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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비디오 가이드 [2] - <더티 캅> 外

숨은 비디오 걸작 2 - <더티 캅>의 아벨 페라라 감독

충격요법의 지독한 경지

“충격적 영상, 파워풀 액션, 거친 성욕구…” <더티 캅>의 비디오 재킷엔 이런 문구가 써 있다. 이 영화가 페라라 감독의 <악질 형사>의 해적판 비디오란 사실을 눈치챌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의 최고작으로 꼽을 만한 영화다. <더티 캅>에서 하비 카이틀은 추악한 형사를 연기한다. 그는 술과 마약에 찌들어 있으며 범죄 현장에선 굴러다니는 마약이 없는지 두리번거린다. 게다가 형사 신분을 이용해 온갖 악행을 일삼는다. 권력을 이용해 추태를 부리고 다니는 것이다. 기분이 거슬리면 괜히 사이렌을 울리면서 거리를 휘젓는다. 이렇듯 뻔뻔스러운 형사는 이전의 어느 영화에도 등장한 바 없다. 그런데 그가 어느 수녀의 폭행사건에 연루된다. 수녀는 동네 청년들에게 강간당하고 마음이 피폐해진 상태. 수녀사건을 접한 형사는 종교적 문제에 대해 일순 고뇌하기 시작한다. <더티 캅>은 놀라운 영화다. 불법 비디오긴 하지만, 꼭 한번 구해서 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하비 카이틀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10대 여성을 볼모로 잡고 옷을 벗도록 하는 장면은 영화의 정점이다. 한 여자에겐 엉덩이를 내보이게 하고, 다른 여성에겐 펠라티오 흉내를 강요한다. 그는 태연스레 자위를 한다. 충격의 극치다.

사실 이런 영화적 장치는 페라라의 다른 영화, 즉 <복수의 립스틱> <킹 뉴욕>의 연장선상에 있다. 마초 본능과 구원의 문제라는, 화합하기 힘든 두 가지 난제를 뭉뚱그리는 게 페라라 감독의 연출 스타일. 때론 ‘자기과시’가 지나쳐 영화의 리듬이 흔들리고 관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마돈나가 주연한 <스네이크 아이>가 유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더티 캅>은 저예산 B급영화다. 감독은 단 20일 촬영으로 영화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걸작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혹자는 샘 페킨파의 후계자로 아벨 페라라를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라라 감독은 작가로서 대접을 받기엔 영화보다 일종의 충격 요법에 의존하는 게 사실. 이따금 장광설과 개인적 독단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더티 캅>은 감독의 대표작으로 내세우기에 손색없다. 여기서 감독은 선정성(Exploitation) 영화와 예술 영화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의 추를 잡고 있으니까. 이후 페라라 감독은 이 영화에 필적할 만한 작품을 만들지 못했다. 그의 영화는 국내에 <퓨너럴>과 <블랙 아웃> 등이 소개되었다. 크리스토퍼 워컨의 마피아 영화 <퓨너럴>, 그리고 패션계의 퇴폐적 생활을 그려낸 <블랙 아웃>, 모두 <더티 캅>의 ‘지독한’ 경지엔 범접하지 못한 평작들이다.

<섹스의 반대말>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10대 영화’ 중 한편으로 선정되었던 작품. 영화의 주인공이자 나레이터로 등장하는 ‘디디’는 의붓아버지의 장례식을 엉망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복 오빠 빌을 찾아가는데 거기선 빌의 남자친구 매트와 마주친다. 빌과 매트는 연인 사이이기도 하다. 이렇듯 만나는 인물들은 차츰 남녀관계로 얽혀간다. 여기에 남성 기피증이 있는 루샤 등의 인물이 끼어들면서 영화는 더욱 복잡해진다. <섹스의 반대말>은 이성애와 동성애의 벽을 허물면서 기이한 드라마를 형성한다. 미국사회의 혼란스러운 가치관을 반영하면서 ‘섹스’가 현대인들에게 지니는 다양한 의미에 대한, 풍족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크리스티나 리치 등의 연기자들이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시나리오도 꽤 탄탄한 편이다. 국내에 소리 소문없이 비디오로 출시된 불운한 영화 중 한편이다.

<브루스 브라더스 2000>

<블루스 브라더스>의 속편. 고인이 되어버린 존 벨루시의 자리를 뚱보배우 존 굿맨이 대신했다. 18년 만에 감옥에서 나온 엘우드 브루스는 다시 밴드를 결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막상 밴드를 조직하려고 하니 마땅한 인물들이 없다. 스트립 클럽의 바텐더를 새 멤버로 영입하는 엘우드. 이 와중에 경찰로부터 추적당하고 러시아 마피아들로부터 쫓기는 등 한바탕 소동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밴드는 모든 해프닝을 뒤로 한 채 결국 바라던 무대에 올라선다. <브루스 브라더스 2000>은 전편의 매력을 그대로 계승한다. 썰렁한 유머와 신나는 블루스 음악, 그리고 직접 등장해 연주를 들려주는 음악인들의 모습까지. 에릭 클랩톤, 스티브 윈우드, 제임스 브라운 등의 뮤지션이 출연한다. 굳이 전작과 따져 비교하자면 기운이 달리는 부분도 있지만, 속편이 나왔다는 사실 하나로 반가운 영화.

<광끼>

베를린영화제 특별상 수상작. 말을 잃어버린 소년 혼다는 누나와 단둘이 사는 처지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남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 집에서 은밀하게 듣는 것. 누나방에 녹음기를 장치하고 누나와 남자친구가 섹스하는 소리를 녹음해 듣기도 한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헬렌을 좋아하게된 혼다는 열심히 뒤를 따라다니지만 이미 헬렌에겐 골치거리가 있다. 감옥에 갔던 남자친구가 다시금 찾아온 것. <광끼>는 마이클 윈터보텀의 어느 영화보다 시각적 풍부함을 자랑한다. 이미 <쥬드> 같은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관조’의 시선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마이클 윈터보텀은 멜로드라마라는 매우 고루한 형식 속에서, 특이한 연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영화 속에서 울려퍼지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음악은 내내 처절한 감상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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