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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황금종려상이 아니라 수출증대”
2001-01-30

버전업된 용가리, <2001 용가리> 개봉 앞둔 심형래

수북하게 눈쌓인 영등포의 한 공장터. 3천평쯤 되는 이 공간 안에선 한옥이나 유럽의 마을을 꽤 정밀하게 축소한 미니어처 세트 수십개와 괴수의 대가리나 몸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곳은 바로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이라는 말을 통해 한국 SF의 새장을 열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던 심형래 감독의 영구아트무비. 다소 실망감을 줬을 뿐 아니라 다양한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1999년작 <용가리> 이후 항간에선 “심형래가 주저앉았다”는 소문이 나돌았기에 이곳의 활기찬 분위기는 다소 의외였다. 사무실에서 만난 심형래 감독 역시 1월20일 개봉하는 때문에 다소 피곤해보이긴 했지만, 여러 개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의욕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는 <용가리>와 어떻게 다른가.

=<용가리>에서 미흡했던 드라마와 CG 등을 대폭 수정했다. 거의 80%를 손봤다고 보면 된다. 특히 개봉 당시 아이들이 좋아했던 마지막 부분 용가리와 사이커가 싸우는 부분을 크게 신경썼다. 감정도 보충하고 액션도 강화했다. 그래서 처음 개봉했을 때와 비교한다면 이번 용가리는 내용도 많이 바뀌었고 전반적으로 퀄리티도 많이 좋아졌다. 애초에도 이게 상영됐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시간이 없었고 안 하기도 뭐하고 해서 개봉한 것이다. 이 작품을 가지고 지금부터 해외시장에 판매할 것이다.

수정작업은 어떻게 진행했나.

=<용가리> 개봉 직후인 1999년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봄에 끝났으니까 약 7개월 정도 걸렸다. 지난번에 어색하다고 지적됐던 상황실 세트를 LA에서 한 4시간 거리인 베이커스필드에 새로 지었다. 그리고 배우들도 보충해서 드라마 부분도 거의 다시 찍었다. 또 버뱅크에서는 사운드작업을 새로 했다. 색보정도 다시 해 퀄리티를 높였다.

지난번에 비해 화면이 전반적으로 밝아졌다는 인상을 준다.

=아무래도 SF영화는 밤을 배경으로 해야 어울린다. 그런데 밤신을 찍다보니 라이트 용량이 엄청나게 따라줘야 하는데 그 정도 용량을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명을 보강해 많이 밝아졌다. 그게 다 노하우다. 이렇게 하면 되고 저렇게 하면 안 되고 하는 것을 보면서 배우는 거다.

용가리의 액션이 펼쳐지기 전 앞 부분의 드라마가 여전히 지루하던데.

=사실 이번에 고치면서 그걸 좀 처리하려 하다가 그 앞부분이 없으면 설명이 잘 안 되더라. 그래서 생각한 게 뭐냐하면 앞으론 드라마 부분도 긴박감 있게 가줘야겠다는 것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다 해봐야 된다. 이전까지는 뭔가를 설명하려고 그랬는데 앞으로는 이런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빠르게 나가야겠다.

B급 배우들을 쓴 캐스팅도 문제인 것 같다.

=사실 우리 영화에 나온 배우들도 다 메이저급 영화에 나온 영화배우다. 단지 안 알려졌을 뿐이다. 저마다 TV, CF에도 나왔던 경력의 소유자다. 휴즈 박사 역을 맡았던 해리슨 영 같은 경우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늙은 라이언으로 나왔던 배우이기도 하다. 생각해봐라, 유명한 배우 쓰려면 몇천만달러씩 든다. 조금이라도 알려진 배우는 모두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나라고 멕 라이언을 안 쓰고 싶었겠나.

미니어처신이나 폭발 장면도 기대 이하다.

=애초 만들 때나 수정작업을 할 때나 마찬가지로 미니어처에 많은 여력을 투자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이무기>와 <로스트 아일랜드>에 들어가는 미니어처는 대단하다. 그리고 폭발신은 할리우드에서도 비슷한 한계를 갖고 있다. 다음번에는 좀 다양한 액션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은 있다. 하지만 <용가리>가 나의 모든 것을 결정 짓는다고 보면 안 된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A급이 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이런 것을 소화할 수 있는 스탭들도 없다.

총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

=재상영분만 놓고 보면 30억원 정도 들었다. 큰 작업이었지만 이제 모든 인프라를 갖고 있으니까 생각보단 다소 적게 들었다. 전작까지 다 해서는 115억원 정도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해외수출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수출 관련 서류를 보여주며) 보다시피 지금까지 판매가 확정된 액수가 170여만달러 정도 된다. 여기에 나와 있는 것은 딜 메모가 아니고 확정된 것이다. 일본 같은 곳은 러닝개런티가 더 크다. 콤스톡(Comstock)이란 업체에 미니멈 개런티만 150만달러를 받고 판매하는데 극장 70개 이상에서 개봉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러닝개런티도 이렇게 극장이 50%, 비디오 30%, TV는 20%, 호텔·비행기 40% 등으로 계약했다.

예전 <용가리> 시절에 계약한 내용들은 어떻게 됐나.

=모두 유효하다. 미국에서 이스라엘까지 다 팔았다. 현재 진행중인 것도 굉장히 많다. 미국에선 개봉은 하지 않고 비디오, DVD, 공중파, 케이블 등으로만 판매한다. 극장에서 개봉하려면 홍보마케팅 비용으로만 200억에서 300억원이 들어가니 아무래도 부담이 간다. 미국에선 주로 비디오 셀스루가 주수익이 될 것이다. 폭스를 통해 7월에 발매되는데, 현재 미니멈 개런티 액수를 협상하고 있다.

용가리>의 손익계산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해외배급만 끝나고 나면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미국에서 비디오가 나가면 얼마가 들어올지 모른다. 사실 <용가리>는 비디오 출시를 해서 수익도 얻을 수 있었지만 일부러 하지 않았다. 당시엔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게 신용이다. 제대로 만든 것을 내보내고 해야 신뢰가 쌓인다. 이제 로 비디오 출시도 할 계획이다.

주위의 반응에 대해 아쉬웠던 점도 많았을 텐데.

=사실 이렇게 컴퓨터그래픽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일본도 그렇다. <고질라 2000> 봤나. 아직도 탈바가지 뒤집어쓰고 공룡을 만들어낸다. (잡지를 보여주며) 99년 12월 <아시아 위크>에서 나를 아시아를 이끌어갈 밀레니엄 리더 중 하나로 선정하지 않았나. 컴퓨터 테크놀로지 부문에선 나와 <파이널 판타지>를 만들었던 사카구치 히로노부만 뽑혔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자꾸 부정한다. 나는 한국에서 욕먹고 사카구치는 일본에서 영웅 대접받는다.

용가리>를 통해서 많이 배웠다고 얘기를 계속 하는데.

=그렇다. 참 많이 배웠다. 사실 나만 배워서도 안 되는 것이다. 전 스탭이 배웠다. 왜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아무래도 노하우가 쌓인 디즈니쪽이 낫지 않나. 우리도 이렇게 노하우를 차근차근 쌓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노하우가 돈이다. 먼젓번에 왜 100억원이 넘어갔냐 하면, 합성이 잘 안 되더라. 실사와 3D가 따로 놀았다. 그래서 계속 다시 만들고 하다보니 돈이 엄청나게 들더라. 그렇게 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이마지카나 도미노 같은 기계를 사와서 인력을 일본이나 유럽으로 보내 공부를 시켰다. 그러다보니 현재 기획중인 3D 애니메이션 <골든 아일랜드>를 위해 테스트용 화면을 만들어봤는데 퀄리티가 할리우드영화 못지않다. 해보니까 그렇게 되더라.

공룡영화를 자꾸 만드는 이유는 뭔가.

=나도 솔직히 공룡 나오는 것 별로 안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의 휴일>이라든가 <리오의 사나이>라든가 이런 작품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이쪽 길이다, 이거다. 그래서 내 목표는 칸에서 뭐 황금종려상을 받고 하는 게 아니라 수출을 많이 하는 것, 산업화쪽이다. 영화도 하나의 제품이다. 그러니까 누구든지 볼 수 있는 영화가 중요하다. 미국에서 만드는 영화가 그렇지 않나. 물론 <서편제> <춘향뎐> 같은 영화도 있어야겠지만 내가 하려는 영화는 <쥬라기 공원>이라든가, <고질라> <가메라> <울트라맨> <파워레인저> <포켓몬스터> 이런 쪽이다. 나는 이런 판타지영화를 만들어 세계시장을 가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예술성 추구하는 사람은 그렇게 만들어 가지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방법론이 다른 것을 갖고 한쪽의 논리에 끼워맞추려고 하면 안 된다.

사실 그동안 탈바가지 뒤집어쓴 채 만든 영화로도 수출을 많이 했고, 흔히 말하는 B급전략으로 재미를 보지 않았나. 그런데 왜 굳이 돈도 많이 들이고 노하우도 부족한 블록버스터영화를 만들려고 하나.

=외국에 나가봐라. 그런 정도 영화는 누구든지 만들 수 있다. 누구든지 만들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안 된다. 사실 내가 들이는 1천만달러 규모는 세계시장에 나가면 별 것도 아니다. 이 돈은 세계시장으로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자본이라고 본다.

이무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월이나 3월 초에 크랭크인해 5월이면 촬영이 끝난다. 후반작업은 12월 정도에 끝난다. 개봉은 내년 칸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뒤 결정할 생각이다. 색보정과 사운드, 믹싱은 미국에서 할 것이다. 절반은 한국 배우, 절반은 미국 배우를 기용할 예정이다. 이야기는,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되는 것은 다 알지 않나. 하늘, 즉 외계 우주에 사는 이무기가 한국의 한 처녀가 여의주를 갖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를 빼앗으려 지상으로 내려온다는 이야기다. 외계에서 온 이무기의 추종세력들도 우주선을 타고 나타난다.

제작비는 얼마나 드나.

=제작비는 이젠 일체 비밀로 하기로 했다. 얘기해봐야 만날 욕만 얻어먹지 않나. 영화마다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겠다. 영구아트무비의 상장을 추진하면서 자금을 마련하는 중이다.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골든 아일랜드>와 <피시 워>가 <이무기>의 뒤를 잇는다. <피시 워>는 핵실험 등으로 돌연변이가 된 물고기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이야기이고, <골든 아일랜드>는 파리들이 황금섬으로 가서 벌이는 모험을 담은 3D 애니메이션이다. <콘돌>은 두 집안의 수호신이 과거에서 현재까지 싸움을 벌인다는 이야기이며 <아이 워나 고 홈>은 월남전 당시 요인암살 특무를 맡았던 한국인이 미국으로 건너가 킬러로 활동하며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월남전신의 경우 특수효과가 굉장할 것이다. <용가리> 2편도 제작한다.

개그맨으로서도 최고 자리에 올랐다. 왜 그렇게 영화에 집중하는가.

=솔직히 나는 혼자 먹고사는 것엔 어려움이 없다. 전국의 수만개의 업소가 다 내 은행인 셈이다. 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난 진짜 스필버그는 꺾어보고 싶다. 어릴 때는 미국, 일본이 크고 위대해 보였는데 개그맨이다보니 항상 고정관념 깨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너네만 <쥬라기 공원> 만드냐, 하는 생각을 품고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나는 여기에 나름의 사명감을 느낀다.

글 문석 기자ssoony@hani.co.kr

사진 정진환 기자jung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