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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만 열심히 파도 영화가 보인다
앨프리드 히치콕만큼 영화학도들이 교과서로 삼기에 좋은 감독이 또 있을까. 그의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영화이론 전반을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강연이 개최된다. CGV아트하우스의 영화 수업 ‘히치콕 커넥션-영화의 장치와 이해’가 11월 22일부터 12월 20일까지 매주 수요일 총5회 CGV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다. 이상용 영화평론가가 강연을 맡은 이번 프로그램은 <싸이코>로 배우는 서스펜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새>로 보는 편집 및 사운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수강신청은 11월 8일부터 22일까지 할 수 있다. 수강료 12만원, 수강인원 80명.
기억을 간직한 건축
여관을 개조해 전시관으로 활용 중인 보안여관에서 소록도의 유산을 돌아보는 전시를 연다. <건축의 소멸_[보안여관]에서 [소록도]를 생각한다>는 건축가 조성룡과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이 5년 동안 진행한 소록도 마을 기록 보존
[culture highway] 히치콕만 열심히 파도 영화가 보인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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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죽었다. 경로당에서 마신 막걸리에서 죽음을 야기한 독극물이 검출되었다. 형사는 보건소 약무주사보인 송인화를 찾아간다. 죽은 노인은 18년 전 일어난 시멘트 회사 직원의 자살사건의 용의자였던 인물이고 송인화는 자살한 이의 딸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 도시를 떠났던 여자는 어른이 되어 다시 돌아와 공무원으로 일한다. 표정이 좀처럼 읽히지 않는 그녀는 보건소 업무차 노인들을 방문해 복용약을 검사한다. 해안가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에 사는 가난한 노인들은 약이 없으면 잠도 잘 수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한다. 코끼리산과 유리골이 감싸안고 근처에는 석회동굴이 있는, 차를 몰고 내달리면 어라항이 코앞에 있는 해안도시. 그 도시의 이름은 척주다. 척주시에 핵발전소를 유치하려는 계획이 추진되면서 도시는 반대파와 찬성파로 나뉘어 다투고, 시장은 주민소환 투표를 하겠다고 공언한다.
핵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정치꾼들과 환경단체의 다툼, 소도시의 살 속 깊숙이 침투해 아픈 사람들을 꾀는 사이비종교
씨네21 추천도서 <아홉번째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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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방송문화진흥회는 MBC 김장겸 사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11월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파업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 9월 4일 본부가 총파업을 시작한 때로부터 꼬박 두달. 이 결과를 끌어내기가 참으로 지난했다. 그리고 더 긴 시간을 해직 된 채로 싸운 사람. 2012년 노조 홍보국장으로 170일 파업을 이끌던 이용마 기자가 해직된 지는 2천일이 넘었다. MBC 김장겸 사장이 해임되고 노조가 파업을 중단한 13일과 15일 사이 이용마 기자가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리영희 재단은 ‘이용마 기자는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을 지킴으로써 방송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 됐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이용마 기자는 해고 후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최근까지도 MBC 파업집회에 참여했다. 영화 <공범자들>의 한 장면, 외진 시골에서 요양 중이던 그가 앉은 뱅이책상에 앉아 계속 무언가를 쓴다. ‘무엇을 쓰고 있냐’는 동료의 질문에 그는 멋쩍게 웃으며 말한
씨네21 추천도서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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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공부는 왜 열심히 해야 해요? 그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지. 좋은 대학에 가면 뭐해요? 그럼 좋은 회사에 갈 수 있지.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뭐해요? 그럼 좋은 동네에 살지. 좋은 동네에 살면 뭐해요? 그럼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지. 좋은 친구 사귀면 뭐해요? 그럼 연설문을 네가 직접 안 써도 되지.
촛불 정국이었던 2016년 11월 <말하는 대로>에 출연한 유병재의 이 발언을 듣고 오랜만에 피식 웃었다. 제대로 된 풍자 개그였다. <SNL 코리아>의 작가로 방송 경력을 시작한 그는 ‘코미디언’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의 코미디는 지상파 방송보다는 주로 SNS와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유병재 어록(‘나만 힘든 건 아니지만 네가 힘든 걸 안다고 내가 안 힘든 것도 아니다’, ‘젊음은 돈 주고 살 수 없어도 젊은이는 헐값에 살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등등)으로 소비되는 단문들은 주로 그가 페이스북에 썼던 것들이다.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씨네21 추천도서 <유병재 농담집: 블랙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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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 반팔 입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는데, 오늘 산책을 나가니까 전부 패딩을 입고 있더라. 어쩜 날씨가 이러니. 하늘이 너무 예뻐서 평소 다니던 길을 조금 돌아서 출근을 했어. 근데 올해도 한달 남았더라고. 아, 끔찍해.’ 친구가 보낸 문자는 놀랐다가 감탄했다가 취했다가 기뻤다가 끔찍해 하는 감정으로 마무리되었다. 문득이라고 할 것도 없이 시간은 무심히 잘도 가고 우리는 그 앞에서 무력하다. 어찌하겠는가. 추워지고 괜히 쓸쓸하고 이른 연말 분위기로 달뜰때에도 우리는 그냥 하던 일을 하며 살아야지. 11월 <씨네21>의 북엔즈 서가에는 남다를 바 없는 일상에서도 웃음과 통찰, 스릴을 자아내는 책들이 꼽혔다. 이상하게 개그맨이라는 호칭은 어색한데 코미디언이라는 말은 제법 어울리는 유병재의 에세이집 <블랙코미디>는 딱 유병재스러운 책이다. 그의 SNS에서 보아왔던 짧게 치고 빠지는 유머러스한 단문들과 비관과 낙관이 뒤엉킨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제목과 함께
씨네21 추천도서 - 11월의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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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100살까지 산다는 이 시대에, 나의 나이듦보다 어르신들의 나이듦을 먼저, 꽤 오래 경험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미국에서는 치매의 대표적 질환인 알츠하이머를 ‘롱 굿바이’라고 한단다. 느리고 고된 작별의 기간을 요하는 병이라는 뜻이다. 작가인 모리타 류지는 어머니가 파킨슨병으로 먼저 돌아가신 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며 쓴 10년간의 간병일기를 <아버지, 롱 굿바이>로 엮었다. 모리타 류지가 49살이던 해부터 59살이던 해까지다. 그의 동생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데, 아버지는 유난히 가부장적인 인물이라 자녀가 정신적으로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작해 10년이 흐른다. 책은 얇은데 페이지마다 절절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담뱃불도 처리하지 못하는 때는 읽으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고, 아버지가 어머니와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고일 것 같고, 모리타 류지가 스트레스에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하는 대목에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아버지, 롱 굿바이>, 느리고 고된 작별의 기간을 요하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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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의 선거 유세를 직접 본 적 있다. 지난 2013년 오사카 조선학교 럭비부의 활약을 그린 다큐멘터리 <60만번의 트라이>를 취재하기 위해 오사카에 출장 갔을 때다. 오사카역 앞에서 유세 차량에 오른 아베가 연설할 때마다 한쪽에선 환호성이, 다른 한쪽에선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야유 소리가 꽤 시끄러워 한참을 지켜보니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 결정에 대한 항의였다. 고교 무상화는 일본 전국의 고교생들에게 수업료를 징수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교육정책이다. 하토야마 정부가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는 목적으로 시행한 정책인데, 아베 정권이 2012년 12월 재집권 하자마자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조선학교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는 1970년대 중·후반 발생했던 요코타 메구미 실종사건과 관련 있다. 길윤형 <한겨레21> 편집장(<한겨레>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아베는 누구인가>, 아베 신조 탐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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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 영화 세트장으로
임흥순 감독의 전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이 열린다. 한국 현대사에 존재하는 믿음, 공포, 신념, 배신 등의 단어를 키워드 삼아 역사와 개인의 삶을 돌아보는 현장 프로젝트다. 임흥순 감독은 현대사의 주요 시기에 따라 전시장을 세트장으로 바꿔놓고, 인터뷰 참여자와 함께 시나리오를 완성해 영상을 만들 예정이다. 관객은 전시 기간 중에 이 과정을 보게되며, 스스로 참여자로 작품 안에 나설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다시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진다. 동시대 영화의 새로운 실험장이 될 전시. 11월 30일부터 2018년 4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어게인 충무로
영화 홍보 시 종종 등장하는 문구 ‘만원사례’는 1960∼70년대 영화나 연극이 흥행하면 지급되는 상여금을 일컫는 말이었다. 시네마테크KOFA는 기획전 “관객을 모으는 주술 ‘만원사례’: 대한극장 이야기”를 열고 충무로가 성행하던 시절 흥행한 작품들을 다시 상영한다. 1962년
[culture highway] <좋니> 열풍은 계속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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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재미를 잃는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은데,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여전히 미취학 아동 때 그림책 읽던 것처럼 책을 좋아하고 쉽게 빠져든다. ‘센’ 소설을 읽으면 바로 그날 밤 꿈에 반영된다는 말이다. 마리 유키코의 <갱년기 소녀>를 읽고 나서 밤새 꿈속에서 나는 소설 등장인물 중 하나가 되었는데, 소설 내용으로 꾼 꿈의 감정적 지저분함으로 따지면 역대급이었다. 바로 이게 ‘이야미스’다. 싫다는 뜻의 ‘이야다’(いやだ)와 미스터리의 합성어인 ‘이야미스’는 그야말로 읽고난 뒤 뒷맛이 더러운 특징을 지닌다. 고전 미스터리들이 퍼즐 풀이의 깔끔함을, 인간 지성의 승리를 맛보게 한다면, 이야미스는 사건이 해결되거나 전모가 밝혀진 뒤에도 음습한 기운이 가시지 않는다. 그게 특장점. <고백>의 미나토 가나에, <유리고코로>의 누마타 마호카루, 그리고 <여자친구> <갱년기 소녀>의 마리 유키코가 쓰는 작품들이 이야미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갱년기 소녀>, 끔찍한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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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버팀목, 인디스페이스 10주년
2007년 문을 연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는 기획전 ‘마음이 모인’이 11월 8일부터 13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첫 개봉작인 <은하해방전선>(2007)부터, 인디스페이스 최다 관객을 동원한 <두 개의 문>(2012), 독립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한 <워낭소리>(2009)까지. 지난 10년을 추억할 수 있는 30여편의 한국 독립영화가 상영된다. 그리웠던 영화들을 극장에서 다시 만날 기회이자 독립영화의 유의미한 성취를 돌아보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관람료는 7천원(후원회원 무료)으로 맥스무비, 예스24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인디스페이스 홈페이지(http://indiespace.kr) 참조.
대통령의 지하 벙커, 전시관으로
2005년 여의도 환승센터 건립공사 도중 지하 벙커가 발견됐다. 정확한 자료는 남아 있지 않으나 1970년대 후반 정부 고
[culture highway] 스토리의 전문성을 높여라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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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한 잔’ 시리즈. <완벽한 커피 한 잔: 원두의 과학>에 이어 <완벽한 차 한 잔: 찻잎의 과학>이 출간되었다. ‘차’라고 통칭되는 음료의 산지별, 가공과정별 특징과 우리는 법까지가 핸드북 형식으로 정리되어 실렸다. 세계 제1의 차 생산국은 중국인데, 중국산 차 이름을 정하는 규격화된 공식은 존재하지 않아 이국적이고 현란하며 혼란스러운 이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차를 많이 수입하고 재수출하는 나라는 차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 독일이다. 독일은 인도산 다질링차의 단일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아침에는 아삼, 실론을 비롯해 강한 맛의 단일 원산지 홍차 혹은 잉글리시/아이리시 브랙퍼스트가 좋다. 점심이나 이른 오후에는 센차, 재스민, 마차, 황산모봉 등의 은은한 녹차나 아리산, 동방미인 같은 우롱차가 좋고, 저녁이나 이른 밤에는 우롱차, 백호은침, 백모란 등의 백차나 디카페인 차가 좋다고. 책의 후반부에는 공부차 끓이기, 개완 사용하는 법, 잉글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완벽한 차 한 잔>, ‘완벽한 한 잔’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