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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세이션
2001-04-06

비디오/메인과 단신

1974년,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진 해크먼 장르 스릴러 (파워 오브 무비)

1970년대. 일명 ‘영화악동’(Movie Brats)이라 불리는 일군의 젊은 제작자들과 더불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코폴라 감독은 자신의 영화이력에서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마리오 푸조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대부> 시리즈가 흥행과 비평에서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었고 이로써 그는 순식간에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되었다. 이 여세를 몰아 코폴라는 74년 유럽 모더니즘 영화미학을 끌어들인 작품 <컨버세이션>을 연출했다. 상업주의의 부담을 덜어버린 이 영화로 코폴라는 그해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영화는 샌프란시스코 유니온 광장을 공중에서 촬영한 롱숏으로 시작된다. 공중에서 점차 지상으로 줌인해 들어가는 카메라는 한낮의 광장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포착한다. 다음 장면, 높은 첨탑에서 망원렌즈로 공원을 훔쳐보는 사람과 그가 집요하게 추적하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인서트된다. 이때 사운드는 그 남녀의 도청되는 대화소리로 잡음에 의해 간간이 끊기거나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종종 손꼽히는 이 오프닝은 주인공 해리(진 해크먼)의 시점에서 영화를 안내해간다. 비밀 도청에 있어서 최고의 전문가인 해리는 어느 날 부유한 기업의 사장으로부터 젊은 남녀의 대화를 도청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러나 그가 도청한 내용은 어쩌면 그들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가지고 있다. 10여년 전 자신의 도청으로 인해 3명의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했던 해리는 이제, 일에 대한 도덕주의에 빠져들고 만다. 단지 직업을 수행해야 옳은 것일까, 벌어질지 모르는 범죄를 막아야 할 것인가? 베트남전쟁과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할퀴고 간 미국사회의 불안의식을 영화로 끌어들인 코폴라 감독은 도청이라는 소재를 통해 당대의 사회적 강박증을 표출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일상이 감시당하고 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행한 직업적 일들이 타인에게 예측할 수 없는 폭력으로 행해진다는 불안의식에 관한 것들 말이다. 그래서 영화학자 로빈 우드는 이 영화의 핵심이 ‘해리를 잘못 이끌거나 부적절하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에 있다고 분석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70년대 미국사회를 은유하는 또 하나의 텍스트인 셈이다. 게다가 얼핏 안토니오니의 66년작 <욕망>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코폴라의 예술적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해리의 꿈장면(이 장면은 <욕망>의 공원신과 확실히 닮아 있다)과 후반부의 환상과 현실이 모호하게 교차하는 욕실 장면 등은 서스펜스를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강렬한 비주얼로 진행된다. 그리고 강박증 환자의 건조한 일상을 수행하는 해리 역의, 진 해크먼의 연기 역시 탁월한 편이다.

정지연/ 영화평론가 woodyall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