원>에는 모두 특정 공간에 집중하는 동시에 사회제도의 결함이나 모순으로 인해 그 공간에 정주할 수 없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두 갈래의 세계는 그의 첫 장편 극영화 <럭키, 아파트>에서 교차한다. 연애 9주년을 앞둔 레즈비언 커플 선우(손수현)와 희서(박가영)는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서 동거 중이다. 어느 날 선우는 독거노인인 신임(전소현)이 사는 아랫집에서 악취를 맡고, 냄새의 원인을 찾아가던 중 신임과 정남(정애화)이 벽장 밖으로 나올 수 없었던 성소수자 커플이었음을 알게 된다. 지금 한국
[인터뷰] 연대할 수 있는 희망의 씨앗으로 자리하길, <럭키, 아파트> 강유가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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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우울에 사무치는 연기로 줄리앤 무어를 넘볼 자가 있을까? 그는 수많은 작품에서 스틸레토힐을 신은 채 유리로 만든 바닥을 질주하는 듯한 여성을 연기하며 스크린에 위태로운 균열을 내왔다. 올해 초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신작에 줄리앤 무어가 캐스팅됐다는 뉴스가 들리자, 평자들은 검붉은 죄의식에 사로잡힌 여성들을 일관되게 포착해온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줄리앤 무어를 만나 얼마나 위험한 영화를 만들어낼지 기대하며 군침을 흘렸다. 하지만 <룸 넥스트 도어> 속 줄리앤 무어는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사려 깊다. 그가 분한 잉그리드는 수십년 만에 만난 친구 마사(틸다 스윈턴)가 죽음을 향해 위엄 있는 행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인 동시에 상대의 말에 진심 어린 반응으로 화답하며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흐름을 보조하는 훌륭한 말 상대다. <씨네21>이 국내 언론 중 단독으로 줄리앤 무어와 일대일 인터뷰로 만났다. 잉그리드 못지않은 대화의 명인인 줄리앤 무어가 영화, 연
[인터뷰] 살며 관찰하며 지지하며, <룸 넥스트 도어> 배우 줄리앤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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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슈퍼스타K2>, 소속사 오디션과 아이돌 활동. 순간으로 기억되는 두꺼운 시간들을 성실히 걸어나갔다.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맞은 오마이걸의 재간둥이 리드보컬 승희는 이제 <정년이>의 박초록과 마주 앉아 자신을 담아볼 새로운 찻잔을 들여다본다. “스스로 선택한 도전에 스트레스란 없다”며 향을 우릴 예쁜 꽃잎을 고르고, 앞으로의 10년을 상상할 때 배우로서의 지금이 또 하나의 “역사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며 기꺼이 다시 물을 데운다. 어떤 자만도 등 떠밈도 없이, 그저 지금 자신의 뒷면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귀하고 소중한 열망으로.
-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
연기에 대한 뚜렷한 갈망을 느낀 때를 5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문득 ‘내가 죽으면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가수로서도 물론 목소리나 음반 속의 이야기를 남길 수 있겠지만 배우는 작품 속 수많은 자아로 영원히 남지 않나. 하나의 몸
[who are you] <정년이> 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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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살인극’이라는 <더 킬러스>의 설정 안에서 배우 심은경의 위치를 상상해보자. 배경보다는 중심, 그중에서도 강렬한 킬러의 역할에 그를 대입하게 된다. 미리 밝히자면 일부는 맞고 일부는 빗나간 예측이다. 김종관·노덕·장항준·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네편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영화 <더 킬러스>에서 심은경은 없어선 안될 주역이자 짧게 스쳐가는 단역으로 여러 차례 외피를 바꿔 등장한다. 그동안 축적되어온 심은경에 관한 모든 인상을 잊어도 좋다. 그 스스로도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 단언할 만큼 전에 없던 심은경의 에너지가 네 단편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배우 심은경이라는 세계를 다시 탐험하고 다시 발견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에 온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출연작이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봉 시기도 가까워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겠다.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커버] 심은경의 시간, 고민, 사랑으로 채운 점묘화, <더 킬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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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연인. 큰 결점 없이 모두에게 두루 사랑받는 인사에게 붙는 상찬이다. 하지만 이들은 하필 ‘만인’의 연인이라, 무성한 뒷소문이 쉽게 번지고 주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인이 멋대로 지은 새장 안에 갇히길 요구받는다. 19세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후 엘리자베트 또한 만인의 연인이었다. 손꼽히는 미모와 관습을 따르지 않는 파격적인 행보로 백성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황실과의 갈등과 지나친 사치로 인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평생 오르내린 셀러브리티였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황후 엘리자베트의 일대기를 재편한 작품이다. 엘리자베트를 암살한 루이지 루케니가 극의 안팎을 오가는 해설자가 돼 엘리자베트에게 조소를 보내고, 엘리자베트는 남성배우로 의인화된 죽음에 반발하고 이끌리며 자유를 열망한다. 햇수로 19년째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옥주현은 2012년 <엘리자벳>의 한국 초연부터 모든 시즌에 엘리자베트 황후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2024년, 옥주현은 <
[인터뷰] “진실을 궁금해하지 않는 소란이 삶에서 벌어져도”, <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 배우 옥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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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4년,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밤하늘의 달님을 보며 “아~ 진짜 죽고 싶다. 진짜 진짜 죽고 싶다”라고 말한다. 옆의 친구는 죽는 것 말고 다른 소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변은 “아~ 진짜 야자(야간자율학습) 째고 싶다”이다. 다큐멘터리 <잠자리 구하기>가 담은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대학입시의 압박은 죽음의 충동과 웃기지만 무겁게 비견된다. 감독 자신을 포함한 고등학생 친구들의 입시 지옥과 그 악영향을 찍은 약 10년의 기간, 이 상황에 대한 인물들의 진솔하고 응축된 감정은 <잠자리 구하기>의 무게감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2024년 지금은 어떨까. 홍다예 감독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라고 말한다. 여전히 아이들은 험난한 사회의 풍경을 버티고 있다. 날아가다 유리 벽에 몸을 부딪치거나 물에 빠져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잠자리들처럼 말이다. 2년 전 인터뷰에서 <잠자리 구하기>를 ‘인류학적 반(反)성장 보고서’라
[인터뷰] 재난 같은 감정과 몸에 붙인 카메라, <잠자리 구하기> 홍다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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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장에 도착한 배우 유준겸이 해사한 얼굴로 다감한 한국어 인사를 건넸다. 눈앞의 그가 <구룡성채: 무법지대>에서 거친 액션을 선보인 행동대장 ‘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연극배우로 경력을 시작해 영화 데뷔작인 <비욘드 더 드림>(2019)으로 제26회 홍콩영화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유준겸은 이후 <매염방 Anita>(2021), <잠행>(2023) 등을 통해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그런 그에게도 정바오루이 감독의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처음 발을 내디딘 미지의 영역은 오히려 유준겸의 열정을 끓게 했다. “전과 다른 연기에 도전하면서 내 능력치를 넘어서는 경험이 흥미롭다”라고 밝힌 유준겸과의 대화 중 차츰 호기로운 신이의 모습이 언뜻언뜻 드러났다.
-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80년대 홍콩 액션영화의 정취가 짙게 담겨 있다. 당시 홍콩 액션물을 좋아했나.
한
[인터뷰] 현대무용이 액션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구룡성채: 무법지대> 배우 유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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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세상은 동생인 가을(김민주)로 가득하다. 청각장애를 지닌 수영선수인 가을을 응원하며 그가 국가대표로 선발돼 올림픽에 출전할 날만을 염원하고 있다. 가을이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돕는 시간 외에는 수어를 배우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 여름의 일상에 용준(홍경)이 등장한다. 용준은 여름을 좋아하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표하며 접근하고, 그런 용준으로 인해 여름의 세상은 차츰 넓어진다. 여름을 연기한 노윤서는 2022년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데뷔한 뒤 영화 <20세기 소녀>, 드라마 <일타 스캔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에 출연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일타 스캔들>의 해이 역으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 작품 연기한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켜온 그는 겉으로 표현되지 않는 여름
[인터뷰] 너에게 닿기를, <청설> 노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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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에 열정이 있고 목표가 분명한 친구. 언니 앞에서는 여려지기도 하지만 솔직하고 직설적인 사람.” 배우 김민주가 분석한 <청설>의 서가을은 곧은 직선 같다. 걸 그룹 아이즈원의 주축 멤버로서 근면 성실하게 활동했던 시간들은 배우 김민주에게도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실제로 아이돌 활동은 김민주가 가을로 거듭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됐다. 짧은 시간 안에 안무를 완벽히 익혀야 했던 과정은 수어를 몸으로 빠르게 체득하게 했고, 초 단위로 임팩트를 남기는 무대 위의 시간은 눈에 띄는 표정 변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배우 김민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수어를 배우는 과정을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몸으로 조형하는 언어의 바다로 빠져들기 위해 그는 먼저 이들의 문화 속에 젖어들었다.
- 개봉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관객을 만났다. 관객과의 만남을 어떻게 기억하나.
관객들의 반응을 그 자리에서
[인터뷰] 포기하지 않는 마음, <청설>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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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꿈이나 목표 없이 살아가던 용준은 취업 준비를 하던 중 부모님의 가게에서 배달 일을 돕게 된다. 도시락 배달을 하다 우연히 마주친 여름(노윤서)에게 용준은 첫눈에 반한다. 여름이가 용준의 존재를 자각하는 속도는 본인의 것에 비하면 한없이 느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올곧게 여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청설>을 보다보면 용준을 직진하게 만드는 힘의 근원지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배우 홍경은 ‘첫사랑’이라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용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청설>은 영화 <댓글부대>, 드라마 <악귀> <약한영웅 Class 1>에서 한동안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배우 홍경의 청량한 얼굴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쏟은 시간과 마음이 <청설>에 잘 담긴 것 같아 몽글몽글하다”라는 그의 말에서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청설>의 어떤
[인터뷰] 솔직함의 힘, <청설> 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