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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이 사랑한 감독들 [1]

노장 안제이 바이다에서 신진 오가타 아키라까지, 베를린의 문제감독 6인 인터뷰

베를린, 거장에게 바친다

올 베를린영화제는 유난히 거장을 사랑했다. ‘오마쥬’라는 주석을 단 특별상영 프로그램 중에는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잔 모로의 작품도 있었지만, 동·서양을 대표하는 노장 두 사람의 신작이 나란히 올라 이채를 띠었다. 폴란드의 역사, 민주주의, 자유에 대해 예술적인 통찰을 보여준 안제이 바이다 감독, 그리고 휴머니즘의 영화들로 74편의 긴 필모그래피를 이룬 성실파 이치가와 곤 감독이 그들이다. 안제이 바이다의 <판타데우스>는 폴란드에서 <타이타닉>을 앞질러 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경이적인 작품. <도라 헤이타>는 이치가와 곤 감독이 구로사와 아키라 등 30년 전 동지들과 함께 쓴 시나리오를 뒤늦게 영화화한 것이다. 이들은 칠순, 팔순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영화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과시해, 베를린에 모여든 젊은 영화인과 기자단을 감동시켰다.

늘 논란을 몰고 다닌다는 점에서, 이들보다 한수 위인 올리버 스톤과 폴커 슐뢴도르프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베를린을 시끄럽게 한 장본인들. 올리버 스톤은 <애니 기븐 선데이>의 재편집본을 들고와 미국 NFL(전국 축구 리그)을 강도 높게 비난했고, 폴커 슐뢴도르프는 통독 이후의 현실을 그린 <리타의 전설>로 독일 언론을 온통 들쑤셔 놓았다. 독일과 프랑스의 이상한 알력 다툼 때문인지, 관심권 밖으로 내몰린 끌로드 밀러는 <마법사의 방>을 소개하며,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도입으로 달라질 영화의 미래에 자못 들떠 있었다. 거장에 대한 경배 못지 않게 주요한 영화제의 기능 중 하나는, 역시 재능있는 신인 발굴. 조용히 그리고 오래동안 심금을 울리는, 깊이 있는 신작 <소년 합창단>의 오가타 아키라는 올 베를린영화제가 캐낸 귀중한 보석이다. 연륜도, 국적도, 스타일도 제각각인 이들 감독들의 진솔한 영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