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작업을 하는 공간은 두 군데다. 아들 두놈에게 일찌감치 안방을 헌납하고 아내와 내가 공용 침실-거실 겸 서재로 챙긴 마루(덕분에 우리 집은 애들이 조용한 편이다)와 역삼동 소재 한국문학학교 사무실이 그것.마루에는 책상을 조합하여 평균치의 3배는 족히 되는 면적을 확보했다. 그리고 벽 2면을 사전류와 CD로 채워놓았다. 학교 사무실 책상 면적도 2배는 된다. 옛날에는 글을 쓰다 말고 후배들과 회의를 해야 하는 일이 많았지만 변변한 공간이 없어서 조태일(시인, 작고)과 김주영(소설가)의 공간을 솔찮은 세월 동안 빌려썼었다.얼굴이 꾀죄죄해서 ‘공간 없는’ 태가 나는지 내게 ‘책상 하나 주마’고 이기웅(열화당 사장)과 정병규(디자이너)도 호의를 베풀었었다. 그래서 이리 뒤늦게 면적 욕심이 큰 건가.그렇단들, 참고서적이 아무리 좋아도 두권을 사서 한 군데씩 비치할 돈 능력은 아직도 안 되는 셈인데, 웬일로, 위 책은 가장 가까운 곳에 세권이나 있다. 1994년 9월30일 재판3쇄, 누계
내 기억의 씨줄과 날줄 <세계사연표>
-
좌충우돌 대소동 코미디의 진국 <시끌별 녀석들>, 개성만점 동거 로맨스코미디의 고전 <도레미 하우스>, 그리고 소년 변신 무술코미디의 최고 히트작 <란마 1/2>. 다카하시 류미코의 만화들은 그야말로 일본 만화가 이어온 대중오락 노선의 핵심에 걸쳐져 있는 작품들이다. 누구든지 이해하기 쉽고, 한번 열광하면 10권 정도는 쉽게 달려가는 에너지 넘치는 작품들이다. 그런데 단편 연작 <인어의 상처> 등을 보면, 다카하시가 그려낸 일본 중세의 세계가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섬뜩한 매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언젠가 이 세계를 본격적으로 그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도 된다. <이누야샤>는 바로 이 일본 중세의 세계, 요괴와 도깨비가 뛰어놀고 전쟁과 살육이 끊이지 않는 세계를 본격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작품은 시끌별-도레미-란마의 계보를 잇는 다카하시의 메인 인기물의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주
다카하시 류미코의 <이누야샤>
-
70년대 호러 판타지의 고전 <악마의 신부>(원제, 데이모스의 신부)가 정식 발간되고 있다. 최근 서울문화사가 발간하기 시작한 이 작품은 이케다 에츠코의 공포이야기에 아시베 유호가 그림을 그린 것으로, 국내의 독자들에서는 <꿈속의 신부>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왔다.주인공 소녀 미나코는 어두운 금요일의 꿈속에서 데이모스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친남매 지간인 데이모스와 비너스가 사랑에 빠지자 제우스는 노여움으로 비너스를 죽음의 늪에 가두고, 데이모스를 악마의 형상으로 만들어버린다.2002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공모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창작만화애니메이션 제작지원 공모안이 발표되었다. 4회째인 올해 행사는 5월28일에서 30일까지 단편애니메이션, 출판만화, 연구 및 저술, 시나리오 부문에서 기획안을 받아 심사에 들어간다. 또한 이 기간에 우수기획전시 공모를 받아 만화애니메이션 부문의 기획전시 아이템을 발굴한다. 한편 서울만화모형공모도 2회째를 맞아, 8월13일에서 14일까
악마의 신부 발간
-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 원작자나 감독, 디자이너가 엔터테이너가 아닌 ‘작가’로 대접받는 건 더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특이하게 애니메이션 제작관계자가 아닌 원작자가 ‘작가’로서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은하철도999>와 <우주전함 야마토>의 원작자인 마쓰모토 레이지이다. 한국에서야 <마징가Z>나 <들장미 소녀 캔디>, <미래소년 코난>과 같이 한 시대를 산 어린이(뿐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들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 작품 반열에 있는 그의 작품이 새삼 일본이나 해외에서 주목받는 것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은하철도999>와 <캡틴 하록> <퀸 에메랄다스>와 같은 작품의 캐릭터들이 상호 연관되는 스토리를 추가시키면서 하나의 거대한 우주 서사시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하나의 역사적 줄기를 만들어놓고 사건을 배치하는 <기동전사 건담>과 같은 역사성을 가지는 시리즈물이 없진
전설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메텔 레전드>
-
-
아트센터 나비/ 4월12일까지/ 02-2121-0919/ 아트센터 나비
지구를 생명체로 인식하는 가이아 이론을 바탕으로 공간에 시간의 차원을 도입한 시공간적 생존환경에 대한 작업을 선보여온 건축가 조택연의 가상 건축전. 홀로그램과 동영상을 이용하여 독창적인 가상공간을 선보인다. 전송 및 반응속도가 압축된 시간 속에서 생명패턴이 급격한 변화를 겪는 2042년의 문명과 2084년이라는 미래 환경을 탐색, ‘디지털 가이아 시대’의 인간생존환경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안한다.
2042 그리고 2084(안녕… Gaia)
-
국립극장 국립극장 사랑대축제 국립극장/ 4월9일∼6월5일/ 02-2274-3507국립극장이 2002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마련하는 행사. 창극, 마당극, 연극, 영어 뮤지컬, 오페라 등 ‘사랑’을 주제로 한 국내외 작품 14편을 공연한다. 특히 창작음악극 <영원한 사랑 춘향이> 등 한국의 대표적인 사랑이야기인 춘향의 사랑을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콜롬비아 렉스플로제의 콜롬비아 탱고 공연도 마련된다.<정재형 콘서트 less ordinary…>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 4월4일 7시30분, 5일 4시·7시/ 좋은 콘서트/ 1588-1555, 1588-7890<내가 날 버린 이유> 등 클래시컬한 발라드곡으로 인기를 모았던 베이시스 출신 정재형이 파리 유학에서 돌아와 2집 앨범 <두번째 울림>을 내고 여는 콘서트. 1, 2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프랑스
국립극장 국립극장 사랑대축제 / 정재형 콘서트 less ordinary…
-
편집을 알면 영화가 보인다
편장완, 한승룡/ 위드커뮤니케이션즈 펴냄/ 1만2천원
현장에서 영화편집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실용적인 영화편집서. <쎄븐> <더 록> 등 1990년대 이후 할리우드영화를 통해 현대 할리우드영화의 편집방식을 분석하고 할리우드영화들의 극적 표현양식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되게 했다. 텍스트는 ‘극적 상황, 편집 포인트, 편집기법의 분석’ 등의 꼭지로 나눠 간결하게 설명하고, 교차편집, 서스펜스, 시간과 공간전환 등의 편집기법을 자세한 사진과 그림으로 분석하고 있다.
편집을 알면 영화가 보인다
-
[This Is The Remix] 데스티니스 차일드 소니뮤직 발매흑인 여성들로 구성된 R&B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리믹스 음반. 97년 <맨 인 블랙>의 O.S.T에서 첫선을 보인 뒤 이듬해 데뷔 음반을 낸 이들은 세련된 R&B와 경쾌한 팝을 오가는 음악을 들려줬다. 원래 4명이었으나 멤버 교체를 둘러싼 몸살을 앓아온 가운데, 비욘스 나울스와 켈리 롤랜드에 새 멤버 미셸 윌리엄스가 가세한 트리오로 3집에 이어 리믹스 음반을 냈다. 등 원곡의 뼈대만 남겨두고 목소리와 힙합 리듬을 강조한 이 음반은, 단순한 리믹스 이상으로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흥미로운 재해석을 들려준다.[Freeek!] 조지 마이클 유니버설 뮤직“변종” 혹은 “성도착자”란 뜻의 ‘freak’를 의미하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조지 마이클의 새 싱글 <Freeek!>는 아니나 다를까 파격적이다. 가사도, 음악도. 백인 가수로서는 솔 느낌이 강한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I’m sexual fre
[This Is The Remix] 데스티니스 차일드 / [Freeek!] 조지 마이클
-
벌써? 벌써 세번째 음반이다. 한해에 한장씩 차근차근. 롤러 코스터가 홈스튜디오에서 차분하게 세번째 결과물을 내놓았다. ‘애시드 팝’이라고 불러달란다. 애시드 재즈 그룹이라고도 불린다. 딱 좋은 이름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작은 성공에 흐트러지지 않고 구력이 쌓일수록 점점 일관된 자기 스타일을 잡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3집에서는 내친 김에 전작에 비해 ‘가요 감성’도 꽤 떨어냈다. 그 자신감도 좋다.좌우전후로 명멸하는 키보드 사운드와 <Copacabana>에서 따온 귀에 익은 멜로디로 음반을 연다. 나른한 봄날 화아∼ 하는 청량감이 느껴진다. <라디오를 크게 켜고>는 쭉쭉 지치는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째깍째깍거리는 기타소리가 흥겹다. 롤러 코스터가 하고 싶어하는, 잘 만들어진 하우스라는 음악이다. 하우스는, 복잡한 설명이 골치 아프다면, 시종일관 변함없이 쿵딱쿵딱하는 정박의 디스코 비트에 일렉트로니카(테크노)적인 여러 가지 효과를 넣은 음악이라고 생각하
롤러 코스터 3집 [absolute]
-
시집도, 소설도 있지만 주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심산(주요작은 <비트>와 <태양은 없다>)의 본명은 심종철이다. 그와 나는 80년대 민주화운동 혹은 문화운동의 일각을 함께 지킨 ‘형-아우’ 사이였다. 그가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라는 자신의 저서를 보내면서 이렇게 썼다. 김정환 兄께-“兄이 山에는 안 간다는 거 알지만” … 나는 피식 웃으며 속으로 이렇게 답했다. 아우가 나를 잘 안다는 거 알지만….어쨌거나 내가 산에 안 가는 거는 사실이다. 징역 2년 살고 몸무게 50kg 미만으로 입대, 통신병으로 양구 민통선 북방의 산들을 ‘작전’ 다니며 나는 다섯번 이상을 졸도했었다.심산이 산을 좋아하는 걸 알기 전에도 그는 산같이 듬직했다. 하체에 비해 상체가 상체에 비해 머리통이 큰 그가 록바에서 춤이라도 추면 그건 산과 동지적 연대감의 합(合)이 덩실대는 모습 같았다. 다시 어쨌거나, 이름을 ‘종철’에서 ‘산’으로 고친 것은 산에 미치고부터인 듯한데
산이 쓰는 책 <심산 마운틴 오딧세이>
-
스티븐 소더버그의 신작 <오션즈 일레븐>은 한껏 멋을 부린 스타일의 범죄영화다. 이런 영화의 내용은 더이상 삶의 반영이 아니라 스타일 자체의 반영이다. 범죄영화의 공식을 얼마나 더 멋지게 가지고 노느냐가 관건이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자유자재로 그 공식들을 넘나들면서 자기만의 공간을 리믹스하고 있다. 그 리믹스된 공간에서는 과거의 것들이 스티븐 소더버그와 조금은 퇴행적인 방식으로 대화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복고적이면서도 신선한 맛을 발휘하도록 하는 작은 터치들이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든다.1960년대나 1970년대의 B급 범죄영화를 규정하는 음악은 주로 흑인들에게서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 <슈퍼플라이>나 <쿵후 파이팅>을 만든 커티스 메이필드나 전설적인 <샤프트>의 아이작 헤이즈이다. 어딘지 도시 뒷골목 냄새가 나는 이 음악들의 독특한 리듬감은 많은 B급 범죄영화들에 의해 참고되고 있다. 영화나 TV시리즈의 인트로 화면(주인공인 형사들
<오션즈 일레븐>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