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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루즈> 기자회견
2001-05-16

“국적이 그리 중요한가?”

매년 개막작 기자회견이 그렇지만 <물랑루즈>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은 수백명의 기자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날렵하고

화사한 차이나풍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니콜 키드먼과 긴 은발머리를 뒤로 넘긴 감독 바즈 루어먼에 가려 이원 맥그리거나 존 레귀자모가 초라해보인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주 기자들은 시종 “이걸 호주영화라고 부를 수 있냐”는 질문을 던져 좌중을 썰렁하게 만들었다. 감독은 영화의 국적에

대한 거듭되는 질문에도 짜증내지 않고 기자회견 분위기를 유쾌하게 끌고갔다.

[호주 기자 A] 나는 몇년간 파리 물랭루주가 위치한 지역에 살았다. 그곳에는 호주 여자들이 많았는데 호주와 물랭루주를 연관시켜본다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바즈 루어먼 이 영화는 연극적 특성을 띠고 있다. 나의 의도는 음악이

많이 들어간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물과 세계가 변화하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이 영화를 위해 몇년 전 파리에 머물면서 보헤미안과

19세기 말 물랭루주 모습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고 특히 디테일에 중점을 두고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물랭루주에 존재했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발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당시 물랭루주에서 공연됐던 쇼를 봤는데 무엇보다 놀랐던 건 그 쇼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스펙터클

그 자체였고 그 속에서 20세기 대중문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랭루주는 당시 대중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한 자리에 모은 상징적인 장소다.

이 영화는 여러 층의 관객을 염두에 둔 작품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랑에 대한 관점이다. 연극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말했는데, 연극에 대한,

그리고 대중문화에 대한 사랑도 표현돼 있다.

[호주 기자 B] 영화의 국적에 대해 묻고 싶다. 이 영화가 호주영화라고 생각하나.

루어먼 파리 몽마르트르를 무대로 한 영화이고 정신적으로는 꼭 호주라는 한 국가에

한정된 주제가 아니지만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호주적이다. 우리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호주 기자 B] 어떤 면에서 우리의 예술인가.

루어먼 내러티브를 끌고가는 방식을 말한다. 연극적 특성을 가진 영화라고 말하지

않았나.

[호주 기자 C] 호주영화보다 미국영화라고 보는 견해가 더 많다.

루어먼 이미 대답했다. 영화의 스타일과 상상력면에서 호주적이고 배우는 외국

배우다. 내 아내는 반쯤 프랑스인이다. 영화의 국적문제는 한마디로 답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물랑루즈>는 호주영화이고

호주영화로서 칸영화제에 참가했다.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노래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니콜 키드먼 감정의 표현에는 노래가 더 용이하다. 그런 장면을 위해 600번도

넘게 연습했는데 연습할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샘솟는 걸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노래는 사람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

바즈 루어먼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감독의 초상을 그린다면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니콜 키드먼 첫눈에 감각있는 감독임을 알 수 있었고 자기 일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감독 자신이 배우를 했던 사람이기도 하고. 어떤 궁극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감정상의 여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이를 위해 설사 많은 시간이 들더라도 준비를 많이 하는 감독이다. 이 영화만 해도 준비기간이 6개월이었다.

루어먼 니콜 키드먼에 대해 말하자면 수년 전에 함께 일한 적이 있다. 첫인상은 재미있고 재기발랄하고 움직이는 배우라는

이미지였다. 이원 맥그리거와 존 레귀자모와의 경험도 즐거웠다. 각 배우의 내면에서 그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배우들이

자신도 모르던 면을 관객에게 내보이도록 노력했다.

▶ 54회

칸영화제 개막

▶ <물랑루즈>

기자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