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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영화미학교
2001-05-11

6개월만 배우면 영화 한편이 뚝딱

이나미가 다녔고 또 영화를 꿈꾸는 많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다니고 있는 도쿄영화미학교는 1997년 9월10일 문을 열었다. 영화제작, 극장운영 등을 하는 유로스페이스라는 영화사와 아테네 프랑세즈라는 단체 소속 씨네클럽이 함께 설립했다. 두 단체는 예산이 적게 든 영화는 무조건 ‘V시네마’(비디오 전용 영화)로 단정하고, 독립적으로 영화를 제작해 극장에 배급하려는 움직임을 무시하는 당시 일본영화계의 풍토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결국 두 단체는 힘을 모아 독립적인 영화를 만들 인재를 앞장서 교육하겠다는 취지로 도쿄영화미학교를 만든 것이다. 특히 여기에는 <`폴라 X`>나 <루나 파파> 같은 해외 작품을 제작했던 유로스페이스의 사장 호리코시 겐조의 개인적인 체험이 커다란 계기가 됐다. 그는 독일 다니엘 슈미트 감독의 <쓰여진 얼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일본에서 제작하고 있었는데, 독일과 일본의 스탭이 함께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국의 영화제작 풍토의 차이 때문에 작업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고, 그는 서구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의 독립영화 제작 방식을 일본에서 교육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영화미학교는 이론보다는 영화제작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곳의 교육목표는 “영화에 완전 초보인 학생이 6개월 뒤에 20∼30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것. 커리큘럼도 이같은 교육목표에 맞춰 구성했다. 초등과의 경우, 학생들 스스로 기획-플롯 구성-시나리오 작성의 단계를 밟게 한 뒤, 기본 플롯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을 비디오로 직접 촬영하게 한다. 기본적인 촬영 기술은 주말에 시간을 내서 진행시킨다. 학생간의 경쟁은 이 학교가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교육 원칙. 진정으로 영화를 하고 싶은 학생들은 알아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초등과에 입학한 뒤 6개월이 지나면 졸업작품전에 출품될 시나리오를 선발하는데, 픽션 분야 초등과 학생 정원 80명 중 4명의 작품만 뽑힌다. 졸업작품이 선정되면 해당 학생이 감독을 맡고 나머지 학생들은 스탭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16mm 영화제작이 시작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편영화 4편은 매년 시부야의 유로스페이스에서 유료로 상영된다. 이들 과정을 마친 뒤 고등과에 진학하게 되면 전체 인원 40명 중 1명에게 장편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기생 이나미가 그 첫 수혜자인 셈이다.

모집 정원은 픽션 부문의 경우 초등과 80, 고등과 40, 연구과정 20명을, 다큐멘터리 부문은 기초과 60, 연구과정 20명을, 자막 부문은 기초과 20, 연습과정 10명이다. 매년 정원의 두배 정도의 인원이 몰린다. 입학시험은 간단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라는 글만 제출하면 끝. 초등과에서는 감독수업 이외에 기술코스를 교육하지 않지만 고등과에서는 촬영, 녹음, 미술 등 기술 분야를 선택할 수 있다. 학기는 매년 9월 시작하며 졸업은 7월쯤 하게 된다. 이곳 학생들은 주로 20대 초반에서 중반의 대학생이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젊은이들이다. 수업이 밤에 이뤄지는 탓에 40∼50대의 대학교수나 의사 같은 사람들도 가끔 들어온다. 사실 그들의 역할은 학생들이 만드는 영화에서 중년 남성 역할을 연기하는 정도이긴 하지만. 1년 수강료는 39만9천엔. 기재 대여와 필름 현상은 학교에서 부담한다.

이 학교의 자랑은 무엇보다 현재 일본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현역 영화인들이 강사로 활약한다는 점이다. 사무국장이자 <카이에 뒤 시네마> 일본판에 영화평론을 써온 야스이 유타카는 “아테네 프랑세즈 씨네클럽에서 만난 구로사와 기요시를 비롯한 영화계 인사들에게 학교의 설립취지를 설명했더니 흔쾌히 강사로 활동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한다. 주임강사 구로사와 기요시를 비롯해, 강사진으로는 연출 분야에 아오야마 신지, 스와 노부히로, 만다 구니토시, 시노자키 마코토, 고레에다 히로가즈 등이 포진해 있고, 시나리오는 다카하시 히로시, 시오타 아키히코 등이, 촬영기술은 쯔츠이 다케후미, 미야다케 요시야키, 나이오토 마사유키가 담당한다. 아직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은 탓에 이 학교 졸업생의 활약은 아직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1기생인 시미즈 다카시의 경우 입학 당시 이미 조감독 경험이 있었고, 시나리오의 완성도도 높아 기요시나 히로시 등 강사진이 독립영화쪽보다는 상업영화쪽이 어울린다고 권유해 결국 최근 <부강>(富江)이라는 장편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도쿄영화미학교는 일본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작품을 빨리 많이 만든다는 사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거대한 환영>(1999)과 신예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의 <어디까지라도 가자>(1999) 등 강사진이 현장에서 벌이는 프로젝트에 이 학교 학생, 졸업생들이 스탭으로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 또한 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다. 물론 구로사와, 스와, 고레에다 등 올해 칸영화제에 진출한 세명을 포함해 강사진이 국제적인 조명을 받는 왕성한 작가라는 점도 한몫하는 것도 사실이다.

야스이 사무국장은 “요즘 학생들을 보면 경쟁이라는 우리의 원칙을 존중하지 않고, 개인적 욕심보다 모두 함께 모여서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을 선호해 조금 걱정이 된다. 그러다보니 캐릭터가 강한 개성있는 친구들이 드물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역시 새로운 세대가 이전 세대와는 무언가 확실히 다르다는 데는 동의한다. “지금까지는 어떤 이상적인 영화에 대한 상이 있고, 이를 목표로 모두가 거기에 가깝게 가기 위해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이젠 이상적인 영화상이 없어진 것 같다. 현재는 어떤 영화라도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는 방향이 어딘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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