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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두고니의 <내 동생의 무덤>은 형사물과 법정물을 절묘하게 조합한 스릴러다. 1993년, 부모님이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자 트레이시는 남자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가면서 동생 세라에게 꼭 고속도로로 운전해서 귀가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이후로 20년, 트레이시는 세라를 보지 못했다. 감쪽같이 사라진 세라 때문에 트레이시의 가족은 슬픔에 잠겼고, 부모님도 차례로 돌아가셨다. 학교에서 선생으로 일하며 동생과 가까이서 살고자 했던 트레이시의 소원 역시 물거품이 되어, 지금 트레이시는 고향을 떠나 강력반 형사로 일하고 있다. 세라의 사체가 20년 만에 발견되자, 트레이시는 고향으로 잠시 돌아와 사건을 다시 파헤치고자 한다. 세라를 살해한 범인으로 강간범 에드먼드 하우스가 이미 1급 살인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 중이지만 트레이시는 당시 실종 상태인 세라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해 에드먼드 하우스가 누명을 썼다고 판단하고 그를 석방시키려고 노력한다. 진범을 찾기 위해서.
씨네21 추천도서 - <내 동생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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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혼이 나 덜덜 떨면서도, 그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서 기억 속에 저장하는 내가 있었다. 어렴풋이 이것이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느끼면서.”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인 <긴 하루>의 작가 노트 중 이 부분에 공감할 창작자가 많을 것이다. 나쁜 일이 생기거나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겪으면 몹시 괴로워하는 당사자이면서도 자아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이건 나중에 글 소재가 되겠다’라고 남의 일처럼 바라볼 때가 있다. 한이 작가의 <긴 하루>는 치매에 걸려 집을 나간 어머니를 찾는 주인공의 시선이 소년 시절로 이동하며 가족의 비밀을 들춘다. 치매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방에 가두는 설정은 과거 모자가 살기 위해 공모했던 어떤 사건을 은유하고, 뒤이어 전모가 밝혀지면 독자도 기이한 가담자가 된다.
이번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에는 어떠한 경향성 같은 것이 엿보인다. 사회면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아닌가 싶
씨네21 추천도서 -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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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결심으로 독서를 마음먹은 분들을 위한 책 리스트. 한국의 추리 단편소설들을 한데 묶은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술에 대한 다양한 에세이를 묶은 앤솔러지 <영롱보다 몽롱>, 생태와 젠더를 주제로 기존 문학 작품들을 선별한 ‘해시태그 문학선’, 공중파 3사 영화 정보 프로그램을 모두 담당했던 이력을 지닌 방송 작가의 육아와 영화 에세이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 변호사 출신인 작가들이 쓴 범죄 소설 <내 동생의 무덤>과 <미라클 크리크>, 곧 현실로 이루어질 듯한 SF 소설 <리틀 아이즈>를 소개한다.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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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단일한 존재로 묶어 논할 수 있을까. 여성 작가, 여성 서사, 여성 감독을 비롯, ‘여성’을 떼면 자동으로 남성들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에 속한 듯 가정되는 표현들이 있다. 문제는 ‘여성’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개별적 특성이 간과되며, 성별만으로 구획지을 수 있는 공통적 특색이 있다는 믿음을 소수자 혹은 약자 집단에 부여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는 데 있다. 보편적 인간으로서의 결정, 삶, 선택이 아닌 여성적인 특성이 존재한다는 환상을. 수전 손택과 에밀리 브론테는 여성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비슷한 면을 찾기 힘들다.
평가절하되는 소수를 보다 가시화하기 위해 구분하는 표지를 붙이는 일과 그들의 작업을 정당한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구분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학문에서 학자의 중립적인 입장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백인 남성의 위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결과”(캐서린 그랜트의 머리글에서 인용)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창작
아직 갈 길이 멀다,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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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예언들 중 많은 것이 조건부였다.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신처럼 도움을 주는 대가로 온갖 재물을 갈취하려 한 것은 아니고, 유대교의 신은 신자들에게 도덕적, 종교적 개심을 요구했다. 사람들이 자기 죄를 뉘우치며 야훼를 숭배하고 율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들과 지도자에게 이러저러한 재난이 닥칠 것이라 했다.” 히브리대학교 역사학 교수이자 전쟁학자인 마틴 반 크레벨드는 미래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가 인류를 정의하는 특성 중 하나임을 지적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몇 가지 방식이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를 파악하는(더불어 그 추론 과정을 분석하는) 책인 <예측의 역사>를 썼다. 이 책은 큰 자연재해 전에 관측 가능한 징조로서의 자연현상들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혜성과 새로운 별이 나타날 때 신의 분노로 해석하는 식이었다. 어떤 예언은 맞는 듯도 하지만, 예언의 특징은 (그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의 그것조차도) 대개 시적이고 애매모호하다는 점에 있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예측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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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당은 장례식 케이크를 주문받아 만드는 가게다. 연옥당의 주인 마고는 (침대 시트 유령인) 유령차사 미로와 함께 작업하는데, 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그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의뢰인으로부터 자세한 사연을 듣는다. 눈이 세개인 소녀와 그 소녀에게 자신이 쓴 작품을 읽어주는 작가의 이야기, 뱀파이어 엄마를 둔 딸 이야기, 관계가 주는 온기는 죽음이 다가올수록 속절없이 애틋해진다. 고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 들을 수 있는 내용을 다 파악한 뒤에 마고는 케이크 제작에 들어가는데, 제작에 쓰이는 재료나 기술 역시 (인물들처럼) 판타지의 산물들. 카세트테이프에 남아 있는 기억을 케이크에 불어넣을 수 있다거나, 이를 가능케 하는 기계를 ‘연옥 최고의 엔지니어’ 고야 선생님이 발명하셨다거나 하는 설정이 재미있다. 담담하면서도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유머와 즐거웠던 기억을 놓지 않는 슬픔의 정서를, 흑백을 기본으로 하고 컬러는 붉은색만 사용한 그림 톤이 잘 뒷받침
담담함, 유머, 슬픔의 정서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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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문제가 생기면 관련한 책부터 찾는 사람들이 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위로를 받기 위해, 계속 살아가기 위해. 룰루 밀러는 한 사람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그에 대한 각종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스탠퍼드대학 초대 총장이었던 그는 19세기에 활동한 생물학자(분류학자)다. 그와 그의 학생을 포함한 스탭들이 발견해서 직접 이름 붙인 물고기의 수는 당시 인류에 알려진 어류 중 거의 5분의 1에 달했다. 그런 그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1906년 4월18일 오전 5시12분, 리히터 규모 7.9로 추정되는 큰 지진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강타해 그가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어류 표본이 든 수백개의 유리병들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는 실망하지 않고 물고기 하나를 집어들고 바늘에 실을 꿰어 물고기의 목살에 이름표를 꿰매기 시작했다. 무용한 일 아닌가? 하지만 룰루 밀러는 조던이 결국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의 비밀을 알려주기에 적합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삶이라는 실타래 풀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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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방에서는 사물을 볼 수 없다. 본다는 행위는 빛을 매개로 가능한 행위다. 그래서 엄격하게 말하면 “사물은 ‘보이는’ 것이지 ‘보는’ 것이 아니다”. 조명 디자이너 조수민의 <빛의 얼굴들>은 우리의 시각 경험을 좌우하는 빛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빛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이 사물과 공간이기 이전에 ‘빛’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빛이다.”
<빛의 얼굴들>은 1장에서 빛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로잡은 뒤, 빛과 사람, 빛과 공간, 빛과 사회를 차례로 이야기한다. 빛은 영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출과 일몰 시, 태양이 낮은 고도에 있어 지면을 측면에서 비추는 노란 태양빛과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며 진한 파란빛으로 빛나는 천공광이 만나 특별한 빛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골든아워’라고 한다. 모든 존재가 부드럽게 빛나는 이 시간대는 하루 중 짧게 스쳐가는 순간이지만 많은 영화들이
씨네21 추천도서 <빛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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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자잘한 악이 싫어서 홀로 열심히 살아도,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온다. <내가 아는 가장 밝은 세계>의 주인공은 글 쓰는 프리랜서로 살며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성실히 살아왔다. 하지만 부동산 세계에 들어가며 달라진다. 전망 좋은 신축 빌라는 사자마자 바로 앞에 12층 빌딩이 세워지고 장마가 닥치자 곰팡이가 번진다. 보수 요청을 하려고 하니 시공사는 책임을 피하려고 부도를 내고 잠적해버렸다. 프리랜서라면 이미 다들 알고 있을 해촉증명서 제출에 시달리는 한편, ‘나’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남들에게 꼭꼭 숨긴 장애로 점수를 얻을까 따져본다. 한때 문학이 가장 밝은 세계라고 믿었던 ‘나’였는데, 이제는 외벽 보수공사로 눈속임한 빌라를 팔아치우고 외곽 지대의 아파트로 떠나게 되었다. 개인을 지켜주지 않는 세계에 살다 보면 자잘한 악에 무감해진다.
우리가 디딘 세계 자체가 문제라는 의식은 <희고 둥근 부분>에서도 생생하게 나타난다. 기간제 교사로
씨네21 추천도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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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시골의 작은 농장에 사는 야스는 냉장고 문을 열고 손톱으로 과자의 설탕을 긁어먹기 좋아하는 어린이다. 야스에게는 모든 경험이 차가운 유리를 만질 때처럼 선명하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상상이 끝 간 데 없이 뻗어나가기도 한다. 다락방의 밧줄을 보며 아버지가 목을 매는 장면을 상상하기도 하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스케이트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맛히스 오빠가 토끼 대신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오빠가 정말로 세상을 떠났다. 호수 얼음이 녹아서 물에 빠져 죽은 것이다. 목욕 중에 오빠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말을 들은 야스는, 욕조에 오줌을 싸버린다. 이후 야스는 입고 다니는 코트를 절대 벗지 않는다. 지독한 변비에 시달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죽은 오빠의 시신 엉덩이에서 뭐가 더 나오지 않도록 솜뭉치로 막아놓았다는 말 때문일까, 똥을 빨리 싸지 않으면 두더지가 똥구멍에 들어가 굴을 팔 것이라는 말을 들어서일까. 야스는 몸에서 아무것도 내보내고 싶지
씨네21 추천도서 <그날 저녁의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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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시인이 이전에 출간했던 에세이집은 영화감독 켄 로치의 영화들과 노동자 친구들을 연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근면히 노동하는 친구의 거친 손,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을 믿지 않는 두 친구와 늦은 밤 소주를 기울이며 하염없이 슬퍼지던 기분, 아무도 언급하지 않으려 하는 세월호에 대해 쓸 때, 김현의 성실하고 맑은 문장들이 신기하게도 켄 로치 영화들과 긴밀히 연결되었다. 김현의 신작 에세이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에도 선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 충실한 하루에 대한 낙관은 여전한데 그에 덧붙여 시인은 더 진솔하게 현실을 토로한다. 김현은 참으로 여전하면서도, 더 성숙한 어른이자 동료가 된 것 같다.
출판 편집자로 일하는 직장인,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을 지지하는 생활인, 시인이며 누군가의 애인이고 친구이기도 한 그의 이번 에세이는 유머러스하게 인간 김현을 내보인다. 책에 인스타 아이디를 쓰면서(여기 쓰면 얼마나 느는지 보겠다고 쓰고), 심심할 때마다 전국 팔도의
씨네21 추천도서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