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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1960년대와 1970년대 편이 출간된 <한국 팝의 고고학>은 17년이 지난 2022년, 1980년대와 1990년대 편이 나오면서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었다. ‘고고학’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리즈는 유물과 유적을 찾아내듯이 20세기 중반부터 세기가 끝날 때까지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세세하게 추적하고 음반과 기사와 관련 사진들을 그러모았으며 그때그때 놓칠 수 없는 인물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특히 한국이라는 공간의 현대사적 특성은, 저자들이 정한 ‘한국 팝’의 개념과 잘 어우러진다. ‘한국 팝’이란 대중가요 전체가 아니라, ‘팝’이 ‘한국’과 만나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그렇게 탄생한 음악은 어떠한지 살펴보는 개념이다. 한국전쟁 이후 대규모로 주둔한 미군은 연예공연이 필요했으니 1950년대 후반부터 ‘미8군 무대’ 출신의 신예 가수들이 현대적인 대중음악을 만들어나갔고, 이후 1960년대를 수놓은 신중현과 펄시스터즈 같은 이름들이 등장한 것이
씨네21 추천도서 -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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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는 다시 술에 빠졌다. 일요일 한낮, 술기운을 떨치지 못하고 간신히 눈을 뜬 해리 홀레는 손에 핏자국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해리 홀레 시리즈’ 12번째 소설인 <칼>은, 전편 <목마름>에서 해리 홀레와 라켈이 결혼한 이후 모종의 문제가 있었음을 분명히 암시하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별거 중이며, 해리는 다른 여자들과 마구잡이로 만나고 있는데, 무엇보다 다시 술을 진탕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해리가 해결한 사건의 범인의 아버지가 용의자인 범죄가 다시 시작되고, 같은 시기에 해리는 믿고 싶지 않은 비보를 전해듣는다.
“라켈이… 발견됐어요.”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12번째 소설 <칼>에서 라켈이 사망했음을 알리는 이 문장이 등장하는 순간, ‘올 게 왔다’는 근심과 슬픔에 잠기는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칼>은 (2022년 6월 기준) 후속작이 아직 없는 해리 홀레 시
씨네21 추천도서 -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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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SNS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K장녀 이야기의 인기를 옆에서 씁쓸하게 지켜보고 있었을 차녀들을 위한 책이 드디어 나왔다. “부모도 첫째도 자기가 가정의 주인공인 줄” 아는 가족 내부에서, 언니가 물려주는 옷을 입고 언니가 보는 책을 곁눈질하면서 입 다물고 가족 내 관계를 관찰하는 역할을 맡게 된 둘째 딸에게 마이크를 건네주는 책이다. 다들 알다시피 한국의 가족 문화는 공고하고, 구성원마다 자리가 배정된다. 첫째는 첫째라서 집안 식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중압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면, 둘째는 무명 배우처럼 아예 없는 사람 대우를 받는다. “나만 없어, 돌 사진.” “아람단이나 걸스카우트는 언니만 시켜줬던 사람 접어.” “내가 입던 건 늘 헌 거, 내 마음은 늘 헝거(hunger)!” 둘째에게 돌 사진만 없을까, 엄마는 첫째 입맛은 기억해도 둘째 입맛은 절대 머릿속에 입력하지 않고 아빠는 자식들이 싸울 때 유독 둘째가 첫째 위에 올라타면 감히 서열을 어겼다고 발
씨네21 추천도서 - <차녀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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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한 폐 안 끼치고 죽는 방법 없을까?’ 새벽 3시 마포대교 위에 선 29살의 ‘나’ . 지나가던 취객이 말리기는커녕 돌아보지도 않아서 ‘나 혹시 투명한가?’ 하는 서글픈 마음에 빠져든다. 폐 끼치지 않고 죽는 법을 궁리하던, 300만원을 갚을 방법이 없어 죽어야겠다고 생각한 ‘나’에게 눈부시게 하얀 여자가 말을 건다. “당신은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에요.”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을 쓴 박서련의 신작 장편소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는 마법소녀가 존재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후 위기처럼 거대한 재앙에 맞서기 위해 마법소녀들은 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을 만들어 힘을 합친다. ‘나’를 찾아온 마법소녀 아로아의 설명에 따르면 ‘나’는 ‘시간의 마법소녀’라는, 중요한 재능을 각성할 예정이다. 참고로 시간의 마법소녀는 사상 최강의 마법소녀가 되리라고 예상된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는 절박한 삶의 장면에서부터 출발한다. 최저임
씨네21 추천도서 -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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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은퇴합니다_박서련 지음
차녀 힙합_이진송 지음
칼_요 네스뵈 지음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_신현준, 최지선, 김학선 지음
우주의 일곱 조각_은모든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6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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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북스, 제철소, 위고 세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아무튼 시리즈’의 신간 두권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슬아 작가의 <아무튼, 노래>와 김겨울 작가의 <아무튼, 피아노>가 그것. <씨네21>의 칼럼 ‘디스토피아로부터’의 필진이기도 한 김겨울 작가의 <아무튼, 피아노>는 (고전)음악을 해석하는 철학과 그 철학을 소리로 옮기는 몸 쓰기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다. “향유하는 사람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그것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참여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다 쓰는 일이므로, <아무튼, 피아노>는 연주자가 갖는 어떤 구도자적 속성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이것은 공연을 직업으로 삼은 전문 연주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게다가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이 ‘내가 포기한 세계’에 대한 기록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의 눈에 김겨울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겠지만 그 자신에게는 ‘클래식 피아노를 커리어로 삼
<아무튼, 피아노> <아무튼, 노래> <마음이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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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를 ‘위대한 소설의 시대’라고 일컫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아는 모든 위대한 소설적 창작이 19세기의 산물이었으며, 소설이 진정한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뜻에서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생각도 비슷했던 듯하다. 그는 러시아의 위대한 산문 작가들의 순위를 1위 톨스토이, 2위 고골, 3위 체호프, 4위 투르게네프로 매긴 뒤 말하기를, “소위 ‘메시지’가 19세기 중반부터 러시아의 소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20세기 중반 즈음에는 러시아 소설을 말살시켰다”.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는 <롤리타>의 성공 이후 강의를 접고 소설 집필에 몰두했던 나보코프가 유럽 전체를 뒤흔들던 나치의 망령을 피해 1940년 5월 미국으로 이주한 뒤 웰즐리, 코넬 등 미국 대학에서 강의하기 위해 작성한 강의록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작가별로 대표작 하나를 선정해 강의했기 때문에 해당 작품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씨네21 추천도서 -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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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공처럼 빠르게 오가는 잡담, 시시한 듯 재미있는 농담. 잡담과 농담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순간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황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단편집 <스마일>을 읽으면 떠오른다. <스마일>에서 주인공 데이브는 비행기를 타는데, 느닷없이 승객 한명이 죽는다. 정체불명의 옆자리 사람 잭은 그 사망자가 헤로인을 먹어서 운반하는 밀수꾼 ‘스왈로워’라서 헤로인에 중독되어 죽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푼다. 사실 데이브는 스왈로워였기에, 헤로인 펠릿을 삼키고 아랫배의 통증을 느끼며 이미 죽음을 겪은 듯한 기분이었기에, 승객의 죽음이 자신의 가까운 미래 같아 쉽사리 잭의 잡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는 플라스틱섬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 조이의 사연을 소설로 써보려는 이야기다. 추락하는 경비행기에서 탈출한 조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거대한 섬을 형성한 곳에 간신히 도착한다. “조이가 플라스틱 가득한 해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발견한 문
씨네21 추천도서 -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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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 속에 미래를 계획하는 일상다운 일상, 그런 일상 속으로 원인불명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다들 별일 아니라고 여기고 전염병이 돈다는 응급실 의사의 신고를 무시했으나, 곧 사망자가 폭증하고 바이러스는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하여 유럽으로, 미국으로,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출근을 피하고 집에 숨어 지내거나 인구밀도가 낮은 동네로 피난을 떠난다. 가족을 잃은 이들은 철저하게 격리를 하지 못해 그렇게 되었다고 자책하며 슬퍼한다. 도시 기능은 마비되고 세상은 문명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역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0호 환자’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용감한 의사가 있고 또 백신 개발에 매진하는 학자들이 있다.
<엔드 오브 맨>은 세계적 유행병을 지나온 사람들에게 익숙한 풍경이 압축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전염병의 발생으로 모두가 공포와 절망에 빠지나 생존자는 회복하여 힘을 내고 현실에 적응한다. 그런데 코로나19에서 아이디어를 얻긴
씨네21 추천도서 - <엔드 오브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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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재미가 없을 수 있을까? 피부색이 밝은 유색인 쌍둥이 자매가 있다. 이중 한명이 자신을 백인이라 속이고 새 삶을 살게 된다. 여자는 남편과 아이에게조차 가짜 과거를 지어낸다. 쌍둥이 중 한명은 백인으로, 한명은 흑인으로 살게 된다. 이 소설이 재미가 없을 리가. 1950년대, 인종차별이 심하던 미국 남부에는 피부색이 밝은 유색인들만 사는 마을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오랫동안 결혼을 통해 자기보다 더 밝은 피부색의 자식을 낳는 것을 목표로 해왔고 덕분에 아이들은 ‘거의 젖지 않은 모래색’의 밝은 피부로 태어난다. 백인들의 린치로 아버지를 잃은 쌍둥이 자매 스텔라와 데지레 역시 백인만큼 밝은 피부색을 지녔다. 답답한 현실을 도망쳐 자매는 대도시로 떠난다. 거기서 스텔라는 ‘백인만 지원 가능’한 회사에 거짓말로 취직하게 되고 갑자기 자취를 감춘다. 데지레는 자기보다 피부색이 어두운 남자와 결혼하고 딸 주드를 낳는다. 사실 스텔라는 백인 상사와 결혼해 유복한 백인 사모님으로
씨네21 추천도서 - <사라진 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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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희의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을 읽으면서 <파친코>의 선자가 자꾸 연상됐다. 디아스포라 문학이라는 범주 안에서 재일 동포와 조선족, 탈북자의 삶은 자주 포개졌다가 흩어진다. 이들은 타민족에게 차별당할 뿐 아니라 같은 동포에게도 ‘너는 우리와 다르다’고 선 그어진다.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의 ‘나’는 중국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 조선족이다. “한국인이냐”고 묻는 닝에게 나는 “아니죠. 중국이에요. 조선족”이라고 답한다. 앞은 국적, 뒤는 자신이 속한 민족이다. 나는 중국인 닝과 사귀고, 한국인 연주와 교류하면서 자신이 연주보다는 닝과 더 닮았다고 여긴다. 닝은 “넌 두 나라 말을 다 잘해서 좋겠다”고 하지만 나는 두 나라 언어 중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같은 소설 안에서 한국 독자들이 피식할 장면이 있다. 인물들은 자주 마라탕을 먹으러 가는데, 마라탕을 ‘얼얼할 정도로 매운 쓰촨성 유명 탕 요리’라고 설명한다.
씨네21 추천도서 - <세상에 없는 나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