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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렴, 대만의 로저 에버트를”
2001-05-11

아시아 씨네키드의 편지 2 - 황팅

황팅(黃 女+亭·24)

1977년 대만 타이베이 출생

1998년 <중국시보>에 영화평론 게재

1999년 대만대학 외국어학과 졸업, 미국 마셜대학 신문방송학 석사 과정 입학

2001년 석사 졸업. 현재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 첸궈푸(陳國富) 감독의 <쌍동>(雙瞳)의 제작과정에

관한 책 정리 중

안녕하십니까, 한국의 친구 여러분. 황팅이에요. 저는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지만 영화계에서 공식적인 직함은 영화평론가랍니다. 저는 얼마

전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의 마셜대학이란 곳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끝마치고 그리운 고국에 와 있습니다. 사실 요즘엔 너무 피곤해 내가

영화평론가인지 연출부 막내인지조차 헷갈릴 정도입니다. 지금 하는 일은 첸궈푸라는 감독이 만드는 <쌍동>(雙瞳)이라는 작품에 관한

책을 쓰는 것입니다. ‘저술’이라니까 책상 머리에서 고상 떠는 것을 상상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매일 촬영장을 들락거리며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탭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정리하고 사진으로 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영화 프로덕션에 관한 책은 대만에선 꽤 잘 팔리는

축에 속해요. 아마 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가 없는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존경하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의 촬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6월 정도면 대만에서 출판될 예정입니다.

<쌍동>은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극으로, 이런 영화는 대만에서 처음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뭐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촬영이 매일 밤

시작돼 새벽에 끝나는 바람에 정신이 없습니다.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전 많은 것을 배워요. 물론 대부분의 스탭처럼 난생 처음 보는

특수효과 신도 신기하지만 무엇보다 한동안 대만영화가 침체했던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그동안 대만영화가 예술성 일변도로 치달아 관객을 할리우드영화쪽으로

떠나보낸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만일 진작 이런 스릴러, SF, 호러영화가 만들어졌다면 대만 관객이 이토록 우리 영화를 외면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이 없었거든요. 때문에 <쌍동>은 대만영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전조라고 생각합니다. <쌍동>에서 느껴지는 대만영화의 좋은 징조 또 하나는 <와호장룡> 때처럼 컬럼비아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한 자본 조달뿐 아니라 아무래도 선진적인 제작 노하우와 마케팅 기법을 익힐 수 있겠죠. 저는 대만영화가 점점

나아지고 있으며,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요. 엄밀히 말해 대만영화는 아니지만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을 기점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가 학부와 석사 과정에 진학할 때마다 영화를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 “그러면 굶어죽는다”며 만류하시던 어머니가

박사 과정에서 영화 전공하는 것을 허락하셨겠어요? 물론 거기에는 “그래도 학위만 따면 교수 자리는 딸 수 있겠지”라는 생각도 있으셨겠지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전 어릴 때부터 영화를 워낙 좋아했어요. 영화광, 그거죠. 대학에 들어온 뒤에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영화의 길을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서라도 풀어보자는 생각에 <중국시보>라는 대만의 유력 신문에 평론을 투고했어요. 대만에서는 일반인의 원고도 내용만 좋으면

신문에 실린답니다. 대학 4학년 때던가 내 글이 신문 지면에 올랐고 그뒤로는 자주 제 평론이 실리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나는 시나리오도 쓰고

있답니다. 아직 학교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뒤에는 꼭 대만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영화평론을 시작할 거예요. 꿈이 있다면,

훗날 “대만의 로저 에버트”로 불리는 것이랍니다. 그럼 나중에 봐요. 아참,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한국에서도 명성이 높다면서요? 제 책이 한국어로도

번역된다면 영광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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