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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우 시인의 <휴전선> 시비를 세운다는 강태열 노시인의 결기 섞인 성화에 주눅들어 그만 임진각역까지 따라가서 역사 뒷마당에서 오들오들 떨며 어릴 적 늦가을날 뙤약볕에 두드러기 달래던 생각에 괜히 인생 자체가 을씨년스러워지는데 이시영 시인이 웬일로 나를 따로 보자더니 또 의외로, 오랜만에 ‘시 얘기’다.고형렬 시집. 어젯밤에 다 읽었는데 말야. 참 좋더라. 수준이 고르고. 명편도 많고. …. 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사는 게 편치. 역시 단체 실무책임 맡기에는 내가 늙었어… 나는. ‘아암. 좋을 거야. 좋고 말고. 그 친구 요즘 시는 내가 잘 알지.’ 그렇게 대답하면서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고, 아무리 내가 유독 고형렬의 시를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단들, 그런 반응이 조금 미흡했던지 이시영은 며칠 뒤 시집출판기념회 연락도 챙겨주었다.시집 제목은 확실히 고형렬답다. 촌놈 행티 벗은 줄 알았는데, 허허. “가든이 집인데 또 ‘집’을 붙여요?” 하고 나희덕이 아주 가찹게(???
고형렬 시집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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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결성 30주년을 앞두고 발매된 스웨덴 그룹 '아바'의 베스트 앨범이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홍보되는 물량을 보면 아직도 이들의 상업성이 시들기는커녕 대중음악 판에서 최고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다가 댄스 플로어에 가 보면, 쫘르르, 하고 별 쏟아지듯 터지는 피아노 인트로를 지닌 <Dancing Queen>은 여전히 파티의 분위기가 최고로 떠 있을 때 나오기가 십상이다. 이 노래가 나오면 어른 애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저마다 댄싱 퀸, 댄싱 킹이 된 듯 리듬에 몸을 맡긴다. 이들의 음반 중에서 예를 들어 브라이언 이노의 것들처럼 대중 음악사의 중요한 길목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음반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에 대한 보편적인 애호는 거의 모차르트의 음악을 방불케 한다. 도대체 무엇이 아바의 '영원한' 인기를 밑에서 지탱하고 있는 것일까.내 생각에는 '순수한 쾌락'으로서의 음악이라는 개념이다. 모든 역사적 의미를 배제하고 남는, 악기의 소리
아바 베스트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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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를 처음 본 것은 인터넷 만화사이트에서 연재를 시작할 때고 두 번째 본 것은 단행본에 수록될 리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책이 나온 뒤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나와는 꽤 인연이 많은 책인 셈인데, 이 책은 세번의 만남 동안 전혀 다른 느낌과 재미를 주었으며, 만화에 대한 눈을 더 밝게 해주었다. 표면적으로 이야기의 줄기는 수업시간이나 다이제스트된 역사 이야기 속에서 만나 친숙해진 태조, 태종, 세종 3대에 걸친 조선조 개국 초기 왕조사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민중 혹은 민중적 영웅을 주인공으로 그렸던 작가의 전작들(<장길산> <황색고래> <토끼> <삐리> 등)과 달리 임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실이나 3대의 이야기를 1권에 압축한 점도 전작과는 차별되는 <상자하자>만의 특징이었다.첫 번째 만남. 펜과 잉크, 붓과 먹이라는 가장 고전적인 재료를 사용해 그려낸 백성민의 만화를 웹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게 된 것은 낯설고
백성민의 시대극 <상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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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집 <씨에스타>를 펴낸 박희정이 11월29일부터 12월31일까지 홍익대 앞 아티누스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박희정은 <호텔 아프리카> <마틴 앤 존> 등의 작품을 통해 세련된 캐릭터와 감각적인 컬러 일러스트의 매력을 한껏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 특징들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50여점의 컬러 일러스트레이션 원화와 더불어 작가의 손때가 그대로 묻은 아이디어 스케치 30여점도 함께 전시된다. 그리고 거기에 박희정 아트팬시 제품도 곁들여진다. 개인 일러스트집 발간과 그에 따른 전시회라는 한국 만화사상 초유의 이벤트이며, 박희정 만화를 아끼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문의 02-326-2326).명랑만화 시리즈 2차분출판 지난 8월 길창덕의 <꺼벙이>, 윤승운의 <두심이 표류기>, 신문수의 <도깨비 감투>, 박수동의 를 펴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바다그림판의 명랑만화 시리즈 2차분이 출판되었다. 이
박희정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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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눈이 바다보다 넓게 내린다.” 눈발 가득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스님은 아이의 목소리에 뒤돌아봤다. 대여섯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장님 소녀의 손목을 잡고 서 있었다. 아이는 또 말했다. “누나, 오늘 하늘이 저 스님이 입은 옷 색깔하고 같아. 저런 색을 뭐라고 하더라?” 스님은 재색이라고 말해줬다. “우리 누나는 그런 말 못 알아들어. 맞아, 생각났다. 맛없는 국 색깔이야.” 아이의 표현을 따르자면 ‘머리에 머리카락 씨만 뿌려져 있는 나물국 스님’은 그렇게 거지 남매와 처음 만났다.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설화 속 등장인물을 이처럼 생생하게 살려낸 것은 고 정채봉 선생이다. <오세암>에 등장하는 것은 고아 남매 길손이와 감이, 그리고 설정 스님. 숲에서 다시 만난 남매를 스님이 거둬들이고, 마침내 다섯살 길손이가 암자에서 성불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인기리에 방영된 TV시리즈 <하얀마음 백구>를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마고21’은 설악산 오세
돌 부처님이 입김으로 피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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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중국 전위미술을 소개하는 자리. 왕광의, 쩡판즈, 유에민쥔, 쩌우춘야, 쩡하오 등 다섯 작가의 작품들을 모았다. 독일 표현주의와 소련 사실주의 회화를 융합해 인간의 이중성을 그리는 쩡판즈, 중국 고유의 소재를 이용해 서구적이면서 중국적인 양식을 개척하고 있는 쩌우 춘야, 주변의 사물들을 미니어쳐로 변형시키는 작업을 하는 쩡 하오의 개성있는 작품들과 왕광의의 ‘정치적 팝’, 유에민쥔의 ‘냉소적 사실주의’ 조류 회화들이 전시된다.
전시... <5 Chinese Avant-Garde Artists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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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코미디와 관객 참여와 음식으로 가득 찬 공연극. 1987년 결성된 ‘세컨드 핸드 댄스 컴퍼니’의 독특한 공연이 서울에서 열린다. 세컨드 핸드 댄스 컴퍼니는 앤디 호로윗츠, 폴 고든, 그렉 오브라이언 등 뉴욕주립대 동문들이 만든 무용집단으로, 활동초기 의상 및 소품을 쓰레기 소각장이나 뒷골목에서 구한 것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아마 그들은 뇌수술을 하는 의사이거나 로케트 과학자들일 것”이라는 촌평도 들은 바 있는 이들의 공연은 탈장르적이면서 재미있는 게 특징. 몸으로 할 수 있는 온갖 예술에 유머를 실어낸다.
공연... <혹성인의 지구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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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s From The West Coast> 엘튼 존 최근 몇년 동안 감미로운 팝 발라드와 영화음악 위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엘튼 존. 언제나 귀에 감기는 선율을 골라내는 그의 음악은, 사실 결이 풍부하다. 피아노 사운드와 낭랑하면서도 생기와 리듬이 풍성한 목소리로 7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그는 팝은 물론 록, 디스코, 컨트리, 심지어 프로그레시브의 전위성까지 소화해내곤 했다. <Songs From The West Coast7>는 그가 수년 만에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신보. 60년대 초 밴드 활동 무렵부터 등을 거쳐온 그의 오랜 음악 동료인 작사가 버니 토펭과 의기투합해 선명한 피아노와 보컬 위주의 음악을 들려준다.<Britney> 브리트니 스피어스 자이브 뮤직 발매데뷔 뒤 발표한 음반 석장이 모두 음반 차트 1위에 오른 기록을 세운 ‘아메리칸 걸’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신보. 전작이 1집의 성공에 기대어 안이하게 반복한 것과 달리,
음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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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두 마리 양이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잠들기 위해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하고 헤아리는 한 소년의 머릿속에서 살고 있는 열 세번째와 열 네번째 양. 소년이 수를 세는 2초 정도밖에 만날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방법은?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슬루페츠키의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는 이런 식의 엉뚱하고 따뜻한 동화 7편이 묶여 있다. 지은이의 상상력은 때론 발명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표적 발명품은 ‘들고 다니는 횡단보도’. 미술을 공부한 지은이가 직접 그린 삽화도 수준급이다.장정일장정일, 구광본 등 지음/ 행복한 책읽기 펴냄/ 1만원지난 87년, 재기발랄한 시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뒤 90년대 신세대문학 논쟁,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에 이어 외설시비까지 불러 일으키며 늘 십자포화의 과녁이 되어온 ‘불온한’ 작가 장정일. 그러나 장정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는 후기산업사회의 삶을 그에 걸맞
책...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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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놈 수능이 끝나고 만화가 다시 솔솔 집안 바닥에 널리기 시작한다. 수능성적은 예상대로 형편없지만 주눅들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그리고 사실, ‘예상대로’는 오늘의 입시제도에 비추면 행운에 가깝다. 한두 문제만 틀려도 전체 석차가 몇만등 떨어진다니, 제 실력보다 1, 2점 발휘 못했다고 꺼이꺼이 우는 학생들이 지천인 것이다.한때 우리집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등 가는 만화대여 손님이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탐독했고, 무얼 보는지 궁금해서 나도 같이 탐독했더니 아예 만화를 빌려오면 내 책상 위에 미리 쌓아두는 거였다. 밀린 원고만 없으면 나는 그 순간이 술자리만큼이나 행복하다. 그때는 ‘일본만화의 폐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였지만, 난 그 폐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너무 야하다는데, 아이들 성교육에 그토록 자연스럽고 적절한 게 없었다. 일본인들이 색(깔)에 강한 것은 짐작했는데, 냄새에 대한 감각 또한 유별나다는 것이 새로운 발견이었고 특히 위에 열거한 세 작품은
일본만화의 걸작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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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에 나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에 대해 미국의 ‘X세대’가 주류영화적인 어법으로 대답한 영화가 바로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라 할 수 있다. 왜 ‘주류적’이냐 하면, 헤헤, 대답은 간단하다. 비주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왜 비주류적이지 않으냐, 헤헤, 대답은 다시 한번 간단하다. 주류적이기 때문이다.주류적이라 함은 그 대답에 대하여 좀더 래디컬하게 의미부여하기보다는 ‘스타일’로 접근하는 태도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이 영화는 스타일로 접근한다. 미국의 ‘X세대’는 뭐 하는 애들이냐, 여피의 뒤안길이라 할 수 있다. 클린턴이 집권하기 이전의, 어려웠던 때의 미국의 젊은이들이 바로 ‘X세대’ 미국인들이다. 그들은 일자리가 없다. 그리고 일자리를 얻어 열심히 살아보려 했던 전 세대의, 기본적인, 삶에 대한 (그들 나름의) 열정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이다. 그들의 전 세대는 그런 X세대의 태도를 퇴폐
<청춘 스케치>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