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유위강과 정이건의 만남, <극속전설>

홍콩영화사 ‘최가박당’을 이끄는 대표적인 감독 왕정이 주성치와의 콤비를 통해 코믹물을 주도했다면, 유위강과 정이건의 만남은 최가박당의 액션과 무협을 이끌어왔다. <고혹자>시리즈 이후 둘의 만남은 하나의 공식이 되었고, 빈번히 여자 파트너만을 바꾸며 정이건은 그의 영역을 넓혀나간다. 아마도 정이건은 주윤발이 떠난 90년대 홍콩영화계를 채우는 최고의 액션스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부여된 임무는 카레이서. 그런 점에서 <극속전설>은 유덕화와 양영기가 주연한 <열화전차>의 오마주이기도 하다. 내용상으로도 도시를 질주할 수밖에 없는 홍콩의 청춘군상을 장르적 스타일로 소화해낸 <열화전차>의 기본적인 설정들이 고스란히 차용됐다. 심지어 타이틀 시퀀스에서도 작게 ‘열화전차2’라는 타이틀이 삽입될 정도. 그러나 드라마의 틀은 오히려 무협영화에 가깝다. 강호를 주름잡던 스카이는 새로운 적수를 만나 패배를 맛보고, 전설 속의 아버지를 찾아가 다시 내공을 추스려 복수한다는 내용은 유위강과 정이건 콤비가 십년간 되풀이해온 줄거리다. 카레이싱이 소재지만 별로 새롭지 않은 것은 상투적인 드라마 틀 때문. 좀 색다르다면 두 콤비가 만들어낸 <풍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작품에서도 테크놀로지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드러난다. 그것은 최근 홍콩영화의 경향이기도 한데 테크노 음악과 함께 컴퓨터 화면 등을 도입하여 홍콩 특유의 테크노 액션장면들을 연출해 낸다. 사족을 달자면, 홍콩의 상업영화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느끼는 가장 큰 콤플렉스가 ‘테크놀로지’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 그만큼 새로운 소재를 찾지 못하는 데서 오는 한계이기도 하다. 촬영감독 출신이기도 한 유위강 감독이 직접 촬영하고 연출한 시원한 카레이싱 장면은 확실히 박진감이 넘치지만 비약이 심한 드라마 전개와 틀에 박힌 인물설정은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킨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