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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의 SF 이야기>는 책 제목처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중심이 되어 엮은 SF소설과 영화에 대한 책이다. “SF는 가장 깊은 철학의 심연을 두려워하지 않는 장르다”라는 제임스 카메론의 선언 같은 문장이 있는 서문은, 그가 왕복 2시간이 걸리던 고등학교 통학길에 SF소설을 탐독하던 시기부터 <터미네이터>를 만들던 시기를 회고하는 내용이다. “1977년, 어찌된 영문인지 <스타워즈>가 영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두는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이어 1982년, <E.T.>가 믿기 힘든 쾌거를 다시 이뤄냈다.” 이 책에서 제임스 카메론은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는데 인터뷰이로 나선 사람들은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크리스토퍼 놀란, 기예르모 델 토로, 리들리 스콧, 아놀드 슈워제네거다. 가장 첫 번째 인터뷰는 랜들 프레익스가 제임스 카메론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포부가 큰 영화 제작자가 된 후론, SF를 훨씬 덜 읽고 그 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제임스 카메론의 SF 이야기>, SF라는 ‘사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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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쓴 추리소설. 역사 대하소설 같은 제목의 <빛의 전쟁>은 입자물리학을 전공하고 물리학 입문서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과학 서적들을 써온 물리학자 이종필의 첫 장편소설이다.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에 머리 없는 시체가 매달리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온 나라가 떠들썩해진다. 사방팔방이 CCTV에 새벽에도 오가는 차량이 많은 광화문에서 벌어진 일이니 금방 범인을 잡을 것 같지만, 확인된 CCTV 영상에서 시체가 든 자루를 이순신 동상 앞까지 배달한 것은 드론이다. 더 끔찍한 것은 자루 속에 든 시체의 목 위가 없으며 온몸에 목공 작업할 때 쓰는 타카핀이 수천개 이상 박혀 있다는 것이다. 엽기 잔혹 살인사건에 과학 전문 기자 영란과 물리학자 성환이 참여하고, 성환은 사건에 인공지능 알고리즘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 사용됐을 거라고 추측한다. 살인사건을 강력부 형사와 물리학자, 과학 전문 기자가 함께 파
씨네21 추천도서 <빛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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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은 예기치 못하게 어떤 날 필요한 사람을 찾아오는 것일까. 손보미 작가가 2020년 7월 둘쨋주 일주일 동안 일어난 연이은 뉴스들을 내다보고 장편 연재를 시작했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신작 소설 <작은 동네>의 문장들은 지금 한국의 여자들에게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것들이다. 딸이 방과 후 친구들과 단소 연습을 하는 것조차 허락지 않으며, 매일 학교에 데리러 오는 엄마. 아이는 그런 엄마 때문에 교실에서 소외된다 여기고 아빠 역시 “네 엄마는 너의 안전에 과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은 동네에 실종된 소녀에 대한 소문이 떠돌자 다른 친구 하나가 “나도 모르는 아저씨들 차에 올라탔는데 아저씨들이 바지 속에 손을 넣고 있었고 느낌이 이상해 도망쳤다” 소곤댄다.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야. 사랑하는 우리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딸을 껴안으며 속삭이는 엄마가 과민하다고, 이제 우리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른이 된 여자는 남편의 회사 파티에서 배우 윤
씨네21 추천도서 <작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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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생명을 모방, 증강, 능가하는 방법으로서의 로봇이라는 아이디어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이 뒷받침되기 전, 그것도 그리스 신화에서 인공 생명 만들기와 자연 복제에 대한 온갖 아이디어가 탐색되었다는 주장이 <신과 로봇>이다. 스탠퍼드대학에서 고전 역사와 과학의 관계를 연구하는 에이드리엔 메이어는 이른바 과학과 인문학이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의 사례를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 존재들은 이아손과 아르고 원정대, 정동 로봇 탈로스, 기술 마녀 메데이아, 천재 공예가 다이달로스, 불의 운반자 프로메테우스 등이 있으며, 인공 생명을 창조하려는 (시대를 초월한) 충동의 초기 표현을 담아내는 그릇이 바로 신화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첫 단추는 바로 상상력이다. 가능한 테두리 내에서 반복하지 않고 없는 것을 만들어보는 일, 상상 속의 존재를 이야기 속에 구현하는 일. 그러니 <신과 로봇>
씨네21 추천도서 <신과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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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나태하게 살아도 됐을 것이다.” 여러 이유로 자신을 몰아붙이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면 마음에 담아둘 문장이다. 주인공 유원은 어린 시절 화재를 겪었다. 11층 아파트에 큰불이 난 것이다. 유원의 언니는 유원을 이불에 싸서 밖으로 던지고, 운 좋게 한 사내가 유원을 받아낸다. 이후 유원은 ‘11층에서 떨어졌는데 멀쩡한 이불 아이’로 불리게 된다. 화재 자료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떠돌고 사람들은 호기심과 정의감에 한마디씩 댓글을 단다.
“아저씨를 망가뜨려 놓은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다.” 유원을 구한 아저씨는 크게 다쳤다. 사업도 계속 실패했다. 그는 유원의 집에 언제든 찾아와 밥을 얻어먹고, 잠을 자고, 유원의 부모에게 돈을 빌린다. 그렇게 자신이 유원의 생명을 살린 사람임을 언제고 확인시킨다. 누군가의 삶을 희생한 덕분에 살아났다는 사실 앞에 유원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제대로 자라지 않으면 안된다고 스스로 다그친다. 어느 날, 유원은
씨네21 추천도서 <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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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흥종교 지도자가 말한다. 이제 신은 인간에게 더 정의로울 것을 요구한다고. 그래서 마땅히 죽어야 할 자에게 사형선고를 내려 제 뜻을 전한다고. 그런데 이 망상 같은 예언이 정말로 실현된다. 도심 한복판에 지옥에서 온 듯한 괴물이 나타나, 죽음을 고지받은 사람을 때려죽이고 불태워버린다. “신은 너무나 직설적으로 지옥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죽음의 ‘시연’ 순간은 2020년이란 시점에 어울리게 휴대폰 영상으로 촬영되어 온갖 곳으로 퍼져나가고 사회는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여느 사회파 장르물이 그러하듯 <지옥> 또한 사이비종교를 소재로 한국 사회를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이제부터 세상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고 굳게 믿는 광신자들이 나타나 대낮에 비판자들에게 테러를 저지르고 다니는 한편, 자금이 사이비종교로 몰려드는 모습. 여기에 죽음 예고를 받은 당사자의 개인정보가 바로 털리고 ‘시연’ 상황을 생방송으로 내보내겠다며 방송국이 몰려드는 상황까지 한국적 지옥의 풍경
씨네21 추천도서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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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떠나는 가방에 책을 함께 싸는 사람이라면 여기 소개하는 다섯권의 책을 참고해보면 어떨까. 묵직한 목소리로 현실을 다시 일깨우는 만화 <지옥>은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글과 그림으로 협업한 작품이다. 1권이 선을 보였으니 이후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게 기다려봄직하다. 현실의 상황을 다시 읽게 하는 손보미 작가의 <작은 동네>,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백온유 작가의 <유원>, 그리스 신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하는 에이드리엔 메이어의 <신과 로봇>, 그리고 물리학자 이종필의 <빛의 전쟁>을 소개한다.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7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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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의 인기 칼럼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을 연재하는 영화학자 정종화의 책 <조선영화라는 근대>가 출간되었다. 현재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기도 한 저자는 <조선영화라는 근대>에서 식민지 시기 조선영화를 중심으로, 1901년에서 1945년까지 한국의 근대 영화역사를 정리했다. 일제강점기의 대중문화를 지금 평가할 때 항일 혹은 친일이라는 기준만이 사용되기 쉬운데, 이 책에서는 조선영화와 일본영화의 관계성을 중심에 두고 미적 맥락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영화인가 혹은 한국영화가 아닌가 하는, 이 책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을 관통하는 여러 영화들은 관람이 불가능한 작품도 많기 때문에 정종화 연구자의 글이 더 귀할 수밖에 없다. 일제시대에서도 전시체제기에 해당하는 1940년대부터의 영화는 그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띠는데, 이는 배묘정의 <정치의 가극화, 가극의 정치화> 같은 연구서와 비교해도 흥미롭다. 공연과 영화 같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조선영화라는 근대> <스티븐 소더버그:인터뷰>, 영화를 읽는 두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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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클라브생. 시인 랭보는 풀을 그렇게 표현했다. 영어로 하프시코드, 프랑스어로 클라브생, 이탈리아어로 쳄발로라고 부르는 피아노가 있기 전의 건반악기 중 하나인데, 현을 쳐서 소리를 내는 피아노와 달리 현을 울려 소리를 내는 이 악기는 실제 연주를 들어보면 볼륨이 작으며 강약 조절이 되지 않는다. 숲을 헤치며 부는 바람 소리와 풀밭인 초원을 스치는 바람 소리의 차이. 알랭 코르뱅의 <풀의 향기>는 예술 작품과 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니 랭보를 필두로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나 화가들이 풀을 생각해왔는지, 어떤 의미로 풀이 언급되는지를 책에서는 수시로 언급한다. 꽃이나 나무가 아닌 풀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자연의 상징이기도 하다. <풀의 향기>를 쓴 알랭 코르뱅은 <사생활의 역사>의 공저자이며 <날씨의 맛>을 쓰기도 했는데, 근대사와 미시사를 전문 분야로 한 역사학자답게 수많은 문헌들에 살아 생명력을 빛내는 온갖 풀의 이야기를 찾아 소개한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풀의 향기> <아무튼, 산> 자연과 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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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아파트가 돈을 더 잘 번다.” 열심히 일해서 아무리 연봉을 올려도 부동산 인상폭을 따라갈 수 없는 현실을 자조하는 이 말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노동자가 일해서 얻는 소득이 자본가가 부동산, 금융상품 등의 자본으로 앉아서 버는 수익보다 낮은 것이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이 격차가 쌓이고 쌓여 자본주의의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것이 <21세기 자본>의 설명이다. 토마 피케티가 대단한 것은 명제를 통계자료와 그래프를 통해 명료하게 설득하고, 경제학자로서는 다소 급진적일 수 있는 주장과 대안까지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불평등의 깊숙한 근원으로 파고든다. 삼원사회와 노예제도가 역사 속에서 포스트식민사회를 거쳐 하이퍼자본주의사회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마치 자연스러운 역사의 흐름처럼 보였던 지금의 체제가 실은 자본가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작동되었음을 데이터와 그래프로 증명해낸
씨네21 추천도서 <자본과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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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작가가 창가 앞에 앉아 보드라운 고양이의 털을 어루만진다. 고양이에게서는 ‘고롱고롱’ 기분 좋은 목울림 소리가 난다. 도리스 레싱이 쓴 고양이에 관한 산문집을 손에 들었을 때 나는 막연히 이런 평화로운 풍경을 상상했다. 하지만 <고양이에 대하여>는 ‘작가’와 ‘고양이’라는 총합이 가져오는 이미지를 산산조각내는 살풍경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아프리카 농가에서 동물들에게 둘러싸여 살았던 작가에게 고양이는 집 안팎에 늘 있는 존재였다. 야생에서 불임수술을 받지 않은 고양이들은 순식간에 불어나기 때문에 개체수 관리가 필요했고 집에서 그 역할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새끼 고양이를 물에 빠뜨려 개체수를 조정하고, 외딴 농가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야생 뱀을 총으로 쏘는 등 자연이 부과하는 의무를 감당하던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고양이를 없애야 하는 미션이 아버지에게 떨어진다. 결국 고양이를 한방에 몰아넣고 무자비하게 엽총을 발사한 사건을 작가는 ‘고양이 홀로코스트 사건’
씨네21 추천도서 <고양이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