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통신원리포트]LA통신-누가 평론가를 두려워하랴!
2001-08-13

가짜평론가 파문과 정킷등으로 할리우드에서의 입지 좁아져

할리우드는 바야흐로 평론가 수난시대다. 최근 가짜 평론가 파문과 시민단체의 스튜디오 소송 사건 등이 새롭게 인식시킨 것은 할리우드에서 평론가들이 차지하고 있는 초라한 위치다. 최근 개봉작 <아메리카 스위트하트> 같은 영화 속에서조차 스튜디오 관계자들이 공공연히 ‘정킷’을 무기로 평론가들을 우롱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의 영화칼럼 ‘빅 픽처’를 매주 집필하는 패트릭 골드스타인은 ”가짜 평론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이제 스튜디오한테 평론가의 이름이란 그들이 남기는 몇 마디의 광고문구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말한다. ‘블럽’(Blurb)이라 불리는, 영화광고에 인용되는 짤막한 문구만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면 수십년된 평론가이건, 이름없는 잡지 소속이건, 혹은 심지어 가짜라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평론가들의 긴 글들이 다 휘발돼버린 채 ‘거부할 수 없는!’, ‘다이너마이트 스릴러’ 같은 몇자의 블럽만으로 도배하는 것이 영화광고의 관행이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올해 <툼레이더> 광고의 경우 평론가의 이름마저 배경화면 색깔과 비슷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가짜 평론가 외에 유명 평론가의 이름을 빌려 독자들을 혼란시키는 평론가도 등장했다. 제프 크레이그라는 유명 평론가는 ‘60초 리뷰’라는 라디오 프로에서 일하는 동명이인 평론가가 신문광고에서 “이 영화는 모두의 엉덩이를 날려버린다”는 식의 블럽으로 자주 등장하자 최근 자신의 이름을 바꿔버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사소한’ 평론가들이 득세하게 된 데는 기존 엘리트 평론가들의 잘못도 크다고 패트릭 골드스타인은 지적한다. 그는 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명성만으로 어이없는 호평을 바친 데서 알 수 있듯, 60∼70년대 출신 평론가들이 요즘 영화와 동떨어진 감수성으로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영화사들한테도 따돌림받는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영화사들의 ‘정킷’ 역시 평론가들을 초라하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LA 시내의 특급호텔에서 주말이면 서너개씩 잇따라 열리는 정킷들은 미국의 소규모 언론들과 전세계 언론들에 할리우드의 특급 스타들을 인터뷰하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그들은 대신 이번 ‘영화 홍보 진실을 위한 시민모임’처럼 스튜디오와 평론가간에 ‘정킷과 호평을 주고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받아야 함과 동시에, 정킷에 참석하려는 후보들이 워낙 많다보니 혹시 정킷에서의 잘못된 행동으로 스튜디오의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미국 내 최대 비평가그룹인 방송영화비평가협회는 최근 내부 규정을 개정해 “정보 제공 차원을 넘어 영화 리뷰에 영향을 끼치려는 행동은 규정위반”이라고 못박고 “평자의 허락없이 리뷰를 고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등 사태를 수습하는 데 나섰다. 하지만 뿌리박힌 할리우드 마케팅 관행과 이미 얽힐 대로 얽힌 평론가그룹들이 새로운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