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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잡스> 공업의 깊은 맛
[정훈이 만화] <잡스> 공업의 깊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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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영화가 정말 필요해서 영화를 만든다.” 홍상수 감독의 16번째 영화에 출연한 뒤 가세 료가 남긴 말이다(‘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913호 <씨네21> 씨네인터뷰). 클린트 이스트우드, 구스 반 산트, 미셸 공드리,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그리고 홍상수와의 작업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가세 료는 이렇게 답했다. “그들의 영화에는 내가 좋아하는 유의 어떤 겸허함 같은 것이 있다. 그리고 모두 영화를 만드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영화가 영화에 그친다 하더라도…(중략)…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을 만나면 구원받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로 돈을 벌고 싶은 감독도 있고, 영화로 상을 받고 싶은 감독도 있고, 영화로 이름을 남기고 싶은 감독도 있지만, 그들은 그런 감독들과 분명 다르다고 했다. 가세 료의 그 말이 심중에 오래 남았다. 얼마 전에 작은 대화에서 어떤 영화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개인적인 취향을 캐묻는 자
[에디토리얼] 우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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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엘리시움> 다음 화두는?
[헌즈 다이어리] <엘리시움> 다음 화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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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광화문에 자리한 모 술집에서 잡담을 엿들은 적이 있다. “저 앞 사람, 이송희일 감독 아냐?” “누구?” “아니 왜, 트위터에서 맨날 자니? 하는 사람.” “아, 자니? 감독.”
한 1년여 구남친 코스프레를 하며 새벽마다 귀신 씻나락 까먹듯이 트위터에 “자니?” 소리를 종알종알 나열한 대가로 얻은 별명이 ‘자니? 감독’이렷다. 하기는 어느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아예 “이 시간이면 이송희일 감독이 ‘자니?’를 할 시간이네요”라는 멘트를 날리기도 했단다. 상황이 이렇듯 우스꽝스러워졌으니 찌질한 구남친 코스프레도 이제 그만둬야 하나 싶었지만 금단현상의 고통을 차마 이겨내지 못하겠다.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외롭고 웃긴 표정을 지은 채 누군가의 귓가 솜털을 간질일 욕망으로 기어이 자니? 하고 속삭이는 것이다. 감히 누가 이 중독을 이겨내겠는가. 근대 세계에서 가장 지독한 중독인 ‘외로움’을.
그러나 용기도 없어 술의 힘을 빌려 ‘자니?’라는 문자를 새벽에 보내는 수많은 구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그러니까… 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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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품격이란 무엇일까. 고 김종학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최근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한
<모래시계>를 볼 때마다 이 질문을 떠올렸다. 사실 한동안 드라마와 ‘품격’이라는 단어를 함께 떠올릴 일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낯선 기분이 들기도 했다. 커다란 서사의 흐름 속에 각자의 당위를 잃지 않는 개인이 있고, 그들이 가장 자신다운 선택을 함으로써 생겨나는 딜레마가 이야기를 힘있게 이끌어나가는 드라마의 재미를 아주 오랜만에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유행하는 장르와 소재가 반복되고, 창작보다 외국 드라마 리메이크가 선호되고, 수출을 위한 문화적 코드가 어색하게 이식되곤 하는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점점 만나기 힘든 결과물이라는 생각에 이내 씁쓸해졌다.
하지만 드물어졌다 해서 멸종한 것은 아니다. SBS <황금의 제국>은 여전히 이야기 고유의 힘으로 승부하는 드라마가 얼마나 강한 흡인력을 갖는지 보여준다. 명문대 법대에 다니던 가난한 집안의 착한 아들 장태주
[최지은의 TVIEW] 드라마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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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에서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교생 다카오는 한마디로 “직접 만든 신을 신고 다니는 소년”이다. 그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수제화를 선물해 같이 걷자는 청을 대신한다. 역시 교사와 학생의 사랑을 그린 <사랑니>에도 아름답게 연결된 신발 이미지가 있었다. 실연으로 눈물짓다 양호실에 지친 몸을 뉜 열일곱 소녀의 가련한 실내화, 그 옆에서 무심히 새 구두를 신어보는 여교사, 첫사랑과 재회하는 자리에 새 구두를 신고 나왔다가 까진 서른살 여자의 발꿈치. 이 모든 신발은 우리가 거듭 사랑에 거는 기대와 실망이다.
7/12
해외 영화인 서면 인터뷰는 종종 묵묵부답이라는 재앙으로 끝난다. 홍보사와 수입사, 현지 에이전시 등 중간단계가 많다보니 불가피한 사태다. 그래서 기자로서는 질문지를 쓰고 ‘보내기’를 누르는 순간 얼마간 유리병에 편지를 넣어 망망대해에 던지는 심정이 되곤 한다. 물론 반대급부로 모니터 앞에서 심사숙고해 단어를 고른 기색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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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일대종사> 공터의 신
[정훈이 만화] <일대종사> 공터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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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알트먼이 <야전병원 매쉬>(1970)를 찍을 때였다. 에이전트가 그를 찾아와 “1주일 뒤면 자넨 끝장”이라고 귀띔했다. 촬영 시작 전부터 이십세기 폭스 중역들의 눈밖에 난 그였다. 해고가 임박했다는 전갈에도 놀라지 않고 그는 짧게 응수했다. “이제 이틀이면 끝나.”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게 무슨 말이냐?”고 반문하는 에이전트에게 로버트 알트먼은 곧바로 쏘아붙였다. “이 XX놈의 스튜디오와 이별하는 날을 더이상 기다리기가 지긋지긋하다니까.” 피터 비스킨드의 <헐리웃 문화혁명>(2001)에 따르면 로버트 알트먼은 상대가 누구라도 ‘fuck’을 날리는 안하무인의 인간이었다. 그는 누구에게나 명령했지만, 누구도 그에게 명령할 순 없었다. 편집기 근처에 얼씬도 말라는 스튜디오의 엄포를 그는 “내가 만지고 싶은 기계는 다 손댈 수 있다”며 간단히 무시했다. 한번은 편집실 벽에 붙여놓은 핀업 사진을 즉시 다 떼내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그가 즉시 “주목, 주목, 사진들
[에디토리얼] 자유의 삐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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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 R.I.P.D. : 알.아이.피.디 > 이분들이 주연이면...!
[헌즈 다이어리] < R.I.P.D. : 알.아이.피.디 > 이분들이 주연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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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시의 육하원칙. 모두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가 꼭 들어가야만 기사문으로서 효용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요즘은 여기에 칠하원칙으로 ‘네티즌의 반응’이 추가된 것 같습니다.
정말로 소개를 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그저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만 이 칠하원칙용 기사 아이템으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유명인들의 SNS 가십입니다. 배우 송중기를 군대에 보낼 수 없으니 조교 출신인 영화평론가 허지웅이 대신 군대 가라는 변영주 감독의 유머 섞인 트윗은 하루 동안 무려 55건의 기사가 송고되었습니다. 변영주 감독의 8년 만의 복귀작 <화차>가 개봉했을 때 단신을 포함해서 818건의 기사(네이버 검색 기준)가 작성된 것을 보면 쓴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거대한 어장 SNS에서 가장 먹잇감이 되기 쉬운 것은 역시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겠지요. 축구선수 기성용은 지인과만 소통하는 페이스북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SNS 유리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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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외과 레지던트 면접을 보기 위해 기차에 탄 박시온(주원)이 건너편 좌석의 어린 소년을 바라본다. 소년은 엄마가 까준 계란을 입속에 넣었다 뺐다 재롱을 부리던 참이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면접 가는 의사와 눈을 마주쳤으니 얘야 큰일났구나! 너는 곧 계란을 먹다 기도가 막혀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하필 기도 확보도 어려워서 목이나 흉곽에 볼펜대가 꽂히게 될지도 몰라. 그게 공식이니까!’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다정하게 사이다를 챙겨주고, 아이는 눈이 마주친 시온에게 다가가 계란 한알을 내민다. 그렇다면? 사고는 역 대합실의 광고판 낙하가 불러왔다.
병원 밖에 있는 주인공 의사 근처에서 ‘때마침’ 전공에 맞춤인 질병이나 사고를 당하는 일반인이 누굴까 짐작하는 건 별스런 일도 아니다. 어린 시절 자폐를 앓았고 폭력적인 아버지의 욕설과 발길질을 보고 자란 시온의 시선이 다정한 모자에게 향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다만, 메디컬드라마에 중독된 나 같은 시청자는 노인이 떡 접시 근처에만
[유선주의 TVIEW] 그의 소박한 활약을 기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