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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위기는 계속된다
2001-03-13

로우즈 파산 구제 신청, 아직도 1/4은 공급 과잉

미국의 멀티플렉스업계가 본격적인 체중 감량에 들어갈 조짐이다. 지난 2월15일 멀티플렉스업계의 2인자인 로우즈 시네플렉스(Loews Cineplex)가 파산을 알리면서 구조조정의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로우즈 시네플렉스는 미국에 2965개의 스크린, 캐나다에 856개 스크린을 보유한 대형 극장체인. 1904년 이른바 ‘5센트짜리 극장’(nickelodeon)이라 불리던 단관 극장에서 무성영화를 상영하는 것에서 출발해 96년의 전통을 다져온 미국 최고(最古)의 극장체인이기도 하다. 그간 수익 감소와 지난 1년 새 무려 8천만달러 가까이 늘어난 부채에 허덕여온 로우즈 시네플렉스는, 결국 캐나다의 복합기업 오넥스, 투자회사 퍼시픽 캐피탈 그룹 등 일부 투자업체들에의 매각을 결정하고 파산 구제신청을 냈다. 또한 이에 따라 미국의 365개 극장 중 22개, 캐나다의 114개 극장 중 25개의 문을 닫을 것이며, 앞으로 최소한 50개 이상의 극장을 폐업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로우즈 시네플렉스의 파산은 예견됐던 결과다. 이미 한달 전에 적자경영 타개를 위해 675개 스크린을 폐쇄했을 뿐 아니라 파산 구제신청의 의사를 비추기도 했다. 게다가 이러한 경영난은 비단 로우즈 시네플렉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멀티플렉스업계 3인자로 꼽혔던 카마이크 시네마스도 지난해 여름에 이미 파산 구제신청을 냈고,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시어터, 제네럴 시네마 시어터 등 지금까지 파산을 알린 극장체인은 이미 10여개에 이른다. 아직 파산에 이르진 않았지만, 미국 최대의 극장체인인 리갈 시네마 역시 스크린 수를 줄여나가며 구조조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태. 이러한 멀티플렉스업계의 전반적인 위기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너무 많은 멀티플렉스를 건설하면서 과다경쟁을 해온 결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형 극장체인들이 스크린 수를 늘리고, 편안한 의자와 디지털 사운드 시스템 등 현대적인 설비를 갖춘 멀티플렉스 건설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90년대 입장료 수익의 증가폭은 24% 정도, 스크린 수의 증가폭은 56%에 이른다. 지난 5년간 극장체인들이 멀티플렉스를 짓기 위해 진 빚은 70억달러 정도. 과다한 투자로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에 비해 수요가 적어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고,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은 극장체인들의 파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새로운 멀티플렉스 건설에만 치중한 나머지, 스크린 수가 적고 낡은 극장들을 방치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도 쇼핑몰마다 무절제하게 멀티플렉스를 짓는 한편, 관객들이 잘 찾지 않는 비효율적인 극장들을 정리하는 데 게을렀다는 말이다. 필라델피아에서 신용등급 평가대행사를 경영하는 션 이건은 “다른 수가 없다”며 “앞으로 한 2년간 어떻게 구조조정을 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 스크린 수는 3만7천여개. 아직도 1/4 정도는 더 줄여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추후 경과는 좀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로우즈 시네플렉스의 파산으로 멀티플렉스업계의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황혜림 기자