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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코로나19 증상이 발열과 기침이 아니라 살인 욕구라면 어떨까. 좀비 영화 <곡비>는 감염병으로 사람들이 극도의 폭력성을 띠게 된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에서 난리 통에 헤어진 남녀커플이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는 최소한의 뼈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전에 없던 잔인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살인 장면을 구성해 보여주는 것이다. 좀비 떼의 스펙터클도, B급 유머도 없이 건조하게 살육을 이어 나가는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1분도 못 견딜 영화겠지만 고어영화 팬들에겐 한여름의 반가운 선물이 되겠다.
첫 장편 영화 <곡비>를 들고 부천을 찾은 롭 자바즈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뷰가 진행된 탓에 감독은 방들을 오가며 짐 정리와 인터뷰를 동시에 해내야만 했다. 분주한 와중에도 그는 첫 연출작에 대한 애정과 확신을 또박또박 전했다.
- 코로나19를 반영한 영화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구상했나.
= 우선 내 아이디어는 아니다. 코로나19
BIFAN #3호 [인터뷰] '곡비' 롭 자바즈 감독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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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화원> Office Royale
세키 가즈아키 | 일본 | 2021년 | 102분 | 메리 고 라운드
7.9 MM 16:30 / 7.14 SO4 19:30
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패싸움이 회사에서 벌어진다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싸움의 주체는 여성 직원들이다. 이쪽에서 조용한 회사 생활이 이어질 때 저쪽에서는 떠들썩한 난투극이 벌어지는데, 그 격차에서 오는 코미디가 영화의 재미를 전적으로 책임진다. 부서 단위에서 회사 단위로 커지는 결투의 규모에 맞춰 액션 신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나 엉망진창의 활력만큼은 강해진다. 영화의 페이소스는 두명의 오피스 레이디가 맡는다. 절친한 직장 동료인 나오코(나가노 메이)와 란(히로세 아리스)은 중대 결투에 휘말린 뒤 각자의 역할을 각성한다. 자신을 주인공 친구쯤으로 여겨왔던 나오코가 자신 안의 슈퍼히어로를 발견하는 과정의 짜릿함이 <캡틴 마블>의 그것 못지않다. 반대로 스스로 주인공이라 믿
BIFAN #3호 [프리뷰] 세키 가즈아키 감독, '지옥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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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카: 외계에서 온 소녀> Maika: The Girl From Another Galaxy
함 트란 | 베트남 | 2022년 | 105분 | 저 세상 패밀리
7.9 SO6 13:30 / 7.12 SO5 13:30
어린이와 외계인의 우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E.T.'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에는 관심 없는 지구 소년 흥과 외계 소녀 마이카는 손장난과 방귀 놀이에 몰입하며 단숨에 친구가 된다. 외계 소녀의 지구 적응기는 모험 없이 흘러가지만 능력을 적재적소에 쓴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재미를 준다. 보라색 거대 캡슐을 타고 날아다니거나 등에 달린 긴 촉수를 활용한 액션 장면에서 대단한 파괴력을 느낄 순 없으나 동화적인 영화의 톤과 잘 맞아떨어진다. 과학적 야망을 품은 기업가에게 납치된 마이카를 친구들이 구하러 가는 종반부의 소동극은 허술하지만 의기투합의 박진감이 살아 있다. 희생까지 감내하며 촘촘히 우정을 쌓아왔던 소년, 소녀의 예정된 이별이 뭉
BIFAN #3호 [프리뷰] 함 트란 감독, '마이카: 외계에서 온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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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불바다> The Midnight Maiden War
니노미야 겐 | 일본 | 2022년 | 113분 | 메탈 누아르
7.9 SO8 11:00 / 7.14 CH 10:30
무엇을 위해 생을 투신할 것인가. 영화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뿐인 허무한 삶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야 할 이유에 대해 질문한다. 지방에서 도쿄로 유학 온 주인공은 생계를 유지하며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일상에 환멸을 느낀다. 그저 평범하게 연애하고 결혼하고 싶다는 그의 작은 바람은 가혹한 현실 앞에서 허상이 될 뿐이다. 어둠 속으로 조금씩 침잠하던 주인공은 이윽고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인다. 그런 주인공 앞에 두 사람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속내를 처음으로 알아차려준 선배와 모종의 이유로 사건 일으키기를 즐기는 수수께끼의 남성 ‘검은 옷’.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주인공을 파멸의 세계로 인도한다. 부패한 사회 시스템을 모조리 파괴해야 한다는 검은 옷과 병들고 가난한 세상을 벗어날 길
BIFAN #3호 [프리뷰] 니노미야 겐 감독, '도쿄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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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박병은을 누군가는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민치록이나 영화 <암살>의 카와구치 슌스케, 혹은 드라마 <오 마이 베이비>의 윤재영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2000년대 초반의 박병은은 독립영화로도 부지런히 얼굴을 알리던 신인배우였다. 그 시절 자주 찾았던 영화제는 그에게 청춘이고, 친구이고,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영화제로 시작한 대화는 연거푸 우정의 이야기로 끝났다. 올해 부천영화제와 새로운 우정을 쌓게 된 배우 박병은을 개막식 직전에 만났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괜찮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박병은 인터뷰
- 부천영화제의 개막식 사회를 맡은 소감은?
= 영화제뿐 아니라 사회를 보는 것 자체가 거의 처음이다. 친구 결혼식 사회를 한번 본 정도? (웃음) 그때도 너무 떨리고 힘들었다. 왜 그렇게 떨렸나 생각해보니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 겁을 먹은 것 같다.
BIFAN #2호 [인터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한선화, 박병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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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도시 여성 하퍼(제시 버클리)는 안정을 위해 한적한 시골로 떠난다. 그림 같은 집과 평화로운 자연 풍경에 마음을 놓은 것도 잠시, 누군가가 따라다닌다는 듯한 불안감이 그녀가 도시에 두고 왔던 불행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미드소마>의 쾌청함과 <티탄>의 끈적함이 깃든 <멘>은 여성을 향한 가부장 권력의 계속된 공격을 독창적인 비주얼로 옮겨낸다. 세공된 미장센이 돋보이는 SF 스릴러를 만들어왔던 알렉스 가랜드 감독을 화상으로 만나 <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멘>은 7월 13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 그린맨이라는 유럽의 유명 상징물에서 영감을 받아 <멘>을 구상했다. 그린맨의 어떤 점에 매혹돼 시나리오까지 쓰게 됐나.
= 사실 그린맨은 유럽에서 그렇게 유명하지 않다.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디에서 온 건지 알려진 것도 없다. 그런데도 그린맨
BIFAN #2호 [인터뷰] 알렉스 가랜드 감독 “대화는 생략하고 비주얼로 내러티브를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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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긴밀히 관계 맺으며 100여 년간 점진적으로 발전해왔다. 홀로 감상하는 에디슨의 발명품 키네토스코프에서 함께 보는 시네마스코프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필름에서 컬러필름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현재는 ‘관람’하는 영화가 아닌 ‘경험’하는 영화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올해로 7년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작품을 소개하는 김종민 프로그래머는 XR이 미래의 콘텐츠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고글을 닮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해서 감상하는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의 기술을 통틀어 칭하는 포괄적인 용어다. 김종민 프로그래머는 지금의 XR 콘텐츠가 발전단계로 치자면 영화의 초창기쯤에 와있는 듯하다고 설명한다. 아직 시장이 확보되지 않아 관람과 유통의 경로가 불안정하고, 소규모 혹은 개별적인 콘텐츠 제작에 치중된 경향을 보이는 등 XR을 둘러싼 생태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BIFAN #2호 [피처/스페셜 포커스] 확장현실(XR)이라는 신세계 ‘비욘드 리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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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 Gentle
라즐로 추야, 안나 네메스 | 헝가리 2022년 | 92분 | 메탈 누아르
7.8 SO5 13:30 / 7.14 SO6 19:30
여성 보디빌더 에디나와 그의 코치 애덤은 대회에서 막 우승을 거뒀다. 한 보디빌더가 다가와 조언을 구하자 애덤은 보디빌딩이 균형에 관한 스포츠라고 강조한다. 카메라는 균형 잡힌 포즈를 선보이는 에디나의 자부심 넘치는 표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74%의 체지방 감소와 심각한 탈수를 주사와 약으로 견디는 그녀의 몸은 이미 균형을 잃은 상태다. 더이상 약을 감당할 돈도 떨어지고 급기야 에디나가 자신의 근육에 성적 패티시를 느끼는 남자들을 상대하는 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신체와 영혼의 균형까지 뒤틀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균형과 불균형의 상태를 쉬이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체육관에서 쇳덩이를 견디는 일상의 무게와 대조되는 그녀의 외도와 쉼은 감각적이고 초현실적으로 표현된다. 생활의 균형이 무
BIFAN #2호 [프리뷰] 라즐로 추야, 안나 네메스 감독, '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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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비> The Sadness
롭 자바즈 | 대만 | 2021년 | 99분 | 아드레날린 라이드
7.8 MM 20:30 / 7.9 CH 24:00
‘가장 폭력적이고 타락한 좀비호러영화 중 하나’라는 해외 평을 받으며 부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화제가 된 작품이다. <곡비>는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을 유발하는 ‘앨빈 바이러스’가 일상화된 근미래의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바이러스 변이로 사람들이 극도의 폭력성을 가진 좀비로 변하고, 가까스로 생존한 젊은 남녀 커플은 살아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좀비영화 <곡비>는 좀비 떼의 스펙터클이나 B급 유머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잔혹한 살인 방식에만 골몰하며 느릿하고 건조하게 99분을 채운다. 한적한 거리보다는 사람이 밀집한 식당, 지하철, 병원 내부를 주 무대로 선택해 일대일의 살육을 집요하게 이어나간다. 상황 종료 뒤에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훼손된 시체가 널브
BIFAN #2호 [프리뷰] 롭 자바즈 감독, '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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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이끈 지도 어느덧 4년이 됐다. 코로나19는 영화제 운영에 큰 위기를 주기도 했지만, 전염병 확산과 함께 가속화된 영상 산업계의 변화는 그가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시도를 과감하게 해볼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7월 7일 개막을 이틀 앞두고 행사 막바지 준비로 분주한 신철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 얼마 전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 ‘페스티발 허브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새로운 영화제의 시대: 하이브리드를 넘어 확장’이란 주제로 직접 발표했다고.
= 영국영화협회(BFI), 체코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인도 푸네국제영화제 등에서 경험 많고 유명한 분들이 오셨다. 올해 56회째를 맞이한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 중 하나다. 그들은 영화제가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를로비바리나 칸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푸네는 2000km 떨어진 도시를
BIFAN #1호 [인터뷰] 신철 집행위원장 “영화를 재정의하고 온라인으로 이행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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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는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슬로건의 의미를 확장하며 프로그램 섹션을 과감하게 개편했다. 경쟁부분인 ‘부천 초이스’와 ‘코리안 판타스틱’은 유지하고, 관객이 취향에 따라 영화를 고를 수 있도록 섹션을 새로 구분했다.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매드 맥스’부터 장르를 직관적으로 감각할 수 있도록 ‘아드레날린 라이드’ ‘메탈 누아르’ ‘저 세상 패밀리’로 섹션의 문패도 새로 달았다. 오랜 팬들에게는 부천영화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금지구역’ 섹션의 폐지가 충격적인 소식이자 변화겠지만, 이는 금지구역이라는 카테고리의 의미를 오래 고민하고 내린 결단이다. 무협영화, 발리우드 특별전으로 일찌감치 팬 커뮤니티를 끌어 모았던 부천영화제는 올해도 더 다양한 마니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BL 장르를 조명하는 특별전 ‘Boys, Be, Love’를 비롯해 배우 특별전 ‘설경구는 설경구다’ ‘계속된다: 39+1,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영화제가
BIFAN #1호 [인터뷰] 김영덕·남종석·모은영·박진형 프로그래머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