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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의 <영화 속의 건축 이야기>
2001-04-20

귀 기울이라, 집들이 전하는 소리에

건축과 영화 사이의 연관성은 매우 높다. 감독은 자신이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경 장면을 고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어느 거리가 좋겠다거나 어느 건물이 잘 맞는다거나하는 생각을 수 없이 하게된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건축적 장면 속에는 자연스럽게 영화가 주장하는 핵심적 내용들이 베어나게 된다.

임석재 |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

홍성용 지음/발언/1만 4천원

건축과 영화 사이의 연관성은 매우 높다. 보다 직설적인 경우로는 베르나르드 츄미(Bewrnard Tschumi)처럼 자신의 건축적 아이디어를

영화와의 연관성으로부터 찾는 예가 있다. 반대로 영화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표현주의 계열의 영화는 건축으로부터 상당히 직설적인 차용을 한다.

이런 직설적인 예가 그리 적은 것은 아니지만 건축과 영화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가장 보편적 경우는 영화의 배경 장면 속에서 읽혀지는 건축적

의미가 될 것이다.

영화의 배경 장면은 결국 자연 아니면 인공 구조물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 가운데 인공 구조물은 건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와 건축 사이의

연관성은 매우 높다. 감독은 자신이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경 장면을 고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어느 거리가

좋겠다거나 어느 건물이 잘 맞는다거나하는 생각을 수 없이 하게된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건축적 장면 속에는 자연스럽게 영화가 주장하는 핵심적

내용들이 베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데몰리션 맨>의 배경으로는 하이테크 풍의 미래적 이미지를 갖는 건물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건축과 영화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은 양쪽 분야에서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정작 그런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외국서의 경우로는 『Film Architecture』나 『Architecture & Film』 등의 예들이 있긴

하지만 국내 저서로는 마땅한 예가 없었다. 『영화 속의 건축 이야기』는 일단 이런 점에서 돋보인다. 책 날개에 소개된 저자의 경력도 독특하다.

건축과 사진-영화 양쪽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영화 속의 건축 이야기』는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건축과 영화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개론적 소개로부터 시작되어 영화에 등장하는 건축적 내용들을

주제별로 정리해 놓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도시적 배경으로부터 현대 문명의 의미를 짚어낸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특히 홍콩이라는 한 도시의

배경 없이는 성립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건축적 배경을 가장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영화 장르인 SF영화의 예도 소개된다. 만화 영화의

배경은 팝 건축과의 연관성으로 이어진다. 성적 주제를 다루는 건축적 배경으로 러브 호텔 같은 구체적 대상과 함께 관음증이나 권력 같은 추상적

개념을 함께 제시한다. 한국의 현대화 과정에 대한 고찰은 새마을 운동과 아파트 등의 주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2부는 구체적 작품 소개와 분석으로 구성된다. 36개의 작품을 7개의 주제로 나누었다. '미래와 도시 풍경'에는 블레이드 런너 등, '길을

떠나다'에는 구름 저편에 등, '장치의 디자인'에는 적과의 동침 등, '이중의 의미를 가진 배경들'에는 로스트 하이웨이 등, '마천루'에는

메트로폴리스 등, '도시의 이야기들'에는 엑조티카 등, '아시아의 도시들'에는 중경삼림 등이 각각 분류되어 있다. 각 작품들에 대한 소개는

사전 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분류 주제와 그 내용의 일부는 1부와 다소 중복되기는 하나 구체적 작품 예를 소개한 점에서 유용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의 건축 이야기』는 이처럼 제목 그대로 영화에 등장하는 건축적 내용을 총망라해놓았다. 이런 점에서 자료로서 높은 가치를 갖는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주제 별 분류 자체가 저자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기는 하나 지나치게 객관적 정보 중심으로 되어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다음 단계의 작업을 위한 정보 취득이나 가이드로서는 훌륭한 기능을 할 수 있으나 비평적 내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것은 저자가

현장 경험을 중심으로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기술한데서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접한다면 건축과 영화 사이의 깊은

연관성에 대해서 좋은 내용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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