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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시대 충무로 3인방 [5] - 강제규
조종국 2000-03-28

KTB와 제휴한 강제규필름의 강제규 감독

아시아 영화연대, 중심은 한국

무엇을 꿈꾸고 있나

지난해 <쉬리>로 흥행판도를 뒤흔든 강제규 감독은 올 2월 국내 최대 벤처투자사인 종합기술금융(KTB)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한국영화산업 지형재편의 기폭제가 되었다. KTB가 강제규필름에 57억5천만원을 투자하고 지분 20%를 갖는 조건. 절대 투자액이 파격적인 것은 아니지만 강제규필름과 KTB의 제휴가 폭발력을 갖는 것은 공모주를 모으고 코스닥에 등록한다는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식 공모를 시작하면 예상주가를 최하로 잡아도 1500억원 많게는 3천억원까지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사실 KTB와의 제휴가 아니더라도 이제 강제규 감독은 돈이 없어 할 일을 못하는 상황은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큰폭의 재편기를 맞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강제규 감독은 “영화산업이 자본 중심에서 창작주체 중심으로 바뀌면서 건강한 생산구조와 풍토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대기업과 창업투자사 등 돈을 가진 쪽에 끌려가는 상황이 아니라 들어온 자본을 영화계 내부의 자산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영화가 산업으로서의 본궤도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 강제규필름의 좌표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영화를 제작, 배급·유통하고 제작 투자도 하는 본류사업을 기본”으로 하고, “생산한 소프트를 통한 인터넷사업을 병행”하는 것이다. 강제규필름에서 그리는 영화사업의 카테고리는 최소한 아시아시장을 하나의 벨트로 묶고 나아가, 세계시장까지 무대로 삼는 큰 그림이다. 국내 제작, 수입, 배급은 물론 해외배급, 해외투자, 합작 등을 구현하는 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미 착수한 인터넷사업도 “지금까지 해온 다른 회사와는 규모와 차원이 다른 큰 사업”이다. 강제규 감독의 사업구상은 국내의 좁은 시장을 두고 다툴 게 아니라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강제규 감독이 모델 창출에 비중을 두는데는 “지금은 산업적으로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이제부터 벌이는 일이 곧바로 길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템, 인력, 자본을 교류하고, 공동 기획·제작·배급까지 실질적으로 결합하는 아시아영화의 결집체를 만든다는 강제규 감독의 큰 구상은 오는 4월13일부터 열리는 홍콩아시안필름파이낸싱포럼에서 공식화한다. 홍콩의 골든 하베스트, 성룡, 진가신, 피터 첸 등과 일본의 몇몇 인사, 주로 파리에서 활동하는 트란 안훙까지 이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의 주요 감독과 제작자가 중심이 되고 메이저 배급사가 어시스트로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며 규모는 약 7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홍콩 포럼 이후 실무작업에 착수, 6,7월쯤 제주도에서 회동해 조직을 ‘띄울’ 계획이다.

강제규 감독은 유독 국내 제작자들 사이의 공조와 선의의 경쟁체제 구축을 강조한다. “소모적인 경쟁이 아니라 시대의 패러다임에 걸맞은, 서로의 강점과 장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큰 안목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각 그룹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메이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패권잡기식이 아니라 지분참여 등의 방식으로 공조해서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식의 21세기적인 사고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강제규 감독이 기존 제작사나 감독들 중에서 ‘방향’이 일치하는 사람들과 전략적 제휴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2000년,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인력과 하드웨어 모두 포함하는 의미의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급선무다. 촬영중인 <단적비연수> 이외 전윤수, 김진성, 김준 등 세 감독의 작품 제작에 들어가고, 하반기에 한두편 정도 외부 작품에 제작 투자할 예정이다. 또 강제규 감독은 내년쯤 직접 연출할 작품을 준비하는 일도 올해의 과제다. 배급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하반기쯤 시험적으로 배급을 시작하며, 외화는 기존 수입사와 공조, 직접 수입, 외국 작품에 직접 투자나 합작하는 모든 방식을 놓고 수입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고자 효율성을 타진하고 있다. 극장을 지을 계획도 가지고 있지만 올해 안에 서울지역에 5∼10개관 정도 장기 임대를 추진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강제규 감독의 큰 구상이 스스로의 걱정처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란 점이 가장 걸리는 부분이다. 세를 규합하고 패권을 잡는 식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 주도하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인내를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켠에서는 강제규 감독이 가진 ‘아우라’의 원천이 힘 있는 대중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인데, 강제규 필름이라는 회사의 외형을 키우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제규 감독 자신도 “인력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토로하는 것처럼, 벌릴 일은 많은데 전문성을 겸비한 실무 인력을 양성하는 일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배급, 합작, 해외마케팅, 해외 배급 등은 의욕만으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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