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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주회를 좀체 가지 않는다. 서구보다 엄격한 분위기에 서구보다 천박한 시청문화가 합쳐 있는 까닭이다. 두 시간짜리 클래식 음악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그때도, 방송에 출연해준 것에 대한 답례로 두번‘밖에’ 가지 않았다. 그런 내가 연말연시를 전후해서 두번‘이나’ 김수연 독주회를 간 것은 순전히 딴 일 때문이었다.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이 하필 그곳에 있거나 그곳으로 가야 했던 것.첫 공연은 별로였다. 음악 때문이 아니라 역시 공연장 분위기 때문이었다. 성공회 대성당을 가득 메운 1천여명의 청중 중 애들이 한 300명. 아이들이 떠들어서가 아니라, 그 정반대라서, 즉 너무 엄숙해서 나는 기분이 팍 상했다. 애들은 공연장에서 비비적대고 소란스러우니 애들 아닌가…. 모종의 극성스런 치맛바람을 난 감지했다. 자기 애는 다 신동인 줄 아는군. 그러니 클래식 교육 시킨답시고 어릴 때부터 팝송 못 듣게 하고 애들은 클래식에 흥미를 못 느끼고, 결국 대한민국 음대생들 태반이 연주 기교만 알 뿐 클
김수연 바이올린 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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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을 지나 하늘을 날아 설원을 넘어 지하동굴을 빠져나와 불기둥을 피해 강을 건너는 3시간 가까운 악몽을 꾼 것일까. 아니면 ‘반지를 품은 자’(the ring bearer)를 중심으로 구성된 롤플레잉 게임을 한 것일까. 아니면 그냥 톨킨의 판타지 소설이 그림으로 구현된, 상상 속의 것들이 출몰하는 환영을 본 것일까. 그 무엇이든 이 판타지는 가히 압도적이다. 지난주에도 써먹은 말이나, 이 영화 역시 ‘얼얼하다’. 얼얼한 정도로 치자면 내가 본 것들 중에서 최고다. 너무 굉장한 이미지와 사운드 속에서 나는 펀치드렁크에 걸린다. 그래서 나의 감각은 나중엔 이 환상의 길을 그저 멍하니 따라간다. 영화가 끝나고 길거리에 나왔을 때, 나는 다시 멍하다. 이 환한, 구차한 곳….음악이야기에 앞서 사운드이야길 좀 해보자. 이 영화의 사운드는 놀랄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5.1채널’의 돌비서라운드 시스템은 전후좌우 모든 곳에 사운드를 배치함으로써 예전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관객의 감각
<반지의 제왕>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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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마케팅 방법의 하나로 굳어진 가수들의 은퇴발표와 달리 작가의 절필 선언을 접하는 마음은 무겁고 우울하다. 글을 써서, 그림을 그려서 자신을 표현하는 작가들의 절필 선언은 그동안 작품을 통해 유지해온 커뮤니케이션의 단절로 이어지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는 순간, 대화의 상대로 존재하던 나의 상실감 역시 작가의 상실감만큼이나 커지게 된다. 이를테면 1996년 1월6일 이후 다시는 김광석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그런 상실감 말이다. 이정애의 홈페이지에서, 그리고 몇몇 만화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발견한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으로 시작되는 이정애의 글은 나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주었다.이정애는 대학 재학 시절 황미나의 문하생이 된 뒤 1986년 <보물섬>에 단편을 발표한 뒤 첫 장편 <헤르티아의 일곱기둥>을 발표한다. 이정애의 매력은 잡지에 연재한 단편들을 통해 발산되었다. 그의 첫 단편집인 <일요일의 손님>에 실린 여러 단편들은 현실과 환상
<사일런트 리밋>의 이정애 절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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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째 지속돼온 한·일 만화가 연하엽서 교류전이 1월15일부터 24일까지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아연홀(광화문 흥국생명빌딩 3층)에서 열린다. 이 연하엽서전은 한·일 두 나라 작가가 참여하는 보기 드문 전시로 조그마한 엽서에 표현된 작가와 나라의 특징이 매력적이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김수정, 김동화, 신문수, 강경옥, 이두호, 김진태 등 국내 작가 55명과 <크레용신짱>의 우스이 요시히토와 우에다 마사시, 다시로 신타로 등 일본 작가 66명의 작품, 총 129점이 전시된다. 한국만화가협회, 일본국제교류기금, 부천만화정보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2월에는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전시회를 갖고 사이버 전시도 진행중이다(사이버 전시 http://www.cartooncity.co.kr/postcard/index.html).<슬램덩크>를 통해 보는 성공학 <슬램덩크>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크게 히트한 만화다. 최근에는 완전판이라는 이름으로 재출판되
한·일 만화가 연하엽서 교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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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사를 잊는 방법 하나! 단순한 설정 속으로 빠져드는 것. 선남선녀가 사랑을 이루고 영웅이 세계를 지켜내는 이야기는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 <넷보이>(Net Boy)는 단순함에 유치찬란함까지 표방하는 26부작 TV시리즈다. 세상사의 애매함과 복잡함은 쏙 제거한 2D 애니메이션.<영혼기병 라젠카>와 <붐이담이 부릉부릉>의 이성진 프로듀서가 이끄는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컴퓨터를 소재로 하고 있다. 21세기에 걸맞게 컴퓨터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자주 등장하는 요즘이지만, <넷보이>는 ‘도스’라는 용어조차 생경했던 시절부터 기획됐다.지난해 2월이었던가, 이윽고 독립한 이성진 프로듀서가 누렇게 바랜 연습장 한권을 불쑥 내밀었다. <…라젠카> 시절부터 구상해왔다는 <넷보이>가 거기 있었다. 그때는 이미 <넷보이>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얼룩지고 색바랜 연습장은 감동적이었다. 오랜 담금
TV 방영 앞둔 시리즈물 <넷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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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주> <가족시네마>로 아쿠타카와상을 수상한 재일동포작가 유미리의 연애소설. 화장품 회사와 관련업계내의 인간군상의 관계를 통해 연애와 행복에 대한 ‘유미리식’ 코드를 읽을 수 있다. 화장품 회사 직원 리사는 우연히 모델로 발탁되고, 연예인이 되라는 권유도 받는다. 갑작스럽게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고민하던 리사는 카피라이터이자 이혼남인 아키바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들 앞에 사진작가이자 게이인 구로카와가 나타나고, 리사는 뭔가 결핍된 듯한 그에게 끌린다.<트리스탄과 이즈>조제프 베디에 지음/ 궁리 펴냄/ 9천원중세를 배경으로 백부의 아내인 이즈와 슬픈 사랑에 빠지는 젊은 기사 트리스탄의 이야기는 그 비극성과 장중함에 있어 ‘로미오와 줄리엣’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트리스탄과 이즈>는 프랑스의 언어학자이자 문학사가인 조제프 베디에가 토마스, 베룰, 아일하르트 등 12세기 음유시인들이 노래했던 트리스탄과 이즈의 사랑이야기 중 오늘날까지 전
책...<루주>, <트리스탄과 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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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의 산실 쌈지스페이스의 연례기획전 가운데 신진작가의 발표장인 <Emerging> 세 번째 전시회. 20대 후반의 신진 여성작가 구동희, 윤미연, 정은영의 기발한 상상력과 실험정신이 빛나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일상의 한 부분을 낯설게 사유하기를 실험하는 <Sensation>, 소녀와 분홍빛 등을 모티브로 한 비디오작업 <play with dorothy>, 여성적 정체성 찾기의 대안을 보여주는 <elsewhere>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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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록의 메카 마타도어 레이블의 간판밴드이자 지금은 해산한 ‘페이브먼트’의 리드싱어이자 송라이터, 기타리스트였던 스티븐 말크머스와 97년작 <Magic City>로 ‘70년대 프로그레시브와 90년대 로-파이 노이즈 팝의 행복한 만남’이라는 평단의 격찬을 받았던 밴드 ‘헬륨’의 리더이자 리드싱어, 멀티 플레이어인 메리 티머니가 내한공연을 갖는다. 오프닝 밴드로 언니네 이발관이 참여한다.
공연...<스티븐 말크머스 & 메리 티머니 라이브 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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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 Steady> 노다웃전작 <Return of the Saturn>이 뉴웨이브의 풍부한 실험이었다면, 노다웃의 4번째 정규음반 <Rock Steady>는 레게와 뉴웨이브에 힙합과 댄스음악까지 넘나드는 ‘춤추기 좋은’ 음악이다. 자메이카의 레게팀 슬라이 앤 로비, 카스 출신인 뉴웨이브의 베테랑 릭 오케이섹 등이 참여한 음반은, 스카 펑크의 박력을 줄이는 대신 <Underneath It All>처럼 여유롭게 쿵짝대는 레게, &glt;Don’t Let Me Down>의 경쾌한 복고풍 신시사이저 사운드 위주로 여성보컬 그웬 스테파니의 매력적인 음색이 잘 어우러져 있다.<J POP ALL STARS 2002>BMG 발매언더와 오버를 막론하고, 일본 팝스타들의 음악을 모은 두장짜리 컴필레이션 음반. 아직 일본어 가사를 쓴 음악이 금지된 관계로, 영어가사로 부른 노래들만 실렸다. 첫 번째 CD는 여성보컬 미샤가 부르는 <N
음반... 노다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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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뮤지션들이 어우러져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패거리(crew) 문화는 힙합을 움직이는 힘 중 하나다. 한국의 힙합 역시 이같은 ‘크루’들이 힙합 신(scene)을 이끌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양현석이 원타임과 지누션을 내놓으면서 가장 먼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YG 패밀리’, 지금은 없어진 신촌의 클럽 마스터플랜을 주축으로 활약하던 ‘MP 힙합’, 그리고 드렁큰 타이거, CB Mass, 최근 ‘T’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윤미래, 션2슬로우, 디지 등이 모여 만든 ‘무브먼트’(Movement)가 바로 그들.이 가운데 요즘 가장 막강한 영향력과 인기를 자랑하는 크루는 단연 무브먼트일 것이다. 드렁큰 타이거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신보를 발매하고 활동중인 CB Mass와 T는 가요를 듣는 이들에게건, 힙합을 듣는 이들에게건 인기를 끌고 있으니까. 최근 이 둘의 콘서트를 비롯해 다양한 힙합 플로어에 얼굴을 내비치며 왕성한 라이브를 펼치는 뉴페이스들
BUGA KINGZ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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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시를, 강제로 쓴 행사용 몇편말고는 단 1편밖에 쓰지 못했다. 아니 그것도 좀 찝찝하다. 그것도 청탁자의 정성은 가상했지만 내 동기가 불순했으니 ‘순수한 자진’의 발로라 할 수 없고, 활자로 인쇄된 걸 보니 내용도 분량도 영 시원찮다.신년 벽두부터 웬 자해성 자기 시(詩) 광고? 사정 및 경위는 이렇다. ‘손에서 시가 영 뜸하여’ 월간지 청탁들을 서너달씩 넘겼더니 <현대문학>의 목소리 예쁜 편집부 직원이 꾀를 낸다. 이건요, 다음달 청탁이 아니라 내년 신년호 기획용 청탁인데요…. 그런 전화가 온 게 마감 5개월 전이었고 나는 마치 결의를 하듯 청탁을 받아들였다. ‘신년기획’은 내 허영심을 부추겼고 ‘5개월’이라는 시간은 상당한 여유감을 풍겼다. 하지만 좀더 큰 이유는 신년호 권말부록 ‘문단인주소록’. <현대문학>의 문단인주소록은 해가 거듭될수록 권위와 정확도를 질적-양적으로 높여 이제는 독보적인 사전-자료의 입지를 굳힌 터다. 오로지 그것 때문에 ‘신
<현대문학> 2002년 1월호 통권 56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