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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돼지우리, 우리는 패륜아
2001-02-06

<휴머니스트> 촬영현장

경기도 양평의 한 야산. 파헤쳐진 무덤가에서 영화 <휴머니스트> 촬영이 한창이다. 스탭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쌓여 있는 잔설을 피해 촬영장소가 바뀌어 지연된 촬영을 해떨어지기 전에 마쳐야 하기 때문. 오랜 준비 끝에 카메라가 돌아가자 한 두번 만에 쉽게 오케이 사인이 난다. 4개월여의 프리프로덕션 기간에 촬영동선까지 꼼꼼히 짜놓은 합리적인 제작시스템을 시도해 촬영속도는 빠른 편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기상상황으로 애를 먹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 ‘염세주의적 낙천주의자’라는 이무영 감독은 사람사는 세상이 돼지우리랑 비슷하지 않느냐고. 그래서 영화 <휴머니스트>는 돼지우리에서 시작해서 돼지우리에서 끝난다. 엽기적 내용이 많지만 알고보면 우리 현실 자체가 엽기적인 게 많다. 영화의 영어제목이 인 것에서 짐작하듯이 <휴머니스트>는 돈 때문에 아버지를 납치하는 패륜아에 관한 영화이고 실제로 몇년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박한상 사건이 이 영화의 단초가 되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박찬욱, 이무영 감독의 공동각본이고 이무영 감독은 연출, 음악 그리고 단역연기까지 맡고 있다.

고관장성의 아들 마태오(안재모)는 무료한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망나니로 어느 날 고아원 출신의 두 친구 유글레나(강성진)와 아메바(박상면)와 함께 술을 마시고 음주단속을 피해 뺑소니를 치다 경찰을 치어죽이고 만다. 이를 목격한 동료경찰이 구속하지 않는 대가로 2억원을 요구하자 아버지에게 부탁하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한다. 그래서 태오는 결국 아버지를 납치하기로 한다.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유글레나와 아메바를 이용해 치밀한 준비 끝에 실행하지만 예기치 못한 계모의 정부가 개입되며 사건은 엉키고 꼬여간다. 영화 곳곳에 극적인 반전을 숨겨놓았다고 감독은 기대를 부추긴다. 현재 약 80% 촬영을 마친 상태. 3월 초 스크린에서 <휴머니스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진·글 오계옥 기자kla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