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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홍 감독 인터뷰
2001-08-14

“악마보다 무서운 건 사람”

+ <올가미> 시절부터 품어온 기획이라고 들었다.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

= 그동안 한 가지 틀에 얽매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톱> <올가미>의 삼각관계라는 구도와 이야기가 고루하게 느껴졌다. 과거의 이야기틀과 심리요소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담백하고 깔끔한 얘기는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세이 예스>는 스릴러가 아니라 공포영화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모르는 사람이 이유없이 괴롭힐 때 당하는 사람은 영문을 모르고 또 피할 길이 없으니까 공포스럽다. <죠스>에서 ‘죠스’가 보여주는 식의 무차별적이고 맹목적인 폭력을 사람이 휘두른다. 그게 현대적인 공포다. 그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 표현에 대한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 길 위의 공포에 관한, 오픈된 드라마다. 심플한 얘기를 넒은 공간에서 조여가기 위해선 스피드가 필요했고, 그래서 자동차 추격신을 넣었다. 차는 파괴와 폭력, 즉 M의 이미지다. 힘들게 찍었고, 그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잔인한 장면에서는 살상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고, 관객 반응을 보면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영화가 시각예술인데,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오히려 어려웠던 건 적은 인물, 단순한 이야기를 두 시간 가까이 끌고가는 일이었다.

+ 가해자인 M이 절대악이라기보다는 피해자라는 인상을 주는데.

= M에 대한 설명은 나도 못한다.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더더욱 할말이 없다. <죠스>에 의미가 있나, <미저리>에 의미가 있나. 그냥 여행길에 어떤 똘아이가 따라오면서 끝장을 보려고 한다는 얘기다. 나는 꼬는 게 싫다. 그러지 않는 게 정직한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악마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잔혹하다는 얘길 하고 싶었다. 현실을 봐라. 폭력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폭력 가정을 만든다. 폭력에 피해입고 희생당한 사람들이 그 폭력에 가장 먼저 물든다. M은 ‘Man’의 약자인데, 그도 사람이고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란 뜻이다.

+ M으로 분한 박중훈의 연기에 만족하는지.

= 공포는 코미디보다 대중에게 낯선 장르지만, 편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에서 박중훈을 캐스팅했다. 개인적으로 박중훈을 입체적인 배우라고 생각하고, 이 영화에서도 묘한 이중성을 잘 살렸다고 본다. 관객이 M을 무서워하면서도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탈진할 만큼 열심히 해줬고, 만족한다. 그의 연기를 더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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