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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투게더, 하지만 현실은 어딨지?
2001-06-19

파리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 대대적 성공 속, 평단에서는 비판의 목소리

<델리카트슨 사람들>과 <에이리언4> 감독 장 피에르 주네의 신작 <아멜리에>가 개봉 6주 만에 프랑스 전국에서 47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대대적인 성공을 거둬 올해 프랑스영화 시장점유율이 미국영화를 제치고 51%로 급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90년대 후반의 파리 몽마르트르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실적인 시공간 감각을 배제한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멜리에 풀랭이란 귀엽고 사랑스런 여자가 평범한 이웃사람들의 작은 행복을 찾아주며 자신도 세상과 대면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는다는 예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가 예상치 못했던 대대적 성공을 거두자 이 영화를 통해 현재 프랑스인들의 의식상태를 진단하려는 사회학적인 분석까지 등장하고 있다. 열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2년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정치권이 앞장서서 영화관으로 몰려드는 보기드문 광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감독과 주연 배우들을 초대해 함께 영화를 관람했고 리오넬 조스팽 총리를 비롯해 주요 정당 당수들도 서둘러 영화를 보고 영화가 전파하는 ‘너와 나처럼 잘난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행복을 찬양하자’는 메시지를 정치적인 메시지로 수렴하느라 분주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평소 영화광으로 알려진 적이 없는 정치인들의 급작스런 행동을 두고 여론에 편승하려는 기회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지만, 이미 월드컵 우승 이후 들뜬 화합의 분위기를 최대한 정치적으로 이용한 바 있는 정치권으로선 유사한 기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일반 관객과 정치권의 찬양일색 분위기와 확연한 대조를 보이는 것은 비평계의 반응이다. 이미 칸영화제에 이 영화가 초대되지 않은 것을 놓고 영화제 직전 비판 여론이 급등했는데, 영화제쪽의 결정을 확인시켜주는 양 <르 몽드>나 <카이에 뒤 시네마> 등을 비롯한 주요 언론은 이 영화에 ‘볼 가치가 없는 영화’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평론가들이 문제삼는 것은 이 영화가 현실의 사회적 문제들을 고스란히 배제한 채 동화 같은 외양을 하고 그저 작은 감정을 이웃끼리 나누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맹목적인 가치관을 전파한다는 점이다. 이런 비판을 통해, 프랑스 비평계의 기본적인 요구가 여전히 영화는 어떤 형식으로든 당대 현실의 문제를 담아야 한다는 것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파리=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