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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형제들, 전주 시민과 조우
2001-04-30

전주영화제개막

2001 전주영화제 27일 개막, 개막작 <와이키키 브라더스> 성황리 상영

프로그래머 사퇴라는 큰 산고를 겪은 2001 전주국제영화제가 당초 예정대로 4월27일 영화제 주상영관인 전북대 문화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동서양 크로스오버 음악과 걸개그림, 마임이스트들의 율동이 전주 영화제의 테마 ‘대안, 독립, 디지털’을 표현한 사전행사 무대에 이어진 개막식은 영화배우 김태우, 조용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첫회에 이어 대안영화, 디지털영화, 아시아 독립영화의 장을 자임하는 전주영화제가 올해 더한 화두는, ‘포스트 68’ 부문으로 대변되는 ‘급진영화’. 김완주 전주시장의 개막선언에 이어 단상에 오른 최민 조직위원장은 “전주영화제는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주류에서 빗나갈 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만연된 순응주의와 타성도 거부한다. 급변하는 전환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자기 개혁 정신”이라는 인사말로 영화제의 모토를 강조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꼬뮌>의 피터 와킨스 감독 등 해외 게스트와 홍상수, 심재명, 명계남, 김기덕, 장윤현, 장미희 등 국내 영화인들이 모습을 보였다.

개막식 뒤 상영된 개막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화목하게 전주 시민과 조우했다. 전북대 문화관을 메운 관객은 열광하지는 않았지만 소소한 유머와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임순례 감독은 영화가 끝난 뒤 “재미없는 영화를 재미있게 봐줘서 고맙다”는 겸손한 인사를 전했다. 이날 처음 일반 관객 앞에 공개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고교 시절 꿈대로 음악에 투신했으나 행복하지 않은 모습으로 귀향한 3류 밴드마스터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좌절한 친구들의 이야기. 임 감독은 스토리의 기복을 잘 드러내지 않고 형식적 기교를 최대한 배제하는 ‘과묵한’ 스타일로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완성했다. 덕분에, 삽입된 많은 떠들썩한 음악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는 지나치리만큼 금욕적인 인상. 유무형의 사회적 폭력에 멍든 소년들을 그린 전작 <세친구>에 비해 사회적 코멘트는 약해진 반면, 개인을 둘러싼 상황이 부각됐다는 중평이다. 영화평론가 김소희씨는 “사회 중심부에서 멀어진 이중의 욕망과 좌절을 지리멸렬하게 그리다가 일순 비수를 들이대는 임순례 감독의 내공이 빛난다”고 호평하면서도 음악영화로서의 구조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제작사 명필름은 베니스, 로테르담, 로카르노 순으로 국제영화제를 노크한 뒤 추석 이후 가을 극장가에서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개봉할 계획이다.

개막일 현재 전회 매진된 상영작은 개막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비롯해 <아이 케이 유> <북경 자전거> <햄릿2000> 등 네편. 미이케 다카시, 제제 다카히사의 작품, 존 아캄프라의 디지털영화들도 예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영화제 기간중 전주 방문이 확정된 게스트로는 존 아캄프라, 왕샤오슈아이, 지아장커, 구로사와 기요시 등이 있다. 총 30여개국 210편의 영화를 소개할 전주영화제는 5월3일 폐막한다.

전주=김혜리·황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