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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미생>과 <응답하라> 시리즈(‘1997’ 제외)도 안 봤으니 말 다한 건가? <태양의 후예>에도 물론 관심 없다. <태양의 후예>도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건 함정. 하지만 그런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본방사수한 드라마가 있다. 2013년에 방영됐던 <직장의 신>이다. 사실 다른 드라마와 비교되는 <직장의 신>만의 뚜렷한 매력이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된 것처럼. 3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보다 기억에 남은 건 주제곡 <멀리서 안부>다. 이 노래가 엔딩에 나올 때마다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멀리서 안부>는 확실히 웰메이드 발라드다. 윤하의 목소리, 애절한 멜로디, 그리고 내내 소리를 지르면서도 늘 잃지 않는 묘한 절제미. 모두 좋았다. 나는 몇년 전 ‘한국 발라드의 가장 찌질한 순간 톱10’이라는 글에서 윤종신의 &l
[마감인간의 music] #감성폭발 - 윤하, <멀리서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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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부질없는 걱정에도 시달렸었다. 적어도 아오이 유우에 관해서는 나름의 투명한 틀을 정해놓고 행여 깨질세라, 다칠세라, 노심초사를 했던 것 같다. 처음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의 가슴 아픈 소녀로 다가왔던 여린 배우가, <하나와 앨리스>(2004)에 와서는 아버지와 떨어져 사는 사춘기 소녀 앨리스로 인식되어 마음이 짠했다. 앨리스가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 헤어지며 “워 아이 니”(사랑해)와 “짜이 찌엔”(다시 만나)을 혼동하는 장면에서 울컥해 몇번을 돌려 보았고, 오디션장에서 비상하는 마지막 장면에 와서는, “소녀를 이렇게 엉큼하게 포착하다니. 이와이 슌지는 역시 참 ‘순정변태’군(웃음)” 하며 짐짓 우스개의 걱정을 보탰다.
이 배우의 커리어는 그렇게 얼떨결에 연예계에 막 입문한 신인 앨리스가 어떻게 성장해나갔을지에 대한 궁금증과 맞물려왔다. 어릴 때 슈퍼마켓에서 사먹던 네모 칸이 내 키만큼 붙어 있던 봉지처럼, 그녀의 매력은 절취선으로 한꺼
[이화정의 다른 나라에서] 여기, 소녀의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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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전데연 홍길동 선생
[정훈이 만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전데연 홍길동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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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동네에는 3개의 버스노선이 있다. 둘은 한강을 건너 강남의 일터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142번 버스다. 이 버스는 이사 전에 살던 동네도 지나간다. 기억이 맞다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 몇년간 등•하교 때 타던 버스가 142번이었다. 노선은 현재와 다르다. 나는 시월유신이 있던 1972년 연희동의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직후 부모님은 당시 서울의 가장 변두리인 상암동으로 이사했다. 시골과 다름없던 그곳에서 30년 후 월드컵이 열리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님은 좀 더 나은 학교에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형제를 상암동이 아닌 신촌의 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돌이켜보면 신촌에 사는 친구 분의 주소로 위장전입시킨 것 같다(주민등록법 위반). 아버님의 무용담에 따르면, 동사무소 직원을 6천원으로 구워삶아 나를 나이보다 일찍 입학시켰다(뇌물수수). 나는 발육도 늦어서 반에서 가장 작은 편이었는데, 건강기록부에는 ‘신장 100센티미터’라고 기록되었다. 나는 걸을 때 손에 쥔 책가
[조광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142번 버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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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최근 관심 있는 부분은 차세대 콘텐츠다. 제작자 중심 콘텐츠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현재진행형의 위기감 때문이고,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웬만한 공중파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팟캐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의 기획의도와 정확한 타기팅에 매력을 느낀 마니아들이 그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후가 그(또는 그녀)의 덕력을 직업에서 발휘한다는 뜻의 ‘덕업일치’ 또한 이미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다.
4월에 론칭했지만 이미 네이버 TV캐스트에서 120만뷰를 기록하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뷰를 늘려가는 콘텐츠가 있다. 마운틴TV의 <천하무림기행>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로 거둔 성적이라 더욱 놀랍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금 40, 50대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보았음직한 <사조영웅문>의 ‘무림 오절’ 화산논검이라든지 아미파나 화산파 등 무림 대문파의
[김호상의 TVIEW] <천하무림기행> 덕업일치와 핀포인트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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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강렬한 감정은 대부분 무지 혹은 미지에서 온다. 대표적으로 공포심이 그렇다. 내 앞에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을 때 공포는 어둠 속에서 숨통을 조이며 다가온다. 반면에 밝은 태양이 내리쬐는 대명천지에서 모든 것을 파악할 때 상대는 내 심정 안에 포섭된다. 설사 죽음을 마주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다지 무섭지 않다. 그 느낌은 공포보다는 체념에 가까울 것이다. 체념은 공포처럼 강렬하지는 않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를 때 불현듯 찾아온다.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매우 제한적인 단어다. 오랜 세월 동안 상대방을 이해하고 보듬으며 쌓인 그런 감정,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상대방을 위하고 싶은 그런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감정은 이해심, 친밀함, 우정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두근거림 혹은 그리움이다. 만나면 가슴이 뛰고 만나지 못하면 하루 종일 그리게 되는 그런 사랑을 의미한다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백야>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 등장하는 사랑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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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제임스 딘의 이 이야기를 전주국제영화제로 향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소변기 앞에서 만났다. 차가 많이 막혀서 너무 늦게 휴게소에 들렀던 관계로, 문장 속 ‘살’이 ‘쌀’로 보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기억했다. 이후 서울로 와서 <곡성>을 보고난 뒤 저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나홍진, 이 사람은 매번 진짜 이번 영화 만들고 죽을 것처럼 영화를 만드는구나. <황해>를 준비하며 중국 연변 지역으로 떠난다는 그를 만났을 때(아마도 그때는 <추격자>의 영향 때문인지 <황해>가 ‘살인자’라는 제목을 갖고 있던 때였다) 그는 ‘그냥 간다’고 했다. 한동안 글 쓰고 생활하면서 그쪽 동네의 기운을 느껴보고 돌아오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그 특유의 ‘취재’ 방식이라 할 것이다. 장영엽 기자가 인터뷰한 이번호 기사를 봐도, <곡성>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토속신앙을 연구하기 위해 어느 산속 암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곡성>과 <해피 아워>를 동시에 만난 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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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21일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지만, 이제 많은 사람이 매년 기억할 것이다. 팝의 황제로 불린 마이클 잭슨에 비견되는 유일한 음악가 프린스가 세상을 등진 날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를 비교하는 건 사실 그들이 폭발적인 에너지로 활동한 시기가 1980년대로 겹치는 데 따른 호사가들의 단골 주제였다. 하나 분명한 것은 프린스가 남긴 광범위한 음악과 철학, 스타일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하다는 점이다. 올해 57살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던 음악가가 별세했다는 비보에 사람들은 지극히 당황하고 안타까워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마돈나는 물론 수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16년까지 쉴새 없이 음반을 낸 프린스답게 수많은 음반이 명반의 반열에 올랐다. 물론 그중에는 세간의 혹평을 받은 음반도 있다. 여기서 소개할 음반은 프린스가 1995년 발매한 《더 골드 익스피어리언스》다. 그의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이지만, 사실 발매 당시 프린스는 ‘예전
[마감인간의 music] 별이 진 곳에 남은 전설 - 《더 골드 익스피어리언스》, 프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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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윤대녕의 소설 <피에로들의 집>이었다. 소설의 주인공 명우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연극배우이자 극작가다. 명우는 극장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영화로 옮긴 <셜리에 관한 모든 것>(2013)을 보다가 ‘마마’라 불리는 노파와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호퍼의 그림에 대해 몇 마디 주고받는다. 얼마 후 명우는 그녀의 집 ‘아몬드나무 하우스’에 입주한다. 그 집의 각 방에는 상처 입은 사람들이 은신해 있다. 그런데 어째서 호퍼였을까. 그의 그림 속 인물들, 특히 여성들은 무표정하게 각자의 방에서 창문 너머의 세계를 응시한다. 안팎을 나누는 창이라는 경계. 그 안쪽의 방은 안온하기보다는 창백하다. 여자들은 열린 창 너머로 멀찍이 시선을 던져보지만 그들의 몸은 그 방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자들의 적요했던 또 다른 방들…. 폐가옥에서 홀로 밤을 나야 하는 거리의 소녀, 도시의 난민 <스틸 플라워>(2015)의 하담(정하담)이 생각났다. 열리지 않
[정지혜의 숨은그림찾기] 그 여자의 방 <셜리에 관한 모든 것> <프란시스 하> <스틸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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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위대한 소원> 내 인생은 막장
[정훈이 만화] <위대한 소원> 내 인생은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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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5주년 파티를 앞둔 부부에게 스위스에서 편지가 날아온다. 남편 제프(톰 코트니)의 옛 애인 시신이 얼음 속에서 발견됐다는 통보다. “우리 이 일로 (같이) 끊었던 담배 다시 피우는 일은 없도록 합시다.” 아내 케이트(샬롯 램플링)는 성숙하게 대응하지만, 죽은 라이벌은 이기기 어려운 법이다. 우리는 케이트가 이 결혼에서 어머니/보호자 역을 맡고 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은퇴한 교사인 그녀는 늘 고쳐주고 타이르는 쪽이다. 한편 제프는 반항하는 10대처럼 보란 듯 담배에 다시 손을 대고 다락방에 틀어박혀 추억을 뒤적인다. 한밤중 다락에 있는 남편을 발견한 케이트는 화가 나 옛 여자의 사진을 내놓으라고 재촉하지만 몸에 밴 ‘계도자’의 품위를 버리진 못한다. 그녀는 사진을 찢지도 남자의 손에 돌려주지도 못한 채 사다리 위에 애매하게 얹어두고 돌아선다. <45년 후>는 이렇게, 뉘앙스의 축적으로 나아가는 드라마다.
04/08
오늘 일기는 어느 때보다 영화로부터 멀리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나의 브루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