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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를 밀어내는 장강의 새물결 되리
2001-05-11

중국의 씨네키드 - 유명감독의 콘티 그리며 감독 꿈꾸는 우밍

우밍(武明·25) wm7652@263.net

1976년 중국 베이징 출생

84년 그림을 그리기 시작

97년 베이징전영학원 미술설계과 입학

2000년 김성수 감독의 <무사> 연출부

2001년 장이모 감독의 <영웅>의 콘티를 그리는 중

최근 읽은 책 키에슬로프스키에 관한 책. 제목이 뭐더라?

한국의 씨네키드에게 중국에 와서 영화를 찍어라,

는 말은 농담이고, 적어도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알았다면 그 길이 아무리 어려워도 앞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다.

4월25일, 그는 베이징 영화제작소에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작품을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스튜디오에서 찍는다니”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제작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 부러움은 이내 사라져버렸다. 그를 찾아 영화제작소의 낯선 공간을 헤매다보니 스튜디오와는 점점 멀어졌고

어느새 커다란 창고 같은 풍경이 눈앞에 버티고 있었다. 이곳에선 졸업영화제를 앞두고 촬영준비에 여념이 없는 베이징전영학원 학생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베이징의 씨네키드 우밍(武明·25)은 나흘 동안 밤을 지새워 부스스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볼 요량인지 잠시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이 공간은 주차장으로 쓰던 것을 세트장으로 개조한 것이었는데, 언뜻 난장판으로 보였지만 꼼꼼히 살피니 나름대로 ‘계산된

난잡함’임을 알 수 있었다.

<무사>의 콘티에 미래의 밑그림이

나름의 몸단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초췌한 모습의 우밍은 슬그머니 나타나 세트장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가 맡은 역할은 미술부 조장.

우리로 치면 미술감독과 같은 지위다. 다음날부터 시작될 촬영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의 스탭들이 야외촬영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미술부라는 작업은 세트 등 실감나는 배경을 만들어내는 역할.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고 베이징전영학원

미술설계학과에 들어와 4년째를 맞는 그로서는 올바른 진로를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의 이야기는 이런 선입견과는 좀 다른 구석이

있었다. “난 감독이 될 거야. 그리고 지금은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 그렇다고 미술 일을 안 할 건 아니고.” 좀 모순된 이야기를 하는

모양새가 대학 4년생이 흔히 갖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기인하는 스트레스로 이리저리 고민을 하고 있는 탓은 아닌지 궁금했다. “음, 그런

것은 아니고. 한국 김성수 감독의 <무사> 중국 촬영장에서 함께 일하면서 감독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졌어. 시나리오는

이를 위한 것이고. 하지만 당분간은 미술부에서 활동할 계획이야. 영상을 좀더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준비과정인 셈이지.”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무사> 촬영에 참여했다. 영화학교 친구의 소개로 이곳에 동참할 때만 해도 우밍은 미술부에서 일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에게 떨어진 ‘보직’은 연출부였다. 그는 김성수 감독과 함께 촬영의 밑그림인 콘티를 그리는 작업을 해야 했다. 활자상태의 시나리오를

원초적이긴 하지만 이미지로 표현하는 일은 그에게 짜릿함을 안겨줬다. 광고 또는 뮤직비디오 감독이라는 그의 최종목표도 영화감독으로 바뀌게

됐다. 사실 김성수 감독은 그에겐 은사나 다름없다. 김 감독은 자신의 연출부에는 혹독했지만 우밍에게는 더없이 친절한 존재였다. 김성수 감독은

그가 그린 콘티를 스스로 고쳐 촬영을 진행한 뒤, 러시필름을 보여줘 우밍 스스로 문자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배려했단다.

복권이야기에 꿈을 걸고

이틀 뒤 세트에서 다시 만난 우밍은 영판 다른 모습이었다. 대학원생인 감독의 엄명에 따라 땀을 뻘뻘 흘리며 바삐 움직이며 온갖 작업을 하고

있는 그에게 연민의 감정까지 느낄 수 있었다. 10대 남녀가 돈을 위해 한 여성을 납치하고 이를 계기로 출렁이는 젊은이들의 감정상태를 담으려는

이 영화는 해외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하는 작품. 하지만 우밍은 감독이 워낙 자기 마음대로 지시해 별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김성수

감독이나 장이모 감독처럼 베테랑이라면 저런 미숙함을 보이지 않을 텐데”라는 이야기를 속으로 뇌까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그는 현재

중국에서 작업중인 무협영화 <영웅>에서도 콘티를 그리고 있다. <무사>에 참여했던 한 중국 스탭의 소개로 <영웅>의

미술감독 후어팅샤오를 만나게 된 것. 지금은 졸업작품 때문에 시간을 잠시 뺀 것이란다. 그는 이 영화를 끝내고 졸업논문을 마친 뒤 <영웅>에

복귀할 계획이다. 그는 장 감독은 미술부를 포함한 모든 부서에 무언가를 요구할 때 매우 세심하고 정교한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 김 감독도

비슷하지만 장 감독은 자신의 시나리오를 이야기할 때 비록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지만 마치 무술감독이 된 양, 스스로 동작과 표정을 지어가며

흥분해 이야기하곤 해 무척 보기좋았단다. “아마 자신이 감동했으니 다른 사람도 감동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나 역시 그렇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밍은 그의 신세대 친구들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중이다. 언제쯤에야 영화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는 기약없는

프로젝트이지만, 자신들만의 무언가를 담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모두 꽤나 열심히 임하고 있다. 복권을 소재로 한 이 시나리오는 외삼촌과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은 뒤 농촌 사람이 복권에 당첨되면 벌어질지도 모르는 재미있는 일들을 써내려가기 시작한 것. 복권은 최근 중국에서 농촌과

도시, 노년과 유년을 가리지 않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다양한 사건을 낳고 있어 이야기를 상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복권과 관련된 여러 개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어떨까, 하는 착상을 하게 됐다. 복권에 당첨된 뒤 돈 때문에 오히려 괴로움을 당하는

인물, 중국을 우연히 찾았다가 큰돈을 쥐게 된 외국인, 그리고 횡재하게 된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이 복권 때문에 겪는 일을 그릴 계획이다.

신세대의 외침, '6세대는 가라'

그 다음날인 28일의 야외 촬영장은 최근 중국에서 무서운 속도로 세를 넓혀가고 있는 커피체인 스타벅스였다. 가게가 문을 열기 전 촬영을

마쳐야 하는 탓에 모두들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미술쪽으로 거의 할 일이 없었던 우밍도 슬레이트를 딱딱 치랴, 스크립트도 적으랴, 엑스트라로

등장하랴, 한마디로 정신이 빠진 것처럼 보였다.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대작 두편에 참여했으니 관록을 보여줄 만도 한데 그의 말마따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탓에 진탕에서 뒹굴고 있는 듯한 형국이었다. 단독 6만원(약 700만원)짜리 영화인데 말이다. 하긴, 이제 막 첫

작품을 만드는 신세대에게 시스템이니 체계적인 계획이니 하는 이야기는 무리일지도 모른다. 지금 ‘원시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이들이 언젠가

중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세력이 될지 알게 뭔가.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제7세대’ 또는 ‘제8세대’로 불릴 이들의 감성은 확실히 그 이전 세대들과

다른 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취재를 위해 사전에 만났던 몇몇 ‘씨네키드’들은 공통적으로 6세대 감독 중에서도 소장파에 속하는

지아장커의 <소무> 같은 영화를 꼭 봐야 하는 필독서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들 모두 하나같이 홍콩의 프루트 챈을 매우 좋아했다는

점 또한 흥미로웠다. <메이드 인 홍콩>은 중국과는 여러모로 다른 얼굴을 가진 홍콩을 배경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의 젊은이들은

절대적인 공감을 표했던 것.

우밍 같은 새로운 세대는 상업적인 영화에 관대하다는 점에서도 이전 세대와 성향이 다른 듯하다. 그는 펑샤오강(憑小剛)이라는 상업적 작품을

주로 제작하는 감독이 학교에서 가진 특강에서 했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잊지 않는다. “3세대가 벌판에 좋은 집을 한채 지었다면, 4세대는

그 문을 잠갔다. 5세대가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면, 6세대는 창문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그 옆에 집을 지었고 혼자서도 잘살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장이모도 새 집을 지으려 한다.” 우밍 역시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첫 작품은 상업적인 작품을 택할 것이라고 한다.

그가 중국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힐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전 세대와 ‘다른’ 세계를 일구리라는 것은 다음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영화학교의 많은 학생들은 할리우드영화가 쓰레기라고 생각해. 그러나 나는 상업영화가 나쁘다고 생각지 않거든. 나

역시 유럽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는 혼자 보는 게 아니잖아. 대중의 관심을 끌고 많은 사람들이 본다면 그것 또한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해.”

베이징=글·사진 김필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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