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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 마일>
2001-05-15

<3000 마일>

■ STORY머리 좋고 잘생기고 타고난 악당에다 엘비스 프레슬리 숭배자인 머피(케빈 코스트너)는 ‘큰집’에서 우애를 쌓은 동료들과 함께 카지노를 턴다. 이들이 거액을 손에 넣자 악당의 본색을 드러내 서로 총질을 하는 바람에 돈의 향방은 머피와 마이클(커트 러셀), 그리고 좀도둑 아들을 데리고 사는 영리한 여자 시빌(커트니 콕스)의 3자 구도로 압축된다.

■ Review

같은 영화에 대해 말하면서 고상함을 잃고 싶지 않다면 짧게 가는 게 상책이다. 예컨대 이런 식으로. 극한 상황에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이지적이면서도 냉소적인 캐릭터를 유지해온 케빈 코스트너는 과연 시나리오나 끝까지 읽고 계약서에 사인했던 것일까? 이 영화는 최근 뮤직비디오와 CF를 거쳐서 주류 상업영화에까지 널리 퍼진 시각적 스타일들을 총출동시키면서 매너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엘비스를 흉내내는 사람들(Elvis impersonators)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엘비스 현상’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제공하지 않으며, 아이디어의 치졸함은 엘비스가 무덤에서 튀어나올 정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고상을 떠는 평론가에 못지않게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영화를 ‘황금광’으로 간주하는 수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어쩌면 이런 식으로 ‘평론’할지도 모른다. “아후∼ 평론가들 별 많이 달아논 거 나는 절대 안 봐. 커트니 콕스 그 여자 괜찮지 않냐? 꼬마애 걔 캡이더라. 영화 끝나고 바로 나오지 말고 마지막 자막 쭉 올라갈 때까지 앉아 있어. 러셀이 엘비스 춤추는데 끝내주거든.”

그러면 눈치빠르고 귀 얇은 평론가가 이런 식으로 덧붙일 것이다. 케빈 코스트너는 한 가닥의 인간적인 양심을 가진 마이클 대신 속 밑바닥까지 악당인 머피 역을 자원하면서 “폭력의 논란, 그 중심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현실을 재현하기보다는 게임을 복제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이 영화에서 배우들은 연기(acting)를 한다기보다 게임 캐릭터로서 작동(operating)한다. 전자오락‘적’인 것을 넘어서서 전자오락 그 자체인 이 영화의 스타일은 고전적인 의미의 프레임을 무의미하게 만듦으로써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내포하고 있는 또 하나의 극단적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김소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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