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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빈의 끝에서> At the End of Evin
모하마드 토라브베이기, 메흐디 토라브베이기 / 이란 / 80분 / 2021년 / 월드 판타스틱 레드 / Wavve 온라인 상영
이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테헤란에 온 지 1년 남짓 된 아멘은 현재 성전환 수술을 준비 중이다. 수술비를 마련하려 그가 비밀스럽게 만나는 인물은 중년 남성 나세르로, 그는 자신의 딸 아니와 목소리가 닮았다는 이유로 아멘에게 그녀의 대역을 부탁한다. 만일 아멘이 할머니의 집을 물려받는 데 성공하면 아멘의 수술비를 주겠다는 조건이다. 하지만 이후 이 거래에 큰 비밀이 숨겨져 있음이 밝혀진다.
<에빈의 끝에서>의 진행 과정은 다소 실험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오직 주인공의 시선에서만 모든 사건을 관찰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성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 과연 살인죄와 맞먹을 정도로 중대한 잘못인지, 그 선택의 무게를 질문하도록 유도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모하마드 토라브베이기, 메흐디 토라브베이기 감독 - '에빈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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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잃은 사람들> The Voiceless
파스칼 라바테 / 프랑스 / 86분 / 2020년 / 월드 판타스틱 블루 / Wavve 온라인 상영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쓰레기만으로 인간다운 삶을 지속할 수 있는가. 파스칼 라바테 감독이 그려낸 가상공간에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가는 한 공동체가 있다. 온갖 버려진 물건들로 가득찬 동굴에서 삶을 이어가는 그들은, 아주 사소한 것에 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기뻐하고 밤이 되면 또다시 다른 물건들을 찾아 나선다. 문제는 그들의 삶의 방식이 법 테두리 밖에 있다는 것. 보통 사람들의 눈에 그들의 수거 행위는 절도로 보일 뿐이고, 그렇게 그들은 삶의 터전인 쓰레기를 잃게 될 처지에 놓인다.
그래픽노블 작가로 오랜 커리어를 쌓은 라바테 감독의 <말을 잃은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 제목처럼 대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의 메시지를 한층 부각시키는 장치이며, 오히려 할 말이 많아지는 건 영화를 본 우리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파스칼 라바테 감독, '말을 잃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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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근원> Violation
매들린 심스 페우어, 더스티 맨치넬리 / 캐나다 / 107분 / 2020년 / 금지구역
미리엄(매들린 심스 페우어)은 남편과 함께 고향에 있는 여동생 그레타(안나 맥과이어)의 집을 방문한다. 그러나 두 커플의 분위기는 상반된다. 틈만 나면 애정행각을 벌이는 그레타 커플과 달리 미리엄의 남편은 미적지근하고, 미리엄과 동생과의 관계도 오랜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고가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미리엄과 동생의 남편 사이에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만다. 영화는 미리엄의 복수를 먼저 보여준 뒤, 다시 사건이 벌어진 그날로 되돌아가 카메라를 할 수 있는 최대까지 줌인한다.
매들린 심스 페우어와 더스티 맨치넬리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진 <죄의 근원>의 독특한 측면은 영화가 복수 행위보다 주인공이 복수를 수습하는 뒷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손쉽게 복수를 말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매들린 심스 페우어, 더스티 맨치넬리 감독 - '죄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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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종> The Medium
한국, 태국 | 2021 | 130분 | World Premiere
무당 님(싸와니 우툼마)은 무당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돕고 있다. 어느 날 님의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에게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고, 주변에서는 밍이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님이 모시는 바얀 신은 집안의 여성들에게만 대물림되는데, 젊은 시절 님의 언니 노이(싸라니 얀키띠칸)가 신내림을 거부하는 바람에 님이 무당인 된 과거가 있다. 처음엔 딸이 신내림을 받는 것을 격렬히 거부하던 노이도 밍의 이상 증세가 계속되자 결국엔 바얀 신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하지만 결심과 무관하게 밍이 바얀 신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빙의된 것이 밝혀지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달아간다.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기획, 원안을 맡고 <셔터>(2004), <피막>(2013)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한국과 타이의 합작품. 제목인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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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호 감독의 <거래완료>는 ‘중고 거래’를 소재로 한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성 배우부터 신선한 뉴페이스까지 각색의 배우들이 독립된 챕터들을 채우는 가운데, 전석호와 태인호는 각각 영화를 열고 닫는 역할을 맡았다. 전석호가 연기하는 정광성은 한때 LG 트윈스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을 받을 만큼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범죄에 연루돼 쫓기는 신세가 된다. 과거의 영광을 상징하는 한정판 유광 잠바를 LG 트윈스의 열성팬 재하와 중고 거래하는 이야기가 첫 번째 에피소드다. 마지막 챕터 ‘크리스마스 선물’은 소설가의 꿈을 이제 그만 놓으려는 석호(태인호)가 세계문학전집을 팔려고 내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생>의 하 대리와 성 대리 역으로 처음 인연을 맺고 <굿와이프> <국민 여러분!>를 거쳐 <거래완료>에서 딱 한 번 마주치는 인연을 연기한 전석호와 태인호를 만났다.
-<거래완료&
'거래완료' 전석호, 태인호 - 간절함을 담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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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 레드 감독은 2017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됐던 <버드샷>을 비롯한 미카일 레드 감독의 몇몇 작품에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다. 첫 단독 연출작 <여자와 권총>으로 Q시네마영화제 감독상·여우주연상·젠더감수성상을 수상하면서 감독 커리어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월드 프리미어로 부천에서 공개되는 <공동주택 66>은 정치적 메시지가 강했던 전작과 달리 래 레드 감독이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감독으로, 장르영화로 자신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는 그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공동주택 66>는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원래는 필리핀의 아이원트라는 플랫폼에서 방송될 TV 시리즈로 생각하며 만들었다. 함께 시나리오를 쓴 케네스 다가탄과 함께 독일 시리즈 <다크>나 영화 <스탠 바이 미> 같은 시리즈를 만들자며, 이상한 상황에 처해진 청소년들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구상했
'공동주택 66' 래 레드 감독, 필리핀 여성 감독의 새로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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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오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소개하는 방법에 따라 에릭 오는 달라진다. 우선 ‘픽사’ 출신의 애니메이터! 가장 쉬운 소개법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제법 많이 끌어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에릭 오 자신은 그다지 반겨하지 않을, 아니 이제는 자신에게서 떼어내고 싶어 하는 수식어일 수도 있다. <도리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문어 행크를 기억하는가? 누군가 당신에게 연체동물을 애니메이팅 하라 한다면, 그것도 다리 여덟 개가 달린 문어를, 게다가 그중 하나가 잘려나간 캐릭터의 애니메이팅을 맡으라 한다면… 아마도 ‘이쯤이면 이제 알아서 그만두시게’라는 신호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임무를 에릭 오가 해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는 홀연히 픽사를 떠났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말이다.
또 다른 소개법, <댐 키퍼>(2015)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무려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의 후보에 오른 에릭 오! 이때 ‘아카데미’를 힘주어 말
[SPECIAL FOCUS] 픽사나 오스카 말고, 진짜 에릭 오를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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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의 아내> Jakob’s Wife
트래비스 스티븐스 / 미국 / 98분 / 2021년 월드 판타스틱 레드 / Wavve 온라인 상영
목사의 아내가 뱀파이어가 된다면, 아내는 남편의 목덜미를 물 수 있을까. 반대로 남편은 아내를 처치할 수 있을까. <제이콥의 아내>는 뱀파이어 장르물에 작은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결혼 생활 30년 동안 움츠린 채 살아온 앤은 뜻하지 않게 뱀파이어가 된다. 목사인 남편 제이콥에게 이 사실을 숨긴 앤은 뱀파이어로서의 삶을 즐기기 시작하는데, 정육점에서 동물의 피를 구해와 와인잔에 담아 마시며 춤을 추고, 월등해진 신체적 능력으로 거실 내 소파를 척척 옮기기까지 한다.
극의 초반, 의기소침했던 앤은 피를 마시면 마실수록 점점 더 생기를 띠게 된다. 그에게 뱀파이어는 어쩌면 저주가 아닌, 축복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편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법.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이콥이 아내의 정체를 알아채는 순간이 온다.
상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추천작] 트래비스 스티븐스 감독, '제이콥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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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이하 <만년이 지나도…>)는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다. 죽은 자는 모두 흰 구슬과 검은 구슬로 된 염주를 차게 된다. 흰 구슬은 살아생전 행한 선행을, 검은 구슬은 악행을 의미한다. 인구 대폭발로 인해 모든 구슬이 흰 구슬인 영혼만이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게 되고, 검은 구슬을 흰 구슬로 바꾸기 위해서는 저승의 신이 하는 일을 아르바이트처럼 도와야 한다. 바로 이승의 사람들을 부부의 연으로 연결해주는 월하노인의 역할이다. 주인공 샤오룬(가진동) 역시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월하노인으로 일한다. 그 과정에서 기억에서 잃어버린 절절한 옛사랑 홍징칭(성 유 후아)과 조우하고, 월하노인 파트너 핑키(왕정)의 마음도 알아차리게 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이하 <그 시절 우리가…>)에서 순수하고 풋풋한 청춘들의 사랑을 전했던 구파도 감독을 화상으로 만나 <만년이 지나도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구파도 감독, 귀여운 월하노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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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기인이었다. 에드워드 노튼을 네오나치로 등장시킨 데뷔작 <아메리칸 히스토리 X>(1998), 학교를 배경으로 냉담한 단절과 고독의 세태를 담은 <디태치먼트>(2011)를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진 토니 케이 감독은 일찍이 할리우드의 별종 취급을 받았던 영국 감독이다. MTV 뮤직비디오와 광고에서 보여준 비상한 비주얼 감각으로 주목받았지만, <아메리칸 히스토리 X>를 작업할 당시 스튜디오와 벌인 편집권 분쟁으로 그보다 더 크고 음울한 유명세를 치러야 했다.
할리우드에서 추방당하다시피 한 세월을 지나 그는 지금 4~5개의 다국적 프로젝트를 동시에 작업하며 영화의 새로운 물결에 몸을 내맡기고 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이자 NAFF 환상영화학교 마스터클래스를 선보이는 토니 케이 감독을, 그의 70세 생일이자 영화제 개막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화상 통화로 만났다.
-올해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과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게 됐다. 오
토니 케이 감독, 한 번도 장르를 의식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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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가 7월 8일 오후 7시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스윙키즈>의 안무를 맡은 요노컴퍼니의 오프닝 공연으로 문을 연 개막식은 장덕천 명예조직위원장과 정지영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으로 시작됐다. 이번 개막식 연출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데뷔한 김태용·민규동 감독이 맡았다. <여고괴담>을 테마로 장덕천 명예조직위원장, 정지영 조직위원장, 신철 집행위원장, 김영덕 수석 프로그래머, 배우 이설과 김소혜 등이 교실 의자에 앉아 사회를 맡은 배우 김규리의 진행에 따라 차례로 영화제를 소개하는 독특한 컨셉으로 진행됐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어렵지만 영화제를 준비해봤다. 우리가 최선을 다한 모습을 잘 지켜봐달라”며 격려를 부탁했고, 신철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지도 선생으로 부임한 지 3년, 부천영화여자고등학교와 부천영화제가 자랑스럽다. 지난 24년간 표현의 경계와 미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장르영화의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